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Articles

로시: Shape Of Rothy

노래는 자주 찾고 싶지만 로시는 잘 모르는.

언제부턴가 신승훈은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 최정상으로서 꽉 찬 경력을 소유한 그가 제작에 뛰어드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비추어지나, 하필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이러한 행보를 보여줬다는 것에 의문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더불어 짧은 동행 후 이미 틀어져 버린 맥케이(McKay)를 떠올려본다면 단순한 도전 이상의 목표가 있다는 걸 지레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Shape Of Rothy](2018)에서 일부 해소된다. 가수 신승훈은 그간 최신 음악에 본인의 창법을 녹아들게 하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쉽게 바꾸진 못했다. ‘3 waves of unexpected twist’ 시리즈가 그랬고, 완전히 다른 모습을 선보인 ‘Polaroid’(2017)의 반향은 잠잠했다. 작곡가로서 더 많은 것들을 갖고 있지만, 그걸 담을 그릇의 용도는 한정적인 셈이다.

그래서 로시(Rothy)의 등장은 작곡가 신승훈이 얼마나 대중음악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얼마나 많은 음악을 표현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번 EP의 타이틀 ‘버닝(Burning)’만 들어봐도 그렇다. 조금 철이 지나긴 했으나 신승훈이 트로피컬 하우스류의 댄스를 했다는 건 놀라운 부분이다. 그가 직접 작곡과 편곡에 참여한 이 곡은 대중이 기억하는 신승훈의 이미지와 습관 등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노래다. 굳이 ‘때’가 묻어 있는 곡을 찾아본다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술래’의 도입 부분이랄까. 그의 곡에서도 자주 쓰던 건반 톤이 등장하니까.

앨범의 주인공 로시의 캐릭터도 꽤 선명한 편이다. 유사한 인물을 찾자면 ‘이하이’가 떠올려지나, ‘이하이’보단 좀 더 노래를 소화할 팔레트가 넓은 음색이다. 이 부분이 로시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한데, 대중이 좋아할 보이스를 가진 것은 분명하나 어떤 노래가 잘 어울리는지 [Shape Of Rothy]에선 쉽게 발견할 수 없다. 신인으로서 첫인상을 짙게 내놓아야 할 상황에서 이런 부분의 노출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Shape Of Rothy]란 EP가 인상적인 건 노래가 가진 힘 덕분일 것이다. 신승훈은 정말 아낌없이 대중적인 곡을 써냈고, 한국에서 가장 세련된 팝을 주조해내는 작곡가 이현승은 곡을 잘 편곡했다. 꽤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신승훈이란 뮤지션이 얼마나 대중적인 시선과 감을 유지하고 있는지 절로 수긍될 수밖에 없는 조합들. 비록 주목적(로시 알리기)이 성공했다고 보긴 어려우나, 대중성 높은 앨범임은 분명하다.

(3 / 5)

 

About 이종민 (62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댓글 남기기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