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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수: 설은

래퍼들이 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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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수는 ‘애 늙은이’다. 이제 겨우 서른이 된 그의 음악은 포크와 록으로 점철돼있고, 노랫말은 주로 사회의 단면을 포착하여 풍자한다. 이 기조가 이십 대 때부터 이어졌으니, 그가 동갑내기들과는 조금 다른 모양새로 비치는 건 ‘사회 분위기’로 봤을 때 자연스럽다.

[서툰 말](2013)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신보는 좀 더 세상을 비틀어준다. 아마도 이러한 영향을 끼친 것은 전년도에 발표한 도서 [사축일기](2015)의 힘이 컸을 것이다. 그는 겨우 일 년의 정규직 학원 강사 생활 밖에 못했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서 사람들이 겪는 고뇌와 고통을 공감으로 끌어낸다. 경력을 따지자면 명함도 못 내밀 것이나, 그 작은 경험만으로도 심리를 이해하고 실감 나게 풀어내는 것이 강백수만의 능력이자 기술인 것이다.

직설적이고 화끈한 어법은 은유와 서정성이 주를 잇는 노랫말 사이에서 단연 시원하게 다가온다.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오피스’, 탐욕에 길든 권력자를 바라본 ‘삼겹살에 소주’, 본인의 어린 시절을 추억한 ‘울산’, 사창가의 우울한 모습을 그린 ‘와일드 사파리’ 등 [설은]의 노랫말에선 세상의 이곳저곳이 카메라 셔터처럼 찍혀있다.

그리고 이 얘기들을 기타 줄에 맡기며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힘차게 달린다. [설은]의 노랫말이 살아 있는 건 이토록 완급이 출중한 편곡이 동반됐기 때문이다. 포크만이 아닌, 록의 힘도 기대어 슬프고 화난 감정을 알맞게 표현한다.

물론 이야기의 자연스러움을 먼저 추구한 덕분에, 음표에 맞춰 단어가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기억해’와 ‘거지폴카’가 대표적인 경우. 곡에 대한 매듭을 깔끔하게 짓지 못한 느낌을 심어준다.

그러나 화통한 그의 노랫말과 음향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전달한다. 취업과 돈벌이란 ‘사회 분위기’ 때문에 어른이 돼서도 너무 갑갑한 이 시대의 청년들을 고민하게 해주고, 자랑과 자신감 넘치는 가사가 대부분인 랩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한다. [설은] 가치는 이런 것이 아닐까. 비슷한 또래가 ‘멋’과 ‘목표’를 쫓고 있을 때, 이 ‘애 늙은이’는 더 넓은 것들을 얘기하고 있으니까. ‘멋’보다 ‘시선’을 내세워서 더 ‘멋’ 있는 앨범이다.

3.5 Stars (3.5 / 5)

 

About 이종민 (55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1 Comment on 강백수: 설은

  1. 특히 울산을 정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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