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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Light & Shade Chapter 2

아직도 선인장이 생각나는 그녀

일반적으로 언론사의 인터뷰와 홍보 자료는 다루는 대상에 대해 포장하는 것이 관례이나, 근래 루시아만큼이나 과하게 꾸며서 보도된 뮤지션도 드물 것이다. 그녀는 소극장 단독 콘서트도 매진시키고, 김준수의 미니 앨범 [꼭 어제](2015)의 타이틀곡도 쓰는 등 적지 않은 실적을 쌓아냈지만, 본인 앨범에 대한 성과를 따졌을 땐 그 결과가 빛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2012년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더 노골적으로 접근한다면, 작곡가의 자격이 의심될만하다. 신보 발표 때마다 매번 같은 이유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고 있는데, 작곡 스타일이 한결같다. 1절에서 귓가를 붙잡는, 기분 좋은 출발을 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곡에 대한 매력을 상실해버린다. 세 번째 정규 앨범의 파트 2 [Light & Shade Chapter 2](2015)도 딱히 다를 바 없다. 간주 없이 바로 1절이 들어가는 ‘너의 존재 위에’는 앞마디의 집중력만큼은 놀라우나, 브리지 없이 바로 연결되는 후렴은 과연 노래가 빛나야 할 부분인지 의문될 만큼 허무하게 흐른다.

타이틀곡의 구성이 이 정도니 수록곡들에 대한 기대감은 절로 감소된다. ‘그대가 웃는데’, ‘아플래’, ‘배워’ 모두 전반이 앞서나가면 후반이 맥을 못 추거나, 후반이 힘을 내면 전반의 기가 죽는 상황이다. 그나마 ‘달과 6펜스’가 힘의 균형추를 맞춘 편. 이처럼 집중력이 결여되어 미완성으로 만들어진 곡들은 편곡으로 만회하려 하는데, ‘김진영’, ‘곰돌군’ 같은 편곡자를 섭외하여 부실한 체격에 옷을 입혀보려 하지만, 한 곡을 제대로 채우지도 못한 선율은 듣는 내내 허기를 일으킨다.

물론 티켓 판매로도 입증할 만큼 적지 않은 팬을 확보한 위치가 이상하다는 건 아니다. 이번에도 루시아의 목소리는 얼마나 소중한 지를 안내한다. 맑고 질러대는 고음 위주의 가창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애절하고 여린 음색은 듣는 내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보컬리스트로서의 가치와 존재감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확실하다.

안타까운 건 이런 장점을 부각하려는 모습보단, 어떻게든 뮤지션으로서의 성과를 내고 싶은 욕심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신보를 낸 뒤 나온 인터뷰 기사의 제목부터가 이해하기 쉽다. “목소리 좋은 가수로 기억되기보다 싱어송라이터로 오래 남고 싶어요”(세계일보) 이 발언은 자연스럽게 그녀가 음악 작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지향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돈을 받고 노래를 들려주는 프로 뮤지션에겐 잘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을 나누는 선구안이 꼭 필요하다. 그녀가 곡을 전달하고 싶다던 이소라나 이문세가 작곡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소라는 앨범 프로듀서이자 작사가로서의 재능을 수차례 보여줬고, 이문세는 한 발짝 물러나 프로듀서와 작곡가를 선정하는 눈을 확보했다. 이처럼 음악을 만드는 수많은 과정 중 본인이 가장 잘하는 곳을 골라야 함에도, 부족한 곳에서 마저 의견을 주장하니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심규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때부터 지금까지, 대중이 그녀를 가장 확실하게 기억하는 곡은 무엇일까. 아직도 먼저 검색 결과에 나오는 건 ‘선인장’과 ‘부디’다. 모두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의 곡. 그를 꼭 넘어야 하는 건 아니겠지만, 5년간 작곡한 그 수많은 노래 중 이만한 반응을 얻은 곡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제는 포지션을 바꿔도 되지 않을까.

2.5 Stars (2.5 / 5)

 

About 이종민 (57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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