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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닉시브: 항상 혁신적인 음악을 해 보고 싶다

 

늦겨울이 심술을 부리는 어느 날, 부산 메탈코어 밴드 매닉시브의 베이시스트이자 리더 박준용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새로 나온 EP [Pandora]에 대해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열심히 답변해 준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모두 알고 있는 바대로, 얼마 전 매닉시브는 보컬 오나은의 탈퇴 등으로 인해 잠정 휴지기에 접어든 상태다. 이들을 아끼는 팬들이 적지 않은 만큼, 곧 다시 날아오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1[Not a Puppet]2014년에 나왔으니, 2년 만에 EP를 공개하게 되는 셈이다. 원래 정규를 낸다고 그러지 않았나? EP가 먼저 나온 이유는 뭔가?

안 그래도 정규를 준비하고 있었다. 곡도 풀렝스를 낼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었고. 그런데 부산 음악창작소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운 좋게 참여하게 되었는데, 조건에 3곡의 신곡을 발표하는 게 있더라. 생각해보니 그렇게 할 바에는 EP를 먼저 공개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거다. 창작소와 팀의 입장을 조율한 바, 5곡이 든 음반을 내기로 한 거다. 3곡으로 하면 EP라고 부르기엔 너무 볼륨이 작지 않나. 이번엔 EP를 내고, 최대한 준비기간을 짧게 해서 정규를 발표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그게 [Pandora]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1집에 비해 녹음상태가 확실히 좋아졌다. 가장 신경 쓴 점은 무엇이었나?

정규 낼 때 “EP나 싱글부터 내지 왜 풀렝스를 고집하느냐”고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음반이 일종의 발자취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길게 보고 작업을 한다. 지금 당장은 100%가 아니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그건 상관없는 거다. 할 수 있을 때, 낼 수 있을 때 내는 게 음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 질문에 답을 하자면, 음질이 더 좋아진 건 녹음 환경이 바뀌어서 그렇다. 더 좋은 장비로 녹음을 했으니, 더 좋은 작품이 나오게 된 거지. 외국 밴드, 외국 음반과 나란히 두고 봤을 때, 꿀리지 않는 사운드를 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1집과 비교해 들어본 뒤, 좀 더 날카롭고, 스트레이트하게 변했다고 생각했다. 그루브도 좀 더 부각된 것 같고.

딱히 의도를 해서 그렇게 된 건 아니다. 손 가는 대로 썼다. 밴드 하는 사람 중 전문적으로 작곡을 공부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지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 팀엔 그런 사람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그때그때 정서나 느낌에 충실해 쓰는 스타일이다. 아, 1집보다 출중한 작품을 내놓고 싶었던 욕심은 강했다. 손이 가는 대로 쓰되, 정서나 느낌을 더 또렷이 살리고 싶었다.

 

곡들은 술술 잘 나왔나? 그리고 녹음은 얼마나 걸렸나?

그렇다. 밴드마다 곡 쓰는 방법은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리프 좋은 거 나오면 따로 녹음해 두었다가, 작곡할 때 끌어오기도 하던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나는 그런 게 나오면 먼저 그걸 물어뜯는 편이다.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도, 그 감정이 사라져 버린다. 그걸 막기 위해 밤을 새는 한이 있어도 곡을 먼저 완성하고 본다. 집중하는 만큼 나오더라. 아, 그리고 두 달 걸렸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보면 긴 게 아니다. 때문에 급하게 녹음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헌데 창작소 사업이 일정이 빡빡해서 그에 맞추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Catharsis’가 타이틀이니 이 곡 먼저 이야기해 볼까? 가장 그루브하고, 텐션도 강하다. 어떻게 쓰게 되었나?

처음 들었을 때, 이게 과연 우리에게 어울릴 스타일일까 싶었다. 1집엔 없는 스타일이지 않나. 아무리 우리가 다양한 헤비니스 장르를 연주한다고 해도, 약간은 주저되었던 게 사실이었다. 이거 좀 세지 않나. 강하지 않나.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런 건 별 게 아니었다. 어때, 우린 이런 것도 할 수 있어. 이런 장르도 잘 소화해. 뭔가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다. 곡을 처음 들은 분들은, 데스코어에 가깝다고 하더라. 장르야 어떻든 멋진 음악이면 된 거 아닌가. 멤버들도 가장 좋아한 곡이고, 가장 재미있게 레코딩한 곡이기도 하다.

 

manixive-pandora

 

이 곡 뮤직비디오 이야기 좀 해보자. 고생 많이 했다고 들었다.

음원 자체가 잘 나오다 보니 뮤직비디오에도 욕심이 생겼다. 이번 창작소 사업에 참여한 팀이 꽤 많았는데, 똑같은 돈을 받아도 그걸 어떻게 쓰냐에 따라 음악의 퀄리티는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판을 벌이고 나니, 돈이 걱정되긴 했다. 정말 아는 사람도 없이 했다면 천만 원 정도 들었을 것이다. 음향/조명/세트 등등… 그랬는데 내가 하던 일을 통해 이쪽에 아는 분이 있어서, 약간 저렴하게 할 수 있었다. 촬영한 장소는 김해교도소 뒤편 발전기 창고다. 함께 작업한 팀은 바이닐 샵(Vinyl Shop)이라는 서울의 촬영팀인데 새벽 6시부터 너무 고생이 많으셨다. 본인들 막차 시간도 취소하시고 다음날 정리되는 그 순간까지 함께 해 주셨다. 어떻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Simulacrum’은 극적인 전개가 일품인 곡이다. 이 곡을 타이틀로 걸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다수결로 타이틀을 정한 거다. 이 2곡은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데, 대중적으로는 ‘Simulacrum’이 더 먹힐 거라고 예상했었다. 드라마틱한 전개도 있고, 더 잘 감기는 곡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헤비한 밴드니 “좀 빡세게 가보자”는 공감대를 만들었고, 결론적으로는 ‘Catharsis’가 타이틀이 되었다.

 

마지막 트랙 ‘Gypsophila’는 몰아치는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약간 블랙메탈 느낌도 있고. 재미있는 트랙이다. 다른 곡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곡을 할 때 드럼을 쳐주던 (이)완기 형이 블랙메탈 씬에서 극강의 드러머(니플하임)였다. 개인적으로 곡을 쓸 때 드럼 라인에 유독 신경 쓰는 편이다. 리듬이 먼저 살아야 하니까. 저 형은 블랙메탈을 오래 해왔으니, 이런 곡을 하면 형의 장점이 극대화되지 않을까 싶었던 거지. 구성이 가장 복잡하고 들어 있는 게 많은 트랙이다.

 

영어 가사를 사용하는 게 확실히 현재의 밴드 사운드와 잘 붙는 것 같다. 억지로 한글 가사로 만드는 건 어색하게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매닉시브의 노래와 가사는 꽤 잘 호응하는 것 같다.

그로울링 자체가 한글로 하면 이상한데다 라임도 어그러지고 웃기다. 그래서 영어를 고집한다. 헌데 나름 잘 한 모양인지, 우리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누른 분만 봐도 외국인 비율이 30~40% 정도 된다.

 

크게 보면 메탈코어. 메탈코어는 다른 메탈 장르에 비해 나이어린 팬들이 많은 장르기도 하다. 메탈코어는 본인에게 어떤 매력을 주는 장르인가?

헤비니스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거다. 헤비함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그루브하고 듣기 쉬운 음악. 그게 매력인 것 같다.

 

그렇지만 데스코어나 멜데의 느낌도 있다. 1집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여러 장르를 두루 해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앞으론 어떤 장르를 해보고 싶다.

맞다. 젠트(djent)도 해보고 싶고. 그런 쪽으로 고민을 안 할 수 없겠더라. 내가 들어서 좋은 건 남이 들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뉴 스쿨이든 올드 스쿨이든 말이다. 헌데, 이 바닥 음악을 보면서 하나 안타까운 건 “너무 똑같은 음악”이 많다는 거다. 좀 다른 음악을 해야 차별화가 될 것 같다. 새로운 장르가 있으면 그 장점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발전적이고 혁신적인 음악을 해보고 싶다.

 

요즘 좋아하는 팀이 있나?

Suicide Silence다. 들어보면 중간 중간 젠트도 넣고 새로운 걸 많이 시도한다. Crystal Lake도 즐겨 듣는다.

 

소극장 공연부터 락페까지 다양한 무대에 서 봤다. 어떤 형태의 공연이 가장 재미있나?

각각 일장일단이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절대 클럽을 등한시하지 않는다는 거다. 우리는 클럽에서 태어났고, 거기서 컸다. 나중에 큰 밴드가 되더라도 클럽 공연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큰 무대에 서서 관객들을 물결을 보는 희열도 크지만, 작은 무대가 주는 기쁨도 그 못지않다.

 

그럼 서울 팬과 부산 팬의 반응도 다른가? 이게 굉장히 궁금했다.

다르다. 서울 팬들은 냉정하게 말해 소비자다. 하지만 ‘쿨한 소비자’다. 좋으면 보러 오고, 싫으면 안 온다. 부산 팬들은 소비자라기보다 ‘서포터’에 더 가깝다. 씬을 위해서 오는 분들이 많다. 대신, 그런 분들의 수가 적다. ‘소수’라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이건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지만, 비율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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