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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브릭스: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음악을 연주한다

 

씬에 투피스(two-piece) 밴드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전통의 강호 전국비둘기연합, 무서운 기세의 57, 해외로부터도 인정받은 데드 버튼즈 등이 대표주자다. 만약 당신이 홍대 이곳저곳을 유심히 보고 다녔다면 여기에 레이브릭스를 추가해야한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100회가 넘는 공연을 소화하며, 라이브 씬의 한 지분을 만든 이 밴드를 주목하기 바란다. 레이브릭스가 주조해내는 음악은 얼터너티브, 팝락, 브릿팝의 어느 접점 위에 위치하고, 신인이라기엔 믿기 힘든 깔끔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5곡이 들어있는 데뷔 EP [Take a Rest]는 그 증거이다. 인터뷰는 홍대의 어느 조용한 카페에서 진행되었고 서광민(기타와 보컬), 유혜진(드럼과 서브보컬)이 함께 했다.

 

싱글을 내고 영국 유학으로 인해 음반이 상당히 지체되었다. 영국으로 갑작스레 떠난 이유는 뭔가?

서: 특별한 의도에서 비롯한 건 아니다. 밴드를 몇 개 했는데 끝내 다 해체를 했다. 이번엔 그렇게 되지 말고 뭔가 결과물이라도 내보자 해서 발표한 게 그 곡이다. 그렇게 곡을 내고 활동을 하려던 찰나, 갑자기 방랑벽이 도졌다. 영국으로 훌쩍 떠났다. 원래는 가려던 곳은 미국이었는데, 출국 1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행선지를 바꿨다. 그래서 믹싱/마스터링은 하나도 못하고 떠났다. 나머지는 혜진이의 몫이 되었다. 그 탓에 후반부 작업을 못한 채 싱글이 나왔다.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곡이라, 얼마 전 유통을 정지시키고 음원 사이트에서 내렸다. 그 곡 때문에 사람들이 자꾸 우리를 2012년부터 활동하던 팀이라 알고 있더라. 하지만 그 곡은 나중에 멋지게 보정작업을 마친 다음 정규 음반에 넣을 것이다.

 

갑자기 행선지를 바꾼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 같다. 심경상의 변화가 있었나?

서: 당초 계획한 목적지는 시애틀 쪽이었다. 시애틀 그런지를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용문제도 있었다. 남들 말만 듣고 영국이 비싼 줄 알았던 거다. 그런데 알아보니 두 지역 물가가 비슷하더라. 그렇다면 일단 영국으로 떠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음악의 본고장을 가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게 있던 시기였으니.

아, 그 전환의 계기가 재미있다. 미국 비자 발급 받는 도중 전까지 좋아하지 않던 Coldplay 음반 하나를 듣게 되었는데 좋더라. 꽂히더라. 영국이 답이더라.  음악이 내 여행지를 바꿔놓았다. 정말이다.

 

본인들은 얼터너티브락 밴드라고 한다. EP에선 충분히 그런 기운이 느껴지며, 거기에 더해 팝과 브릿팝, 락큰롤 등 여러 장르가 어깨를 맞대고 있다. 주로 어떤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서: 락 음악을 늦게 접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 서태지를 들었는데, ‘울트라맨이야’를 부르던 시절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땐 그냥 서태지를 좋아했던 거였지 딱히 락에 애착이 있던 건 아니었다. 음악계로의 진입도 락이 아니었다. 믿기 어렵지만 R&B, 소울풍의 음악을 했다.

그런데 성대에 문제가 생겨 그만두고는 군대를 갔다. 말년이 되어 누워서 TV를 보고 있는데, Nirvana 비디오가 나왔다. [MTV Unplugged in New York]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뭐야, 저 이상한 음악은?”, 그러면서 잠들었다. 어, 헌데 그 음악이 계속 귓가를 맴도는 게 아닌가. 곡 제목을 후임에게 물어보고 알아냈는데, 저 Kurt Cobain이라는 사람은 성대 따위에는 관심도 없이 음악을 하고 있더라. 자연스럽게 Nirvana에 스며들게 된 거다.

드디어 전역하기 1달 전, 낙원상가에 가서 기타를 샀다. 그렇게 Nirvana, Soundgarden, Pearl Jam 이런 음악들을 죽 들어오다가, 2009년 Foo Fighters라는 밴드를 알게 되었고 빠져들었다. 팝도 많이 들었는데, 우리 음악에 팝 색채가 녹아 있는 이유다. Michael Jackson의 팬이며, 진짜 광팬은 여기 혜진이다. 나는 The Beatles를 나중에 듣게 되었는데, 곡을 감상하다 보니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익숙한 곡들이 많더라. 대표적으로 John Mayer가 부른 ‘Don’t Let Me Down’도 알고 보니 The Beatles 오리지널이 아닌가. 그 순간 모든 음악에 남겨진 The Beatles의 영향력을 실감했다. 그래서 더 영국에 가야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여러 장르를 듣다보니 장르에 대한 편견이나 그런 건 생길 수가 없었다. 오히려 남들보다 늦게 음악과 조우한 게 이런 음악을 할 수 있는 동력인 것 같기도 하다.

유: 밴드라는 구성을 20살 전까지는 아예 모르고 있었다. 음악도 케이팝이나 ‘빌보드’에 오르는 곡들 위주로 듣는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그때도 타악기에 대한 ‘흥’ 그런 건 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음악을 한다는 건 다른 차원이었다.  “수능 보고 드럼이나 배워볼까” 정도로 막연하게 시작했다. 그러다 대학교에 입학해 밴드 동아리를 알게 되었다. 밴드 편성을 이해하게 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선배로부터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음악을 추천받아 듣다가 취향이 생겼고, 어느 시점부터는 유튜브를 통해 내가 원하는 걸 들을 수 있을 깜냥이 되었다.

서: 항상 작업을 같이 하다 보니 2011년부터는 듣는 음악이 비슷해졌다.

유: 그 음악 추천해주던 선배가 이 선배였다.

 

그렇다면 혜진 씨에게 가장 강렬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드러머는 누구인가?

유: Alice in Chains의 드러머 Sean Kinney다.

 

EP에는 5곡이 들어 있다. ‘Don’t Worry’를 쓰게 된 배경은 익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이 자리에서 한 번 더 소개 부탁한다. 재미있어서.

서: 영국에서 돌아오려던 찰나, 내가 머물던 런던 복스홀이란 곳에 헬기가 추락했다. 출국하기 바로 전날이었다. 집에 가기 전 마지막으로 런던 시내나 걸어볼까 했는데, 취재진들이 밀집해 있고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북적했다. 연초라 방송국에서 특집 프로그램 하나 보다 싶어 홱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쏘다니다 밤에 돌아와 다음날 공항으로 갈 택시를 예약해 두고 잠을 잤다. 오전 6시에 택시를 타고 공항에 도착하면 2시간 남짓 여유가 있었다 . 다음날 일어나 모든 준비를 마치고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택시가 안 오는 거다. 전화를 했더니 “가고 있다.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 그랬는데 1시간이 지나도 안 오는 거였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초초해졌다. 1시간이 더 지나면 놓치게 될 상황이었다. 그때 택시가 왔다. 기사님께 막 화를 냈더니 “차가 무지 막힌다. 미안하다.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태연하게 “어제 여기 헬기 추락한 거 모르냐?”고 반문하셨다. 경찰이 도로를 다 통제하고 있던 상황이었으니 당연히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걸 나만 몰랐던 거다.

영국은 사고가 생기면 그 지역을 다 봉쇄해 버린다. 그날도 도로 한두 곳만 빼고는 다 경찰이 둘러싸고 있었다. 나가려면 그 한두 곳으로 우회해야 했다. 악전고투 끝에 공항에 도착했을 땐 이륙이 채 10분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뭘 생각하겠나. 일단 뛰었다. 출국 수속하는 곳에 가서 “큰일 났다. 나 저거 놓치면 안 된다”며 사정을 말했다. 거의 울고 있었다. 그런데 눈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흑인 아주머니였는데, 알고보니 직원이었다. 그분이 “걱정하지 마(Don’t Worry). 내가 다 해결해줄게. 너의 영국에 대한 마지막 기억을 나쁘게 하고 싶지 않다. 가자”고 말하더니, 내 손을 잡고 달렸다. 내 캐리어 4개는 놔두고 말이다. 검사대도 있는 듯 없는 듯 통과하고 죽기살기로 뛰었다. 비행기 문이 닫히려고 하는데, “열어”라는 말에 탑승구가 열리더라. 살았다. 그렇게 세상의 끝에서 비행기를 탑승해 앉아있는데 긴장이 확 풀렸고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금새 도착해 있더라. 당연히 가방은 안 나올 줄 알았다.

어어… 그런데 캐리어가 아무 이상 없이 나오는 거다. 와, 그 아주머니 대단하다. 함께 뛰었던 그 5분이 영화처럼 눈앞에 지나가더라. 그걸 곡으로 써야겠다 싶었다. 15분 만에 곡이 튀어나왔다. 거기에 가사를 입힌 거다.

 

브릿팝 냄새가 팍 난다. 이 곡은 Blur의 향이 진하게 느껴지는 곡이다. 뭘 염두에 두고 만들었나.

서: 제목이 ‘Don’t Worry’지 않나. 실은 음반의 콘셉트도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이 곡은 특히 리프에 신경을 썼다. 리프만 듣고도 반응하게 하고 싶었다. Guns N’ Roses의 ‘Sweet Child O’ Mine’ 전주처럼 말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너무 많은 음과 악기를 넣었다. “어, 내가 심각하지 말자고 해놓고 뭐 하는 거지?”라고 반성하게 되더라. 종국에는 다 걷어 내고 필요한 것만 배치했다. 스트레이트하면서도 댄서블한데, 당시 그 항공사 직원분과 공항을 뛰던 심리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통통 튀는 기타 주법도 일부러 그렇게 간 거다. 인트로에서 혜진이가 킥을 쿵, 쿵, 쿵 밟고 들어오는데 그건 불안한 주체의 내면을 반영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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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곡은 ‘Moon’인데, ColdplayKeane 연상이 안 될 수 없다. 또 가사가 절절하다.

서: 이 곡은 영국에 있을 때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었다. 가사랑 세부적인 부분이 좀 남았는데 작년 연말 쯤에 집안에 큰 문제가 생겼다.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어서 “집이 이렇게 힘들어지는데 내가 이렇게 음악하고 있어도 되나” 싶더라. 음악가들은 대개 이상적 자아와 현실 속 자아가 일치하지 않는데, 그때 내가 꼭 그러했다. 그 심정을 가사로 옮겼다. 남들은 가사를 이성과의 관계로 해석하는데, 그게 아니고 두 자아 사이의 괴리감을 토로한 노래다. 사운드적으로도 혼란을 증폭시키고 싶어서 듀얼 딜레이를 사용했고, 기타-베이스-드럼-피아노라는 가장 심플한 구성을 택했다(‘Let’s Dance’를 제외한다면). 라이브 때는 이 악기 저 악기 늘어놓고 연주한다. 그때의 혼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싶어서다. 노래 막바지에 가면 그래도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데, 우리 노래들의 전반적 특징이 그렇다.

 

투피스 밴드가 늘고 있는 추세다. 데드 버튼즈 , 57에 레이브릭스까지. 내가 볼 때 레이브릭스는 억지로 볼륨을 키우거나 에너지만을 부각하려고 하기 보다는 섬세한 표현력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타이틀곡 ‘From Me to the World’가 그 표상이라고 본다. 어떻게 생각하나?

서: 2인조 밴드들이 대부분 MR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쓴다. 2인조 밴드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콤팩트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상을 알면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온다. 하나도 안 콤팩트하다. 장비도 제일 많다. 기타리스트들은 정신이 없다. 그렇다면 “굳이 콤팩트하지 않은 마당에, 그런 척을 할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MR에 들어가는 소리는 라이브용으로 다 재녹음해서 쓴다). 사운드적으로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도 많았고. 그게 우리가 MR을 사용하는 이유다. 밴드를 2인조로 재편하고 나서, 데드 버튼즈나 57처럼 하고 싶기도 했는데 그럼 우리만의 차별점이 없어질 것 같았다. 얼마 전 했던 모 방송에선 “데드 버튼즈나 빌리 카터 같은 느낌이 없다”고 하던데, 우리는 아예 그런 느낌을 내고자 하지 않았다.

유: 전형적인 2인조 사운드라는 게 있는데, 우리가 추구하는 건 그런 게 아니다. 그저 멤버가 2명인 밴드인 거다. 그렇게 이해해주면 좋겠다.

서: 프리즘홀에서 2인조 밴드 기획이 있었다. 레이브릭스, 57, 데드 버튼즈, 전국비둘기연합, 드럼앤피아노가 함께 했다. 다 아는 팀들이었지만, 다들 너무 잘해서 우리 둘 다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밴드마다 정체성이 다 다르지 않나. 57은 그들만의 에너지가 있고, 데드 버튼즈는 많이 비워놓은 상태에서 (홍)지현이의 목소리로 해결하려는 게 있다. 그런데 전비연은 완전 다르다. 공연을 보니 2인조 밴드의 왕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뒷풀이 자리에서 전비연이 “레이브릭스가 부럽다”고 하더라. 이유를 물으니, 똑같이 2인조로 무대에 서도 우리는 편곡을 하면 되지만, 자신들은 세션을 불러야 한다는 거였다. “아,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고,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인이나 다른 사람들이 밴드는 리얼 연주를 해야 하는데, 왜 미리 만들어둔 음악을 사용하는가?”라는 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유: 하나의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들고 많은 작업을 해야 한다.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공연용 MR을 따로 녹음하는데, 그걸 준비하는 걸 보면 그런 말을 못할 거다. 그걸 만들면서 이미 라이브를 ‘미리 시연’하고 있는 거니까.

서: 그런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 친한 지인인데 약간 꼰대 마인드를 장착한 사람도 “라이브에서 그러면 안 되지. 그거 반칙 아니야?”라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이렇게 답하고 싶다. “사람들이 우리 공연에 돈 내고 온다. 돈 내고 온 사람들을 만족시키려면 MR을 쓰는 게 맞다는 거다. 그렇게 하지 않는 건 걸그룹이 츄리닝 입고, 화장도 안 하고 무대에 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고, MR 사용은 그 일환이다. 맞다/틀리다의 프레임이 아니라, 할 수 있다/없다의 프레임이다”.

 

내가 앞에서 밴드의 장점으로 섬세한 표현 언급을 했다. ‘Make You Silly’를 1번으로 꼽고 싶. 이상적으로 조화를 형성하고 있는 기타와 드럼, 명징한 멜로디라인, 적절하게 치고나오는 코러스까지 다 그러하다. 꽉 찬 구성의 팝송이다. 그 때문에 타이틀로 된 건가?

서: 맞다. 이 친구가 강력하게 타이틀곡으로 가자고 주장했다. 나는 5곡을 두고 끝까지 고민했는데 혜진이가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이 곡을 타이틀로 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게 정했다.

유: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긴 한데, 이 곡이 가장 먼저 쓴 곡이라 그런지 애착 가는 게 있었다. 솔직하게 결과물 자체로만 봐도 타이틀용인 것 같았고. 그래서 굽히지 않았다.

서: 다른 노래에 비해서 작업 시간이 훨씬 길었던 곡인데, 그만큼 공을 들였단 거다. 나는 10~20분 내로 곡을 쓰는 스타일인데, 이 곡은 이례적으로 길게 늘어졌다. 멜로디라인 수정도 많았던 곡이고. 개인적으로는 ‘Moon’도 ‘Let’s Dance’도 아깝긴 하다(웃음). 그런데 정작 타이틀곡이 뭐냐는 건 내게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어차피 사람들 차안에서 다 듣게 될 건데 뭘. 오히려 주위에서 어떤 곡으로 정했냐고 묻더라.

 

‘Let’s Dance’는 그 제목처럼 가장 댄서블하고, 가장 강력한 사운드를 담고 있는데, 얼쯤하게 선 관객을 모티프로 삼은 곡이라 적혀 있다.

서: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공연을 하다 관객을 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신이 나면 무의식중에 다리를 까딱까딱 하게 된다. 그러면서 얼굴은 심드렁한 척 하고 있더라. 앞에서 보면 신난 게 뻔히 보이는데, 좀 그렇더라. 치기 어린 마음에 기분이 좋지 않았고, “우리가 별론가?”라고 자책도 해봤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화는 내기 싫고 “신나면 신나는 대로 움직이세요”라고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쓰게 되었다.

당시 외국인 친구가 기타를 도와주고 있었는데, 나는 한창 The Killers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럼 그런 풍으로 작업해보자” 고 합일점을 찾고, 작업에 들어갔다. 당연히 훅이 나오는 부분에선 의도적으로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따라 부르겠지” 한 지점이 있다. 일단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다음엔 몸이 움직이게 되어 있다. 라이브에선 이 곡을 ‘Make You Silly’와 붙여서 많이 하는데, ‘Make You Silly’가 바로 따라 부르기 좋은 곡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이 곡을 때리면 사람들이 춤을 춘다.

에피소드도 있다. 홍대 팬 중엔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아니면 반응 자체를 거부하는 분들이 소수 있다. 모 클럽에서 공연을 하고 있는데, 다음 팀을 지지하는 분들이 벌써 무대가 잘 보이는 곳까지 비집고 들어와 자리잡고 있더라. 우리 팬들은 계속 보고 싶은데 서로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때 이 노래를 하고 있을 타이밍이었는데, 앞줄에 있는 사람들을 보니 무대는 안 보고 핸드폰 붙들고 있더라. 우리 보라고 일부러 그런 거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아래로 뛰어 내려가 그분 얼굴 앞에다 대고 기타를 쳤다(웃음). 나중에 그분은 레이브릭스 팬이 되었다.

 

녹음이 굉장히 잘 되었고, 무엇보다 사운드가 깔끔해서 좋다. 하지만 그에 비해 신인다운 패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을 법하다. 또 과거의 음악만 굴삭했을 뿐, 새로운 걸 하려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서: 어떤 분은 “너희는 장르도 없고, 참신하지도 않다”고 하더라. 하지만 나는 역으로 우리 음악이 새롭다고 느낀다. 사람들이 음악을 듣고 느끼는 건 주관적이다. 장호일 선생님은 우리 음악을 듣고 Blur가 떠오른다고 하셨는데, 어떤 분은 또 다른 말을 한다. 그럼 그게 우리 음악인 거다. 우리는 음악을 늦게 시작해서 ‘레퍼런스’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헌데 그것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거다.

음… 어떻게 하다보면 우리 음악인데 다른 팀이 미리 해놓은 음악과 비슷한 게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당연히 우리보다 먼저 시작한 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신인이기 때문에 그런 걸 잘 모르고, 모르기 때문에 더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가 어떤 음악을 했는지 잘 모른다. 열심히는 듣고 있지만 그에 대한 강박이나 참신한 걸 써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지는 않다. 언급했듯, 우리가 곡을 쓸 때 마음에 새기는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뭔가”이다. 질문에 답하자면 “새로운 게 꼭 필요한가? 새로운 건 도대체 뭔가?”라는 답을 하고 싶다.

이제 과거에 없던 음악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데드 버튼즈나 57의 음악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 음악이 예전에 없던 음악은 아니다. 지금은 자신이 갖고 있는 소스를 가지고, 그걸 자신의 능력껏 잘 발휘해서 만드는 음악이 대세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 본다. 우리는 한 곳만 보고 있지 않다. 이번 음반을 들어보면 5곡이 다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캐치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묶어주는 고리는 ‘레이브릭스의 음악’이라는 거다. 그건 내 목소리일수도, 혜진이의 드럼일수도 있다. 우리는 그걸로 이 음악이 레이브릭스의 음악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 다음 음반이 이것과 똑같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유: 새롭게 보이지 않았다면 그저 유감일 뿐(웃음). 그런 평가에 막 집착하고 그런 성격이 아니다.

 

가지고 있는 곡이 상당수 있다고 들었다. 그럼 인터벌을 짧게 해서 EP든 싱글이든 낼 수 있는 상황 아닌가?

서: 맞다. 내년에 싱글 2번 내고, EP를 낼 계획은 가지고 있다. 2월에 싱글 2곡을 먼저 발매하고, 4~5월쯤에 또 싱글 2곡을 내고, 9월 정도에 EP를 발표한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정규를 터뜨리자. 이런 플랜이다. 그런데, 트리퍼 사운드의 김은석 대표님이 “그렇게 간격이 짧으면 좋지 않다”고 조언을 주셨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라 일단 곡작업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있다. 그래도 내년에 뭔가 나오긴 할 것이다. 이번에 음반 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와, 이렇게 바쁠 줄은 몰랐다. 녹음보다 녹음 후 작업이 더 많았다. 심의도 받아야 되고, 이것저것 처리해야 할 게 정말 산더미 같더라. “왜 내가 만든 음악을 누군가에게 심의를 받아야 하지?”라는 회의까지 들더라. 어쨌든 싱글이 먼저 나올 거다. 정규는 내후년까지는 봐야 할 것 같고. 아, 싱글 가사를 관객으로부터 받으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다. 모종의 이벤트다.

 

무엇보다 곡이 잘 들린다. 어마어마한 장점이다.

서: 혜진이 공이다. 내가 곡을 한 10곡 써 가면 9곡 정도는 차갑게 “그거 하지 마”라고 한다. 이 친구가 귀가 좋다. 지금 라이브하는 곡들 중 내가 순전히 작업한 곡은 한 10퍼센트도 안 된다. 혜진이가 커트한 곡을 다시 살려서 하거나 그런 곡이 많다. 이 친구가 “이거 괜찮네”라고 하면 그 곡은 라이브에서 잘 먹힌다. 다른 친구들은 곡을 써도 검증받을 데가 없는데, 나는 혜진이에게 자체검증 받으면 되니까 편하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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