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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닷: 엄청난 계획보다는 초심으로 꾸준히 가고 싶다

 

‘레드닷’은 저격점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동시에 한국 3인조 펑크 밴드의 이름이기도 하다. 11월 4일 2곡이 담긴 싱글 [One Gun]이 나왔는데, 아직 성긴 구석도 많고, 개선되어야 할 부분도 많지만 그 사이에 장래가 보인다. 그게 인터뷰를 하고 싶었던 이유다. 힘들고 짜증나는 일도 많지만 어떻게든 꾸역꾸역 작업실에서 곡을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그 노력이 조만간 더 멋진 결과물로 탄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인터뷰는 홍대의 모 카페(정말 인터뷰 많이 했던 그 카페)에서 진행되었고, 전호연(보컬과 기타), 김아름(베이스), 이선구(드럼), 김성수(발리안트 레이블 대표)가 답변해주었다.

 

저격점이라는 밴드명을 들었을 때부터 범상치 않다 싶었다. 어떻게 만나서 결성에 이르게 되었나?

이선구: 레드닷이라는 밴드 이름은 내가 18살 때부터 생각해 왔다. 그땐 하드코어펑크를 하려고 했는데, 멤버 문제로 번번이 실패를 했다. 나이를 먹으며 어떻게 극도, 리솔루트, 백화난만조, 스윈들러즈 이렇게 4개의 밴드를 하게 되었는데, 극도랑 백화난만조를 제외한 다른 팀들이 다 해체되는 비운을 맞았다. 그때 “나도 이제 내 밴드를 해야 되겠다”라고 결심하게 된 거다. 그렇게 리솔루트를 하던 호연이랑 먼저 팀을 구축했는데 호연이가 개인적으로 알던 아름이가 영입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출범할 수 있게 되었다.

 

펑크에 개러지락을 섞은 사운드를 골조로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떤 사운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했는가?

이선구: 펑크랑 하드코어에 중점을 두고 있었는데, 합주를 하다 보니까 개러지스러운 곡이 많이 나오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은 개러지펑크적인 음악이 되어버린 듯하다.

전호연: 개인적으로 만들어둔 리프가 많이 있었는데, 그걸 선구 형이 만든 곡에 섞다보니 개러지스럽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밴드를 시작하면서 롤 모델로 삼았던 팀이 있었나?

이선구: 가까운데서 찾자면 갤럭시 익스프레스다. 그들처럼 하고 싶었다. 그리고 바다 건너에서는 Nickelback. 작곡할 때 그들의 노래를 기본 모티프로 두고 만드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음악적으로는 큰 공통점이 없어 보여도 잘 들어보면 살짝 스타일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각자 어떤 팀들을 동경해왔나?

전호연: Nirvana에서 많은 소스를 찾는다. 그 거친 리프를 좋아한다. 일본 밴드 10-FEET과 SiM도 마찬가지다.

김아름: 일본 밴드 Do as Infinity의 팬이다. 지금 연주하는 장르와는 전혀 다른 팀이지만, 언젠가는 그런 분위기의 음악을 해보고 싶다(웃음).

이선구: 그게 지금 할 소리야? 6집 때쯤엔 그렇게 만들자. 아, 나는 Motörhead 같은 음악을 좋아한다. AC/DC. 따지자면 끝도 없지만 펑크 쪽에선 Green Day.

 

거론된 밴드들을 보니, 현재보다 더 헤비하게 갔었을 수도 있었겠는데?

이선구: 신곡들을 보면 댄서블한 곡들도 있다. 현재 SiM처럼 무겁고, 댄서블한 곡들 풍으로 가는 것 같다.

김성수: 이 친구들이 아직 음악 스타일이 확고하게 정립된 게 아니다. 장르를 찾아가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공연 때 셋리스트를 보면, 어떤 곡에서는 비트있고 강하게 달리다가도 다음 곡에서는 죽 쳐졌다가 그 다음 곡이 되면 다시 템포가 올라간다.

 

발리안트 김성수 대표와는 어떻게 조우하게 되었나?

이선구: 실은 리솔루트의 김장협, 루디건즈의 윤인덕, 나 이렇게 3명이 있는 자리에서 이 레이블(발리안트)이 탄생한 거다. 그러다 보니 루디건즈, 리솔루트 2팀이 중점적으로 레이블을 운영하게 되었는데, 성수형과 내가 집 방향이 같아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해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을 같이 하게 되지 않았을까.

 

김성수 대표는 처음 이 친구들 음악을 들었을 때 느낌이 어땠나?

김성수: 처음에 이 친구들을 봤던 게 올해 2월 롸일락에서 했던 공연이었다. 첫 공연을 한다고 주변 밴드들을 모아 출연진을 꾸렸는데, 그 라인업이 꽤 훌륭했다(무려 데드 버튼즈도 있었다). 선구랑 호연이는 발리안트 크루 시절부터 알던 사이라 일단 보러 갔는데, 음… 연주의 합은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어떤 점에서?

김성수: 공연할 정도는 아니었다. 들었을 때 안정감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계약할 생각을 했나?

김성수: 곡이 괜찮았다. 신선한 장르는 아니었지만, 멜로디라인도 우수했고 무엇보다 선구의 드럼이 확 눈에 들어왔다. 선구가 리솔루트를 할 때는 뭔가를 확 누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더 화려하고 현란하게 칠 수 있는 친구인데 아무래도 리솔루트가 스트리트펑크나 오이!펑크 쪽을 지향하다보니 그런 열정을 다 표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 보니 아주 살판났더라. 그 모습과 호연이의 보컬을 들어보고는 그 자리에서 결정을 했다. 어차피 이 친구들도 출발단계고, 발리안트 레이블도 막 발걸음을 뗀 레이블인데 “같이 성장해 가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던 거다. 그 잠재력을 본 거지.

 

‘One Gun’을 타이틀로 놓았다고 알고 있는데, 오히려 ‘Burning Up’을 타이틀로 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있다.

이선구: ‘One Gun’은 우리 자작곡 중 처음 나온 곡인데, 임팩트가 셌다. 결성초기엔 카피곡 위주로 밴드를 꾸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합주가 끝나고 합주실 계단에서 “야, 이제 우리곡 좀 만들어야 되는 거 아냐?”라는 말이 나왔고, 그걸 단초로 쓰인 곡이다. 비화가 있는데 살짝만 말하자면, 그 당시 아름이가 어떤 남자의 문자공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폰으로 문자가 빗발치게 오는 상황이었고, 저 친구의 표정을 봤는데 아주 힘들어하고 있더라. 그걸 본 순간 “가사는 이 친구 이야기로 가면 되겠다” 싶었다.

 

싱글에 같이 실린 ‘Burning Up’에 대한 설명도 부탁한다.

전호연: 뭔가 악에 받친 곡이다.

이선구: 곡을 쓰면서 감정적으로 부하가 걸릴 때가 있는데, 이 곡을 쓸 땐 그런 감정들을 다 활활 태워버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다 좋아하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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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좋은 곡들도 꽤 있었던 것 같은데, 그곡들을 이번에 누락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이선구: ‘One Gun’은 이미 타이틀로 정해둔 곡이었고, 나머지는 가위바위보로 뭘 넣을지 정했다.

김아름: 그 시합에서 내가 이겼다 하하.

이선구: 그래서 아름이 의견대로 ‘Burning Up’을 녹음하게 되었는데, 돌이켜보면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김성수: 그 전에 녹음은 다 해둔 상태였고, 그 소스로 올해 5월에 데모음반을 냈었는데 들었을 때 ‘Burning Up’이 잘 감기더라. 후렴구도 그렇고, 중간에 브레이크 한번 걸렸다가 터지는 지점도 ‘레드닷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곡이다. 어차피 싱글이고 ‘One Gun’이 타이틀이라면, 파트너로 이 곡이 괜찮겠다 싶었다. 그걸 가위바위보로 정했는지는 나도 처음 알았지만(웃음). 뭐 나쁘지 않다.

 

뮤직비디오 촬영을 했다는 포스팅을 봤다.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었던 것 같던데, 분명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다.

김아름: 선구가 남자 주인공이랑 격투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로 때려서 코피가 나버렸다(웃음).

전호연: 레알 코피가 나서, “저 사람 페이를 올려 줘야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선구: 니킥이 잘못 들어갔다.

김성수: 그거 보면서 액션 연기엔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연기 동선을 대강 맞추고 나갔는데, 이게 다 초보들이라 다리가 잘못 들리면서 그런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 친구 25년 인생 동안 쌍코피 난 건 처음이라 하더라.

전호연: 와 그런데… 그분 대단하더라. 카메라도 돌지 않는데 벌써 몰입하고 계시더라.

 

1일 촬영 아르바이트들에겐 맥주 무한정 제공이었다고 들었다.

김성수: 맞다. 그날 다들 원 없이 마셨다. 그날 아침 홈플러스에서 술과 간단한 안주로 16만원어치 장을 봤기 때문에, 술이 부족하진 않았다. 그런데 그 술이 결국 남지는 않더라.

 

드레스 코드가 라이더 재킷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 혹 그날 촬영에 대한 더 자세한 스케치를 들을 수 있을지.

김성수: 공지를 할때 라이더 재킷을 입고 오거나 없다면 최대한 다크한 복장으로 오라고 햇었다. 아 촬영 콘셉트는 레드닷 공연 애프터파티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친구들이 공연 마치고 놀고 있는데, (펑크를 모르는) 남주가 사람들 모여 있고 웅성거리니 궁금해서 들어왔다가 아름이에게 치근거린다는 내용으로 찍었다. 남주는 공연장을 다니는 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인 복장을 입혔고, 공연장에 모여 있는 친구들은 그와 대비되게 라이더 재킷을 입었던 거다.

 

선구 씨가 백화난만조를 비롯해 여러 밴드를 한 건 알고 있었고, 다른 분들은 대구에서 혹 다른 밴드 활동을 했었는지?

전호연: 아름이는 레드데이라는 밴드를 했었고, 나는 인서트코인이라는 밴드에 있었다. 인서트코인은 펑크음악을 하던 밴드였고, 이 친구(아름)가 하던 밴드는 모던락 성향의 밴드였다. 그러다 한 5년 전부터 같이 활동을 많이 했다. 대구에서 함께 공연하고 하다가, 내가 먼저 서울로 올라왔고 1년 뒤쯤 아름이가 올라왔다. 그랬는데 이 인간이 하라는 밴드는 안 하고 영등포 모 합주실에서 통기타를 치고 있다는 비보를 접하고 가여워서 연락을 했다(웃음). 마침 선구 형이랑 베이스를 구하고 있을 때였으니까. 원래 점찍어 두었던 친구가 군대를 가버려서 아름이에게 연락을 취한 거다. 심지어 그땐 베이스 플레이어도 아니었다. 쳐본 적도 없었다.

 

그럼 전 밴드할 때 포지션은 뭐였나?

김아름: 기타를 치며 보컬을 했다.

김성수: 아까 내 답변 중 “아직 이 친구들 공연할 합이 아니다”라는 게 있다. 이 친구의 당시 베이스 실력이 그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좀 아니다 싶어서 물어보니 전엔 기타를 쳤다고 하더라. 기타랑 베이스는 ‘스트링 텐션’이 완연히 다른데, 아니나 다를까 그렇더라고. 치는 걸 보니까 낮은 톤으로 내려갈수록 운지가 약해서 소리가 먹히더라. 하지만 “연습하면 되겠지. 콜! 열심히 해봐!”, 그렇게 격려해 줬다.

이선구: 하루가 다르게 발전중이다.

김성수: 많이 좋아졌다.

전호연: 확실히 늘었다. 처음 합주했을 때는 아… “첫 합주가 해체의 위기”였다(웃음). 썼던 곡도 구렸고. 그런데 그날 합주실 계단에서 쳤던 리프가 너무 좋아서 그 식대로 해오다 보니 뭐 나쁘지 않더라.

김아름: 난 생각이 다르다. 첫 합주 때 내 베이스가 없다보니 다른 사람 걸 빌려서 치는 열의를 보였는데, 이렇게 매도하다니. 그날 끝나고 바로 베이스 사러 갔다.

김성수: 실력 향상 속도는 아름이가 제일 빠르다.

이선구: 호연이랑 나는 다음 레벨로 가는 계단이 높다고 하면, 아름이는 상대적으로 그게 낮은 거지. 하지만 레드닷 팬의 반은 아름이가 끌어오고 있어서 뭐라고 못 한다(웃음).

 

선구 씨는 백화난만조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요새 이런 게 트렌드긴 하지만 두 팀을 뛰는 게 물리적으로 피곤하진 않나?

이선구: 밴드를 4개 할 때는 힘들었는데, 2개는 편안하다.

김성수: 하던 팀이 절반으로 준 건데 아주 널럴할 거다.

이선구: 공연이 다른 지역에서 겹치지 않는 이상 할만 하다.

김성수: 2년 전쯤에 실제로 선구가 4개의 밴드가 하루에 공연이 다 잡힌 적이 있었다. 그날 봤는데 진짜 죽으려고 하더라. 그것도 다 비트가 빠른 팀들인데 말이지. 한여름에 몸에서 김이 나더라. 그때 “와, 이 친구는 드럼 노예구나”, 싶었다.

전호연: 지금은 자유를 찾았지.

 

이 싱글의 정식 릴리즈가 언제인가?

김성수: 11월 4일 발매고, 무비는 11월 중순, 늦으면 12월까지 본다. 편집 속도에 따라 달라질 거다.

 

EP나 풀렝스는 언제쯤 낼 계획인가?

이선구: 일단은 곡을 부지런히 녹음하고 있다. 우선 5곡 정도를 잡아두었고, 그걸 하나씩 녹음을 해서 다 모이는 대로 EP를 공개할 계획이다. 발매 시점은 내년 초 정도로 보고 있다.

김성수: 내년 4월 쯤 더 베거스랑 같이 유럽쪽에 3개국 정도 투어를 예정하고 있다. 그곳에서 판매할 용도로도 슬슬 녹음이 들어가야 되지 않을까 한다. 그쪽에서도 그걸 요청을 하더라. 이번에 나온 건 싱글이고, 저번에 녹음한 건 말 그대로 데모였으니, 새롭게 레코딩을 해야겠지. 밴드는 음원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뭐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 친구들한테 “몇 세션 끊어 두고 EP를 녹음하자”고 하는 건 금전적으로 큰 부담이니 “여유 있을 때마다 한곡씩 녹음해 두고 한번에 믹싱과 마스터링하자”고 이야기해둔 상태다.

 

스타일이 참신하거나 독창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어떤 음악으로 차별성을 확보할 계획인지.

이선구: 메인 보컬 호연이 목소리가 희소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고 여성멤버인 아름이에게 쏠리는 시선에도 희망적인 게 있다. 또 내 드럼에도 기대하는 게 있고(웃음). 우리도 레드닷의 음악이 아주 신선하다고 보진 않지만 정체성은 확실히 있다고 본다.

전호연: 작곡적으로 볼 때는 ‘레퍼런스’를 최대한 배제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만든 곡들도 잼하면서 나온 곡들이 대다수인데, 힘들더라도 그렇게 가는 게 좋다.

김아름: “레드닷의 색깔이 뭐냐?”고 물으면 답하기 애매하지만, 잼 열심히 하다보면 어떻게든 뭔가 나올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으로 정리하겠다.

 

최근 주변에 괜찮다고 느낀 팀이 있나?

전호연: 드라이브샤워.

이선구: 맞다. 예전부터 했던 팀이고, 큰 페스티벌도 섰고 좋은 음악을 한다. 중간에 활동을 쉬었다가 얼마 전 활동을 재개했는데, 무대에서 보여주는 에너지가 요즘 팀들과는 다르다. 나이도 많은 형들인데 신인 밴드보다 더 에너제틱하게 연주하는 모습이 멋졌다.

김아름: 동의한다.

이선구: 호랑이아들들도 한번 거론해 주자. 한국 블루스락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한다.

전호연: 2015년 최고의 루키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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