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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배드맨: 사운드의 변화가 아닌, 접근의 변화다

[Authentic]을 듣는 순간, 대박의 기운이 용솟음쳤다. 뮤지션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던 편이기도 했고, 이런 유의미한 변화를 언급하지 않는 건 평론가의 책임방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인터뷰는 꼭 해야만 했다. 그래서 만났다. 합정역의 모 카페였고, 인터뷰엔 정봉길(보컬), 이루리(베이스), 곽민혁(기타), 고형석(키보드)이 참가했다.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할 만큼 사운드가 확 달라졌다. 어떤 모멘텀이 있었는지 듣고 싶다.

정: 그건 사운드의 변화라기보다는 접근의 변화다. EP나 1집 때는 약간 무턱대고 들이댄 맛이 없지 않았다. 학교 갓 졸업하고 만나서 밴드 하다가, 레이블 들어가서 음반 내자고 해서 그냥 앨범을 발표했다. 돌이켜보면, 그땐 서툴렀고 설익었다고 해야겠지. 그런데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는 이미지 위주로 콘셉트를 잡았고, 그걸 팬들에게 각인시켜 주고 싶었다. 음악에 대한 태도 자체가 바뀐 거지. 사람들이 어떻게 봐 줄지는 모르지만 이게 원래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음악에 더 들어맞는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도 [Authentic]을 마무리하고 나서 “이제야 좀 우리 같네” 그랬을 정도니까.

온갖 상이란 상은 다 받았고, 브릿팝/매드체스터 사운드로 밴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팬들도 제법 모았고.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셈인데 사운드를 전환시킨다는 게 꺼려진다거나 두렵지는 않았나?

정: 뮤지션은 변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대신 설득력 있게. 그건 외부 시선에 관계없이 음악가라면 갖춰야 할 덕목이다. 상도 받고 큰 무대도 나갔지만 평론가나 기자들은 우리를 다 안다. 하지만 대중은 아직 우리를 모른다. 그들이 우리를 모르고 있다는 게 우리한테는 더 중요했다. 모든 뮤지션들이 그렇겠지만 말이다.

곽: 사람들이 볼 때는 바뀌었다고 볼지 모르지만, 우리가 볼 때는 그렇게 바뀐 건 없다. 각자 음악을 다양하게 들어서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하고 싶은 것도 다양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다 반영되어도 우리 음악은 있고, [Authentic]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정: 이런 반응이 있을 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해명을 어떻게 할까 두려워하지는 않았다. 우리의 단순한 목적은 “좋은 음악을 설득력 있게 들려주는 것”이었고, [Authentic]에서 어느 정도 그걸 달성해냈다고 본다. 그렇기에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이: 외형적으로는 몰라도 음악을 대하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먹고 싶은 거나 입고 싶은 것이 매일 달라지는 것처럼, 이번엔 입어보지 않은 옷을 입자고 한 거였지.

정: 다 같이 모여 합주하면서 곡을 만들던 시스템을 통기타와 녹음기 하나 들고 스케치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런 것도 아까 말한 접근법의 변화로 파악할 수 있는 지점이겠지.

이: 곡을 쓰고 완결하는 데 있어서 항상 같은 형식으로 하긴 싫었던 거다.

친분이 두터운 글렌체크 김준원의 영향이 지대하다. 그에게 사운드의 키를 넘긴다는 발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

정: 우리 2번째 EP가 나왔을 무렵, 준원이형이 데모 초안을 들어 보더니, 본인이 해보고 싶다고 제안을 했다. 글렌체크와 바이바이배드맨은 서로가 서로를 음악적으로 ‘리스펙’하는 상황이었고, 듣는 취향도 비슷했기에 그 자리에서 승낙했다. 글렌체크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우리가 가진 포텐이 잘 결합될 수만 있다면 탁월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던 거지. 그러다가 글렌체크의 기지 ‘베이스먼트 레지스탕스’에 가게 되었고, 일사천리로 일이 풀렸다. 베이스먼트 레지스탕스는 시스템이 잘 잡힌 실험실이다. 그곳에서 형은 친한 사이가 아니라 전문적인 프로듀서로서 임해주었고, 여기 음반 크레딧에 올라간 분들 다 철저히 프로답게 일처리를 해주었다. 친분 때문에 흐물흐물해질 수 있었던 일이, 베이스먼트 레지스탕스 덕택에 체계적이고 밀도 있게 진행될 수 있었다.

‘베이스먼트 레지스탕스’에서의 레코딩 과정에 대해 디테일하게 말해 줄 수 있나? 이번 음반 정말 외국 음반 듣는 것 같다.

정: 그 경험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게 했다. 예를 들면 “기타를 녹음할 땐 앰프를 써야 한다/보컬을 녹음할 땐 컨덴서 마이크를 써야 한다”는 선입견들. 이번엔 그런 편견들을 다 제거한 채 노트북 하나와 인터페이스 하나만으로 작업을 마쳤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얘기지만, 그 장비들을 어떻게 만지느냐에 따라 사운드가 다르게 나오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신경써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했더니 실제로 차별화된 사운드가 나왔다. 이를테면 ‘Young Wave’를 다듬는 과정에서 그렇게 해 보니까 확연히 더 나은 음악이 도출된다는 걸 알게 된 거지. 재미도 있었고. 기타도 믹서에 바로 연결해 쳐 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 보았다.

[Authentic]의 도드라진 사운드 특징이라면 공간감의 극대화인 것 같다.

정: 준원 형이 “아마 모종의 공간감이 생길 것이고, 그게 너희한테 꼭 어울릴 거다”고 말을 해주었다. 확인해볼 차 들어 보았는데, 거기서 다시 믹스를 한 게 거의 없을 정도로 다 좋은 게 아닌가. 형이 속내를 잘 읽는다. 밴드 멤버들이 이런저런 디렉션을 주면 거의 오차 없이 그에 부합하는 작품을 돌려주었으니까.

혹시 레퍼런스로 삼았던 밴드나 작품이 있나?

정: 좋아하는 밴드야 많지만, 굳이 그 밴드의 음악을 ‘음악적 레퍼런스’로 끌고 오지는 않았다. 그렇게 되면 우리 음악에 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New Order가 쓰던 악기 찾고 그러지 않았다는 말이다. 단지 곡을 풀어낼 때 분위기나 이미지를 빌려오는 정도는 한 것 같다.

이: [Authentic]은 회의를 여러 번 거친 후 곡을 써 내려간 음반이다. 회의 때 막연한 이미지나 단어가 나오면, 그걸 바탕으로 송라이팅을 했다. 딱히 사운드상으로 레퍼런스를 잡아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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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Authentic]이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다. 주지하다시피 이 형용사는 ‘진짜의/진정한’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왜 이걸 간판으로 내세우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정: “음악적으로 이게 진짜 음악이다”라는 뜻은 아니고, 그저 단순하게 이 음반을 설명해 줄 수 있는 키워드가 필요했다. 음반의 테마가 ‘젊음/신선함’인데 그 두 가지를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었으면 했고, 그에 꼭 들어맞는 단어를 찾던 중 눈에 들어온 단어가 ‘authentic’이었다. 일단 어감이 젊기도 했고, 사람들이 찾는 것이라는 뉘앙스도 있고, 왠지 도회적인 감수성도 들어 있는 것 같아 제목으로 두게 되었다.

옛 향기가 묻어나는 신서사이저가 전면에 드러나 있다. 1980/90년대와 2010년대가 공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Young Wave’가 그렇고. 과거의 축과 현재의 축이 어딘가에서 맞물리고 있다는 보이는데. 신스는 뭘 썼나?

정: 형석 형이 보유하고 있는 건반의 소스를 사용한 것도 있고, 가상 악기를 사용한 것도 있다. 형석 형이나 준원 형은 하루 종일 그것만 잡고 있기 때문에, 악기 초이스는 형들에게 믿고 맡기면 되었다. 단적으로 “이런 말랑말랑한 톤 내는 악기 있어?”라고 물으면, “아, 그거? 이거네”라고 되받는 식이다(웃음). 악기가 많으면 해볼 수 있는 게 많다. 이러이러한 톤으로 가자고 하면, 형들이 그 톤을 내는 악기를 찾아줬고 그걸 가지고 녹음을 했다. ‘Young Wave’는 작년에 녹음했고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선공개되었던 곡인데, 우리의 역할과 프로듀서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눠지게 된 분기점이기도 했다. 이 곡을 계기로 서로의 업무를 정리하니 일이 훨씬 수월하다는 걸 깨달았고, 그 다음부터 차근차근 곡들을 건드려 나갈 수 있었다.

이: 원칙은 있었다. 극단적인 호감을 얻을 수 있는 악기를 쓰기보다는, 불호를 줄일 수 있는 악기를 고르려고 했다. 사운드가 멋지지만, 그것만 도드라지는 악기는 아쉽지만 배제했다.

정: 예쁜 건물을 지어서 올리고 싶었다. 듣기에도 그렇고 보기에도 예쁜 음악을. 그러려면 그런 톤을 내는 악기를 선택해야 했다. 뭐, ‘Birthday’만 해도 센 인상을 주는 곡이었다. 들었을 때야 좋았지만, 하나의 그림으로 바라볼 때는 과하다고 봤기에 작업을 다시 했다.

나는 음반을 볼 때 1번 트랙/마지막 트랙을 우선적으로 본다. ‘Young Wave’ 말고도 괜찮은 곡이 많은데, 애초부터 이 곡을 오프닝으로 정하고 갔나?

정: 아니다. 오프닝으로 정해졌던 곡은 ‘So Far’였다. 그런데 막판에 ‘Young Wave’로 가자는 말이 나왔고 그대로 했는데,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다. “이제 한다!!!”는 암시도 주면서, 개성도 뚜렷한 곡이니까. ‘Lovelife’는 듣자마자 끝을 내는 곡이었다. 그래서 엔딩으로 심었다.

김윤하 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다음 곡 ‘So Far’는 두 곡을 합쳤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는 곡”이었다고 했는데 그에 대해 말해 달라.

정: 그 말처럼 이 곡은 내 컴퓨터에 박혀 있던 곡이랑 루리 컴퓨터 안에 들어 있던 곡을 합한 곡이다. 그런데 둘이 가지고 있던 곡이 완전 색채가 달랐다. 내 곡은 포크 성향이 짙은 곡이었고, 루리의 곡은 일렉트로닉이었으니까.

이: 기본적인 틀만 우리가 합쳐 놓고 그 다음에 후작업은 프로듀서에게 위임했다. 그랬더니 오히려 음반 콘셉트에 일치하는 곡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정: 이 곡이 타이틀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트랙이기 때문이었다. 악기마다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어서 더 마음에 들었고.

이: 음반의 내러티브를 집약시키는 듯한 트랙이다.

정: 우리 안에서도 반응이 가장 좋았다. 아예 “이 친구는 타이틀곡”이다 그랬지.

‘Celebration’은 그 오프닝부터 독특한 트랙이다. 뭘 표현하고 싶었는지 설명해 달라.

이: 공간감을 살리고 싶었다.

정: 루리가 만들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놓은 곡이었다(웃음). 그랬는데 듣다보니 그게 은근히 괜찮아서 가상 악기로 매만지고, 리얼 악기로 최대한 레이어를 준 상태로 실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2집의 ‘인터루드’격 트랙이 있어야 했는데, 이 노래가 꼭 들어맞는 곡이었거든. 의도대로 되었다고 할 수 있는 트랙이다.

‘Island Island’의 핵심을 이루는 리프는 간결하면서도 유쾌하다. 그리고 곡은 댄서블하다. 무엇을 상상했는지 궁금하다.

정: 음반을 통해 도시에 사는 젊은이로서 도시의 양면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밤이 오고, 해가 지고, 깜깜해지고 개판 되었다가(웃음), 다시 새벽이 밝아오는 일련의 과정. 트랙리스트를 통해 그걸 드러내고 싶었던 거다. 이 곡은 절정의 순간인데, “새로운 나만의 것을 찾고 싶다”는 가사도 그렇고, 비트나 리프도 그 순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Horizon’은 제목처럼 수평선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정: 살짝 우주적인 느낌을 담고자 했다. ‘Invisible’은 아예 대놓고 그렇게 간 곡이고. 이 곡은 고요한 새벽길의 무드가 흐른다. 작업실이 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밑에는 클럽도 있고. 밤만 되면 아주 볼만한 광경이 펼쳐지는 곳이지. 그런 곳에서 연주하다 보니, 그로부터 영향 받은 게 많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폐허에 사람은 하나도 없고. 그렇게 사람으로 붐비던 곳이 거짓말처럼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는 장소로 탈바꿈한다. 그런 장면들로부터 받은 느낌들을 곡으로 옮긴 것이지. 곡의 위치도 뜨거운 열기가 식을 즈음에 박혀 있다.

‘Moon’과 ‘Lovelouse’, ‘Love Life’에선 Cheeze의 임혜경과 듀오를 이뤘다. 비단 소속사가 같다는 이유로 그녀를 섭외하지는 않았을 텐데. 나름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정: 여자 보컬과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갈증이 있었다.

이: 그런 걸 떠나서 Cheeze 보컬과 친하기도 하고, 우리 음악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도 높기에 부탁을 하게 된 것이다.

정: 혜경이 목소리가 남자랑 잘 어울리기도 하고.

곽: 나는 찬성 쪽은 아니었다. 우리 곡과 맞을 것 같지가 않았거든. 그런데 막상 1곡을 마치고 나니 좋아져서, 입장을 바꿨다.

정: 햄버거 먹으면서 편하게 했다. 가식과 허물없이 뭔가를 요구할 수 있는 사이이기도 했고. 워낙 친하다 보니 아니다 싶은 것도 서로 대화해서 맞춰갈 수 있었지.

주문사항은 무엇이었나?

정: 곡의 결을 살려 달라는 거였지. 너무 좋아서 예정에 없었던 ‘Lovelouse’도 맡길 수 있었다. 시끌벅적하게 놀면서 했던 게 역으로 더 나은 퀄리티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다.

‘Invisible’은 오리엔탈한 사운드가 돋보인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었나.

정: 제대로 짚었다. 오리엔탈한 사운드를 넣고 싶었다.

이: 중/임/무/황/태를 넣으려 한 거지(빵 터짐).

정: 이전 EP의 ‘Panda’라는 곡도 그렇고. ‘Stranger’랑 ‘Invisible’는 그 중/임/무/황/태… 그러니까 펜타토닉 스케일로 가보려 했던 곡이다. 모티프를 구상하고, 건반을 만지면 나도 모르게 그런 성향이 나온다. ‘Invisible’이 처음 나왔을 때는 나만 좋아했다. “야, 이거 죽이지 않냐? 저리 치워”(웃음). 그런 수모를 겪었음에도 개인적으로 살리고 싶은 곡이었다. 수록곡들 다 최초의 모습에서 최소 한 번씩 변화했고, 많게는 다섯 번 얼굴을 바꾸었는데 이 곡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말했다시피 음반의 조감도를 보니 더욱 그렇게 되었던 것 같다. 싱글로 들었을 때는 팍 왔던 곡이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어긋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건 쳐냈다.

정: ‘Moon’은 받아들이기 쉬운 멜로디다 보니 어디다가 붙여도 매치가 된다고 봤다. 그런데 그게 독이 되어, 5~6번 정도 갈아엎었다.

이: 가장 빨리 한 곡인데 가장 나중에 끝났다.

정: 심지어 마스터링하기 전날 끝났다.

‘Lovelouse’도 그랬나?

정: 그랬다. 이 곡의 원형은 테크노에 가까웠다. 이 곡을 포함해 애착이 가는 곡일수록 더 오래 되새김질했다. 미련이 생겨서 쉽게 포기하지 못한 곡도 있다. 그런데 미련을 버리니까 또 수월하게 수정할 수 있었다.

아티스트가 욕심을 버린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정: 큰 것을 위해서 작은 것을 희생한 거지. 각자 그런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이: 의견을 조율하다보니 예측했던 것보다는 무난하게 접점이 찾아졌다. 초기에는 심각한 갈등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 때문에 돌발적인 행동은 안 하니까. 싸우더라도 어떻게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편이다.

정: 1집과 EP를 하면서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었기에, 이제는 노하우가 생겼다고 할 수 있는 거지. 그런 걸 다 경험하고 나니, 다툴 상황이 되어도 알아서 피해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전 음반 때는 곡을 쓴 후에 회의를 했고, 이번 작품을 할 때는 거꾸로 회의를 먼저 하고 곡을 써 내려갔다. 회의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덕분에 멤버들의 케미는 더 살아났다.

정: 그런 것도 상당 부분 베이스먼트 레지스탕스의 영향이다. 그곳에서 루리가 말한 바대로 1차적으로 곡을 설계하는 방법론을 터득하게 된 거지. 만약 ‘Moon’을 쓴다면, 달이 줄 수 있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린 다음 그걸 곡으로 뽑아내는 거다.

음반을 들으면서, 트랙과 트랙 사이의 접합이 키포인트처럼 보였다. 마치 열차나 팔찌처럼 곡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정: 그렇다. 이야기를 구성함에 있어 그걸 리스너가 최대한 받아들일 수 있게 하자는 게 화두였다. 그러려면 트랙의 완성도에만 골몰해서는 안 되는 거였지.

이: 사운드나 곡의 순서를 가시적으로 느껴지게끔 하려고 노력했다.

정: 우리 뿐 만 아니라 디렉터/아트 디렉터 모두 날을 세우고 고민한 부분이다.

아트워크 역시 지금까지 나온 음반 중 가장 고심했다 할 만하다.

이: 전까진 곡을 만들고 외부에 아트워크를 맡기는, 소위 통상적인 방식을 따랐는데 이번엔 다르게 가 봤다. 담당자랑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피드백하면서 의견을 절충한 거지.

정: 확실히 수월하진 않았다. 표지에 쓴 이 사진이 두바이에 있는 건물 이미지인데, 처음엔 그저 “예쁘네” 하고 스킵해 버렸던 거였다. 그랬다가 음반 콘셉트가 확실하게 정해지고 나서 그 사진을 다시 보니 “재킷은 이거다” 싶었고, 포토그래퍼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에게 우리 음악을 들려 줬더니 호의적으로 나와서 별 난관 없이 일을 진척시킬 수 있게 되었다. 표지와 안쪽 케이스에 그려진 흰색 페인트 터치는 뭔가 젋음을 더 부각해보기 위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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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인들의 본질에 다가갔다는 코멘트를 했다. 그렇담 브릿팝/매드체스터와는 결별한 건가?

이: 이별한 건 아니고, 그게 하고 싶으면 다시 꺼내들 수 있겠지.

정: 리스너의 입장과 뮤지션의 입장은 갈리는 것 같다. 뮤지션이 원하는 바가 있는가 하면, 팬들은 “그 뮤지션이 한결같기”를 바란다. [Authentic]은 그로부터 오는 고뇌를 좀 버리고 만든 음반이다. 우리도 사람이니까 듣는 음악도 바뀌고 애티듀드도 달라진다. 우리에겐 그런 게 이상적인 뮤지션의 자세처럼 보인다. 정 예전 음악에 애착이 가는 분들은 예전 작품을 들으면 되지 않을까(웃음). 우리는 더 다양한 팬들에게 다가갈 테니까.

10대의 끝 무렵, 밴드를 결성해 지금에 이르렀다. 음악을 보는 관점이나 시야도 달라졌을 법한데.

정: 어렸을 때는 음악 잘하겠다는 의욕 하나만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보니 음악은 베이직으로 잘해야 하는 거고, 음악 외적으로도 나아져야겠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패션/마인드/퍼포먼스/일을 처리하는 능력/화법/비즈니스까지 다. 그걸 두루 장착해야 더 커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지. 타 밴드의 음악을 들을 때도 전엔 그들의 연주를 보고 감탄만 했는데, 지금은 그 팀이 어떻게 대세가 되었는지를 보게 된다. 아이돌 음악도 자주 틀어놓게 된다. 요즘엔 그 음악이 더 좋게 들리기도 하고 그로부터 배울 점도 많다.

곽: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으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게 있지.

이: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 존중해야 한다고 보는 주의였다. 그런데 순진하게도 사람들이 다 나랑 같을 줄 알았지. 그런데 어떤 사람에게는 엄청난 설명과 설득이 따라야 하는 걸 보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예컨대, 모 밴드가 변이하는 걸 봐도 나는 그걸 포용할 수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그걸 아예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간주해버리더라고. 어쩌겠는가. 나도 달라져야 했다. 젊을 땐 그걸 말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작품으로 설명해야 하는 게 있다고 믿게 된 거다. 물론 말을 하는 게 편하겠지만, 그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그때마다 존재하는 건 아닐 것이고 그런 상황을 유도하려면 우리가 음악적으로 주목을 받아야 하는 거지.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른 작품으로 사람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고. 마찬가지로 음악 외적인 부분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고.

정: 똑같은 음악을 해도 대충 아무거나 걸쳐 입고 연주하는 거랑, 자기가 하는 음악에 정확히 대응하는 의상을 입고 연주하는 거랑은 대중이 그걸 받아들이는 데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바이바이배드맨이 한복 입고 퍼포먼스를 한다면 그로부터 오는 괴리감이 장난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음악 외적인 것도 음악만큼, 어쩌면 음악 이상으로 코어적 요소가 되는 거다.

고: 친구들이 말했듯 비즈니스 마인드나 음악 외적인 것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런데 나는 약간 의견이 다르다. 음악이 없다면 그 세상은 수명을 다한다고 본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그 세상이 숨 쉴 수 있도록 음악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거다. 이 친구들이 말한 패션/퍼포먼스 그런 건 음악을 갈무리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아, 나도 그런 걸 받아들이는 쪽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음악은 세상을 더 재미있고 윤택하게 해 주는 것이지 않을까. 그 기본목표만큼은 흔들리지 않는다.

씬에서 “이 아티스트는 주목해야 한다”는 뮤지션이 있다면 누군가?

정: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다. 얼마 전 글렌체크랑 혁오랑 공연할 때 같이 했던 신세하라는 뮤지션이다.

이: 그의 음악 자체가 좋다.

정: 독특하다. 기괴하지 않으면서도 멋지다. 태도도 그렇고.

곽: 우리보다 2~3살 어린데도, 우리가 그때 하지 못했던 것들을 소화해낸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3 Comments on 바이바이배드맨: 사운드의 변화가 아닌, 접근의 변화다

  1. 이런 멋진 인터뷰에 댓글을 안 남기는 건 독자로서 책임방기라고 생각합니다 :)
    듣자마자 대박의 기운이 용솟음치셨을때, 저는 듣자마자 에이 이 팀도 안드로메다로 가버린거야? 생각했져 ㅋㅋ (라디오헤드가 길을 잘 닦아놓은 건지..)
    하지만 한번 듣고 잊어버린 앨범의 숨은 진가를 알게 되었군요. 역시 편견금지는 불조심과도 같군요. 감사합니다.

  2. 이런 멋진 인터뷰에 댓글을 안 다는 건 독자로서 책임방기라고 생각합니다 :)
    앨범을 듣자마자 대박의 기운이 용솟음치셨을 때, 저는 아- 이 팀도 안드로메다로 가버린건가 했습니다. (라디오헤드가 길을 잘 닦아놓은건지..)
    한번 듣고 뇌리에서 지워진 음반이었는데 진가를 새로이 알게 되었습니다. 역시 편견조심은 불조심과도 같군요. 감사합니다.

  3. 날아간 댓글인 줄 알고 다시 썼더니 살아왔군요; 하나와 이 댓글은 지워주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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