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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아만다 : 늘어진 듯하면서도 터질 것 같은 청춘의 감정을 노래하고 싶었다

한때 가장 세련된 느낌을 줬던 장르인 모던록이 더 이상 모던하게 들리지 않는 세상이다. 적당히 있어 보이면서도 감성적이고 팝적인 록을 들려주면, 비교적 안전하게 뮤지션 흉내를 낼 수 있는 장르가 모던록인 게 현실이니 말이다. 이제 “우리는 모던록을 들려주는 밴드입니다”라는 자기소개로는 아무런 주목을 받을 수 없다.

넌 아만다는 모던록을 들려주는 밴드이다. 무언가 새로운 모던록을 들려주는 밴드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점에서 넌 아만다를 언급하는 이유는 묘한 차별성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이를 먹었어도 자립하기 어려운 청춘들의 불안한 현실과 정서를 어루만졌던 밴드들은 많았다. 그러나 넌 아만다가 첫 EP [열대야]로 들려주는 음악은 이 같은 청춘의 현실과 정서 그 자체이다. 이는 말로 설명이 쉽지 않은 부분이다. 직접 앨범을 들어보라고 말할 수밖에.

음악이 반드시 현실에 대안을 제시할 필요는 없다. 그저 현실을 있는 그대로를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최근 한양대 근처의 한 고깃집에서 넌 아만다의 멤버 김석우와 오규를 만나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부족한 부분은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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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후 첫 EP 발매이다. 간단한 소감을 듣고 싶다.

김석우 : 모든 결과물들이 그렇겠지만 앨범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쉬움도 있고 기대감도 있다. 듣는 사람들의 반응을 접하는 것이 즐겁다.

임지훈 : 싱글을 냈을 때와는 반응이 전혀 달라 놀랐다. 생각보다 정신없지만 주변에서 대체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 신기하다.

오규 : 앨범 발매가 기쁘지만 미숙한 연주력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시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을 기회가 있다면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김민주 :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표한 앨범이다. 감격스럽다. 우리 어머니도 지인들에게 부지런히 CD를 돌리고 계신다.

지난해 두 장의 싱글로 먼저 대중 앞에 나섰지만, 멤버들의 모습이 아직 낯선 이들도 많을 것이다. 간단한 멤버 소개를 부탁드린다.

김석우 : 밴드에서 잡일을 담당하고 있다. 노래도 부르고 있다.

임지훈 : 현재 대학교 4학년생이다. 아르바이트와 학업에 치여 살고 있다. 시와 소설을 좋아한다.

오규 : 베이스를 치고 있다. 무직이다.

김민주 : 기타를 친다. 아직 대학에서 졸업을 못했다. 사실 평생 졸업을 하고 싶지 않다. 대학생이 최고다. 그래도 밴드에서 내가 제일 어리다는 것이 위안이 된다. 하하!

어떻게 밴드를 결성하게 됐나?

김석우 : 늘 밴드를 하고 싶었지만 실력에 자신이 없었다. 군 제대 후 실력 때문에 미루다가는 계속 밴드를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아는 사람 범위 내에서 멤버들을 모았다. 사실 모르는 사람들과 음악을 할 자신은 없었다. 네 명이 모여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임지훈 : 스쿨밴드를 했었지만, 본격적으로 밴드를 해봐야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제대 후 본격적으로 할 일을 모색하고 있었는데 석우가 같이 밴드를 하자고 제안해 놀랐다. 이후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밴드가 멋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밴드를 동경해서 시작하게 되는 사람들과는 정반대로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오규 : 20살 때부터 석우와 항상 밴드를 해보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처음에는 나조차도 반신반의했던 이야기인데 석우가 적극적으로 멤버를 모은 덕택에 정말로 밴드를 결성할 수 있게 됐다. 돌이켜보면 그 때의 대화가 실현됐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김민주 : 멤버들 모두 같은 단과대(한양대 인문대)에 같은 밴드 동아리 출신이고, 군대도 전부 공군으로 갔다 왔기 때문에 공통점이 많았다는 것도 밴드 결성의 이유일 것이다.


각자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됐는지 묻고 싶다.

김석우 : 음악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 혼자서 이를 시작하는 두려웠다.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밴드였다.

임지훈 : 중학교 시절에 만난 친구의 아버지가 밴드 딥 퍼플(Deep Purple)의 팬이었다. 그러다보니 친구는 일렉트릭 기타를, 나는 드럼을 연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카피 밴드로 음악을 시작ㅎㅆ다.

오규 : 중학생 때 누나가 불법 복제했던 너바나(Nirvana)의 [네버마인드(Nevermind)] 앨범을 듣고 충격을 받아 기타를 잡았다.

김민주 : 나는 20살이 돼서 처음 기타를 배웠다. 레슨도 받고 학교 동아리에서 활동도 하면서 지내다가 군대를 갔는데,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에 지인의 제안을 받아 지인이 활동하던 밴드에 합류하게 됐다. 그 밴드는 포스트 하드코어부터 트랜스코어, 젠트까지 이런저런 장르를 시도해보던 밴드였다. 지금은 사라진 밴드이지만, 그 밴드에서 활동했던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게 됐다.

밴드의 이름이 독특하다. 유래를 듣고 싶다.

김민주 : 우리 넷 중 아무도 그 의미를 모를 것이다.

오규 : 오래전 밴드와 관계없는 술자리에서 나온 농담에서 밴드의 이름을 따왔다. 개인적으로 어감이 마음에 든다.

김석우 : 그 농담은 설명하기도 어렵고, 힘들게 설명해도 재미가 없다. 그냥 따로 의미를 두지 않아줬으면 한다. 기의는 사라지고 기표만 남았다고 할까?

2691334_org[열대야] 라는 앨범의 타이틀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김석우 : 앨범에 있는 모든 곡의 정서를 어느 정도 포괄할 수 있는 곡이 ‘열대야’라고 생각했다.

오규 : 여름 음원차트를 씹어 먹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앨범 전반에서 느껴지는 정취는 그동안 한국 인디신을 풍미한 모던록 밴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다르게 들리는 부분이 있다면 불안함과 미숙함이다. 그러나 이 부분들이 완전한 아마추어처럼 들리진 않고, 오히려 묘한 감흥을 가져다준다. 어떤 밴드와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고, 또 어떤 음악을 들려주려고 했는가?

김석우 : 고등학교 1학년 때 밴드 음악을 처음 들었다. 밴드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늦은 편이라 유명한 록 밴드들의 음악을 얕고 넓게 들었다. 대학생 때는 브로콜리 너마저를 비롯한 우리나라 인디 밴드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가사나 곡에 대한 이미지는 범프 오브 치킨(Bump of Chicken), 스피츠(Spitz) 같은 일본 밴드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 요즘에는 포스트락 밴드들의 음악을 많이 찾아 듣고 있다. 사실 영향을 받은 밴드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다.

임지훈 : 한국 인디 음악 중 가사가 좋은 노래들을 주로 듣는 편이라 굉장히 많은 밴드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브로콜리 너마저, 아침,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 걸, 델리스파이스, 언니네 이발관 등. 특히 미선이의 1집을 많이 들었다.

오규 : 어렸을 때부터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li Peppers)나 너바나의 음악을 줄곧 들어왔고,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 같은 일본 밴드도 좋아했다. 하지만 영향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아직 정체성도 확립돼 있지 않은 느낌이다. 더 많이 듣고 만들고 싶다.

김민주 : 사실 모던록 계열의 음악을 딱히 좋아하지 않았다. 미스터빅(Mr. Big)과 익스트림(Extreme) 등 약간 올드한 느낌을 주는 록 제일 좋아한다. 비록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음악을 하고 있지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앨범 수록곡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싶다.

김석우 : 어릴 때가 좋았다는 말을 자주 해왔는데, 당시 내 일기장을 꺼내보면 힘든 이야기 밖에 없었다. ‘열여섯’은 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곡이다. 쓰고 싶었다. ‘고양이’는 내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고양이에 대입해서 쓴 곡이다. ‘너도 손에 닿는 건 모두 다 재미없고 반짝이는 건 저 먼 곳에 있니’라는 가사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곡이다.

임지훈 : ‘열여섯’은 무엇을 해도 무료했던 학생 시절을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약간 늘어진 듯하면서도 뭔가 터질 것 같은 감정이 속에 꾹 억눌려있는 느낌? 그러나 표현은 못하는. 그 상태처럼 들리길 바랐다. ‘밤걸음’은 지난해 싱글로 먼저 공개한 곡인데 친구들끼리 실없는 농담을 나누면서 밤길을 걷던 느낌을 담았다.

김민주 : ‘밤걸음’은 지난해 내 싱글 중 가장 반응이 좋았던 곡이라서 이번 EP에 다시 실었다. 기타 톤이 완전히 바뀌었고, 기타 솔로도 추가됐다. ‘서로의 서로’는 코드진행이 미스터빅의 ‘샤인(Shine)’과 똑같다. 꼭 이 노래를 들으면서 ‘샤인’을 불러보길 추천한다.

오규 : ‘열대야’는 넌 아만다의 노래 중 가장 감정표현이 솔직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곡 작업은 어떤 형식으로 이뤄졌는가?

김석우 : 내가 기본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가져가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편곡을 한다. 제대로 음악을 배운 적이 없어서 자주 작업이 막힌다. 곡 작업을 할 때마다 발전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김민주 : 석우가 대략적인 코드 진행, 가사, 멜로디 등을 가지고 오면 넷이서 잼을 하듯이 연주해보면서 편곡한다.

임지훈 : 특히 기타 솔로는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서 계속 연주하면서 조금씩 바뀌었다.

앨범에 실린 다섯 곡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김석우 : 우리는 아직 “이런 방향으로 가보자”는 이야기를 명확히 해본 적이 없다. 일단 지향점 없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음악을 묶어보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다음과 같다. “우리에게서 이러한 음악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임지훈 : 딱히 고정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싶다는 소망은 없었다. 다만 가사와 멜로디, 연주에 있어서 관통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그 부분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다만 그게 무엇인지는 말로 표현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이 앨범에 담긴 정서는 나르시스트 같은 우울감이면서,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우울감에 가깝겠다.

오규 :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곡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최대한 넌 아만다가 들려줄 수 있는 감성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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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대학 졸업생이거나 졸업을 앞두고 있지 않은가? 취업 대신 이렇게 과감하게 음악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인가?

임지훈 : 아직 과감히 뛰어들진 않았고 발만 담근 기분이다. 여전히 많이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의 안에서 가급적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중이다.

김민주 : 문과라서 취업 준비를 하나 안 하나 결국은 망할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망할 것이라면 하고 싶은 것을 해 보고 나서 망하고 싶었다.

김석우 : 아직 혼란스럽다. 물론 먹고 살 걱정도 되고, 하지만 취업한 친구들을 봐도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시대에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 같다. 다만 밴드는 지금 안 하면 평생 못할 것 같았다.

오규 : 도피다.

앨범의 크레디트에 따로 엔지니어들의 이름이 실려 있지 않아서 묻는다. 전반적으로 앨범의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이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는 수록곡들 전반에 스며있는 청춘의 불안함을 잘 표현하는 요소인 것 같다.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은 어떤 엔지니어를 통해 어떻게 이뤄졌는가?

김석우 : CD를 빼면 뒷면에 크레디트가 있다(웃음). 머쉬룸레코딩의 천학주 대표님이 모든 걸 도와줬다. ‘음악부’라는 이름의 작은 레이블을 함께 하시는데 우리가 거기에 소속돼 있다. 제일 감사를 드려야 할 분인데 감사하다고 하면 인사치레 하지 말라고 하신다.

오규 : 머쉬룸레코딩의 수석 엔지니어이자 ‘음악부’의 부장 천학주 님께서 녹음, 믹싱, 마스터링 모두 고생해주셨다. 녹음 과정에서 우리에게 채찍을 들어 바른 길로 인도해 주고, 믹싱과 마스터링 과정에서 우리의 모자란 실력에서 오는 불안함과 미숙함을 묘한 감흥과 아련한 분위기로 승화시켜 줬다. 넌 아만다를 해 오면서 가장 감사한 분이다. 오래사세요 학주형.

김민주 : 천학주 님께서 다 해주셨다. 주멘.

이번 앨범에서 가장 집중해 들어줬으면, 혹은 이 부분만큼은 놓치지 말아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가?

임지훈 : 가사를 들으면서 “왜?” 라고 느끼거나 공감을 해줬으면 한다.

오규 : ‘서로의 서로’의 벌스 부분. 가사에 집중해서 장면을 상상하면서 들어보면 더욱 좋다.

김민주 : ‘열대야’에서 인트로가 끝난 뒤 나오는 가사가 가장 좋다

김석우 : 다들 가사 이야기를 하는데 나 역시 모든 곡의 가사를 보면서 들어주면 좋겠다. 그리고 역시 이번 앨범에서 가장 고조되는 부분은 ‘열대야’의 기타 솔로가 아닌가 싶다.

공연 일정 및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묻고 싶다.

김석우 : 당장 다음 주 ‘헬로루키’ 경연이 있다. 우리 밴드 첫 경연이다. 그 이후로는 아직 확정된 계획은 없는데 공연이 들어오는 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넌 아만다는 인터뷰 이후 8월의 ‘헬로루키’ 와일드카드로 선정됐다)

앞으로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김석우 : 아직 야외무대에 한 번도 서보지 않았다. 우리 노래를 따라 불러주는 팬들이 있는 야외무대를 꿈꿔본다.

김민주 : 록페스티벌에 나가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다.

임지훈 : 어느 무대이든 공연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규 : 글래스톤베리.

About 정진영 (22 Articles)
소설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문화일보 기자

1 Comment on 넌 아만다 : 늘어진 듯하면서도 터질 것 같은 청춘의 감정을 노래하고 싶었다

  1. 1. 한때 가장 세련된 느낌을 줬던 장르인 모던록이 더 이상 모던하게 들리지 않는 세상이다.
    : 또 하나의 모던록 밴드를 새로이 포장하고 싶은 필자님의 노력이 떠오릅니다. 포장지는 포장이 필요할 때 쓰일텐데 어떤 쪽이셨을럱지…

    2. 베이스를 치고 있다. 무직이다.
    : 베이스를 친다는 것은 직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정의하고 계십니다. 내가 베이스로 몸담고 있는 이 밴드는 생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으며 나는 팀에서 베이스를 치는 것 이외에 다른 일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부탁받은 간단한 멤버 소개에도 베이스를 맡고 있다고 말하면 될 걸 굳이 무직이라고 붙였다. 고 연상이 될 수밖에 없는 말씀이십니다. 베이스님.

    사실적이어도 됩니다. 자존심 문제만 아니라면.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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