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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From The Heart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한 복고

마치 1990년대로 돌아간 기분이다. 활동명을 따로 짓지 않고 본명으로 활동하는 것도 그렇고, 10곡이 담긴 정규 앨범의 구성도 그렇고, 한글이 빼곡하게 박힌 곡 제목도 그렇고, 피처링이 없는 것도 그렇다. 여기에 느린 템포의 팝을 부르는 그녀의 창법은 흑인 음악에 영향을 짙게 받았다기보단, 실용음악 학원의 노하우와 1990년대 한국 여성 보컬 스타일에 더 많이 영향을 받은 느낌도 난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한 이 앨범은 [슈퍼스타 K5]로 얼굴을 알린 뒤, 꾸준히 O.S.T와 싱글 작업물을 내놓으며 활동한 그녀의 첫 정규 앨범이다. 물론 그녀는 기사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기적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2015년의 마지막 날, 별다른 홍보 없이도 나온 ‘어땠을까’가 음원차트 정상을 거머쥐었으니까. 그러나 운도 실력이고, 음원을 언제 발표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도 실력이다. 상대적으로 대진이 약했던 시기에 기습적으로 공개한 그녀의 음악이 사랑받을 수 있던 건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평소보다 조금 더 길게, 그녀는 [From The Heart]에서 풀고 있다. 물론 ‘가끔 내가’, ‘그럴 리가’, ‘어땠을까’ 등이 이미 싱글로 발매됐던 터라 김이 조금 새긴 했지만, 앨범의 방향은 일관성 있게 뻗어 있다. 앞서 언급한, 마치 90년대 기획사의 힘이 크지 않은 곳에서 데뷔한 여가수의 앨범 구성 같은데,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거나, 10곡 안에서 잠시 휴식할만한 트랙의 배치 같은 게 없다. 마치 강이 보이는 라이브 클럽에서 가창력 괜찮은 여가수가 무대에 올라와 줄곧 노래를 부르고 내려가듯, 앨범을 통한 이야기보단 보컬리스트 김나영에만 집중한다.

더불어 김나영도 이 분위기에 맞춰 지르기 위해 노력한다. 이 가수의 발성과 창법이 어떤 것이고, 어떤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네 번째 트랙 ‘너를 만나기 전’을 들으며 이미 익숙해질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 트랙에도, 마지막 트랙이도 이 기조를 유지하니, 대중이 잠시나마 그녀를 지지하고 사랑했던 이유가 상당히 물리게 된다.

어떻게 보면 나름 정직함을 무기로 승부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화제도 되지 않았나. 다양하고 화려한 신인들 사이에서 수수한 그녀의 모습이 색다르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전을 앨범에서도 계속 유지한다면 곤란하다. 적어도 김나영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싶다면, 김나영이 가진 여러 표현법 중 몇 가지는 끄집어냈어야 할 것이다. 이 여성 보컬이 늘 이별하며 울고 쥐어짜는 역할만 할 줄 아는 건 아니니까.

(2.5 / 5)

 

About 이종민 (62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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