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Articles

메탈 몇 장 #2 : 2017년 상반기

상반기의 메탈 몇 장 #2

2017년 상반기의 메탈 얘기를 하면서 반응이 좋으면 또 올라올 수 있다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한 말을 주워담을 줄 알아야 한다는 성현의 말씀이 있는지라, 잠시 최근 제가 작성한 최근 몇 글의 반응을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기준은 주커버그의 힘을 빌어 페이스북 좋아요 수로 했습니다. 이명 사이트는 글의 조회수나 기타 인기의 척도를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Norse: Cyclic – 좋아요 2
Septicflesh: Dante’s Inferno – 좋아요 5
Anathema: The Optimist – 좋아요 3
Decrepit Birth: Hieroglyphic – 좋아요 1
메탈 몇 장: 2017년 상반기 – 좋아요 10

좋아요 10을 기뻐해야 한다는 점에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지기도 합니다만 제 작성글의 인기 추이와 글이 올라와 있었던 기간이 상대적으로 단기였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이는 놀라운 성과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결자해지는 중요한 법입니다. 때문에 2017년 상반기의 메탈 몇 장, 그 다음 편을 올려봅니다. 최근 글들을 살펴보자니 금년의 많은 발표작들에도 불구하고 블랙메탈을 딱히 다룬 적이 없었으므로, 이번에는 블랙메탈 위주로 올립니다. 다른 장르도 좋은 게 많았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뭐, 궁금하신 분이 계신다면 이번 글에도 반응이 좋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넘어갑니다.

 

ostots2017
Ostots [Ezer ezaren araztasuna]
뭐라고 읽을지도 애매한 밴드명과 앨범명을 자랑하는 스페인 블랙메탈 원맨 밴드의 세번째 앨범(하긴 이런 게 블랙메탈에서 드문 경우는 아니다)…이라지만, 사실 Owl’s Blood의 IA의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하면 그래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지도. 기본적으로 심플한 멜로디라인에 두터운 왜곡된 리프들과 주술적인 리듬감을 더한 로블랙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스페인 출신이면서도 동유럽 쪽 밴드들(이를테면 Saltus나 Dark Fury라든가…)을 좀 더 닮아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 단편적인 구조로 위계를 만들어내는 모양새가 꽤나 인상적인 편이다.
exuvia2017
The Ruins of Beverast [Exuvia]
사실 The Ruins of Beverast의 발매작은 이제는 나오면 그냥 당연히 사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개인적으로는 신뢰를 쌓아 온 밴드이다. 주술적이면서도 블랙메탈부터 둠 메탈, Burzum 스타일의 일렉트로닉스, 때로는 사이키델릭이나 인더스트리얼까지 많은 스타일을 하나의 앨범으로 엮어낸다. 근래의 Enslaved보다 더욱 공격적이지만, 사실 Pink Floyd와 닮아 있는 모습을 기준으로 한다면 Enslaved보다 이들이 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2017년 블랙메탈의 ‘실험’의 첨단에 가장 가까울 앨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clandestineblaze2017
Clandestine Blaze [City of Slaughter]
Clandestine Blaze는 데뷔 이래 지금까지 공무원마냥 2-3년마다 앨범을 꾸준히 발표해 온([Falling Monuments]는 4년 걸리긴 했다) 밴드이다. 하긴 Mikko Aspa 본인이 Northern Heritage의 오너이니 정말로 공무원같은 마음가짐일지도. 이 공무원 얘기는 사실 앨범에도 어느 정도 적용된다. 밴드는 [Fist of the Northern Destroyer] 이후 정말 고만고만한 앨범들을 내놓아 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긴 하지만 밴드의 기본적인 수준이 있다 보니 준작 정도는 꾸준히 뽑아낸다. ‘The Voices of Our Mythical Past’ 같은 곡은 정말로 밴드의 그 동안의 커리어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2Jacket_3mm_spine_all_sides.indd
Black Cilice [Banished from Time]
2009년부터 왕성하게 활동해 온 것에 비해서는 딱히 주목받지 못했던 포르투갈 로블랙 밴드의 3집. 하긴 활동이 길었다 뿐이지 밴드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도 없다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로블랙 특유의 거칠고 일그러진 리프와 상대적으로 클래시컬한 멜로디라인을 병치시키는 게 이들 나름의 개성인지라 비슷한 류의 밴드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멜로딕하다는 인상을 주고, 서사적인 측면도 두드러지는 편이다. 그렇지만 근래 유행하는 포스트락 스타일의 블랙메탈 밴드들과는 많이 거리가 멀다. Burzum의 좋았던 시절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재현하려는 모습이 역력한 ‘Chaneneling Forgotten Energies’가 앨범의 백미.
theominouscircle2017
The Ominous Circle [Appalling Ascension]
밴드 이름이 The ‘Omnious’ Circle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 Morbid Angel과 Incantation, Dead Congregation의 영향이 모두 보인다는 점에서 흔치만은 않은 스타일의 데스메탈을 연주하는 밴드인데, 이런 밴드명들에서 기대할 수 있는 덕목들 – 난폭한 블래스트비트, 날카로운 리프와 솔로들, 묵직하면서도 때로는 질척한 분위기 등 – 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첫 곡인 ‘Heart Girt with a Serpent’가 4분 12초나 되면서도 사실상 인트로에 불과한 – 그나마 그리 와닿지도 않음 – 트랙이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데스메탈 팬이라면 아주 반갑게 들을 수 있을 앨범.
rebirthofnefast2017
Rebirth of Nefast [Tabernaculum]
Primordial 정도를 제외하면 아일랜드 출신 블랙메탈 밴드는 보기 드물었던 듯하다(허나 요새는 아이슬란드로 건너가 산다고 하니 큰 의미는 없을지도). 블랙메탈과 둠 메탈이 극적으로 버무려져 있는 앨범인데, 데스메탈적 리프가 등장하면서 둠 메탈로 전환되는 부분에서는 Incantation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만큼 변화의 양상이 매끈하다는 뜻이고, 앨범의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대단한 미덕이다. 사견으로는 Norma Evangelium Diaboli에서 요 3-4년간 나온 앨범들 중 최고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형이상학적인 콘셉트는 약간은 Deathspell Omega가 하던 모습을 닮아 있기도 하다.
voladaland2017
Draugsól [Volaða Land]
Rebirth of Nefast가 아이슬란드 이민자의 밴드라면 Draugsól은 진짜 아이슬란드 출신 밴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물론 중요한 건 아니다). 자기들이 블랙메탈이라 하고는 있지만 음악에서는 데스메탈의 색채가 강하게 나타나는 편인데, Sólstafir 같은 밴드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노르웨이 블랙메탈의 전형을 충실히 따라가는 편인지라(특히 Enslaved 생각이 많이 나는데, 아무래도 바이킹메탈 스타일 덕분에 그럴 것이다) 블랙메탈 얘기를 하는 게 이해는 충분히 간다. 그러면서도 사실 포크나 포스트락, 앰비언트 등의 스타일을 잊지 않고 섞어주는 면에서는 요새의 트렌드도 충분히 의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무난했다.
pillorian2017
Pillorian [Obsidian Arc]
Agalloch의 John Haughm이 주축이 된 블랙메탈 프로젝트. 특이한 점은 Agalloch가 고딕/고쓰의 요소가 다분한 철저히 ‘정서적인’ 스타일의 블랙메탈이었다면, Pillorian은 그간 Agalloch의 음악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분노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이를테면 ‘Stygian Fyre’). 물론 그렇더라도 밴드를 떠받치고 있는 포크와 포스트락의 면모는 지우기 어렵다. 덕분에 앨범은 Agalloch의 앨범에 비해서 확실히 좀 더 다양한 양상들을 담고 있는데, Agalloch의 일관된 정서가 조금은 피곤했던 이라면 이 앨범을 그만큼 좋아할 수 있을지도.
fen2017
Fen [Winter]
일단 Code666 Records가 아직 살아있다는 점이 조금 놀랍다. 미국 외에서 포스트락을 섞은 블랙메탈을 하는 밴드들 중에서는 가장 ‘cascadian’ 스타일에 가까운 밴드가 아닌가 생각하는데(De Arma와의 스플릿 앨범 수록곡을 참고할 것), 지역색보다는 블랙메탈이 예전부터 천착하던 ‘차가운 분위기’에 방점을 두는 밴드인지라 사운드는 그리 낯설지만도 않다. 겨울을 주제로 만든 블랙메탈적인 질감의 포스트락 앨범을 듣는다고 생각하는 게 더 정확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6곡에 75분이 넘어가는 앨범이니 앨범 전체로서 듣는 게 더 와닿겠지만 개인적으로는 ‘I(Pathway)’를 추천.
lorn2017
Lorn [Arrayed Claws]
[The Work Which Transforms God] 시절의 Blut aus Nord의 분위기를 따라할 수 있는 밴드는 흔치 않다. 아무래도 Deathspell Omega의 성공을 본 이후 세대라서 그런지 리프는 Blut aus Nord보다는 확실히 의식적으로 꼬아 버리는 모습이 없지 않다(사실, 이건 I, Voidhanger 레이블의 고질병이라고 본다). 흥미로운 점은 블랙메탈 밴드이면서도 은근히 ‘평화로운’ 분위기를 곡 사이에 섞어내고 있다는 것인데, 이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지는지 여부에 따라 호오는 갈릴 수 있을 것 같다. ‘Toybodim’ 을 듣고 판단하는 게 나을 것이다.

About 빅쟈니확 (83 Articles)
워리어 알통 터져 죽었다는 기묘한 부고기사에 눈물지으며 메탈을 듣던 머리 큰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도 메탈을 끊질 못하다가 결국은 글까지 쓰고 있다. 뭔가 흐름이 괴상한 것도 같지만 인생이 뭐 그렇지 생각하고 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