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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두: 나와 내 음악을 듣는 모든 당신들을 위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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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일. 서울로 KTX를 타고 올라온 김일두를 만났다. 인터뷰 이후 곧바로 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정말 성의껏 답변해 주었다. 홍대 저 외곽에 있는 카페에서 우리는 묻고 답했다. 사진은 그의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에서 제공했다. 아래는 2집 [달과 별의 영혼]으로 돌아온 뮤지션 김일두와의 담화다.

시작해볼까? 의도한 바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음반의 보컬은 김민기를 상당 부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아니, 전혀 그렇진 않았다. 내가 감히 그 목소리를 흉내 낼 수가 있는가? 그런데 그런 말을 접하게 될 때마다 뿌듯하긴 하다. 보통 뿌듯한 것도 아니고 많이. 김민기 선생님 하면 내 인생에서 굉장한 분인데. 그럴 수밖에 없지. 그냥, 내가 앨범 괜찮게 만들긴 했구나 그런 마음이다.

(김일두의 밴드) 지니어스 멤버인 Casey McKeever가 프로듀싱ㆍ녹음ㆍ믹싱을, Ron Davis가 마스터링을 맡았다.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부른 음반을 작업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나? 아무리 같은 팀 멤버라고 해도 어려움이 있었을 법한데.
Casey와 Ron은 (나와) 오랫동안 같이 생활을 했기 때문에, 내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 안다. 그리고 내가 가사가 이러저러한 내용이라고 미리 귀띔을 해준다. 짧은 영어로 이 곡은 이런 느낌이라고. 그런데 굳이 그런 잔소리 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해해주는 사람들이다.

그렇긴 해도 이 가사가 쉽지만은 안다. 은유도 많고.
그렇다. 쉽지 않은 가사다. 내가 설명할 수도 없을 만큼. 그래도 내게 그 친구들은 ‘내가 느낀 어떤 것’에 대해 파악이 가능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게 복 받은 거지. 앨범 작업을 하면서 그 친구들에게 김민기 선생님, Leonard Cohen, Johnny Cash의 동영상을 부지런히 보여주긴 했다. 그에 대해 그들과 지속적으로 토론을 했지. 그랬더니 이런 사운드를 갖게 된 거다. 사운드적인 면에서 보면 딱 내가 원했던 스타일로 나왔다. 노래야 모르겠지만.

확실히 음반 전반부의 가장 주목할 만한 곡은 ‘개미 모빌’이다. 특히 저 “당신들의 용감한 단죄가 못난 신과 나에 대한 월권”이라는 칼로 벨 듯한 가사. 이건 무엇에 대한 곡이고 이 가사는 어떤 의미를 품고 있나?
실은 개인적으로 ‘Old Train’을 밀고 싶었다. 그런데, 음반을 낸 후 레이블 대표님과 의논을 해봤는데, 사장님이 “일두 씨, 저는 이 곡이 귀에서 떠나지 않습니다”라고 하더라. 그런 건 내가 알 수 없는 감정이다. 좋은 거지. 해서 나도 “그러면 그렇게 합시다”라고 대답을 했다. 아, 본론으로 돌아가면 ‘개미 모빌’은 20대 때 써둔 곡이다. 가사는 잘못한 것에 대해 자꾸 뭐라뭐라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다. 그 실수에 대해 내가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점도 있는데. 자꾸 그러니까 피해의식도 생기더라. 그런 사람들에게 한바탕 욕을 해주고 싶었다. 그건 월권이라는 점에서. 그땐 나도 꼬여 있던 시기였고. 원래 1집에 들어갔어야 했다가 빠진 곡이다. 그땐 왠지 안 넣고 싶더라.

“차 밑에서 언제나 열애 중인 내 동생들 러블리 진들아”에서 ‘러블리 진’은 누구를 지칭하는 말인가?
써 있는대로 차 밑에 있던 고양이들을 가리킨다. 고양이들이 날 추우면 거기 많이 있는데, 그곳에서 운다. 집 앞에서 그야말로 밤만 되면 우는 녀석들이 있었다. 저놈아는 분명히 날도 춥고 하니까 사람 찾는 거다. 그렇게 쓰게 된 노래다.

1집에서도 노랫말은 코어적 요소였지만, 가사는 이번 음반에서 더 중요해진 것 같다. ‘직격탄’을 들여다볼까. “볕 쬐어 녹아 없어지는 녹아 없어지는 고드름 같은 삶/난 이미 어떤 식으로든/악만을 행하는 조작의 사신/음.. 이런 축복이 또 있을까/가장 저급한 테크닉에 놀아나는/나의 조동아리를 태우고/코를 박살 내겠음/비겁과 음침함,/그리고 초인적인 이기심으로/그저 그런 똥구녕에나 있을 법한 화평이나 핥고 끝나 버릴까?/음.. 이 따위 축복 또 있을까.. /낫으로 덫에 걸린 발목을 잘랐으며 다시 불을 켠다 다시 불을 켜 본다/본드나 성냥으로/충분히 황홀해지는 세상” 이건 하나의 시에 가깝다. 어떤 심정으로 이 가사를 썼나?
이 노래는 나에 대한 반성 같은 곡이다. 내겐 가사나 모든 것들이 나 개인을 위한 거니까. 반성해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성찰해보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 목표물이 ‘나’인 셈인 거지. 여기 나오는 ‘저급한 테크닉’ 이런 말들은 나를 향한 포탄들이다. 사람이 계속해서 진실되게 살 필요는 없다. 나도 그렇지 못한데, 어찌 ‘진실’에 대해 말하겠는가. 그걸 찾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런데… 최소한 ‘거짓말’ 따위를 하면서 살고 싶진 않았다. 말은 요렇게 해놓고 행동은 반대로 나오면 그건 ‘구라’아닌가. 그런 자기기만적 모습들을 나는 안다. 낯 뜨거울 만큼. 그런 감정을 만든 주체는 나지. 그러니 타격 대상도 ‘나’인거고.

후반부의 스크리모를 연상시키는 보컬이 대박이었다고 본다.
나 역시 그렇게 느낀다. 충동적인 발상으로 넣은 건데, 아, 답답하더라고. 이렇게 주절주절거리다 끝낼까… 다르게 할까… 에이, 답답하면 소리라도 지르자… 그래서 그걸 삽입하게 된 거다. Casey보고 “내가 소리 좀 지르자” 그러니까, 흔쾌히 “그래, 소리 질러라” 그러더라고. 그러면서 내게 소리 지르라고 마이크를 한 3개 갖다 주더라고. 마이크를 이런 저런 방향에 두고 빽빽 고함을 질렀지.

김일두의 노래를 발라드로 볼 수 있다면, 나는 ‘시인의 다리’가 그러한 곡이 아닐까 싶다. “사랑은 타살”이라는 문구. 이거 개인의 체험에서 비롯된 건가.
옳다. 그런데 나는 이게 꼭 개인의 체험이라고 보진 않는다.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인터뷰어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내 음악을 듣는 당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에. “코 작고, 코 크고… 입 작고, 입 큰” 사람들 전부를 향해서 던지는 노래라고 보면 된다. 누군가와 밥을 먹으면서 대화한 적이 있는데, “일두 씨, 나는 지금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겨요”라고 하더라. 그렇다. 그게 맞는 말이다. 욕정만을 채우려고 누군가를 만난다면, 둘 중 하나는 죽는 거다. 그런 게 타살이지.

작금의 제도화된 연애에 대한 일갈인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다. 사랑하자면 끝까지 사랑하자고 한 거지. 나도 사랑을 정확히 모르니. 성심성의껏 사랑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그런데 그렇게 안 된다면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해한다. 그것에 대한 단상을 담고 싶었다. 사랑하는 자들을 향한, 제대로 사랑해야 하는 모두를 향한 노래다. 이게 내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다.

그런데 ‘정신병’으로 넘어가면 또 종교적이고 구도적인 가사가 보인다. 무덤덤한 내레이션도 그걸 뒷받침하고 말이지.
이 곡은 사연을 담고 있다. 징하게 곡이 나오지 않아서 음을 대강 붙인 버전과, 내레이션 버전 두 개가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 에라 모르겠다, 두 개를 따로 불러서 합쳐 버렸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 톱니처럼 맞아 떨어지더라고. 아, 그렇게 하자는 의견은 Casey의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거다. 부산에 있던 어느 날, 비구니가 개를 한 마리 끌고 가는 걸 보게 되었다. 유엔묘지 앞이었는데, 목줄 찬 그놈아가 스님보다 오히려 더 많은 걸 알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했다. 그 상상에 퉁명스럽게 그런 노랫말을 붙인 거지. 거기까지가 내 역할이었고, 그에 대한 언어의 보따리는 이 노래를 듣는 분들이 생산해주면 된다. 고로 나는 개한테 책임을 전가한 자다(웃음). 우리가 모르는 것을 개들이 알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인간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고통스럽고, 헤어지는 것도 그렇고, 길게 만나면 죽는 것도 봐야 되고. 그런 복잡한 심정을 담고 살다가 죽는다. 그게 정신병이 아니면 뭘까. 난, 사람들이 이 노래에 호감 없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일단, 우리집 근처에 있는 찻집 누나는 좋아하더라(웃음).

사실 생각 없이 만든 곡이군.

별 생각 없이 했다. 유일하게 내가 곡을 쓰면서 민감해질 때는 곡을 다 쓰고 “이게 남의 것을 베꼈냐, 아니냐”에 대해 돌아볼 순간이다. 그 점에 대해서는 강박증이라고 할 만큼 자체검열을 심하게 한다. 내가 듣기에도 “야, 이건 심하게 베꼈다” 싶으면, 아예 그 곡을 빼버린다. 쪽팔리니까.

생각 없이 했다고 하지만 가사는 엄청 신경 쓰는 것 같은데.
팬들이 내 노래가 좋아서 듣겠나? 멜로디도 없는데. 듣는다면야 가사 때문에 듣겠지. 길고 어렵고. 그래서 팬들이 내 노래 따라 부르지 못하는 것도 좋고.

관객이 따라 부르면 더 좋은 거 아닌가?
그 긴 가사를 따라 부르는 걸 보면 그게 더 이상하다. 뭐… 그런 것도 좋다. 어떤 식이든, 어떤 반응이든. 욕을 해도 좋고. 너무 좋다는 건 가식 같지만. 그런 게 ‘덤’이다. 지금 인터뷰하는 것도 덤이고. 그런 덤이 있으니까 인생이 재미있어지는 거지.

‘물보라’는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짠하게 다가오는 곡이다.

이 곡의 1절은 20대 중반에 썼다. 오리지널은 ‘아버지’가 아니었고, ‘치매에 걸린 어머니’였다.
그렇게만 써 둔 곡인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작년 아버지가 파킨슨병으로 돌아가셨다. 그렇게 되고 나니 기분이 참 이상하더라. 어차피 다 벌어진 일이고, 돌아가셨으니까. 사람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태어나시면 돌아가시는 게 이치니까. 그렇지만 하나 넣고 싶었다. 단지 그 이유다. ‘추모’라기 보다는 내가 처한 ‘현실’에 대해 쓴 거다. 추모야 항상 마음속으로 하고 있으니까.

‘현실’이라는 게 영화의 장면처럼 압도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는 것 같다.
당연하다. 뮤지션 김일두에게 가장 비중 있는 건 현실이다. 현실은 압도적이라 어쩔 수 없는 때가 있다. 군대식으로 말하면, 즐길 수 밖에 없는 때가 오는데. 그러면 어떻게 하겠나. 즐겨야지.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현실은 즐기기에는 가혹한 면이 없지 않다. 아니 많다.
그렇다. 그런데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인복도 그렇고, 구직이 쉽지 않다가도, 행운처럼 갑자기 일자리가 들어오기도 했고. 음악도 그렇고. 그래서 어디서 푸념이나 늘어놓기엔 행복한 사람이지. 그러니 현실이 힘드니 마니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인물인거다.

‘바라던 바다’는 이/례/적/으/로 매우 착한 가사를 품은 곡이다. 가사를 ‘함께 썼다’고 적혀 있던데.
맞다. 10명이 넘는 분들과 공동으로 썼다. 우연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고, 내가 그 행사장에 계신 분들에게 한줄 씩 써 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모두 싣진 못했고 죄송하지만 내가 쓸 수 있는 것만 골라 내 것과 엮어 실었다. 어느 순간 물 흐르듯 노래 하나가 뚝딱 나와 버리더라고. 그래서 그런 가사가 되지 않았을까.

타인의 아이디어와 내 아이디어를 엮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하다. 그래서 안하려고. 이런 프로젝트도 하나로 족한 것 같다. 한번 해서 잘 나왔으면, 앞으론 내 것만 가지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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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부의 에이스가 ‘개미 모빌’이었다면, 후반부 에이스 중 하나는 ‘SBGR’이다. 이거 완전 뽕필 풀풀 나는 락커빌리 아닌가. 필경 Johnny Cash 형님의 영향일 것처럼 보인다.
늘 그렇듯 그러하다. Johnny Cash의 자장이지. 흉내를 내는 거다. 1집의 ‘Thanksgiving’처럼. Casey가 드럼을 쳤는데, 자세히 들어보면 사운드가 안 맞는다. 그런데 그게 좋더라고. 동네 친구들끼리 만나서 컨트리 흉내 내는 것 같았고. 2집에서 작정하고 쓴 노래 중 하나다. 라이브에선 못할지언정, 이런 노랜 꼭 만들어보자. 글이 기니까 외우기가 쉽지 않다(웃음). 안 외워지더라고. 그래… 그럼 외울 필요 있나(웃음).

“주님, 계시긴 한 거죠?”라고 쏘아대는 가사가 무척 흥미롭긴 한데, 일관성은 전혀 없다.
일관성 없다. 이건 오랜 시간에 걸쳐 경험했던 에피소드들을 조금씩 모아서 쓴 거다. 짬뽕인 거지. 단순하게 봐서 내 노래 중 하나는 머리 비우고 5분 정도 춤이나 추면 좋겠다 싶었다. 김일두 이 사람이 심각한 노래만 부르는 양반이 아니구나, 이런 걸 증명하고 싶기도 했고. 원래 이런 기획은 처음엔 밴드(지니어스)에서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솔로 때 해보니까 바랐던 대로 소리가 뽑혀 나오고, 주변에서 많이들 도와줘서 수월히 끝냈던 것 같다.

제목은 무슨 뜻인가.
그걸 말할 수는 없고(웃음). 딱 우리 또래(1978년생)가 알 수 있는 양아스러운 거다. 그건 곡 가사와 전혀 상관이 없다.

‘Old Train’은 애초부터 영어로 부를 작정이었는지? 발음 덕분에 더 이색적인 곡이 되었다.
맞다. 그런데 걱정되기도 했다. 빠른 곡이야 막 고함지르고 하면 어떻게 되긴 되는데, 이 곡은 슬로 템포라서 말이지. 발음도 나름대론 고민을 하긴 했는데, 단어가 워낙 쉽다보니 부를 때 큰 문제가 있진 않았다.

‘기차나 철도의 이미지’는 원래 미국 블루스맨들이 자주 쓰는 건데, 그걸 염두에 둔 건 아닐 것 같다.

아 그런가? 몰랐네. 나는 내가 본 것만 보니까.

그 다음에 나오는 ‘Drunk Old Train’은 술 한 잔 하고 부른 것일 테고.
빠질 수 없지. 저 형님(이날 인터뷰를 진행했던 홍대 카페 ‘한잔의 룰루랄라’ 사장님)과 한 잔 마신 상태로 부른 곡이다. 그러다가 형님 집에 가려고 하는데, 형님이 “나는 가게서 맥주 더 하고 갈 테니 넌 먼저 가 있어라. 발소리만 조용히 하면 된다. 밑에 어르신들 계시니까”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내가 기타를 쳐 버렸지. 그렇다고 크게 난장 까면서 한 건 아니고 조용히 불렀다. 귀를 기울이면 약간 눈치 보면서 부르는 티가 난다. 누군가는 듣다가 역겹다고 하더라(웃음). 너 노래 부르는 게 아주 대중을 의식한다고 말이지.

음반을 서너 번 들어보니 [달과 별의 영혼]은 [곱고 맑은 영혼]보다 더 낭만적인 톤을 갖게 된 것 같다. 나이 때문일까?
1집의 곡들은 30이 되기 전 완성해 놓았던 것들이고, 2집의 곡들은 작년 5월부터 쓰기 시작한 곡들이 상당수다. 그러니 이번 음반은 30대 중후반이 부르는 작품이라 할 수 있지.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 캐릭터가 노래에 묻어나는 거다. 시간 참 빠르다. 난 아직도 어린아이 같고, 힘든 일 생기면 울 것 같은데 서른여덟이 되었네. 힘들다고 바로 울 수는 없는 나이.

김일두의 음반을 들으며 항상 끄덕이는 지점이지만, 세상에 대한 분노와 증오, 애정과 관조가 한 앨범에 공존한다는 게 신기하다. 그걸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진 않지만.
난 변덕도 심하고, 빨리 좋아지고 빨리 싫어지는 사람이다. 중도를 가려고 노력하긴 하는데,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나서 그런가. 쉽사리 바뀌진 않는다. 왔다갔다가 심한 거지. 그래도 무던하게 가려고 애쓰고 있긴 하다.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운되고, 다운되고, 종국에는 위험해진다. 그렇게 되고 싶진 않다. 유쾌하게 긴 시간을 살고 싶거든. 그러니까 스스로 최면을 거는 거랑 비슷하다. 살아야 되니까. 살고 싶으니까.

가사 쓰느라 진짜 고생할 것 같은데, 메모를 해 두는 편인가?
예스. 메모를 해 두면서 그 중에서 가사가 될 만한 것들을 물색한다. 검토하고, 조합하고, 그러다 보면 노랫말이 된다. 가끔 ‘Old Train’ 같은 곡처럼 단번에 나오는 곡도 있다. 이 곡은 영어가사인데, 내겐 어쩌면 영어가 더 편할 수도 있다. 미국인이 아니니까 그런 것 같다. 우리말로 하는 가사는 내가 한국인이다 보니 돌려서 써야 하는 게 있으니까. 잘 에둘러서 말하기. 내가 그렇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30이 넘어서 두 영웅, Leonard Cohen/Johnny Cash와 본격 조우하게 되었다. 언급된 바대로 이 두 뮤지션의 음악이 현재 김일두 음악의 한 축이라는 점은 명백해 보이는데, 그 둘 말고 다시 꺼내 듣는 음악인이 있나?
있지. 말 그대로 우리 어릴 때 들었던 음악들. Smashing Pumpkins, Ramones… 그리고 Johnny Cash 때 다른 뮤지션들. 유튜브 들어가서 클릭질하는 거지. 아 최근에는 Seam(박수영이 있던 그 인디락 밴드)의 음악을 자꾸 듣는다. 20대 중반에 끼고 있던 음악인데, 어느 날 그들의 곡 ‘Aloha Spirit’을 틀었는데 못 듣겠더라. 그래서 끊었다. 그랬다가 얼마 전부터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다. 김민기 선생님 음악하고. 언급한 거 말고는 없다. 곧 여름이 되니 Johnny Cash만 들어야지, 주야장천.

Johnny Cash의 어떤 면이 그리 매력적이었나?

목소리 좋고. 삶도 멋지고. 제스처도 근엄하고. 그러다가 한 번식 돌발행동 하는 것도 끝내주고. 락큰롤러답게 감옥에도 가고, 거기서 라이브도 하고. 이건 안 좋아할 수가 없는 거였지. 아, 하나 더. 자식도 많고(웃음). 어릴 때는 요절한 락스타가 좋았지만, 지금은 오래 살면서 자기 음악 죽 하는 사람에 더 끌린다. Leonard Cohen도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작년에도 끝장나는 음반 내고 그러지 않았나. 그런 사람들처럼 살고 싶다.

마지막이다. 김일두의 ‘영혼 시리즈’는 이어지는 건가?
아니다. 다음에는 다른 방향으로 가 보고 싶다. 영혼에선 손 털었으니, 이제 다른 쪽으로도 가 봐야지.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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