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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익스프레스: 밴드하는 재미를 다시 발견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무슨 일을 겪든, 심지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시간은 흐른다. 여기, 한 락 밴드가 있다. 2013년 ‘그날의 그 일’로부터, 마음을 추스르고 일어난 바로 그 밴드다.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밴드를 지켜준 그 모두를 위해 이들은 포기하거나 주저앉을 수 없었다. 사이는 더 돈독해졌고, 하고 싶은 것을 찾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갔으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서로를 더 믿기로 했다. 아직 음악이 재미있으니까. 내내 평탄하게 달려오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더 많은 길이 놓여 있다. 4집 [Walking on Empty]를 공개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만났다. 이주현(베이스와 보컬), 박종현(기타와 보컬), 김희권(드럼)이 답변해주었다. 이성훈(러브락 컴퍼니 실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렇게 운을 떼도 좋을까? 2013년의 그 불미스러운 사건이후 어떻게 다시 악기를 잡을 수 있었나? 레이블도, 아티스트도 다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박: (주현) 형이 그렇게 된 후, 면회를 갔는데 울컥하더라.

이: 1달 동안 면회가 허락되지 않던 때여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박: 도와주는 분들이 너무 많았다. 밴드들, 팬들, 친구들… 다 그 덕택이었던 것 같다. 재판 때 봤는데 그분들이 써주신 탄원서가 책상 위에 가득 쌓여 있더라. 저렇게 애써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다시 파이팅해 보자고 결심하게 된 거지.

김: 면회를 갔는데, 형이 웃으면서 막 치는데 그 순간 눈물이 났다. (이)성훈 형도 울고 다 울음바다였다.

박: 어쨌든 우리 실수고 우리 잘못이었다. 그런데 “나 못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들지도 않고, “이 다음엔 정말 잘해야지”라는 생각만 들었다.

이: 바깥세상이 더 힘들었다. 괜히 숨어 다니게 되고.

박: (이)성문 형 가게가 이 근처인데, 오며가며 만나다 보니 친해지고 결국 음반까지 같이 할 수 있었다. 음악 얘기도 얘기지만, 사람 이야기/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김: 대화도 부족하던 시점이 있었는데, 성문 형 만나고 우리끼리도 커뮤니케이션이 늘었다. 그러다가 성문 형이 음반 프로듀서를 맡게 되었고, 그렇게 되면서 “뭐든지 자연스럽게 했으면 좋겠다. 음악도”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이곳저곳에서 지적된 바대로 전체적으로 뭔가 내려놓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보컬도 연주도 다 그러하다.

이: 잘 봤다.

김: 그런 말 많이 듣고 있다.

박: 성문 형이 아니라 우리끼리 했다면 “뭔가 해보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성문 형이 멤버들 컨트롤을 참 잘 해줬다. “힘 빼고, 편하게 가라”고 했다.

이: 형이 “어떤 음반을 만들고 싶냐?”고 물어봤는데, 일단 같이 작업하게 된 다음엔 우리가 그 답변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이런저런 조언을 해줬다. 멤버들끼리 다니다보면, 흥도 나고 신도 나고 그래서 들뜰 때도 있었는데, 그때마다 형이 차분하게 “너희 처음에 말한 거랑 다르잖아”라고 계속 점검해 주셨다.

김: 기존에는 우리 음악만 내내 듣고 다녔다면, 이번에는 다른 해외 음반들도 죽 펼쳐 두고 “이 팀은 이래서 잘 되는 것 같아”라고 연구/분석을 함께 했다. 신기하더라.

이: 그전까지는 라이브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이 있어서 “스튜디오 레코딩? 그거 라이브 때처럼 하면 되는 거 아냐?”, 그랬는데, 이번 기회에 스튜디오 레코딩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느낌이다.

김: 전 앨범 할 때까지는 악보 그대로(데모 상태로) 음반 녹음을 들어갔다면, 이번 작업 때 데모는 형식적으로만 존재했던 거였다.

이: 형이 데모를 제작하라고 해서 데모 작업을 했다. 그런데 정작 녹음실에 가니 “오늘은 새로운 작업 시작하는 날인데, 데모가 그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며 데모는 다 잊어라! 너희 다 드럼/기타/베이스 칠 줄 아니까 편하게 해라!”고 하는 거다. 첨엔 당황스러웠는데, 그대로 하다보니 복잡하게 꼬여 있던 곡들이 서서히 풀려갔던 것 같다.

박: 우린 다 기분파들이어서, 그 순간의 감정을 작업물에 지나치게 반영하려고 하는 게 있다. 우리끼리는 연주하다가 “으아아아~~~. 이거 죽여!!! 이거 해야 돼” 이러는데, 그때마다 성문 형은 “너희 기분 좋은 건 알겠는데, 이건 이렇게 하는 게 자연스럽다”라고 했다(웃음).

김: 그래서 분노할 때도 있었다. “아 씨, 우리 치고 싶은 대로 치면 안 돼?”, 그런 적도 있는데, 그런 걸 다 잡아 주시더라.

이: 형과 함께 우린 다시 부팅했다고 보면 된다. 기존 생각하던 레코딩이 백지가 되고, 그 위에 새롭게 뭔가가 입혀진 거니까.

김: 음반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Walking on Empty]라는 음반 제목도 뭔가 내려놓았다는 추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맞다. 제목을 정할 때 ‘허공에의 질주(Running on Empty)’라는 영화를 봤는데, 그게 멋져서 똑같이 가려고 했다. 그러다 ‘Running’을 ‘Walking’으로 바꾼 거다.

박: 뛰는 것보다는 걷는 게 분위기에 맞을 것 같았다.

 

이번 음반은 커리어의 분기점이 될 만하다고 본다. 1[Noise on Fire]랑 현 음반 비교해보면 확실히 많이 달라졌다. 그 동안 한 분야에 갇히지 않은 음악을 해온 건 맞지만, 도드라질만큼의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박: 이번에는 “이런 음악을 하자”, 그런 거 자체가 없었다. 강박이 없었던 거다.

김: 전에는 만들어둔 리프가 있어도 그걸 써먹질 못했다. 그에 어울리는 걸 찾아야 하는데, 이건 “이러이러하게 쳐야지 어울린다”는 고집이 있어서 잘 안 되었다. 갇혀 있었던 거지.

 

그 결과물에 대해 질주하지 않는 건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아니다며 실망한 사람도 있을 법하다.

이: 1집이나 2집과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우린 크게 바뀌지 않았다.

박: 표현하는 방식만 달라진 거다.

이: 요즈음 우리가 좋아하는 게 묻어난 거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박: “너희 서정적이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1집에서 3집까지 잘 들어보면 그런 곡들이 꽤 있다. 그동안 우리 밴드 이미지가 팬분들에게 “센 음악 하는 밴드”로 박혀 있었나보다. 라이브 때 모습이 강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

김: 그때는 클릭도 안 쓰고 한방에 녹음했고, 날것의 질감 같은 걸 살려보려고 했었기 때문에 어떤 ‘기합’이 있었다. 힘이 바짝 들어갔던 거지. 이번엔 할 수 있는 한 가볍게 간 거다.

 

그렇다. 언제나 발라드 트랙과 함께 하는 갤럭시였다. 하지만 이번 음반은 유독 정서를 자극하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그러고 보니, ‘조금 달려주는 곡들은 뒤로 빠진 편이다. 의도된 건가?

박: 트랙 순서를 성문 형이 정해줬다.

이: 곡을 어떻게 배열할지 잘 모르겠더라.

이성훈: 여론 조사를 해서 앞쪽에 반응 좋은 곡들을 넣었다. 아무래도 뒷부분보다는 앞부분을 많이 들으니까.

박: 우리는 녹음한 순서대로 가고 싶었는데, 성문 형이 “그건 아니다”라고 했다(웃음).

 

galaxyexpress2

 

본인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번 음반은 귀에 잘 들리는 음반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이: 그렇게 보면 된다.

박: 그전까지는 뭔가에 휩쓸려서 작업한 게 많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음반’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믹싱과 마스터링은 영국 엔지니어들이 했다. 그분들과는 어떻게 연이 닿게 되었나.

이: ‘상상마당’ 춘천 녹음실이 생겼는데, 그곳에서 “한국 아티스트와 외국 엔지니어가 함께 작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운 좋게도 그 첫 밴드가 갤럭시였다. 엔지니어들의 프로필을 죽 늘어놓고 누구랑 할 건지 고르라고 했는데, “다 유명한 사람들인데, 잘하겠지 뭘”하면서 사람 좋게 생긴 얼굴을 골랐다(웃음). 그게 Adrian Hall이다. 착해 보이고 성격 좋을 것 같아서(웃음).

 

막상 만나보니 어땠나?

김: 만나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한국 스튜디오에서는 드럼 튜닝을 ‘한 음’이 잘 나오도록 완벽하게 한다. 그런데 Adrian은 두 가지 소리가 동시에 들리도록 튜닝을 하더라. 마인드도 오픈되어 있다. 먼저 우리 의견을 다 들은 뒤, “좋아, 그런데 내 생각은 이래”라고 자기 견해를 내놓는 사람이었다. 그런 게 좋았다.

이: Britney Spears 작업한 분이라 “락은 잘 모르나?” 의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1990년대 얼터너티브락부터 락을 다 꿰고 있더라. 우리 녹음할 때도 “이 곡은 그런지 스타일, 저 곡은 얼터너티브 스타일이네”, 이렇게 평을 해줄 정도였으니.

김: 그 분 어머니가 동양계라고 한다. 그래서 왠지는 모르지만 더 편했다. 녹음 시간도 다 스케줄대로 정해져있던 건데, 시간이 초과되더라도 알아서 다 해주더라.

박: 무엇보다 사운드를 잘 잡더라. 아, 영국 사람들이 락큰롤을 잘하는구나(웃음)!!! 작업한 걸 우리한테 들려주면서 “어떠냐?”라고 묻는데, 좋지 뭘. 더 이상 요구할 게 없는 거였지.

김: 이거 믹싱/마스터링 안 해도 되겠는데 싶었다. 훌륭했다.

박: 이렇게 해주세요/저렇게 해주세요, 그런 말이 필요가 없더라. 밴드 사운드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었다.

이: 취향이 비슷했던 것 같다. 우리가 락음악을 보는 시각과 흡사한 견해를 가지고 있더라. 전작들을 작업할 때는 “이 부분 날카롭게 좀 해줘”,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했는데, 이번엔 그런 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가사 측면으로도 주목할 만한 전환이 있다. “다시 상처를 입고 변해가면서도 내가 여기 있다고 나는 살아 있다고 지금 이 순간을 느끼고 있다고는 데서 알 수 있듯, 노랫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로부터 내가 추리하는 이번 음반의 키워드는 성장/성숙이다. 본인들이 볼 때는 어떤가?

이: 진짜로 그랬다. 음반 준비하면서 거의 1년 가까이 가사를 썼다. 그런 와중에 뭘 미리 정해두고 한 게 아니어서 가사는 들쑥날쑥 계속 바뀌었다. 그랬는데, 다 마치고 보니 뭔가 통일된 감이 있더라. 이래저래 춤추긴 했어도 일관성이 부여된 건, 내가 힘든 시기를 살았기 때문이었을 거다. 가사쓰기에 대해 고민해본적은 없지만 (은연중엔) 고민을 하고 있던 거지.

박: 솔직하게 담으려고 했다. 8년 동안 밴들르 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지금까지 달려온 길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성장했다”고 느꼈다면 아마 그것 때문일 것이다.

이: 이 곡, ‘순간을 위해’는 하루 만에 가사가 나온 곡이다. 일어나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써 내려갔다. 다른 곡들은 고심해서 다듬고 했는데, 이 곡은 초안대로 (약간만 손질해서) 올렸다.

 

시간’, ‘바람같은 단어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그런 것도 뒤를 돌아보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만 같다.

박: 그 당시의 우리 정황이 그래서 그런 단어들이 들어간 걸지도 모르겠다.

이: 세월호 침몰을 TV로 봤는데, “야, 난 아무 것도 아니네”였다. 그런 충격적인 사건을 보니, 방방 뛰는 음악이 나올 수가 없었다.

박: 3집 때도 ‘순간’이라는 단어는 많이 나왔다. 그게 이번 음반까지 연장된 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론 시간을 간다가 가장 좋다. 심플한 곡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트랙이다. 본인들에겐 어떤 곡인가?

김: 나 역시 첫 청취에서 제일 와 닿았던 트랙이었다. 이 밴드의 일원이 아니라고 가정하고 들어도 많은 생각이 들게 되는 곡이다. 지난날이 떠오르고, 앞으로 다가올 날도 예상해보게 되고 이래저래 복잡한 심경에 빠지게 되는 트랙이기도 하다.

이: 연주 측면에서도 좋은 곡이었다고 본다. 마지막 솔로 파트도 그렇고.

박: 막 친 거다. “아!!! 이거야!!!” 그러면서(웃음).

이: 아침에 스튜디오에 가서 드럼부터 죽 녹음을 하는데, 그날 녹음실 나오면서 들어보는데 “아, 괜찮은 거 나왔다” 싶은 곡이었다.

김: 우리 이야기이자 그 누구의 이야기도 될 수 있는 곡이어서 더 짠한 곡 같다.

 

불 타 올라1990년대 미국 얼터너티브락을 듣는 듯한 사운드가 일품이다. 공격적이면서도 스트레이트하다. 그리고 한 방이 있다.

박: 리프는 몇 년 전 연습하면서 나왔던 거다. 그런데 써먹질 못했지. 그렇게 활용되지 못했던 곡이 꽤 있는데 이 곡도 그런 운명을 가진 트랙이다. 한번 살려 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번 기회에 넣게 된 곡이다.

이: 아까도 말했지만 그 데모대로 간 건 아니다. 스튜디오 가서는 뭐가 나올지 우리도 모르는 상태였으니까. 작업하는 날 새 곡이 탄생한 거지. 리프만 있었을 뿐 나머지는 다 바뀐 거다.

 

허공속으로엔 드럼 솔로가 등장한다. 이런 거 메탈 밴드들이 공연 때 클리셰처럼 하는 건데, 구리게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나?

김: 하기 싫었는데, 하라고 해서 그 자리에서 “예라 모르겠다”하고 대충 친 곡이다(웃음).

박: Adrian도 “그래 아주 1970년대로 가보자”, 그러더라. 이렇게 하는 사람이 없으니.

 

2단 양쪽 봉투형 디지팩

 

진심으로 노련한 분들과 작업한 듯 싶다.

박: 어떤 날은 녹음 안 하고, “썰이나 풀자”고 해서 대화만 한 날도 있다.

김: 성문 형도 참 대단한 게 우리의 불같은 성격을 다 맞춰주더라. 엇나가려고 하면 잡아주고, 삐딱하게 나가려고 하면 돌려놔 주고 그랬다. 언젠가는 “저 이렇게는 못하겠습니다”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노트(note)에 말리지 말고, 너 좋을 대로 플레이하라”고 독려를 했다. 그리고 최대한 우리 입장에 서서, 더 좋은 사운드가 나올 수 있는 쪽으로 의견을 주셨다. “이 노래는 John Bonham 느낌이 나니 그를 생각하면서 쳐 볼래?”라는 식이었던 거지.

이: 프로듀싱을 하기 전에 성문 형이 “어떤 음반을 만들고 싶으냐?”고 묻기에, “좋은 음반이요”했다. 그랬더니 형이 “좋은 게 뭐냐?”고 되묻더라(웃음). 형은 “너희가 라이브 때랑은 다르게 스튜디오에 들어오면 힘이 팍 들어가서 뭔가 어색하게 된다”고 하더라. 긴장했다는 말이지.

김: 음반녹음하면서 Metallica 사운드를 뜯어서 분석해 봤는데, 어릴 때는 그게 그저 “하드한 음악”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분해해보니까 그게 아니었다. 부분으로 있을 때는 그렇고 그랬던 사운드가 모이니까 웅장하고 거대한 음으로 재창조되는데, 그 규모가 장난이 아니더라. 그런 걸 알게 된 거다. 전에는 드럼/베이스/기타를 녹음하면서 소리를 듣다가 습관적으로 “볼륨 더 키워주세요” 그랬는데, 알고 보니 그게 셋이 플레이가 다 똑같아서 그랬던 거였다.

이: 세 명이 동시에 박수를 치면 똑같은 “짝”소리만 난다. 이번엔 박수를 치되, 셋 다 다른 박수를 친 거지. 그래서 더 입체적으로 들리는 사운드가 나오게 된 거고.

 

내가 언급한 곡 말고. 여기 실린 곡 중에 본인들이 중요하다고 보는 곡은 뭔가?

박: 나는 ‘Booster’.

김: 원래 기타 리프만 있었고 달리기만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리듬을 바꿨더니 굉장히 터프한 톤으로 나와서 깜짝 놀란 곡이다. 특히 베이스 드라이브 걸릴 때 그 느낌이 좋다. 멜로디가 이것저것 잡다하게 많았는데, 예전 색채가 안 나는 것 같아서 다 빼냈다. 실은 연주만 들어도 좋아서 연주곡으로 갈까 싶기도 했다.

이: 그 연주만 들었을 때도 좋았으니까 그랬던 거지.

 

밴드를 하는 재미를 재발견했나 보다.

이: 사전에 약속해서 “8비트로 팍팍 쳐봐!”, 이런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들 무게 잡지 않고 연주하면, 거기에 하나씩 얹어나가면 되는 거였거든.

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게 나왔다는 게 더 흥미로웠다. 각자 치고 싶은 걸 치고 그게 모여 이런 하모니가 나온다는 것 말이다.

 

출발점을 떠난 지 거의 10년이 되었다. 인터뷰를 통해 잠깐 되돌아보자. 자신들이 밟아온 길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나?

김: 중간은 생각이 잘 안 나고, 밴드를 시작했던 그 순간과 현재만 머리에 박힌다. 시작하던 시점에선 “틀리지 말아야지”, 이 말을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얼어 있었던 거지. 그런데 틀림없이 그때보단 많이 풀어졌다. “아무거나 쳐 보자. 상관없어. 괜찮아”, 이젠 이렇게 연주하니까.

박: 나 스스로 연주를 즐겨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런데 뭘 끝내면 다시 하고 싶은 게 생기고, 그걸 마무리 지으면 또 다른 뭔가가 튀어나온다. 그러니 매번 시작 같은 느낌이다.

이: 옛날에는 하고 싶은 바가 명확했다. 그러니 집착도 심했겠지? 그런데 이젠 뭘 해도 큰 관계가 없다. 그만큼 내 플레이에 대해 믿음이 생긴 거지. 내가 이렇게 좋은데, 남이 나쁠 리가 없는 거다. 이 음악이 “마스터피스”라는 자뻑이 아니라, 이렇게 연주하는 게 “그냥 내가 내 삶을 살고 있다”는 거지. 아니면 말고(웃음).

 

공연을 죽 봐왔지만, 갤익과 공연은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없다. 여전히 라이브가 즐겁나?

이: 그렇다.

박: 오히려 더 재밌어졌다. 여유도 생겼고.

이: 이제는 우리 마니아가 아니라, 일반적인 음악 팬이 우리 공연을 봐도 좋을 수도 있다. 우리 음악을 어머니한테 들려드리면(가족이니까), “야, 이 노래 같지도 않은 거. 이게 다 뭐냐(웃음)”고 그러셨는데, 그런데 이번 음반은 “좀 노래같이 느껴진다고 하시더라”.

박: 어제보다 오늘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멤버들 플레이를 보면 그런 게 보인다.

김: 나는 공연 마치면 헛구역질하고 그랬다(웃음). 빡세게만 치려고 했으니까 탈진하고 손목 아프고 그랬던 거지. 지금은 그런 게 없다.

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프닝 곡 하고 30분이 지나고 예열되어야 몸이 편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연 시작부터 엔딩까지 좋지 않은 순간이 없다.

김: 그 때문인지 요즘은 합주도 즐겁다.

이: 셋리스트도 다양해지고 다채로워졌다. 우리가 드러낼 수 있는 색깔이 더 많아진 거겠지.

박: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 밴드들이 그런 착각에 빠지기 쉽다. 자신들의 ‘틀’이 있다고 호언장담하게 되면, 그 이상의 사운드를 내놓지 못하는 거다. ‘음악의 기본’보다 ‘틀’에 더 사로잡히게 되는 거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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