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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 왠지

과거를 추억하게 만드는 엑세서리 잔치

찰나에 여러 노래가 보인다. 도입부 베이스라인은 김선아의 ‘Give It Up’을, 그 뒤에 나오는 카메라 셔터 소리는 유승준의 ‘열정’ 방송용 리믹스 버전을 생각나게 한다. 다음에 흐르는 Flavor Flav의 “Yeah boy” 샘플은 워낙 흔한 소스이긴 하나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떠올리게 하며, 첫 두 마디 멜로디는 1990년대 인기 장르 뉴 잭 스윙을 추구한 이불의 ‘사고 치고 싶어’ 후렴 첫 부분과 조금 유사하게 들린다. 맨 처음 나오는 ‘Check this out’ 샘플링을 분절해서 내보낸 것은 파파야의 ‘내 얘길 들어 봐’ 도입부에서 했던 방식과 닮았다. 7인조 걸 그룹 다이아의 데뷔곡 ‘왠지’의 첫 10초에는 여러 노래의 그림자가 들어가 있다. 때문에 꽤 익숙하게 느껴진다.

노래에서 감지되는 일련의 성분들은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과거를 전시한다. 요즘 복고 유행의 반영이나 다름없다. 전주에서 하는 로킹 안무도 90년대 중후반 국내 댄싱 팀 ING가 나타냈던 스타일이다. 당시 가요 프로그램을 즐겨 봤던 음악팬들은 10초 동안 시간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이후로는 요즘 걸 그룹들의 노래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된다.

1절을 마치고 나면 타임머신은 다시 작동한다. 후렴 뒤 중독성을 내기 위해 스캣이 덧입혀진 간주에서는 언타이틀의 ‘날개’와 비슷한 톤의 신시사이저가 흘러 옛 생각을 나게 한다. 같이 깔리는 “Ah yeah” 음원으로 구성한 턴테이블 스크래칭은 솔리드의 ‘이젠 나를 (Give Me a Chance)’의 스크래칭 연주를 회고하도록 한다. 2절 뒤 랩 파트에 쓰인 James Brown의 ‘Get Up Offa That Thing’ 브라스 연주 샘플은 8, 90년대 힙합에서 많이 사용된 인기 아이템이었다. ‘이젠 나를’ 역시 이 샘플을 썼다. 다이아의 ‘왠지’는 옛 요소 천지다.

친근하지만 허무하다. 90년대 댄스음악, 힙합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샘플들과 요즘 걸 그룹의 밝은 기운, 다른 걸 그룹의 노래에서 들었던 것 같은 화성을 걸러 내면 이들만의 특징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보이지 않는다. 의상도, 안무도 차별화되지 않는다. 복고풍 항목은 잔뜩 들였는데 액세서리에 불과할 뿐이다. 복고가 콘셉트라면 곡과 패션, 안무를 훨씬 유기적으로 버무려야 할 것이다. 정규 앨범의 다른 수록곡들을 봐서는 그것이 지향이 아닌 것 같으니 조금 더 유니크한 모습을 갖출 필요가 있다.

About 한동윤 (27 Articles)
음악 듣고 글 쓰는 게 고역이라고 툴툴거리지만 하루 대부분을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는 데 보낸다. 로또를 사지 않으면서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꾼다. 라면을 먹을 때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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