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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출: “멜로디를 강조한 음악보다는 소리로서의 음악을 더 연구해보고 싶다”





<Space Walk>을 발표한 음향전문가이자 작곡가인 김성출과의 인터뷰를 소개한다. 서강대 정문 위지안에서 시작되어 연남동 술집을 전전하며 이어진 인터뷰를 통해 음악을 통해 큰 그림을 그려나갈 그의 음악세계를 살짝 엿볼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을 그대로 전하기에는 사적인 얘기들이 많아 질문을 추리고 답변 또한 압축했음을 밝힌다.

2016년 6월 5일 : 현지운, 김성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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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밍업

현: 일단 좋은 본명 놔두고 완전히 다른 느낌의 이름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부터 말해보자. 대게 예명은 세련되게 짓는 경향이 있지 않나?

김: ‘성출’이란 이름은 친구들이 장난으로 촌스럽게 부르는 걸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친구들끼리 여자애들이 있으면 놀리느라 일부러 그렇게 부르곤 했었는데 나중에는 이름보다 더 부르기 편한, 별명 비슷한 게 됐다. 본명이 성환인데 그 이름이 너무 흔해서 차별성이 없어 보였고 그냥 그 이름이 좋았다.

현: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김: 고등학교 때부터 록 밴드를 했다. 워낙 록의 시대여서 헤비메탈을 들으면서 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대학교에서도 스쿨 밴드에 들어가 활동을 했고 군대에 가 있는 동안에 밴드의 후배가 새로운 밴드를 결성해서 제대한 후에 스카우트 당하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밴드들을 거쳤다.

현: 포지션과 레퍼토리는?

김: 보컬 이였고 하드코어 밴드였다. 데스나 블랙 쪽은 아니고 일종의 핌프 록이였는데 그렇다고 콘(Korn)이나 림프 비즈킷(Limp Bizkit), 린킨 파크(Linkin Park)처럼 힙합을 섞는다거나 대중적이거나 하진 않았다. 주로 그로울링만 주구장창 해댔던…

현: 직접 만든 게 아니고 보컬로 여러 밴드를 거쳤으면 그래도 포지션을 인정받은 걸로 보이는데?

김: 그때는 괜찮았었다. 고향에서 잘돼 서울로 올라온 케이스다. 앨범도 내고 컴필레이션 앨범에 참여도 하고 그랬다. 닥터코어 911같은 주류는 아니었지만.

현: 그럼 지금과 같은 스타일로 오게 된 것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김: 그 이후 나는 그 팀을 나오게 되었고 또 여러 팀을 전전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뭔가 먹고 살만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음향 쪽의 일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음악과도 그리 먼 것 같지 않았고. 그 일을 배우고 그 쪽 일을 하게 되면서 부터였던 것 같다. 처음에는 쌈지에서 한 3년 일했다. 그러면서 하드코어 쪽에 회의가 좀 들었다. 내 성향은 슬픔이나 우울 같은데 하드코어는 분노 쪽이었으니. 나이를 먹으니 어릴 때의 분노가 많이 해소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혼자 할 수 있는 음악을 찾다보니 일렉트로닉 쪽으로 가게 되었다.

현: 그래도 밴드는 계속 한 것 같은데?

김; 혼자 하다가 다시 또 일렉트로닉 밴드를 만들었다. 좋은 기획사도 있고 그랬는데 잘 안 됐다. 그러다 핼로우 잰에 들어가게 되었고 2집에 참여했다. 그런데 밴드를 계속 하다보니까 밴드에 대한 회의도 있었던 것 같다. 일단 조율하기가 너무 힘드니까. 그걸 끝으로 혼자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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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Walk

현: 만들어 놓은 곡이 많았을 것 같은데 선곡은 어떻게 했는지?

김: 다 찾아보니 14곡이였는데 그 중에서 8곡을 골랐다. 다 하면 지겨울 것 같았고 원래 목표가 40분이였다. 1시간 넘어가면 나도 지겨울 것 같더라. 요즘 음악팬들은 집중력이 짧은 것 같으니 굵고 짧게 끝내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현: 앨범 타이틀의 의미는?

김: ‘우주 유영’을 말하는 것이다. 앨범에 선곡된 곡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걸 찾다가 그렇게 됐다. 최근에 음악을 만들면서 지구에 사는 게 괴롭고 날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어서 거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특히 오랫동안 인간은 왜 폭력적일까란 고민을 너무 심각하게 했었고 인간은 다 없어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서울을 떠나 시골로 가야 할까란 생각도 하고. 근데 명상을 통해 어느 정도 세상을 메타적으로 보게 되었고 유연해지게 되었다. 마치 지구의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떠나 우주로 나온 느낌이랄까. 그 기분이 너무 좋았다. 괴롭히는 아이 없이 혼자만의 자유를 얻은 느낌. 그런데 좀 지나니 그렇게만 있는 게 공허하고 외롭고 그랬다. 또한 목표설정 없이 떠 있기만 하기는 어렵단 걸 느꼈다. 그래서 다시 또 우울해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배우는 건 다른 사람들의 좋지 않은 행동을 통해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배우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식의 배움은 그만하고 뭔가 지혜로운 사람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고 그 사람을 따라하면서 성장하고 싶었다. 그런 목표 설정을 하고 그쪽으로 가는 허우적거림을 ‘유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 컨셉트 앨범으로 만든 건가?

김: 그렇다고도 볼 수 있다. ‘우주로 나와서 뭔가를 보고 그 걸 향해 간다’는 스토리를 정해놓고 그 스토리에 맞춰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만든 곡들을 배치했다. 처음에는 각 곡에 대한 설명을 앨범 안에 넣으려고 했는데 촌스러울까봐 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넣을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나중에 페이스 북이나 그런 데 올리면 재밌지 않을까 싶다.

현: 인터뷰로 푸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첫 곡부터 시작해보자.

김: 처음에 앨범의 제목들은 다 한글이었다. 첫 곡은 ‘일상소곡집’이었는데 처음을 일상에서 시작한다는 의미로 넣었다. 뭔가 고민에 쌓여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서의 일상이 아니라 세상에 대해 아무런 생각 없이 있을 때를 표현한 것이다. 피아노 소곡집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짧은 피아노곡들을 여러 개 붙여 놓았다. 일상이 한 면만 있는 건 아니니까.

현: 그 다음 곡은 무슨 뜻인가?

김: 숟가락이란 뜻의 일본어다. 수카라라고 일본식 음식을 파는, 자주 가는 카페 이름이다. 별 일 없으면 항상 그 곳에 가서 작업을 한다.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고등어라고 그림 그리는 작가가 거기서 일을 했었는데 그 친구가 음악이 있는 전시회를 해보자고 해서 만들게 된 것이다. 전시회는 노동요를 시리즈로 하는 거였는데 첫 번째 타깃이 웨이트리스에 대한 거였다. 그 친구는 그림과 영상을 담당하고 난 카페와 주방에서 나는 소리들을 2달간 녹음해 만들었다. 피아노와 스트링 빼고는 다 거기서 난 소리다. 불협처럼 들릴 수도 있는데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다. 메인 멜로디를 감추고 싶어서 사이사이에 소리들을 껴 넣다보니 그렇게 됐다. 노동의 소외를 통해 갈등이 생긴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현: 3번은 재밌기도 하고 의외였다.

김: 고등어란 친구가 쓴 텍스트로 녹음한 것이다. 녹음도 그 친구의 작업실에서 했고. 말을 많이 하는 배우는 연극을 하는 친구를 섭외했다. 단원 미술관에서 세월호 관련 전시를 하는데 역시 음악과 관련된 걸 하고 싶어 해서 만들게 되었다. 보컬로 표현하는 것보다 뭔가 다른 것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런 라디오 드라마 형식을 통해 이야기가 주는 이미지들을 그려보고 싶었다. 중간에 나오는 일본어 소리는 점쟁이가 점을 보러 온 일본인에게 말하는 소리를 녹음한 것이다. 하지만 거의 알아들을 수 없도록 소리를 뭉갰다.

현: ‘Akashic Frequency’는 앨범에 ‘0001-noise’로 되어 있던데?

김: 세심하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은 탓이다. 원래 대충 제목을 그렇게 지어놨다가 나중에 바꿔야지 했는데 그냥 넘어가 버렸다. ‘0001-noise’가 원래 제목이다. ‘0001’은 디지털적인 신호의 느낌을 주는 거고 노이즈란 외계에서 나온 신호라는 의미로 지어놓았다. 제목을 ‘Akashic’이라고 한 건 우주 도서관이라고 불리는 영적 체험에서 가져온 것이다.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영적 체험 중의 하나 인데 나도 한 번 겪어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잘 모르고 있다가 피아니스트 이규상씨와 이야기하면서 명상을 오래 한 사람들은 한 번씩 갖다오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여기에서는 메시지의 흐름상 갈등과 상실에 이어 우주에서 나에게 밖으로 나오라는 신호로 사용했다.

현: ‘2015-12-25’는 제목이 상상을 자극한다. 가장 대중적인 것 같다. 타이틀 곡이기도 하고.

김: 특별히 뭔가 있어서 제목을 그렇게 지은 건 아니다.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냥 그날 만든 곡이라서 그렇게 지은 거다. 음악을 기계 찍듯이 찍어도 만들지 못할 정도로 아주 바쁠 때 의뢰가 들어와서 만든 건데 퇴짜를 맞은 곡이다. 다른 소스가 들어가지 않고 피아노랑 심장 소리만 들어갔다. 이상하게 심적으로 힘들었던 상황들이 이 곡을 들으면서 많이 해소되었다. 내가 만든 곡이지만 ‘되게 좋은데?’하면서 100번 이상 들었다. 그러면서 대중성을 싫어한다고 말하곤 하지만 결국엔 나도 어쩔 수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타이틀곡은 원래 안 정하려고 했는데 음원을 올리려면 억지로 하나 정해야 해서 그렇게 한 거다.

현: ‘Walking In The Rain’도 알려지면 많이 들을 것 같다.

김: 뒷부분의 3곡이 멜로디 라인이 강하게 있어서 그런 거 같다. 이 곡은 우주에 나왔더니 신경 써야 할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아주 편안해진 마음과 시간이 좀 지나니 쓸쓸해지는 느낌까지 넣은 것이다. <춤이 말하다>란 무용 공연에서 사용된 것으로 예효승씨가 이 곡에 맞춰 춤을 췄다.

현: ‘revoice’의 기타는 본인 연주인가?

김: 그렇다. 작곡 초창기에 녹음해 두었던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2012년쯤부터 음악보다는 소리에 관심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마침 남상원이라는 사운드 아트 하시는 분이 그분의 단독 전시에 참여하게 해 주셔서 만든 것이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공기 중으로 사라지니까 이걸 재활용 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면서 만들었다. 당시 공연에서는 공연 시작 30분 전에 녹음기를 들고 관객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가서 사람들의 말소리를 녹음해 공연 바로 직전에 편집해서 들려주고 그 말이 점점 뭉개지면서 이 곡으로 바뀌는 식으로 표현할 때 사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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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출의 음악 스타일

현: 뭔가 여러 가지 소리가 많이 들어가 있는데?

김: 직접 채취한 소리들이다. 샘플링은 한 군데도 없다. 녹음기를 들고 다녀서 주변의 소리들을 채취하는 편이다. 채취를 위해 먼 곳으로 출장을 가기도 한다.

현: 음악 그 자체보다는 그것으로 파생되는 혹은 다른 걸 끌고 들어오는 걸 더 좋아하는 느낌이다.

김: 음악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봤을 때, 지금까지는 악기를 이용한 것이 음악이고 그렇지 않은 나머지는 소리로만 생각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그 경계가 없어진 것 같다. ‘revoice’도 그렇고 말이나 목소리나 그냥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고막은 모든 걸 다 소리하는 거니까. 그렇게 확장이 되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아직까지는 일종의 실험이라고 볼 수도 있고.

현: 그럼 존 케이지(John Cage)가 만든 유산들을 좋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 좋아 한다기보다는 시야를 확장해 준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는 옛날 사람이 있었다니”하는 감탄. 그 지점이 생각의 전환을 갖게 해 준 계기가 된 것은 맞다.

현: 그렇게 강하게 몰아붙이면 완전 즉흥쪽으로 갈 것 같은데 결국엔 그런 걸 그리고 있는지?

김: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현재로서는 완전 즉흥은 좋아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관객들까지 실험의 대상으로 집어넣는 건 아닌 것 같다. 좀 재단이 필요하달까. 전체적인 시나리오는 갖고 가되 결론 정도만 내가 맺지 않는 정도.

현: 여러 말을 조합해보니 무용 쪽에 꽂혀 있는 것 같다.

김: 그렇다. 무용뿐 아니라 앞으로는 다원화된 공연을 하고 싶다. 과거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공연을 했는데 비록 융합이 아니라 나열식이었지만 상당히 재미있었다.

현; 공연 계획은 있나? 연주 위주의 공연이 되긴 힘들어 보이는데.

김: 앨범 발매 쇼케이스의 경우도 앨범 속의 곡을 똑같이 들려주는 게 무슨 의미 있는지 모르겠다. 일렉트로닉이라는 직접 연주를 하기보다는 컴퓨터가 하는 게 거의 다니까. 그래서 보통 형식의 라이브 보다는 완전히 다른 형식으로 풀고 싶은 생각이 있다. 음악 위주의 공연보다는 무용 등 여러 예술 형식들과 연계된 방식이 될 것이다.

현: 연애할 때 나온 음악들이 없는 것 같다.

김: 연애할 때도 음악이 나올 때도 있긴 한데 확실히 그렇게 잘 나오는 건 아닌 것 같다. 우울한 사람이여서 그런지 행복한 감정을 음악으로 만드는 건 별로고.

현: 장르가 일렉트로닉으로 되어 있던데?

김: 앰비언트로 넣고 싶었는데 디지털 음원을 분류하는 기준이 일렉트로닉으로 되어 있더라. 이해가 잘 안됐지만 아직 국내에 앰비언트 장르의 뮤지션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그런 거 같다.

현: 앨범으로 나오지는 않은 건가?

김: 아이돌 팬들 빼고는 요즘 앨범을 아무도 듣지 않아서 그냥 몇 장 찍어서 지인분들에게만 돌리고 있다.

현: 사용한 장비를 소개해 달라.

김: 맥북 프로로 작업하고 있고 시퀀서는 에이블톤 라이브로 했다. 따로 vst는 사용하지 않고 있지만 내장된 것은 이번 앨범에 잘 사용했다. 피아노는 미디로만 한 것이다. 사운드 카드가 없이 연주한 것들이 있는데 재밌는 경험이었다. 제 멋대로 찍히는 것들이 있어서. 그런 우연성을 좋아한다.

현: 마스터는?

김: 최종 2트랙으로 뽑아서 녹음실에 가져가서 작업했다. 아는 곳 이여서 전체 밸런스만 잡는 정도로 알아서 해달라고 했다.

현: 유통사는 어떻게 알게 되었나?

김: 먼데이 브런치라는 곳인데 CJ에서 음원 유통을 담당하는 친구가 친한 동생이라서 그 친구가 간단하게 매니지먼트를 해줬다.

다음 작품도 컨셉트 앨범인가?

김: 그렇다. 이미 다 정해져 있다. 음악을 만들고 난후 직접 연출을 통해 안무를 구현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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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카프카, 하루키 등의 말을 섞어서 표현하자면 어떤 한 길을 미련 없이 쭉 가지 못하고 항상 뒤돌아보고 가지 않은 길을 동경하며 힘껏 앞으로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달려 나가다가도 마치 새총처럼 다시 한계점을 이기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시간을 여러 번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무려 철학도이니 재밌는 걸, 행복한 걸 참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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