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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거스: 음악을 많이 듣고 연주를 잘 하는 건 펑크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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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을 처음 들었을 때, “한국에서 간만에 나오는 또라이같은 펑크 팀”이라고 생각했다. Dead Kennedys, The Exploited, Napalm Death를 자유자재로 왕복하고 건너뛰는 이들의 질주는 시원시원했고, 조금 다듬는다면 굉장한 것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게 했다.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크라잉 넛 김인수의 프로듀스로 세상에 선을 보인 2집 [Jazz Master]는 패스트코어와 락큰롤이 어디서 어떻게 제대로, 또 흥미롭게 만날 수 있는지를 예증하는 증거로 남을 것이다. 인터뷰엔 이즈노(기타, 보컬), 노순규(기타, 보컬), 유새우(베이스, 보컬), 표돈(드럼), 김인수(프로듀서), 김성수(발리안트 대표)가 참여했다. 이즈노는 개인 사정으로 인터뷰 후반부에 도착했다.

 

러시아 락 페스티벌 브이록스(V-ROX)’ 무대로 첫 해외 공연을 했다. 그날 어땠나?

김성수: 원래부터 ‘브이록스’에 관심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그 사이트 어플리케이선 폼을 통해 하긴 했었는데 팀도 많고 해서 뽑힐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았었다. 그런데 ‘잔다리’쪽에서 어떻게 우리가 지원한다는 걸 알게 되어서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된 거다. 더 베거스의 첫 해외공연이 된 셈이었다. 운이 좋았다.

 

그럼 공연을 직접 한 밴드가 그 때 현장 스케치를 해주면 좋겠다.

유새우: 공연으로만 본다면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거의 모두가 외국인이었는데, 우리가 뭘 하든 다 좋아하더라. 한국에서 공연할 때랑은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표돈: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반응을 봤다. 그렇게 큰 무대, 더구나 해외 락페에 서다보니 준비도 열심히 하게 되었고 공연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 공연 마치고 관객분들이 와서 “사진 찍어 달라”고 그랬는데 그런 경험 자체가 얼떨떨하고 좋았다.

유새우: 아쉬웠던 건 말이 안 통하니까 리허설할 때 사운드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진 않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영어를 거의 못 하더라.

표돈: 우리도 못한다(웃음).

 

컨버스 러버 트랙스(Converse Rubber Tracks)’에도 선정되었다. 올해 경사가 이어지는 것 같다.

표돈: 그 발표결과는 9월에 나왔다. 아마 이 인터뷰가 공개될 즈음에는 해외에 있게 될 것 같다.

 

그러면 신보로 건너가 볼까? 1집은 19. 2집은 28. 러닝타임 40. 멋지다. 1집과 전반적으로 유사한 사운드지만 후반부 곡들은 약간 달라진 것 같기도 하다. 무엇에 초점을 두었나?

노순규: 일단 2년 만에 내는 신보라 그 동안 곡들이 쌓여 있던 상태였다. 그걸 “다 넣어보자”는 마음으로 만들다 보니 많은 곡들이 실리게 되었다. 또 장르적으로도 우리가 딱히 어떤 장르를 정해두고 하진 않다보니 펑크락에서 할 수 있는 이런저런 사운드가 다 담기게 된 거다.

 

2015년 가장 뜬금없는 제목이다. 펑크 음반에 재즈 마스터(Jazz Master)’라니.

노순규: 합주가 끝나고 앨범 타이틀을 정할 때가 왔다. 경기도 군포라는 동네가 있다. 그 동네 산에 있는 정자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친구들이 아무것도 생각해 온 게 없더라. 순간 ‘재즈 마스터’라는 말이 뇌리를 스쳐서 그렇게 짓게 되었다. 언젠가 Miles Davis에 대한 글을 읽었는데 거기에 “재즈 마스터”라는 말이 나와서 그게 그렇게 이어진 것 같기도 하고. 올해 재미있게 본 영화가 ‘위플래쉬’이기도 했으니(웃음).

표돈: 특별히 어떤 취지를 갖고 그렇게 정한 것은 아니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김인수에게 물어보자. 이 친구들 봤을 때 뭐가 마음에 들었나?

김인수: 최근 봤던 팀 중 가장 재미있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 같지만 또 멤버들 간의 합이 잘 맞는 것 같기도 하는 팀이었고, 무엇보다 내 취향이었다. 결성년도를 고려에 넣으면 이 친구들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나이 때에 이런 음악 한다는 친구들은 흔하지 않으니까. 바보 같은 거지(웃음).

 

팀의 라이브는 언제 봤나?

김인수: 페스티벌에서 이 친구들이 더 베거스인지도 모르고 음악을 스쳐 들었는데, 초기 The Replacements 스타일의 연주를 하고 있는 거다. “어라, 부산에 이런 놈들이 있네?” 싶었다. 부산 친구들은 거의 다 알고 있었는데, 이런 스타일의 음악은 처음 들어서 놀랐다. 지나가는 친구를 붙들고 “저 놈들 누구냐?”고 물었더니 자긴 모른다고 하더라. 그러다 다음에 어디서 봤는데, 친해지게 되었다. 하드코어펑크하는 팀은 많이 봤지만, 이렇게 내 취향에 맞는 펑크는 간만이었다. 최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프로듀서는 어떻게 맡게 되었나?

표돈: 내가 제의드렸다. 데드 버튼즈랑 친한데 인수 형님이 그 팀 프로듀싱을 해준다는 말을 듣고, 바로 연락을 드려 “우리도 해주실 수 있느냐”고 여쭤본 거다. 당시 멤버들 동의는 구하지 않은 채였다. 그런데 흔쾌히 “알겠다”고 하셔서, 그걸 이 친구들에게 그대로 말한 거다. 왜 그랬냐고 혼났다.

노순규: 그게 아니라, 실례할까봐 그랬지.

 

김성수 대표에게 묻겠다. 어떻게 이 친구들과 계약에 이르게 되었나?

김성수: 발리안트는 작년까지 레이블도 아니고 크루도 아니고 어중간한 위치에 있던 회사였다. 원래 대표를 맡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가 군입대를 하면서 내가 인수를 했고 이 친구들에 대한 본격적인 프로모션은 그때부터 시작을 했다. 아, 계약은 전 대표랑 이 친구들이 술을 마시다 (이)즈노가 취한 상태에서 같이 사진 한 장 찍은 게 있었는데, 그걸 트위터에 올려버려서 계약이 되게 된 거다(웃음).

표돈: 그걸 다음날 트위터에서 봤다. 이건 뭐지?

김성수: 나도 다음날 그걸 보고 흠칫 했다.

노순규: 고소를 준비중이다(웃음).

유새우: 즈노한테 뭐라고 막 했다. 왜 허락도 안 받고 마음대로 계약을 하느냐고.

김성수: 그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거다. 라이브를 보면 이 또래 중 가장 탄탄한 밴드다. 그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펑크 밴드는 연주를 못한다”는 거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연주력이 좋다. 스타일이 어수선한 것과 음악이 어수선한 건 다른 차원의 문제인데, 이 친구들 무대를 보면 난장판이지만 연주가 받쳐주니 보는 사람도 집중력이 생긴다.

노순규: 결성된지 3년 후에 밖으로 나온 거다. 현재도 잘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때는 정말 잘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기간 호흡을 맞추다 보니 그때보단 월등히 좋아졌다.

 

녹음과정에 대해 설명해 달라. 다 원테이크로 간 거 아닌가?

표돈: 전곡 원테이크다.

노순규: 1집 작업한 곳과 동일한 공간에서 했는데, 1집 녹음했을 때는 그 녹음실이 막 만들어졌을 때라 우리가 첫 손님이었는데, 2집 때는 없던 장비도 좀 생기고 시설이 보강되었다. 우리도 돈을 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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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기반 펑크 밴드다. 어떻게 만나서 결성에 이르게 되었나?

노순규: 2009년 고등학생 때 즈노에게 밴드를 같이 하자고 제안했던 게 발단이었다. 그때는 꼭 펑크 밴드를 하자는 건 아니었다. 계속 멤버들이 나가고 있던 때 전(前) 드러머에게 소개를 받아 베이시스트로 영입된 게 유새우다. 아마 2012년이었을 거다.

유새우: 그 드러머랑 나는 둘이 밴드를 하고 있었다. 그때 그 친구가 “이 팀 베이스가 공석이다. 너 할래?”, 그래서 덥석 하게 된 거다.

노순규: 이 친구 소문을 듣기로 폭주족 양아치라고 해서 꺼렸다(웃음). 지역 내 악명 높은 공고가 있는데, 그 친구들이 다 양아치라서 이 친구 소문을 들었을 때 “좀 무서울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또 만나 보니까 괜찮은 것 같고 베이스도 잘 쳐서(웃음). 합주 끝나고 “같이 해요”라고 운을 띄웠는데 10초 정도 망설이다가 “그러자”고 하더라.

 

아까 여담으로 나눈 담화지만 재미있어서 인터뷰에 실을까 한다. 노순규는 멤버들에게 왜 빠따를 쳤나?

표돈: 진짜로 친 건 아니고. 그런데 왜 쳤냐?

노순규: 야구 광팬이어서(웃음).

표돈: 순규가 LG광팬인데, 공연하기 전 핸드폰을 보면서 욕을 하거나 기분이 심각하게 안 좋을 때가 있다. 보나마나 발리고 있을 때다.

유새우: 연습도 잘 안하고 하니까 순규가 “빠따 맞을래 연습할래?”하면서 ‘리얼 배트’를 들고 온 거다.

표돈: 그날 내가 일하다 늦게 왔는데, 순규가 배트를 들고 있길래 나도 장난기가 발동해서 엎드렸다. 정장입고 다닐 때라 딱 붙는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이 놈이 풀 스윙을 하더라.

 

1집부터 Circle Jerks, Minor Threat, The Exploited, The Cramps 등등이 연상되었다. 어떤 밴드들을 듣고 자랐나.

표돈: CCM을 듣고 자랐다.

노순규: 멤버들마다 다른데, 이즈노는 그 밴드들로부터 세례 받은 게 맞다. 내게 기타를 잡게 된 동기를 준 아티스트는 The Beatles다. 중학교 때 그들의 음악을 듣고 음악인이 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펑크 팬이지만 지금도 1970년대 클래식락 밴드들을 좋아한다. 장르는 가리지 않고, 얇고 넓게 듣는다.

 

클래식락 밴드들은 펑크락과는 대척점에 놓여 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신기하다. 그렇게 폭넓게 음악 들은 게 지금 음악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가?

노순규: 물론 도움이 된다.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해보려고 하는데 아직 능력이 못 받쳐줘서 음악에 잘 나타나는 것 같지는 않다.

 

혹시 롤 모델이나 우상처럼 여겼던 밴드가 있나?

유새우: 국내에서는 크라잉 넛과 갤럭시 익스프레스.

표돈: Travis Barker. 그의 드러밍을 좋아한다. 그런데 그의 연주가 우리 음악에 맞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유새우: 서울전자음악단이나 로다운30, 크라잉 넛, 그리고 하드코어펑크 밴드 극도(Gukdo).

 

1집 때는 말 그대로 DIY 정신으로 음반을 만들고, 여기저기 공연을 뚫고 다녔다. 그리고 지금은 레이블이 생겼다. 어떻게 들어가게 되었나? 어떤 변화가 생겼나?

표돈: 앨범을 낸 다음 프로모션도 많아졌고 대외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채널이 생겨서 기쁘다. 레이블 없을 때는 아무래도 홍보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었는데, 지금은 훨씬 상황이 좋아졌다. 성수 형이 여기저기 잘 뚫어주고 계셔서 활동의 폭이 확 넓어졌다.

유새우: 1집 냈을 때는 거의 반응이 없었는데, 2집 공개한 후로는 여기저기서 인터뷰 요청도 오고 있다.

노순규: 그게 다 김인수느님이 프로듀스해주셔서 그렇다(웃음).

 

헬로루키연말결선 때 떨어졌다. 그때 기분이 어땠나?

유새우: ‘이달의 헬로루키’된 것만 해도 감사했다. 게다가 선발된 팀들이 다 훌륭해서 크게 아쉽진 않았다.

표돈: 그날 리허설을 너무 일찍 해서 남는 시간에 파블로프 형들하고 PC방에서 디아블로를 했는데 졌다. 두 번 진 거다.

 

‘Do Not Cross’는 유새우의 작품이다. 메인 작곡가가 아닌 멤버가 쓴 곡이 타이틀인 게 신기하다. 일부러 이 곡을 타이틀로 놓은 건가?

유새우: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어떤 곡이 타이틀로 좋을까 고심하다가 그곡을 선발로 뽑은 거다.

표돈: 내부에서도 이게 좋다고 했고, 라이브할 때도 가장 반응이 괜찮은 곡이었다. 1집 타이틀곡보다 2집 타이틀곡이 그나마 팬들이 들었을 때 부담이 없는 곡 같다.

김성수: 이 곡은 내가 꽂혔던 곡이다. 이 친구들 음악이 몰아치는 스타일이라 공연장에서 어떤 사람들은 열광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뒤에서 펜스 붙들고 “뭐하냐 쟤네”라는 식으로 관망하고 그랬다. 그런데 이 전주가 나오면 모든 시선이 무대로 쏠리더라. 그때 신보 타이틀곡을 이걸로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이례적으로 곡도 길다. 거의 더 베거스의 프로그레시브 아닌가?

모두: 하하하하하…….

표돈: 새우는 이 곡도 하드코어 스타일로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내가 리듬 카운팅을 못해서, 더 느리게 갔는데 그게 더 괜찮아서 현재의 포맷으로 된 거다.

 

‘Under Dogma’약자가 무조건 옳다라는 세계관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 썼다고 적혀 있다. 어떤 배경이 있는 곡인가?

노순규: 우리가 자기가 쓴 곡 아니면 가사를 잘 모른다(웃음). 이번에 음반 나오고 다른 친구들이 쓴 가사들을 훑어봤는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웃음). 이따 즈노 오면 물어보라.

 

‘Wanna Do Wanna Be’의 노랫말을 보면, “되고 싶은 건 Green Day, 하고 싶은 건 Discharge”라는 대목이 있다. 특정한 팀을 겨냥한 건가 씬 자체에 대한 비판인 건가?

노순규: 이즈노 본인 이야기다. 그가 말하길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은 Discharge 류의 빡센 음악인데, 또 되고 싶은 건 인디 락 스타”라고 했다. 펑크락 최고 스타가 Green Day 아닌가. 둘 다 좋아하는 팀들이다.

 

피처링 있는 곡이 3곡 있고, 브라스가 등장하는 곡도 있다.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이번 음반의 관전포인트라 할 만하다. 본인들의 욕심이었나 대표님과의 조율이었나?

표돈: 우리가 그렇게 하고 싶었다. 선조치 후보고다.

김성수: 음악적으로는 전혀 터치하지 않는다.

 

나는 ‘SNS’라는 곡이 재미있다. 어떤 배경에서 쓰게 된 건가?

유새우: 룩앤리슨 비슷한 곡을 써서 (이)정민 누나를 피처링하자는 의도로 쓰게 되었다. 그런데 그 곡이…

표돈: 본의 아니게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유새우: 나중에 녹음하는데 크라잉넛의 ‘묘비명’과 너무 비슷한 거다. 룩앤리슨 과로 만들려고 했는데, 뜬금없이 크라잉넛이 나와 버렸다.

 

가사에 담고 싶었던 건 뭔가?

유새우: 요즘 SNS 중독이 심하지 않나. 핸드폰 중독, 거북목 증후군. 그런 사회 현상들을 담고 싶었다.

 

그런데 본인들도 많이 하지 않나.

표돈: 많이 한다.

유새우: 뭔가를 전하려고 한 건 아니다.

 

피처링 부탁은 어떻게 했나?

유새우: 해달라고 했다. 참치 사줄 테니 해달라고. 그랬더니 흔쾌히 해주셨다. 그런데 참치는 아직…

 

‘ROT’N ROLL’ 역시 할 말이 많을 듯하다.

노순규: 이 곡 쓸 당시 John Lennon 솔로 라이브를 많이 봤다. 그 영상을 보면 세션들이 정말 많이 나오는데, 그런 고전 느낌의 락큰롤을 해보고 싶어서 색소폰을 비롯한 브라스를 여럿 섭외해서 비슷한 느낌을 실어 보려고 했다.  페이션츠의 권혁장 선생님에게 키보드 부탁드린 것도 그 때문이고. 혁장 선생님은 한국의 Billy Preston이다(웃음).

 

14초짜리 단말마 ‘Love House’‘Zimbabwe’의 연장선상으로 보면 되겠군. ‘Zimbabwe’ 들었을 때 Napalm Death가 자동적으로 떠올랐다. 정말로 염두에 두고 만든 건가?

노순규: 이즈노가 엄청 좋아하는 밴드다.

 

밴드가 알려지기 전, 그 노래 연주하면 사람들 반응이 어땠나? 궁금하다.

표돈: 멍하게 있는다.

노순규: 멍하게 있다가 좋아한다.

유새우: 황당해서 좋아하는 것 같다.

순규: 음악을 좀 아는 분들은 “저 친구들 Napalm Death네!” 그러고, 모르는 분들은 웃겨서 좋아하는 것 같다.

 

문제의 구강대검’. 어떤 의미에선 ‘올해의 가사’다. 이따 물어보자.

김인수: ‘올해의 가사’ 맞다.

노순규: 가장 싫어하는 가사다. 곡은 좋지만.

표돈: 난 좋은데?

노순규: 가사는 싫어.

 

펑크인데 이런 가사도 있어야지.

노순규: 이즈노한테 그런 말 하면 안 된다. 필 받아서 더 심한 것 쓴다(웃음).

 

이런 스타일을 추구하는 밴드가 거의 다 사라졌다. 판도의 변화도 있을 것이고, 팬들의 변심도 있을 것이고. 이유야 찾자면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계속 꿋꿋하게 남아있을 자신이 있나?

노순규: 나오는 대로 하고 싶다.

표돈: 좋다 싶은 게 있다면 다 해보고자 한다.

노순규: The Beatles가 [The White Album] 음반을 만들 때, 각 멤버가 다른 멤버들을 세션처럼 생각하면서 곡을 썼기 때문에 다양한 곡이 나올 수 있었다. 꼭 그렇게 하겠다는 건 아니지만 우리도 중구난방으로 막 해서 다채로운 곡들을 태어나게 하고 싶다. 10년 뒤에는 달라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수록곡 중 이 곡은 더 알려졌으면 한다싶은 곡이 있나?

표돈: 19번 트랙 ‘I.F.T.S (It’s a Fxxing Trendy Sick)’.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3분 15초로 가장 길지만 템포도 쳐지지 않고 좋다.

노순규: 1980년대 스래쉬 밴드를 염두에 두고 쓴 곡이다. 우리 밴드가 메탈 하는 팀이 아니라 연주력이 딸려서 애를 먹긴 했지만, 펑크 밴드가 용을 쓰면서 스래쉬 연주한 느낌이 난다.

유새우: 이 곡 때문에 메탈 기타도 하나 샀다.

노순규: 나는 마지막 트랙 ‘What I Know’. 기존 곡들보다 멜로딕하고 팝스럽다.

유새우: 나는 ‘ROT’N ROLL’. 사운드적으로도 욕심 가장 많이 부린 곡이다.

 

수록곡들은 후반부로 가면 극도의 낙차를 보여준다. 어떤 배치를 원했나.

노순규: ‘ROT’N ROLL’이 나오기 전까지는 극한까지 달려가는 거다. 심지어 ‘Victim’은 블랙메탈의 영향을 받아서 쓴 곡이다. 그렇게 가다 갑자기 올드한 락큰롤이 등장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궁금한 거 하나. 라이브 할 때 곡은 어떻게 외워서 치나. 벌써 50곡에 육박한다. 5집 공개하면 한 130곡 되지 않을까?

유새우: 본인이 쓴 곡은 다 안다. 그리고 그 곡의 메인보컬은 쓴 사람이 맡는다. 그래서 지장 없다.

노순규: 밴드 결성 때부터 “본인이 쓴 곡인 본인이 소화하자”는 방침이 있었다. 그런데 그 방침이 ‘MILF (Music I’d Like to Fxxx!!!)’에서 깨졌는데, 처음으로 드러머 표돈이 메인보컬을 맡아 열창한 곡이다.

표돈: 코러스까지 하게 되었다. 코러스라고 해봐야 악 지르는 거 하나 추가된 정도지만, 악기를 하면서 노래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알았다.

노순규: 그걸 지금 깨달아 아쉽다(웃음).

 

20~30초짜리 곡들은, 순간순간 비수처럼 내리치는 영감에 의해 쓰는 건가? 나오는 과정이 궁금하다.

표돈: 이즈노가 짧은 곡을 많이 써 온다. 합주하기 전 그게 뭐냐고 물어본 다음, “가사는 알아서 써”라고 위임하는 편이다. 그리고 앨범이 프레스된 다음 가사를 보고 경악한다. “아!!! 이게 뭐야?”

유새우: 즉흥적으로 탄생하는 곡도 있다. ‘I.F.T.S (It’s a Fxxing Trendy Sick)’는 녹음실에서 썼다.

 

다른 음악을 많이 듣는 음악인이 있고, 거의 듣지 않는 음악인도 있다. 더 베거스는 아마 전자일 거다. 타 밴드의 음악을 많이 듣는다는 건 음악 작업할 때 어떤 영감을 주나?

노순규: 우리는 카피가 없으면 발전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유새우: 펑크를 한다고 펑크만 들으면 펑크만 나온다. 다른 것도 들으면 더 넓은 음악이 나올 수 있다.

 

막 결성했을 때는 카피 위주의 팀이었을 거 아닌가?

노순규: 그랬다.

 

어떤 곡들을 카피했나?

노순규: Teenage Fanclub 같은 그룹을 카피했다. 그렇게 하다, 이즈노가 하드코어펑크를 워낙 좋아해서 팀 정체성이 바뀌게 되었다. 자작곡도 쓰게 되었는데, 그때 쓴 곡이 ‘Kamikaze’랑 ‘Hostel’이다. 그때 하드코어펑크를 접했는데, 그 전까진 Sex Pistols, The Clash, Ramones, Television 이런 팀들을 듣고 있었다.

유새우: ‘Kamikaze’를 시발점으로 하드코어펑크의 비중이 늘어난 것 같다.

노순규: 페이션츠 (조)수민 형에게도 큰 영향을 받았다. 공연도 많이 없고, 불러주는 데도 많지 않았던 시절, 뭐 공연이 있다고 해도 2~3명 놓고 몇 달에 1번 공연하던 때였다. 어느 날 페이션츠, 에센스랑 공연을 하게 되었는데, 페이션츠는 그 당시 우리가 공연하던 팀 중 가장 유명한 팀이었다. 뒷풀이도 같이 하면서 우리도 저렇게 멋진 팀이 되면 좋겠다고 꿈을 갖게 되었다. 아, 오늘 인터뷰 내용을 골수 펑크 분자들이 보면 비웃거나 뭐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표돈: 나는 그런 걸 전혀 신경 쓰지 않아. 어차피 하고 싶은 걸 재밌게 하는 게 우리 모토인데, 그래야 스트레스도 덜 받고.

 

군 문제는 다 해결된 건가?

표돈: 나랑 즈노는 다녀왔고 순규랑 새우가 가야 한다.

노순규: 휴가 나왔을 때 조금씩 하려고.

유새우: 비슷한 시기에 가서, 비슷하게 제대해 보려고.

표돈: 차라리 동반 입대를 해.

유새우: 그건 싫다.

 

공연엔 차질이 올 수밖에 없겠네.

김성수: 어쨌든 가야 되는 거니까. 좋은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번 음반이 좀 잘 되고 있어서 내가 “너희 조금 늦게 갈래?”라고 물어보기는 했다. 본인들은 “날짜 나오면 그냥 갈게요”, 그러더라.

노순규: Elvis Presley도 다녀온 군대(웃음).

표돈: 남진 선생님도 다녀오셨지. 더 험한 곳을.

 

*** 이즈노 도착 ***

 

멤버들 모두 벼르고 있다. ‘구강대검의 가사는 도대체 뭔가?

이즈노: 성공하기 위해 아무에게나 줄을 대는 행위를 비판한 곡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나도 그럴 때가 있어서, 약간 자아비판적인 맛도 있는 곡이다. 야한 뜻으로 한 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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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의 관리자 박이명입니다. diffsoundkorea@gmail.com

1 Comment on 더 베거스: 음악을 많이 듣고 연주를 잘 하는 건 펑크의 기본이다

  1. 진짜 재밌어요 가사 ㅋㅋ 구강대검 ㅋㅋ
    스타일이 어수선한 것과 음악이 어수선한 것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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