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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스 코드: STRANG3R

이렇게 빨리 식기엔 아까운 노래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이 발생한 후, 레이디스 코드의 콘셉트는 자의적, 타의적으로 변경될 수밖에 없었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이들은 미쓰에이처럼 강한 여성의 면모를 선보였지만, 현재 상황에서 남은 세 소녀가 계속 유사한 분위기를 가져가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

그러나 한층 차분하게 돌아온 [MYST3RY](2016)부터 미니 앨범 3부작의 두 번째 순서로 등장한 [STRANG3R]까지. 달라진 그룹의 이미지가 어색하거나 이질적이지 않다. 템포는 죽이지 않고, 암막을 친 듯 지속해서 뿌려낸 연기는 세 명의 보컬에게 잘 어울릴 뿐 아니라, 대부분 밝고, 건강하고, 달리기에 바쁜 걸 그룹 노래 사이에서 단연 두드러지게 들린다.

변신의 시작을 알렸던 [MYST3RY]에 이어 이번 작은 좀 더 대중 친화적으로 다가온다. 재즈 터치로 곡을 감쌌던 ‘Galaxy’보다 ‘The Rain’의 전개가 어렵지 않게 들리는 게 사실이고, 후렴과 동반된 허밍 멜로디 역시 강렬하게 전달된다. 제2의 출발을 함께 하게 된 작곡 그룹 ‘모노트리’가 매 미니 앨범마다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질 정도다.

안타까운 건 양질의 편곡과 후렴을 갖추고도 차트에서 재미를 못 보고 있다는 것이다. 레이디스 코드가 아무리 음악적으로 승부수를 띄운다고 해도, 일단 이들이 속한 ‘걸그룹’이란 세계에선 1등이란 숫자가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으니까. 잘하고 있는데도 3부작의 마지막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작곡팀의 처지이자, 대중음악판의 현실이다.

 

About 이종민 (55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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