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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선과 선원들: 음표 안에서 그림이 보이는 음악을 해 보고 싶었다

01. Danpyunsun and the Sailors profile_1500

 

여기저기 썼지만 [뿔]은 [동물]만큼 훌륭한 음반이다. 누군가는 더 뛰어난 음반으로 지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용돌이를 일으킬 듯한 1집의 광기는 살짝 벗겨졌지만, 그 빈 칸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들만의 팝을 채워 넣었다. 친숙하면서도 특이하고, 발칙하면서도 수더분한 그런 음악 말이다. 항상 작품이 끝나면 아쉬운 바가 생긴다. 상투적인 말을 빌리자면, 모든 작품은 그 순간만큼 최선을 다해 조리한 후 식도락가 앞에 던져진 음식물과도 같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꽤 잘 만든 음식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꽤 예전부터 이들의 행보를 주목해왔다. 어디로 가고 있을까? 다음 목적지는 어디인가? 그리고 그 다음엔, 뭐가 튀어나올 것인가? 다행히도, 그들은 항상 예측을 벗어나는 뭔가를 가지고 돌아왔다. 이런 밴드가 곁에 하나 있다는 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용인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였고, 단편선(보컬과 기타, 글로켄슈필), 장수현(바이올린), 최우영(일렉트릭 베이스), 장도혁(퍼커션), 강진원(매니저)이 답변했다.

 

2집의 타이틀은 [뿔]이다. 뿔은 가장 말초적인 부위이자 가장 약한 부위이고, 동시에 무기로 쓰이기도 한다. 어떤 의미를 담아내고자 했는가?

단편선: 데릭 저먼(Derek Jarman) 영화 중, ‘주빌리(희년)’라는 작품이 있다. 그 영화를 굉장히 좋아해서 우리 공연 제목으로도 쓰고 그랬을 정도다. ‘희년’은 유대교와 개신교에 다 걸쳐 있는 거라, 종교마다 조금씩 의미가 다르긴 하지만 본래의 의미는 ‘돌아오는 주기가 있고, 그 주기가 올 때마다 노예가 해방되고 땅이 원래의 주인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 ‘희년’을 선포할 때 쓰는 게 뿔이다. 고대엔 사람들에게 뭔가를 선포하고 알릴 때 뿔을 사용했다. 그런 뉘앙스를 담고자 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음반에 실린 곡 제목(‘뿔’)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동물]을 만들 때는 뭔가 견고하고 딱딱한 제목을 달고 싶었다. 뭔가 뉴트럴한 느낌을 주는 제목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더 선언적인 제목을 붙이고자 했다. ‘뿔’엔 어디론가 나아가는 느낌도 있고, 누군가를 공격하는 느낌도 있지 않나.

 

바이올리니스트의 교체가 먼저 눈에 띈다. 소리가 달라졌다. 권지영의 바이올린이 ‘케이오틱’하다면, 장수현의 바이올린은 ‘커버 범위가 넓고 다채롭다’는 느낌을 준다. 멤버들이 보기에 장수현의 강점은 뭔가?

단편선: 우선, 우리가 수현 씨를 왜 뽑아야 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지영 씨가 투어를 앞두고 급하게 팀을 나가게 됐다. 투어를 마친 후 1달간의 휴식시간이 있었고 도혁 씨는 독일로 가야 했다. 그가 이미 표를 끊어둔 상황이었고, 아, 빨리 후임 바이올리니스트를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급하게 모여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다가 수현 씨의 이름이 나오게 된 거다. 물론 예전부터 이분의 바이올린에 대해선 알고 있었다. 공연보고 굉장히 연주 잘 한다고도 생각하기도 했고. 그런데 마침 도혁 씨랑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옳다구나 하고 컨택을 했고, 수현 씨의 연주 동영상을 멤버들과 돌려 봤다. 그랬는데. 몇 초 보지도 않고, 우리 매니저가 “이분이야!” 이러는 게 아닌가. 음악은 너희가 판단하고 일단 “보기에 좋다”며(웃음).

강진원: 음악성이야 멤버들이 보면 되는 거였고, 나는 비주얼이나 카메라 돌아갈 때 모습만 유심히 봤다. 음. 자신의 장점이 잘 부각되는 연주였다. 그게 굉장히 직관적으로 들어오더라.

단편선: 그러니까 8월쯤에 첫 합주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 예상했던 바랑 달랐다.

 

뭐가 달랐나.

단편선: 지금까지 단편선이 해왔던 음악이랑 차별화된 음악이 나왔다는 거다. 순간 “어, 좋은데. 가능성 있겠는데?”라고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때 바로 만들어진 곡이 ‘연애’였다.  “그 위에 수현 씨의 유려하게 흐르는 바이올린이 얹히면 좋지 않을까?”란 아이디어가 나왔고, 수현 씨도 금방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그리곤 뚝딱 곡이 나왔다.

 

그럼 수현 씨에게 물어보고 싶다. 지금껏 계속 재즈를 해왔다. 마음 속 한 구석에 락에 대한 끓어오르는 불길이 있었나?

장수현: 그렇지는 않았다. 학교 다닐 때 몇 번 락 연주를 해보긴 했지만, 딱히 그런 열망을 품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락 공연이 재미있긴 하지만 나는 재즈를 하는 사람이고, 내가 연주하는 음악은 락 연주자들과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달랐으니까. 그런데 선원들 활동을 하면서 솔로 스타일이 바뀌었다. 나 자신도 놀랄 만큼 말이다. 친한 친구들이 “플레이가 더 과감해졌다”고 이야기해줄 정도다. 원래는 학구적인 연주 스타일을 추구했었는데, 지금은 “에라, 모르겠다”로 돌아선 거다.

 

이런저런 이유로, 1집보다는 많이 파퓰러해졌다. 일반 대중이 들었을 때 듣기 편한 곡들도 꽤 여럿이다. 그 변화는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단편선: 정말인가? 고맙다. 그런 변화는 의도되었다기보다는, 지금까지 들었던 음악이 자연스럽게 묻어난 결과물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음반 작업하면서 어릴 때 즐겨 들었던 음악을 복습처럼 찾아 들었다. [동물] 작업할 때는 프리 재즈나 핀트 나간 락 음악들을 일부러 들었었다. 그땐 “멋진 놈으로 보이고” 싶었다.  좀 간지나는 음악인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아니다. 삼바, 보사노바, MPB(브라질 대중음악) 등 월드뮤직 쪽을 챙겼다. 그 외에도 가요를 많이 들었다. 아이돌 팝도 적극적으로 파 들어갔다. 그런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기에 이런 색깔로 나올 수 있었다. 음… 그런데 내가 구상한 만큼 ‘충분히 파퓰러’하지는 못하다. 지금보다 더 ‘파퓰러’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고 보지만, 거기까지는 아직 내 역량이 미치지 못한 것 같다.

최우영: 녹음 환경의 변화가 컸다. 오디오가이와 작업하면서, “공간을 활용한 사운드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전엔 그렇지 않았냐하면 그건 아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울림이 좋은 환경에서 녹음할 수 있다는 건 획기적인 계기였다. 그 공간 덕택에 사운드 면에서 1집보다 더 웅장해진 면이 있다. ‘웅장함’이란 공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쉽게 구현될 수 없는 특성이다.

 

오디오가이는 클래식, 국악 녹음으로 유명한 곳이다. 어떻게 손을 잡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단편선: 일단 인디 레이블이 아니었기에, 계약을 맺은 측면이 컸다. 잘났다는 말은 아니지만 우린 꽤 오랫동안 DIY 방식으로 레코딩을 해왔고, 인디 레이블에 소속되어 활동을 해 봤다. 그 기간 동안 좋았던 것들도 많았지만, 언젠가부터 “밴드는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매니저를 고용해 같이 활동하게 된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그렇게 함께 일을 하다 보니, 굳이 인디 레이블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봤다. 그때 오디오가이와 해외 쪽 루트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는데, 그건 우리에겐 꽤 절실하고 중요한 지점이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음악이 한국에서 성공하기 쉬운 스타일 음악은 아니지 않나. 그런저런 이유로 시야를 더 넓히고 싶었는데 오디오가이 측에서 좋은 제안을 해 주셨다. 실은 녹음하면서 “오디오가이가 이 사운드를 잡아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 하기도 했다. 허나 결과만 말하자면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아주 멋진 사운드가 뽑혀 나왔다.

최우영: 반신반의했지만 오디오가이와 같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다. (오디오가이) 대표님을 처음 뵈었을 때 우리 이야기를 너무 잘 들어 주시더라. 음악인으로서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악계에 그렇게 오래 계셨던 분인데도 넓은 아량으로 배려해주셨고, 여러 가지를 이해해주셨다. 아, 그리고 하나 더. 특정 음악에 특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정말 잘 하는 사람은 뭐든 다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장수현: 개인적으로도 앞으로 오디오가이랑 작업을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단편선: 참고로 곧, 장수현과 원다희라는 재즈 듀오의 음반이 나온다. 으흐흐.

장수현: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레코딩이 아닌 믹싱 때 알았다. 이렇게 더블링 많고, 트랙 많고, 잡다한 것 많이 들어간 음악을 하나로 모은다는 건 능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나도 처음에 이걸 어떻게 해결하실지 궁금했을 정도니까. 그런데 와, 그림을 그리듯 깔끔하게 잘 만들어 내시더라.

단편선: 멤버들과 같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앞에선 믹싱을 하고, 우리는 뒤에서 그걸 죽 듣고 있었다. “이거 어때?”라고 물으면 “이런 것 같아요.”라고 의견을 낼 뿐, 시간은 참 더디게 흘렀다. 인고의 나날이었다.

 

10. album cover_2200

 

 

사운드에 대해 많이 묻는 이유가 있다. 이번 음반의 키워드가 ‘사운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집과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1집의 연장선상에 있는 트랙이라면 첫 곡 ‘발생’일 것이다.

단편선: 맞다. 그 곡은 2분이 채 안 되는 곡이다. 1집과 고스란히 작별하기는 싫었고 그 50분을 2분 동안 짧고 굵게 압축해 보고 싶었다. 그게 ‘발생’이다.

 

보컬은 상당히 ‘뽕’스럽다.

단편선: 그렇다. 박인수 선생님과 배호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그런 색채를 넣어보고 싶었다. 뭐, 그 분야의 본좌는 백현진 씨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리고 어제쯤’이 가장 좋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마다 선호하는 곡이 다르다. 그리고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음반이라는 생각이다.

단편선: 맞다. 다 다르다. 나는 그 노래가 가장 싫다. ‘낮’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젊은 층은 ‘연애’를 좋아하고, 힙스터들이 ‘불’을 좋아한다.

장수현: 그만큼 좋은 곡이 많다는 방증이다(웃음).

단편선: 인터뷰에서 왜 이래? 이상한 사람이야 정말(웃음).

 

‘이상한 목’은 새롭게 편곡되어 다시 실렸다.

단편선: 단편선과 선원들이 결성된 다음부터 계속 이 곡을 연주해보려고 했는데, 그때마다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게 2년 동안 실패하다가 결국 이번에 다시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솔로작에 실린 버전은 개인적으로 별로다. 노래가 구리다는 말이 아니라, 사운드적으로 완성되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보컬이 그때보다 많이 늘었다.

단편선: 으하하. 보컬 디렉팅을 받아서 그렇다.

강진원: 내가 보컬 디렉터 역할을 맡았다. 독방 같은 곳에서 편선 씨와 보름 동안 작업을 같이 했는데, 각자 음악을 들어보면서 그걸 다 갈아엎었다. 그 시간 동안 이런 저런 노래를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노래 부르다 “목이 좀 안 좋다”고 그러면 숙소 가서 몇 시간 자고 다시 나와서 9시간 풀로 녹음하고 그랬다. 목표는 굉장히 단순했다. 편선 씨가 발음이 좋지 않고, 혀가 약간 짧기 때문에 그걸 커버해야 했다. 그걸 본인도 알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도 보컬 뿐 만 아니라, 가사에서 음운을 배치하는 방법이나 기술적인 요소들을 많이 찾아 연구한다. 헌데 이번에는 아예 그런 요소를 처음부터 배제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보컬을 최대한 드라이하게 받아서 멤버들이 보내 연주 소스에 푹 잠길 수 있도록 하려고 노력했다.

단편선: 가장 어려운 부분은 감정 표현이었다. 저번 음반보다 감정이 디테일하게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강진원: 곡이 다양하다 보니 이걸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르고 멍하니 있던 때도 많았다.

단편선: 보컬 이야기 나와서 말이지만, 악기 녹음도 쉽지 않았다. 체력적으로도 그랬고, 감정적으로도 그랬다.

 

방금 편선 씨가 말한 ‘정서’가 이번 음반에선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조해 보이지만 정서가 중요한 음악이고, [뿔]은 전작과 달리 곡마다 정서가 분산되는 느낌이 있어 더 힘들었을 것이라 본다. 소설가든 화가든, 음악가든 작가라면, 정서를 자신의 작품에 불어 넣을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런 저런 음악을 들어보면 “잘 만든 것 같지만 정작 본인의 정서는 없는 음반”도 꽤 많다. 그걸 해내기 위해 뭔가 따로 노력하는 게 있나?

강진원: 나는 곡을 연주하고 그걸 관객에게 보여주면, 곡이 관객에게 스스로 갈 길을 제시한다고 생각한다. 곡이 제 혼자 말할 때가 있다. 그게 잘 되려면 앞으로 계속 관객과 만나고 대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단편선: 합주할 때 어떤 그림을 그려본다. 여기선 어떻게 높아져야 하고, 어떤 세션이 들어가야 하고 등등… 음악은 어차피 감상을 조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1집은 채도가 낮고 콘트라스트는 높은 그림이었다. 흑백 이미지에 가깝다. 지금 다시 들으면 좋지만 좀 퍽퍽한 느낌이 난다. 색채감이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당시에도 그걸 알고 있었지만, 그땐 우리가 그걸 알맞게 디자인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그런 점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뿔]은 좀 더 채도가 높은 음반이 되었으면 했다. 평상시 ‘좋은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론이 있다. 음반을 죽 들었을 때 “그 안에서 그림이 보이냐, 그렇지 않느냐”이다. [뿔]에선 알록달록한 문양이 많이 들어간 그림이 곳곳에서 튀어나오길 바랬다. 그게 가장 신경 썼던 지점이다. 오프닝 ‘발생’은 무채색이다. 그 다음 ‘뿔’부터 ‘그리고 언제쯤’까지가 노란색, 빨간색, 파란색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색깔이 나오는 구간이다. 그 부분에서 여러 가지 감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후 등장하는 ‘불’과 ‘이상한 목’이 엔딩과 에필로그에 해당한다.

 

1집을 들었을 때는 여러 가지 레퍼런스가 스쳐갔다. 1960~70년대 브리티시 포크, 아트락, 사이키델릭 밴드들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니아층이 사랑할 수 있는 음악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동시에 힙스터들도 밴드의 음악을 즐긴다. 엄밀히 따지자면, 이렇게 여러 세대가 좋아해주는 밴드가 사실 많지는 않다.

단편선: 음악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지점이다. 1집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그 레퍼런스들 의도적으로 다 가지고 와서 차용한 게 맞다. 연주를 하기 이전에 우리는 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그런 음악들을 가져와서 우리 식대로 풀어내 보고 싶었다. 이번 음반도 예외는 아니다. 유튜브를 미친 듯이 돌아다니다가 좋은 것이 있으면 뭐든 따온다. ‘모든 곳에’의 예만 들어도 초반부에 바이킹 메탈이나 켈틱 포크 같은 질감이 있다. 그거 그렇게 찾은 소스를 대입한 거다. 그러다가 갑자기 샤이니 풍의 질감도 나온다. 이런 곡을 만들어갈 때 중요한 건 ‘따오는 것’보다 그것들의 ‘조합’이다. 소스가 많아도 배합이 잘못되면 이상해지니까. 우리가 듣는 음악에는 ‘유산’이 있다. 그걸 무시하면 안 된다. 이번 M83 신보만 해도 과거의 유산들을 정말 잘 따다 쓴다. 하지만 그들의 음악은 세련됐다. 그게 그들이 ‘과거’를 대하는 방식이다. Pink Floyd는 무척 훌륭한 밴드이지만 세련되게 들리는 음악은 아니다. 그런 리듬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도리어 The Beatles 음악엔 지금 들어도 세련된 지점들이 관찰된다. 정리해보자. 자유분방하지만 과거의 유산에 젖줄을 댄 음악, 과거와 소통하지만 세련미를 놓치지 않는 음악. 우리가 지향하고 해 보고 싶은 음악이다.

 

장르를 나누기 어려운 음악이다. 아까 말한 브리티시 포크, 아트락은 물론, 팝, 월드뮤직, 사이키델릭이 뒤엉키고 혼재된 ‘당신들만의 음악’이다. 편선 씨는 개인적으로 힙스터 메탈 류도 즐겨 듣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선원들과 함께 더 추가해보고 싶은 음악적 성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단편선: 앞으로 D’angelo가 되고 싶다(웃음).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이건 멤버들과도 얘기해본 적 없는 건데, 지금까지 복잡한 음악은 충분히 해본 것 같다. 조금 더 심플한 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음반에 실린 곡 중에선 ‘연애’가 가장 심플하다고 할 수 있겠지.

장도혁: 편선 씨가 음악적 욕심이 많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꼭 우리 밴드와 함께 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솔로로 해낼 것 같다.

단편선: 아니, 나는 이 밴드 안에서 해보고 싶어.

강진원: 멤버들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은 걸 인터뷰 때 털어놓고 설명해주는 신기한 재주가 있다.

장수현: 나는 음악의 미니멀리즘과 페이스(pace)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단편선과 선원들의 음악은 그렇지는 않다. 나는 밴드 안에서 해보고 싶은 음악에 대해 잘 이야기하는 스타일인데, 그 때 의견이 일치했던 게 ‘미니멀리즘’이었다. 덜 복잡하지만 음악적으로 꽉 찬 음악.

단편선: 그 지점이 소울풀한 거다. 1집이 락, 2집이 팝이었으니 3집은 더 소울풀하게. 아니면, 다음엔 더 세련된 팝을 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기대해도 좋다. 자, K-Pop 한번 가 보자. 이제는 K-Pop이야.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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