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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허달림: Beyond the Blues

다시, 블루스로

풀렝스로는 3집이 될 강허달림의 이번 음반은 제목 ‘Beyond the Blues’가 상기시키듯,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음악 블루스를 다시 한 번 품은 작품이다. 한국 블루스의 인큐베이터였던 ‘저스트 블루스’에서 음악활동을 시작했고, 한국 블루스의 상징적 존재 신촌블루스에서 보컬을 담당했으니 그의 연원이 무엇인지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故) 채수영과 함께 연주하고 부른 ‘I’d Rather Go Blind’를 들어보라. 네이버에 제목을 치면 영상이 툭 뜬다. 적어도 이 곡에서만큼은 강허달림은 한국의 Etta James요, Bessie Smith다. 태클은 사절한다).

이후 솔로로 데뷔해 1집 [기다림, 설레임]에선 ‘한국형 블루스’의 한 경지를 제시했다는 호평을 들었지만, 스타일을 바꾼 2집 [넌 나의 바다]는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 큰 전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이런 저런 장르를 넘나들려는 시도는 주목할 만했으나, 정체성이 상대적으로 흐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후 나오게 되는 음반은 그 때문에라도 중요했다.

우선 앨범은 잘 들었다. “제일 멋진 옷은 자신에게 제일 어울리는 옷”이라는 속설은 차치하고라도,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고, 본인이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장르를 꺼내든 것은 올바르고 적절하지 않았는가. ‘커버 음반’이라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단점 역시 그녀는 영리하게 극복하고 있는데, 꼭 블루스라는 외피를 고집하지 않아도, 이제 영점을 조정한 그녀의 보컬과 음악은 이미 ‘블루스를 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공연 도중에도 연습을 꺼리지 않았던 저 Jimi Hendrix가 ‘블루스를 살았던’ 것과 유사한 경지에 들어선 듯하다. 그러한 점에서 이정선의 ‘외로운 사람들’은 참으로 절묘한 오프닝이라 할 수 있다. ‘이슬비’는 다소 의외의 선곡이다. 대부분은 재즈 무드가 자욱하게 깔린 송창식의 ‘이슬비’에 익숙한 탓일 것이다. 허나 그녀가 선배의 명곡을 압도해 넘어서려고 애쓰려 하지 않는 와중에, 그저 자신의 컬러가 곡에 스스르 부여되고 있다. 이게 바로 앨범의 핵심부다.

포크 가수 김두수 원곡 ‘기슭으로 가는 배’에도 시선을 주어야 한다. 가수가 세속을 초탈한 세상에서 불렀던 노래를 강허달림은 뽕필 물씬한 버전으로 탈색시켰는데, 처음엔 “이게 뭐야?”했지만 들을수록 인생의 페이소스가 끓어오르는 좋은 리메이크의 사례라고 느껴진다. 특히 “나는 저 배를 띄워야 하네”에서의 강허달림의 허탈한 보이스는 압권이다. 민중음악의 어떤 자취 윤선애의 ‘거리’ 또한 모두의 의표를 찌르는 선택이다. 하지만 강허달림은 윤선애가 남긴 아우라를 노래 하나로 뚫고 나가는 뒷심을 보인다. 한국 블루스의 거목 윤명운(보도자료에 윤명‘훈’이라고 나왔다. 아아… 그 오류를 팩트 체크도 안하고 그대로 기사에 옮긴 분들도 있다. 하아…)의 ‘어떤 하루’는 또 어떤가. 이건 비교적 오리지널에 충실한 해석이지만 그 모습대로 맛이 살아 있다.

그래서 사실 난(리메이크 음반을 아주 애정하는 편은 아니지만) [Beyond the Blues]에 대해 거의 불만이 없다. 울랄라 세션의 박광선을 피처링한 신촌블루스 오리지널 ‘골목길’만 빼고. 이 곡은 분명한 미스다. ‘분명한 미스’란 이야기는 곡 고르기를 잘못했다는 말이 아니다. 강허달림 정도 되는 아티스트라면 이 곡을 집어 들었을 때, 그 결과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왜 이런 구성으로 리메이크를 했는지 알 수 없다. ‘똑같이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대답할 말이 없지만, 둘의 콜라보는 전혀 섞이지 않는다. 세상에는 캐스터네츠의 위아래처럼 궁합이 맞는 사물과 사람이 있는 법인데, 이 조합은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허공을 붕 뜬다는 생각이다. 굳이 하나 더 찾은 실망스런 곡은 마지막을 장식하는 최백호의 ‘내 마음 갈곳을 잃어’인데, 이건 지나치게 안정적이고 전형적인 선곡이다. 좀 아쉽다.

그렇지만, 먼저 적었다시피 이 음반은 괜찮은 편에 속하는 음반이다. 처음의 호기와는 달리 ‘블루스를 넘어선 음반’이라고 판단되지는 않지만, 그 외연을 아무리 조그맣게 잡아도 ‘블루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음반’ 정도는 되는 것이다. 아쉬움 몇 마디 털어놓았다고 해서 앨범의 퀄리티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화창한 봄날에 칙칙한 블루스라니? 하겠지만, 봄날에도 비는 온다. 비라면 블루스와 담배다. 틀림없이 감흥이 몇 배가 될 것이다.

(3.5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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