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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Come Around

데뷔 1년 만에 맨은 홍대 씬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차지한 모양새다. 2014년 ‘KT&G 밴드디스커버리’에서 우승을 차지하더니, ‘헬로루키’에서도 이달의 헬로루키로 선정되며 연말결선까지 진출(수상은 못했지만)했고, 많진 않지만 꽤 열성적인 팬층까지 거느리게 되었다. 여기, 그들의 첫 EP [Come Around]를 듣고 있다. 너무 보편적인 영어이름이라 누가 문제를 제기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밴드 이름은 여전히 ‘맨’이지만, 스펠링이 ‘Man’에서 ‘Maan’으로 바뀐 점이 일단 눈에 들어온다. 허나 그보다 비중있어야 하는 건 당연히 곡이니, 어떤 트랙들을 넣었는지 체크를 먼저 해봐야 한다. 음… 라이브 무대를 통해 선보였던 익숙한 곡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차피 EP로 낼 계획이었으니, 그간 발표했던 곡들을 ‘빨리, 그리고 제대로’ 피지컬 형태에 담아내는 게 제 1과제였다고 생각된다. 어제와 오늘 총 세 번에 걸쳐 이 음반 전체를 모니터링했다. ‘헬로루키’ 심사때부터 죽 이들의 무대를 봐왔지만 각잡고 밴드에 대해 쓸 기회가 온 건 처음이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내가 보는 맨의 강점은 미니멀한 사운드로도 꽉 찬 느낌을 전달한다는 것이다. 그 사이사이에 적절한 이펙터 사용이나 보컬 하모니, 반복적이면서 중독적인 기타 리프 등을 끼워넣는데, 그 조합이 꽤 그럴싸하다. 대표적으로 이들의 공연 마지막을 장식하곤 했던, 타이틀곡 ‘Come Around’를 꼽을 수 있다. 딜레이를 이용한 공간감과, 멜로딕락 그룹의 작품을 듣는 듯한 코러스, 중반부의 강렬한 반전까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곡이고, 마땅히 EP에서도 헤드로 섰어야 했을 트랙이다. 음반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큰 기둥은 문을 닫는 ‘Calling Down’이다(‘Come Around’와 종종 함께 연주되곤 했던 그 곡). 보도자료에 나온 것처럼 이게 ‘프로그레시브’하다고는 보지 않지만, 그런 장르적 분류가 항상 중요한 건 아니니까. 이 곡에서 밴드는 아주 밝지도 않고 아주 어둑하지도 않은 미묘한 경계를 연주하는데, 이런 톤을 뽑아내는 건 실제로 쉽지 않다. 게다가 멜로디 라인이 한 번만 들어도 귀에 쏙 박힐 만큼 빼어나지 않은가. 그리고 간과되고 있지만, 더블 타이틀곡으로 선정된 ‘Last’도 들을 만한 곡이다. 흥미롭게도 EP에 실린 대부분의 곡들은 기타락 밴드가 뽑아낸다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댄서블’한 질감을 만들어내는데, 이 곡은 그 전형이라 할 수 있는 트랙이다.

그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Empty Heart’와 ‘Pray’가 언급한 세 곡보다 상대적으로 처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이 두 곡이 분량을 채우기 위해 들어간 ‘필러’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Pray’는 더 타이트하게 편곡했으면 긴장감을 갖춘 트랙이 되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 같지만.

이제 결판을 지어야 할 시간이다. [Come Around]는 모던락과 얼터너티브락, 개러지락, 댄서블락 팬들에게 소구하기에 부족함 없는 매력을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캐치함’의 측면(직관으로 승부하는 예술 ‘음악’에서 이건 간과할 수 없는 평가요소다)에서 틀림없는 ‘비교우위’를 점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공연에서 다듬을 점이 많다. 앞으로 나오게 될 풀렝스의 디렉션을 어떻게 잡고 있는지 염려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잔소리는 그만 하자. [Come Around]는 그런 걱정들을 잠깐 숨길 만큼의 장점으로 가득하다.

3.5 Stars (3.5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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