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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버스틱: 광주를 기반으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고 싶다

ruberstick live

 

루버스틱은 광주 출신 일렉트로니카 팀이다. 57이 더 큰 도시로 이주해왔다면, 이들은 아직 로컬 씬의 축으로 활약하며 서울을 비롯한 각종 도시를 누비도 다니는 현 ‘로컬 인디 밴드’다. 기회가 되는대로, 로컬 팀들과의 인터뷰도 계속 진행하겠다. 어제와 오늘 세이수미와의 이메일 인터뷰와 루버스틱의 이 인터뷰가 올라온 것은 음악이 좋기도 하지만, ‘인디=홍대’라는 일부 사람들의 편협한 시선을 살짝 돌려놓아주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 얼마 전 루버스틱이 클럽 타에서 열린 ‘라이브클럽데이 오픈 쇼케이스’에서 13층과 함께 뽑혔다. 축하한다. 인터뷰엔 손성훈(보컬과 기타)과 서정훈(샘플러)이 참여했다.

 

간단하게 각자 소개 먼저.

서: 샘플러 담당 서정훈이다.

손: 기타와 보컬의 손성훈이다.

 

축하인사부터 전한다. 얼마 전 광주음악창작소 뮤지션 인큐베이팅에 선정되지 않았나.

서: 우리 나름대로는 야심차게 “우리의 새로운 모습이다”라고 준비했다. 그런데 정작 그곳의 분위기는 매우 서늘했다. 솔직히 안 될 줄 알았다. 최종 5팀을 선발하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이름이 호명되지 않고 있었다. “괜히 나온 거 아닌가”를 비롯해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 때, “루버스틱”이라고 하더라.

손: 그날 인큐베이팅 자체의 기획의도를 미리 들었다. 잘하는 모습보다는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2차 경연 때는 기존 곡을 연주했고, 2주 뒤에 열린 마지막 3차 경연 때는 그 기간 동안 만든 신곡 2곡을 연주했다. 그 2주간 새로운 장비도 대거 구입했고,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었다. 부족했지만 다행히 심사위원 분들이 잘 봐 주신 덕에 선정될 수 있었다.

 

몇 팀 정도가 응모했던 건가?

손: 한 40팀 정도 응모했다고 들었고, 2차까지 간 팀은 13팀, 그리고 마지막 3차에 올라온 팀은 7팀이었다.

 

팀은 어떻게 결성되었나?

손: 이 친구(서정훈)랑 같이 음악을 한 게 햇수로는 13년 정도 된다. 우린 고등학교 때부터 서로 알던 사이였고, 당시에는 다른 스쿨밴드에서 각자 음악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대학을 진학하면서 20살 때 인디밴드라는 걸 처음 만들어 같이 연주를 하게 된 거다. 스래쉬메탈/랩코어/하드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하다가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정훈이랑 나밖에 남은 사람이 없더라. 그때 이 친구는 베이시스트였는데, 23살에 큰 교통사고를 겪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오른손/오른다리가 좀 불편하다. 신경이 마비되어 베이스 연주가 불가능해진 거다. 안타까워서 이 친구가 연주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다가 샘플러는 충분히 다룰 수 있을 것 같아서, “앞으로 일렉트로닉을 연주해 보자”고 코드가 통하게 된 것이지. 그렇게 탄생한 팀이 루버스틱이고, 결성된 지는 3년 정도 되었다. 제대로 활동한 건 2014년부터다.

 

그러면 장르를 선회하게 된 건 순전히 그 사건때문인가?  아니면 일렉트로니카 쪽에 죽 관심이 있었나?

손: 이쪽 음악은 예전부터 들어왔다. 취향이 딱 정해진 게 아니라, 이런저런 음악을 다 챙기며 살았으니까. 또 사람들의 반응을 감안한 것도 있다. 1990년대만 해도 우리가 락을 연주하면, 열정적으로 호응하고 그랬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멀뚱멀뚱 지켜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라. 그런데 클럽을 가면 사람들이 미친 듯이 춤추고 뛰어다니는 게 아닌가. 정훈이 일도 일이지만, 이런 음악을 도입하면 “다시 옛날처럼 객석과 같이 놀 수 있겠다”는 상상을 해봤다. 그게 컸다.

 

그 전에 활동하던 밴드로는 피지컬 음반을 내진 않았던 거지?

손: 디지털 음원으로만 공개했다.

서: 공식적으로 유통이 안 된 ‘가내수공업’ 한정판 그런 건 있었다. 표지부터 다 우리가 직접 제작한 음반.

손: 우리가 바로 전에 했던 팀이 ‘탑밴드1’에 참여했던, ‘팡팡밴드 난반댈세’다. 디지털 음원이 있다는 건 그 밴드로 음원을 냈다는 거다. 이모코어를 하던 시절이었고, 5곡이 든 디지털 EP다.

 

본인들을 전업 음악인의 길로 인도한 아티스트가 있다면?

서: 난 서태지와 아이들이다. 그들의 댄스를 TV에서 보고 춤을 추게 되었고, 나중에 서태지가 밴드 음악을 하는 걸 목격하곤 나도 밴드 음악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꿈이 서태지 씨와 밥 한 끼 하면서, “형님, 우리 CD 나왔어요. 들어봐 주세요”라고 말하는 거니까. 그 후 베이스를 전문적으로 치게 되면서, Judas Priest, Iron Maiden, Rhapsody 등 수많은 메탈 밴드를 좋아하게 된 거다.

손: 나는 Mr. Big이다. Paul Gilbert 연주를 1996년도에 처음 듣고 일렉트릭 기타를 쳐야겠다는 결심을 했으니까. 그런데 그 때도 음악은 취미였고, 이걸 전업으로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다 “전업으로 이걸 해야겠다”고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한 건 바로 이놈(서정훈) 때문이다. 나는 공대를 다니며 평범하게 공부하던 사람이었고, 이 친구는 계속 춤추고 연주를 했다. 그런데 이 친구랑 같이 음악을 하다 보니 성적도 떨어지고 겨우겨우 졸업했는데, 어느 순간 주변 인간관계도 전부 음악인들로 채워져 있는 게 아닌가.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된 거다.

 

얼마 전엔 래퍼가 정규 멤버로 있던 것 같은데, 이제부턴 계속 이 체제로 가는 건가?

손: 그렇다. 그분은 개인사 때문에 팀을 그만뒀고, 앞으로는 3인조 현 체제(드러머 최하람이 얼마 전 큰 사고를 겪어, 현재는 세션 드러머가 연주를 한다)로 음반을 내고 공연을 할 거다.

 

랩이 빠지면, 필연적으로 음악 스타일이 바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손: 힙합 컬러가 희석되고, 대신 포스트락 느낌이 나는 트랙이나 덥스텝처럼 진행하는 곡이 들어가게 될 거다.

 

이 인터뷰를 하기 전 2014년 말에 나온 EP [Nothing From Now On]을 다시 듣고 왔다. 나는 후반부에 수록된 두 곡 ‘Not in the Service’‘I Hate U’가 좋았다. 적당히 실험적이면서 대중의 취향을 겨냥한 곡이라고나 할까.

서: 우리의 ‘베스트’도 5번 트랙 ‘I Hate U’다.

 

마지막곡 ‘I Hate U’는 상당히 락킹하고, 다른 곡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본인들의 설명에 따르면 본인들의 활동을 집약한 곡이라고 하는데, 그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서: 음반 나오기 1주 전까지 “실어야 한다/안된다”, 우리끼리도 말이 많았던 곡이다. 원래는 담지 않기로 결정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곡이 빠지는 게 너무 싫었다. 우리가 제일 처음에 했던 헤비메탈부터, 그 다음에 좋아하게 된 하드코어, 현재 하고 있는 일렉트로니카, 그리고 블루스까지 고작 10년일 뿐이지만 그 안에 우리가 걸어온 음악여정이 다 들어 있거든. 그렇게 보니 애착이 가서 버릴 수가 없더라.

손: 제목부터 ‘I Hate U’지 않나. 그간 장르를 바꾸고, 팀을 바꾸고 했던 것은 다 우리 탓이다. 예전에는 자꾸 관객 탓을 했었다. “왜 우리 음악을 이해를 못하냐. 반응이 왜 이 모양이냐”, 그렇게 애먼 관객을 잡았던 거지. 이제 우리도 성숙해졌고, “그때 그 감정을 한번 정리해보자”라는 생각도 들고 해서 넣게 된 곡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성향의 곡이 수록되다 보니, 정체성이 모호해지지 않는 싶은 의문도 들었다.

손: 공연을 하고, 음반을 제작하다 보면 그 순서를 어떻게 정할지 난감하다. 말한 대로, “루버스틱”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는 거다. 그게 우리의 애로사항이자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런데 역으로 보면, 우리가 여러 장르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여기저기 탐사해 보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계속 곡 만들고/공연하고 하면서 우리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나가야 되겠지. 조금 더 지나면 정리가 되지 않을까.

 

곡의 아이디어는 주로 어떻게 얻는가?

손: 합주를 통해 완성하기보다는, 방에 둘이 틀어박혀 뚝딱거리면서 만드는 걸 좋아한다. 그렇게 나온 모티프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살을 붙여나가는 식으로 작업을 한다. 다음 앨범부터는, 주기적으로 싱글을 발표하고, 그것들을 모아서 음반을 채우는 방식을 택할까 하고 있다. 싱글끼리의 스토리를 엮어볼 계획인데, 비슷한 성향의 싱글끼리 모여 음반이 되면 좋을 것 같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신곡 ‘Alright’을 들어봤다. 그 곡을 체크해보니 뭔가 바뀌고 있다는 촉은 온다.

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을 갖기 못했다. 그건 두 길 사이에서의 고민이다. 파퓰러하게 가는 길. 아니면 그와는 약간 선을 긋고 더 일렉트로닉 스타일로 가는 길이다.

손: 분명한 건, 기존엔 하우스쪽을 했는데 앞으로는 덥스텝 쪽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거다. 아날로그 신스도 많아질 것이고, 그런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거다.

 

그러면 작업 방식도 달라지는 거 아닌가?

손: 아까 언급한 구입한 장비가 손에 덜 익었다. 그걸 몸에 맞게 익히려면 우리가 연습을 더 열심히 해야 되겠지. 기타도 8현 기타고, 베이스도 뮤즈(Muse)가 연주했던 8현짜리 패드 달린 베이스다. 이런 걸 자랑삼아 하는 게 아니라, 라이브에서 자유자재로 연주가 가능할 정도로 맞춰야 된다.

 

음반 뒤에 찍힌 얼터 에고 사운드 스튜디오는 본인들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이름인가?

손: 맞다. 우리가 운영하는 스튜디오다. 위치는 광주 동명동에 있다. 남의 앨범만 자꾸 찍다가 정작 우리 앨범은 늦게 나오게 되었다.

 

광주 씬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을까? 나는 포스트락 밴드 서머 네버 컴스와 루버스틱 밖에 모른다.

손: 어느 로컬(local)이든 “괜찮아”라고 말하는 로컬은 없을 것이다. 정기적으로 합주하고 모이는 팀은 12~13팀 정도 된다. 다른 지방에 비하면 적지 않은 수이지만, 공연할 수 있는 환경이 좋지는 않다. 공연장은 3개 있는데, 기획공연 자체가 주춤한 실정이다. 그래서 광주 팀들도 다른 지방으로 나오고 싶어 한다. 집객 문제도 있지만, 타 지역으로 가서 다른 팀들을 만나보고 싶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앨범은 지속적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데, 활동이 이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음반을 내놓고 잠수하는 팀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번에 서울에서 우리가 공연하는 클럽(프리버드) 류신홍 매니저님과 상의해본 게, 이번 달은 서울 팀이 광주로 내려와 연주하고, 그 다음 달엔 광주 팀이 서울로 올라와 공연하는 식으로 프로젝트에 대한 거다. 교류도 활성화될 거고, 좋은 기회들이 생길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서울 팀/로컬 팀 양자에게 다 이익이 되는 거 말이다.

 

그러면 그 12~13팀이 다 각자의 장르를 하고 있는 건가?

서: 맞다. 장르는 다 다르다. 장르마다 1팀씩 있다(웃음). 우리도 일렉트로니카 하는 팀이랑 어울려 공연하고 싶은데, 아쉽게도 광주엔 그런 팀이 없다. 서울에서 하고 싶어도, 컨택이 가능한 팀도 없고 말이지. 그래서 광주에서 공연할 땐 그 팀(거의 크루)들이 다 우루루 나와 연주를 한다. 관객 입장에서도 본인들이 좋아하는 장르는 정해져 있을 텐데, 그 모양이 항상 좋게 보이지만은 않을 거다. 어쿠스틱 했다가 펑크 했다가 일렉트로닉 하다가 그러니까.

손: 아, 펑크 팀과 어쿠스틱 팝 팀은 몇 팀씩 있다. 다 식구처럼 지내긴 하지만 우리 스튜디오에서 자주 모이는 팀은 서머 네버 컴스와 어쿠스틱 팝 하는 AV다.

 

본인들이 볼 때, 추천하고 싶은 팀은 누군가?

손: 외부 사람들이 잘 아는 팀은 서머 네버 컴스다.

서: 판만 제대로 만나면 잘 될 것 같은 팀은 AV다. 어쿠스틱 팝을 연주하지만, 스스로는 ‘성인돌’이라고 하고 다닌다. 음반이 나왔는데, 공연장에서만 판다.

 

57과 인터뷰했을 때도 그러더라. “로컬에 대한 애정이 있지만, ‘next’가 없는 게 불만이다라고. 그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겠지만, 로컬 밴드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손: 마찬가지다. 서울은 매주 공연을 할 수 있다. 광주에서 공연하면 매일 같은 분이 오신다. 이주 공연에 왔던 분이, 다음 주에도 보이고. 그런데 그 다음 주에 눈에 띄지 않으면, 전체 관객에서 1명이 비는 거고(웃음).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인디 팬이 제한적이라는 거다. 그런데 서울 클럽에선 그런 경우는 없다. 어쩔 수 없는 거긴 하지만, 서울이 나은 거지.

서: 우리의 최종 목표는 ‘광주를 기점으로 하지만 전국적으로 유명한 팀’이 되는 거다. 광주 사람들이 “우리 동네 뮤지션인데 정말 유명한 팀이야”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팀 말이다. 광주 인디 씬이 생성된 지 10년 되었는데, 그렇게 역사가 일천하다보니 지금 존재하는 팀이 다 친구/후배/제자들이다. 그들한테 모범이 되고 싶다.

손: 아, 그에 대해 한 마디 더 하고 싶다.

 

좋다.

손: 유명한 팀이 오면 광주 공연장도 꽉꽉 찬다. 그런데 광주 씬에 있는 밴드가 공연하면 객석이 휑하다. 철저하게 밴드 탓이다. 우리부터 반성하고 더 좋은 퀄리티의 공연을 만들 수 있게끔 연구를 해봐야 한다. 여러 가지 솔루션이 있을 거다. 서울에 올라와 이쪽에서 먼저 유명해진 다음, 거꾸로 내려오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다른 방안도 있을 거다. 절대 관객을 비난하면 안 된다.

 

중장기적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손: “우리 음악이 이거다”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거다. 그 정확한 하나의 선을 찾는 것. 그 일환으로 우리가 합주하는 영상을 죽 유튜브를 통해 올릴  건데 그에 대한 피드백도 얻고 싶다.

서: 그건 세계의 모든 밴드가 가진 목표일 것이다. 메탈 밴드 할 때는 그 방향으로만 가면 되니 쉬웠는데, 루버스틱은 중간에 팀 컬러를 바꿨고, 지금도 공부하고 있고, 거기에 또 뭔가를 섞으려고 하다 보니 수월하게 오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잘 해봐야지.

손: 최근 뮤즈 노래를 들었는데, 덥스텝을 한 곡이 있더라. 그런데 별의별 걸 다 추가해도 뮤즈 곡은 뮤즈의 곡이다. 놀랐다. 그런 색깔 하나 찾아간다는 게 핵심일 거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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