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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달: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현명함과 의문부호 그 사이

월드뮤직, 에스닉 퓨전. 이상은 2005년 공개되어 ‘한국대중음악상’ 3개 부문을 석권하고 대한민국 100대 명반에 당당히 명패를 걸었던 두번째달의 1집 [두번째달]이 끌고 다녔던 꼬리표들이다. 그러나 그 다양한 카테고리로도 범주화하기 어려울 만큼 [두번째달]이 품은 음악의 진폭은 컸다고 할 수 있다. 왈츠와 탱고, 재즈와 뉴에이지, 팝과 락. 그리고 경계를 넘나들며 합치고 지우기. 기실 그건 ‘좋은 음악’에 피치 못하게 붙여야 했던 과잉 수사였을 뿐이며, ‘서쪽하늘에’, ‘바다를 꿈꾸다’, ‘고양이 효과’, ‘얼음연못’ 등 수많은 명곡들을 지난 10년간 우리는 방송 여기저기서 알게 혹은 모르게 듣게 되었다. 어느 때는 그 선율들이 우리 곁에 처음부터 그렇게 죽 있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러면서도 밴드는 ‘퓨전’ 장르의 음악이 흔히 갖는 ‘전형성’이나 ‘도식’을 여유롭게 뛰어넘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말하자면 [두번째달]은 자연스러움과 영리함을 동시에 구현했던 소수의 ‘퓨전 음반’이었던 셈이다. 평론가 박은석은 “그 장르에서 가장 도발적이고 용맹했던 작품”이라고 칭했다.

자, 서론은 여기까지 하고 신보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우리가 흔히 ‘세월’이라고 부르는 한 단위가 지나갔다. 그 사이 멤버들은 바드, 앨리스 인 네버랜드 등지에서 열심히 활동했지만, 정작 팬들이 목이 빠지게 기다렸던 두번째달의 2집이 나오기까지는 10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던 셈이다(당대를 살지는 못했지만 예전 미국에서 밴드 Boston 팬들이 가졌던 심정이 이러한 것이었을까). 추측컨대, 신보의 타이틀이 저렇게 찍힌 것은 멤버들이 품었던 겸연쩍음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변화가 있다. 1집의 적지 않은 지분을 차지했던 Lynda Cullen은 고국 아일랜드로 돌아갔다. 바드의 박혜리는 참여하지 않았고, 새 기타리스트 이영훈이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따라서 원년멤버는 김현보, 박진우, 최진경, 백선열, 조윤정 이렇게 다섯이 되었다. 사운드의 빛깔이나 지향점이 달라질 것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사실, ‘비슷한 유의 또 한 번’은 마땅히 지양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밴드는 ‘또 한 번’의 영민함을 이번 음반으로 드러내고 있다. 1집이 개별 곡들의 총기가 빛나면서도 그 저류를 관통하는 일관됨이 있었다고 한다면, 2집은 흐름을 계속해서 변조해나가면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아마 오랜 시간 동안 산발적으로 완성된 곡들을 모아놓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말 그대로 의도적인 변형의 귀결일수도 있다. 그 덕택에 음반은 우연성과 혁신성, 문득문득 내비치는 재치가 융합된 합일점이 되었다. 경쾌한 폴카 리듬에 실은 아주 의외성 짙은 무도곡 ‘구슬은 이미 던져졌다’로 문을 열더니, 나긋나긋한 소품 ‘여행의 기술’로 넘어가버리고, 이내 현악이 지휘하는 전원적인 무드의 ‘두 개의 길’이 흐른다. 당황스럽지만 그 돌발성이 꽤 유쾌함을 띄고 진행한다. 뉴에이지풍의 연주곡 ‘푸른 저녁’을 지나 한 고개를 건너면 다시 익숙한 화법의 ‘가라앉는 섬’이 나온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다.

하지만 정신없이 지나는 와중에도 시선이 멈추는 곳이 있으니 첫 번째 구간이 바로 소리꾼 이봉근과의 협연 ‘사랑가’다. 이 조합은 ‘우리의 것’에 대한 과도한 강박을 내세우기보다는 대중음악과 국악의 적당한 긴장감을 조성하는 듯 둘을 살포시 겹쳐놓았는데, 오히려 그것이 매력적인 장치로 작동한다. 남인도 지역의 구음장단을 가져와 음차한 ‘타키타타키타다디게나도’ 또한 발길을 붙잡는 트랙인데, 살짝 아방가르드한 편곡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귀를 흡인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 차용하는 것이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임이 명확해지는 지점이다. 생각보다 Lynda가 보내준 ‘Paper Boat’의 감흥은 크지 않았지만 말이다.

밴드를 모르고 들으면 완전 ‘뽕부르스’로 들릴 ‘비를 기다리던 춤’은 어떠한가. 일관성 없이 이곳저곳을 떠도는 앨범 내부에서도 ‘유랑민’의 신세를 자처하고 있는 이 트랙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을 탐사하려는 밴드의 욕망을 꺼내놓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뿌리박은 터전에 대한 고백처럼 들린다. 개인적으로 ‘길티 플레져’로 몰래 듣고만 싶은 트랙이기도 하니, 하긴, 이제 그 나이가 되어버렸나 보다. 이 곡이 베스트가 아닌가.

총평해볼까? 앨범을 다섯 번 이상 회전시켰어도 1집과 유사하다는 인상은 없다. 전술했듯 그 선택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헌데 그 결정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될 것인지는 명쾌하지 않다. 그럼 확실한 것은 뭔가. 이 음반은 괜찮은 음반인가? 내 귀에는 그렇게 들린다. 다만, [두번째달]과 비교선상에 놓이게 될 때, 이런 회전이 ‘아티스트적 전회’로 인정받게 될지, ‘의문부호’로 남을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결론이 뭐 이러냐고? 글쎄… 남은 대답은 별로 말하겠다.

3.5 Stars (3.5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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