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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잠프로젝트: 클래식과 재즈 사이에서 팝 감수성을 탐색한다

 

이런 유의 듀오 음악에 대해 물렸는가? 혹은 편견을 갖고 있는가? 하지만, 그렇게 편히 말하는 사람들은 아직 꽃잠프로젝트의 음악을 제대로 들어보지 않은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짙은 클래식 향기를 기반으로 어쿠스틱 팝을 그 위에 살포시 얹어내는 이들의 음악은 편안하지만 은근한 깊이를 뽐낸다. 들을 음악이 넘치도록 쏟아진 11월, 플레이리스트에 이들의 음악 하나 추가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정규 1집 [Look Inside]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는 플럭서스 사무실에서 진행되었고, 임거정(여러 악기와 디렉팅)과 김이지(보컬)가 답변해주었다.

 

임거정은 이바디 멤버로 어느 정도 알려져 있지만 보컬리스트 이지는 약간 낯선 이름이다. 두분 모두 자기소개 부탁한다.

임거정: 꽃잠프로젝트의 디렉터를 맡고 있는 임거정이다.

이지: 꽃잠프로젝트에서 보컬을 담당하고 있고, 간혹 멜로디언을 연주하는 보컬 김이지다.

 

그럼 어떻게 팀을 이루게 되었나?

임거정: 플럭서스엔 연습생 개념이 없다. 그때 나는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이바디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보컬을 구하고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남자 보컬을 찾고 있을 때였다. 어떻게 하다가 내가 노래를 그냥 하기로 대표님과 합의가 된 상태였는데, 그 1주일 쯤 뒤에 대표님 이지라는 친구가 있으니 같이 해보라고 추천을 해 주셨다. 일단 이지와는 그렇게 만났다. 그런데, 나이 차이도 있었고, (거부감이 아니라) 좀 걱정이 되는 바가 있었다. 나는 음악적 성향을 떠나서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염려하면서 작업을 같이 해봤는데 의외로 잘 맞더라. 알고 보니 이 친구 부모님이 다 음악을 하는 분이었다. 그것도 전문적으로. 그 때문인지 내가 들어 왔던 내 동시대 음악들을 이 친구가 거짓 하나 없이 다 알고 있었던 거다. 깜짝 놀랐다.

그때부터 이지의 목소리 톤, 이해능력, 그런 것들이 굉장히 긍정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프로듀서로서 가능성을 높게 본 거다. 현재의 상태보다 지금 가지고 있는 이 소스들이 앞으로 어떻게 더 큰 가지를 칠지에 대해 점수를 주었다.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스타트했는데 느낌이 좋았다. 그러다 ‘Everyday’라는 곡이 OST에 들어갔는데 반응이 괜찮아서, “우리 EP 음반도 빨리 해 보자”고 된 거다. 원래는 트레이닝 기간을 좀 두고 싶었는데, 만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녹음에 들어갔고 EP를 발매하게 되었다.

 

부모님이 어떤 분야에서 음악을 하셨는지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한다.

이지: 어머니는 보컬과 피아노 연주를 하셨고, 아버지는 작사/작곡과 기타 세션을 하셨다. 현재 어머니는 보컬 트레이너 일을 하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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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의 직업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하다.

이지: 이제 다 큰 다음에 생각해보니, 정말 모든 걸 영향 받은 것 같다. 그런데 어렸을 때는 “영향을 받는다”고 느낄 새도 없었다. 이모, 삼촌, 어머니 친구분들, 주변의 모든 분이 다 음악을 하고 계셔서, “커서 음악을 해야지”, 이런 결심도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음악의 길로 흘러들어오게 되었다.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던 거다. 다행히 두분 모두 내가 음악하는 것에 대해 반대도 없으셨고 깊게 배려해주셨다. 그 점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꽃잠프로젝트라는 어감이 예쁘다. 어떻게 이런 이름을 지을 생각을 했나?

임거정: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녕바다의 나무로부터 선물 받은 이름이다. 그전까진 ‘꽃잠’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몰랐다. 나중에 이게 알고 보니 “깊이 든 잠”이라는 뜻이 있고, “신랑신부의 첫날밤”이라는 뜻도 있더라. 그때 당시에 그 뜻을 알고 난 후 “와, 섹시하다. 이런 부분도 있어야 한다”라고 느껴서 이걸 팀명으로 하게 되었다. 순우리말이라는 점 또한 매력적이었다. 한편으론 우리가 하는 프로젝트와 잘 어울리는 이름이기도 했고 말이다.

 

2014EP [Smile, Bump]로 데뷔했다. EP에선 모든 곡을 디렉터 임거정이 관할했는데, 이번 정규작에선 이지의 역할이 작사 부분에서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 지점에 있어선 협의를 한 건가?

임거정: ‘One Sunny Day(좋은 날)’이라는 웹드라마의 OST의 음악감독을 맡았었는데, 운이 좋게도 (내 고집도 있었고) 이지가 그 노래들을 다 부르게 되었다. 그 기회에 “이지를 더 알려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서, 내가 오히려 이지한테 부탁을 했고 허락을 받았다. 꽃잠프로젝트라는 팀이 내 머리에서 나온 생각들을 바탕으로 스케치한 팀은 맞지만, 이지에게도 어느 정도의 역할을 주고 싶었다. 작곡이나 프로듀스는 모르겠지만, 작사까지는 다른 멤버가 같이 만져주는 게 좋다고 봤기 때문이다. 음… 같이 해 보니까, 내가 알지 못했던 언어적 지식을 배우는 것도 있고, 좋다. 서로가 서로의 욕심을 채워주는 거지. 이지도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것이고, 본인이 재미없어 한다면 작업 자체가 고역일 거다.

사람이 귀에 들리는 물리적 음질을 만들 때 작곡, 작사, 편곡이라는 세 성분이 들어가지 않나? 작곡할 때는 그 모든 게 함께 섞인다. 내가 그걸 다 끝내고 이지에게 가져가는 곡도 있지만, 그 안에서 이지의 발음이나 관련 사항들을 다 체크해 본 후 고민하는 곡도 있는 거다. 이를테면 가사가 ‘까’로 끝나는 것과 ‘다’로 끝나는 건 현격한 차이다. 의문형이나 평서형이냐도 마찬가지고.

실은 이지는 중고등학교 때 중국에서 영어로 교육을 받아서, 영어나 중국어가 더 편한 친구다. 그래서 처음엔 언어적 측면에서 문제점이 노출된 적이 있었다. 발음도 지적을 많이 받았고, 그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거다. 의료적으로 교정해 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이 친구가 노력으로 극복하고 싶다고 해서 내버려 두었다. 지금 서서히 배워나가는 중인데, 발전 속도가 나쁘지 않다.

 

거정 씨는 언급된 것처럼 좋은 날의 음악감독을 담당했는데, 아티스트가 스코어가 아닌 노래들로 한 음반을 다 채운다는 게 이례적인 거 아닌가?

임거정: 그분도 우리와 같은 콘텐츠 생산자다. 그런데 생산자라면 항상 뭔가 새로운 걸 찾지 않나. 작업 들어가기 전 감독님이 “전에 작업했던 분들도 좋은 분들이었지만 이번 작업을 계기로 미지의 땅을 밟아보고 싶다”는 뉘앙스의 말씀을 하셨다. 그런데 이지의 목소리를 듣더니 굉장히 좋게 평가해 주시더라. 그래서 같이 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첫 곡 ‘Mr. McClain’의 저릿한 가사와 스산한 느낌이 좋다. 소재는 어떻게 얻었나?

임거정: 하하. 우리가 미소를 짓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정한 타이틀이 바로 이 곡이었거든. 다 만들고 나서 “이지야, 타이틀은 이 곡인 것 같아”라고 정리해 놓았는데, 아무래도 대중들의 평균적 취향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곡이어서 ‘Home’으로 바꾸게 된 거다.

 

이 곡은 어느 화가의 이야기를 담아낸 것 같은데, 본인의 경험담인가?

임거정: 맞다. 순수미술을 전공했는데, 다니던 중학교가 근처인 관계로 대학로를 자주 오가곤 했다. 그곳엔 그림 그리는 분들이 많다. 유심히 보던 분이 있었는데, 그분이 그리던 주변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아이들도 있었고, 비둘기도 있었고, 담벼락도 있었다. 나는 그걸 보곤 속으로 “아저씨, 저 장면들 좀 빨리 잡아내지. 저거 얼른 그리지”라고 생각하곤 했다. 그분에게 무언의 요구를 한 거다. 그때 그 느낌을 떠올리며 가사를 붙여 보았다.

 

타이틀곡은 ‘Home’으로 바뀌었다. 전원생활의 아늑함을 그려낸 이 곡의 ‘Home’이 뮤직비디오를 보니 따뜻해지면서도, 꽤나 고생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지는 어딘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임거정: 강원도 양양이다. 처음 알았는데,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서핑을 하더라. 제주도를 빼면 한국에서 인상 깊게 치는 파도를 본 기억이 없는데(웃음), 그날 굉장히 멋지더라.

이지: 감독님이 첫 뮤직비디오 미팅을 할 때 ‘리틀 포레스트’라는 일본 영화를 레퍼런스로 언급하신 적이 있다. 젊은 여자 주인공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요리를 한다는 따뜻한 감성의 영화다. 그 영화를 거론하시면서 “영화적인 느낌으로 가자. 하나 둘 씩 돌아올 가족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콘셉트로 가면 더 좋겠다”, 라고 하셨다. 우리도 너무 좋아서 찬성했는데, 당초 연기를 해줄 분은 따로 있었다. 그런데, 거정 오빠도 그렇고 매니저님도 그렇고 자꾸 내가 연기하라고 몰아가더라(웃음). 그 말을 들은 감독님이 “좋다. 그렇게 하자”고 하셔서 우연치 않게 내가 연기를 하게 된 거다. 특별히 주문하신 바는 없었고 “누워 있거나 요리를 하고 있으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언제 찍는지도 모르게 찍어가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정말 그대로 되었다.

임거정: 이렇게 참견 하나도 안 하고 무사히 뮤직비디오가 마무리된 건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분과 작업하고 싶다. 음악도 잘 이해하고 계실뿐더러, 이렇게 최소한의 스트레스로 최선의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는 분이 또 있을까 싶다. 처음엔 노파심에 그분이 찍을 때마다 따라다니며 봤는데, 화면을 잡아내는 테크닉이 장난이 아니었다. 별다른 장비 없이 거의 모든 장면을 손에 든 카메라 하나로 찍는데, 어느 순간엔 가만히 구경하게 되더라. 어떻게든 자연적 미를 살려내려고 노력하는 분이었다. 우리가 타이틀곡 후보로 드린 게 이 곡을 포함해 2곡이었는데, 이미 ‘Home’이 타이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계셨다.

이지: 촬영을 자주 해보진 않았지만, “이런 표정을 지어주세요”라는 요구사항이 많거나 메이크업이 과도하면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그런데 이날 촬영 때는 감독님이 화장도 거의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그게 좋았고 편했다. 이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조명은 다 자연광이다. 인공조명은 한 대도 사용하시지 않더라. 다만 시간대를 정하고, 몇시 부터 몇 시까지는 어떤 장면을 찍고, 그 다음엔 이걸 찍고, 그런 동선만 정해 두었다. 나로서는 “언제 끝났지?” 싶을 정도로 놀면서 끝난 작업이었다.

 

아티스트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감독님이었군?

임거정: 그렇다. 언제 곁을 스쳤는지도 모를 만큼 자연스럽게 왔다 갔다 하시더라.

 

전에 발표했던 ‘Romantic Episode’, ‘Forest’ 같은 연주곡도 좋다. 이번 음반에 연주곡을 더 넣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임거정: 개인적으로 인스트루멘탈을 사랑하고, 연주자 경험이 있다 보니 그런 음악에 대한 욕심은 당연히 있다. 그런데 꽃잠에 내 욕심을 과도하게 넣으면 팀 색깔이 불분명해질 것 같았다. 아직도 나는 “꽃잠프로젝트가 이런 음악을 하는 팀이다”라고 말할 용기가 없다. 서로가 서로를 더 찾아가야 하는 측면도 있고, 합을 더 맞춰야 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지막에 연주곡(‘좋은날’)을 넣은 건, “꽃잠에는 이런 음악도 있다”는 뉘앙스를 살짝 풍기고 싶었던 거다. 사실 대책 없이 작곡한 곡이다. 어느 날, 녹음하려고 기타 들고 스튜디오에 가서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이런 코드 저런 코드를 짚고 있었다. 어떻게 어떻게 곡을 쓰고 거기에 현도 넣고 편곡을 해 보니까, 이번 음반에 넣어도 괜찮을 것 같더라. 그래서 수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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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시컬한 편곡을 쓰면서도 감정이 과하지 않은 게 강점이다. 임거정이 곡을 쓸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건 어떤 건가?

임거정: 우리가 조심스럽다고 하는 부분이 바로 그거다. 이지에게도 늘 이야기하지만, 이지야… 이건 네가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지: 작업할 때 내가 감정적으로 표현이 어색할 때가 있고 한데, 그때마다 오빠가 “절대 감정이 넘쳐선 안 돼, 과하지 않게 불러. 그렇다고 너무 뒤로 빼지 말고 최대한 덤덤하게”라고 가이드를 해주신다.

임거정: 그게 어렵다. 이게 도대체 뭐라는 걸까? 그 때문에 이지가 울기도 많이 울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걸 이지도 시간이 지나면 느끼리라 생각한다. “기능적으로 훈련을 많이 해라. 지금은 우리가 부족한 상태에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상황이기 때문에, 내가 너에게 일방적일 수 있다”고 조언을 주는데, 아무래도 이지의 마음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멘탈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뭐, 그런 것까지 다 뚫고 나아가서 결과를 얻어내는 게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이기도 한 거니까. 그런데 나부터 누구의 요구나 강요로 깨달았던 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내 의지로 선택해서 오류와 실수를 겪은 후 깨달았던 게 더 많았다.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지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던 거다.

 

주지하다시피 이 바닥에 어쿠스틱 듀오는 넘치듯 많다. 꽃잠프로젝트가 그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이유일까?

임거정: “우리 정체성에 대해서 아직은 답변하기 어렵다”는 아까의 답변과, 지금 질문에 대한 답은 다를 것 같다. 질문에 먼저 답하자면 “그런 부분에서라면 정체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게 뭐냐면 ‘클래식적 감성’이다. 우리가 가장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다. 재즈 역시 굉장히 사랑하고 있고. 꽃잠프로젝트는 이 두 선 안에서 팝을 결합하려고 노력하는 팀이다.

팝이란 하나의 우주다. 모든 장르가 다 그 단어 안으로 녹아들어가지 않나. 그런데 클래식을 보자면 그 안에 또 모든 게 들어가 있다. 화성학적으로 말이다. 동시에 클래식은 인간이 가장 오랫동안 만들어낸 감성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낡았지만, 그 감성을 좋아한다. ‘낡았다’는 말은 ‘따뜻하다’라는 말과 바꿔 써도 된다. 지금 이지가 표현하는 스킬을 봤을 때 가장 어울리는 장르는 팝이지만, “꽃잠이 어떤 점에서 돋보일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클래식’이라고 답하겠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서 성장했고, 어떤 팀들을 보면서 마음이 설렜나.

이지: 우리 음악과는 살짝 다른데, 초등학생 때부터 어머니가 들려주셨던 Eva Cassidy를 너무 좋아한다.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늘 품고 있다가, 어린 마음에 트렌드를 쫓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나, 심신이 지친 날 꺼내 듣는다. 그러면 정신이 확 든다. 나중에 꼭 그런 음악을 하고 싶다. John Mayer도 좋아한다.

임거정: 잘 생겨서 좋아한다(웃음).

이지: 그건 세 번째 이유다. 기타도 잘치고, 목소리도 멋져서 좋아한다. 최근엔 Melanie Martinez를 듣고 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톤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다.

임거정: 내 생명과도 같은 존재는 Ennio Morricone다. 100년에 한번 태어날까 한 분이다. ‘대가’라는 수식어는 너무 식상하므로 붙이지 않겠다. 자기 생각이 곧 트렌드가 되는 사람, 나는 그렇게 표현하고 싶다. 작품 활동이 예전처럼 왕성하지는 않지만, 어마어마한 것들이 있다. 어쩌면 뱀파이어가 아닐까? 불사의 뱀파이어처럼 오래 생존할 수 있는 그러한 음악들을 만들어내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더 대중적으로는 Sting이다. 그처럼 많은 장르에 도전한 사람이 있나 싶다. 가끔은 내 생각과 다른 음악을 한다 싶어 ‘배반했다’ 싶기도 했는데, 어떻게 보면, 아직도 뭔가를 찾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다. 2009년작 [If on a Winter’s Night…]에선 클래식적 요소를 담뿍 실어 보내기도 했고.

그리고 가장 최근으로 오자면(내겐 가장 최근이다), Coldplay를 꼽겠다. 팀의 보컬 Chris Martin 역시 100년에 한번 태어날까 한 사람이다. 책임 프로듀서가 따로 있다고 해도, 이 사람의 통제력과 작곡 능력이 없다면 이런 음악이 탄생할 수가 없다. 멜로디는 도리어 단순한 편인데, 그 단순함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게 더 대단하다. 그런 능력을 배우고 싶다. 나는 화성학적으로 겉멋이 든 사람인데, 이런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 재능이 부러워진다. 한때는 ‘뽕’을 하는 음악인들을 단편적인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무시하곤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또, 한국 음악은 언어적으로 굉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내가 드럼 세션을 했던 친구 중 (조)원선이 있는데, 그 친구 가사가 참 좋다. 장필순 누나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정말 베껴 쓰고 싶은 가사다. 이승환, 신승훈, 윤상, 유희열도 마찬가지다. 내가 세션을 했던 모든 아티스트로부터 다 배웠던 것 같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던 기간을 함께 해왔다. 그 동안 지켜본 서로의 장점은 뭔가?

이지: 내겐 모든 부분에서 꽃잠이 처음 시작한 활동이었다. 연습, 작업, 합주 전부. 일은 항상 어렵고 힘들고 두려웠는데, 옆에서 오빠가 그럴 땐 이렇게 컨트롤하면 된다고 조언을 꼭 해 주신다. 그런 점이 오빠의 장점이다. 초창기엔 “이걸 어떻게 넘어가나” 싶었는데, 요즘엔 이런저런 일을 다 겪다 보니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용기도 생기고 한다.

임거정: 꽃잠이라는 프로젝트는 내가 먼저 길을 가고, 이지가 조금 뒤에 걸어오는 느낌일 수 있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면 손에 뭘 들고 있다. 가만히 보면 내가 그냥 지나쳤던 어떤 것을 집어서 오는 거다. 어리다고 모르지도 않고, 음악하는 데 불리한 것도 아니다. 이 친구가 어려도 빨리 깨닫는 게 있다.

 

공연장에선 어떤 음악을 들려줄 계획인가?

임거정: 11월 28일 단독공연이다. 표현하고 싶은 거야 항상 ‘클래식’인데, 그 파트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연주자들을 찾고 있다.

이지: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찾아주신 팬들의 기대와 동떨어지지 않게 연주하고 싶다. 한편으론 볼거리가 없으면 지루할 수 있으니, 그런 것들도 안배해 두고 싶다. 음감회때는 관객 분들과 이벤트나 대화 없이 5곡으로 2시간 공연을 했는데, 아무래도 단독공연이다 보니 음악 외적으로 재미있는 요소들도 삽입되게 될 거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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