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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쌀롱: 내용의 변화가 아닌 시야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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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박근쌀롱의 음악을 들으면 편안하다. 그 편안함은 리더 박근혁(드럼)의 가치관으로부터 기인한다. 재즈를 차용하되, 재즈보다는 팝의 어법을 따르는 음악. 뭐라 불려도 상관없긴 하지만, 본인의 이야기를 가장 잘 담아낸 음악.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기다렸고, 예상보다 조금 늦게 2집 [현재의 발견]이 공개되었다. 연남동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방문해 2집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듬뿍 담고 돌아와, 여기 풀어놓는다.

 

생각보다 작업이 지체된 것 같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사실 1집이 나올 때부터 많은 곡들이 저장되어 있었다. 1집과 이어지는 곡 같은 경우, 이미 첫 번째 곡을 쓸 때부터, 다음 곡을 염두에 두고 제목을 정해 두기도 했다. 그런데 1집이 알려지면서 공연을 많이 하게 되고, 같은 콘텐츠를 가지고 너무 길게 활동을 하다 보니 질린 게 없지 않았다. 좀 쉬고 2집을 낸 다음 다시 나오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곧 음반을 낼 줄 알았는데 음악적 슬럼프나 경제적 어려움, 이런저런 게 복합적으로 꼬여서 발표가 꽤 지연되었다.

 

[습관의 발견]으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큰 상도 받았고, 평론가들로부터도 극찬을 받았다. 부담스럽지 않았나?

그렇지는 않았다. 아니, 놀라기는 놀랐지. 후보에 이름이 있어서 “아, 올랐나 보다” 싶었다. 기분이야 좋았지만 시상식에는 안 가려고 했다. 상을 받을 리가 없다고 보기도 했고, 선정위로부터 특별히 연락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고민하다 시상식장에 늦게 도착했는데, 선뜻 상을 주셔서 감사하고 놀랐다. 그런데 내가 주변 반응에 민감하고 그런 스타일 자체가 아니라, 그게 부담이 되거나 그렇진 않았다. 그 작품을 적지 않은 분들이 들어 주고 했다는 것도 최근에서야 알았다. 인터넷도 못하고, TV도 잘 안보니까. 그런데 2집을 내고 보니, 많은 분들이 이 작품을 기다렸다고 하더라. 그때, 그 말이 사실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멀리서만 그걸 느끼다가, 이번 음반을 발매한 후 더 가깝게 체감하게 된 셈이다.

 

지금도 페이스북은 안 하나?

아니다. 지금은 한다. 1집 땐 잘 하지 않았는데, 공연 공지나 여러 가지 정보를 알리는데 그것만큼 효율적인 것도 없더라. 그래서 한다. 예전엔 연락도 안 되어서, 페스티벌 측에서도 이메일로 연락하고 그랬다. 그걸 한동안 안 열어보고 방치하고 있다가 마지막 날 겨우 확인하고 답신 보내고 했다(웃음). 폰도 계속 2G폰 쓰다가 올해가 되어서야 스마트폰을 장만했다. 이제 세상과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되어야 하는 것 같다.

 

1집의 타이틀은 [습관의 발견]이었고, 이번 음반의 타이틀은 [현재의 발견]이다. 발견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숨어 있는 건가?

그게 내가 죽 살아오면서 관심이 있는 유일한 주제다. 워낙 어릴 때부터 성격이 급하고 공격성도 많고, 거기에 게으르기도 해서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걸 해결하고 싶었는데 외부적인 것들은 바꿀 수가 없으니, 내부에서 시각을 조절하거나 인식을 넓히는 수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는데, 직업이 음악인이다 보니 이런 작품 활동을 통해서 탈출구를 찾은 거다. [습관의 발견]이라는 제목은 일종의 나에 대한 자책이다. 그리고 그 작품을 하면서 내가 더 발전하기도 했다. 헌데 거기서 머물지 않고 다른 것들을 내 안에 더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게 다음 단계였던 거다. [현재의 발견]이라는 타이틀은 그 당시 이미 정해진 상태였고, 연계된 곡들도 어느 정도 만들어둔 상태였다. 두 음반을 비교한다면 내용의 변화라기보다는 개인적인 시야의 변화인 거다.

 

1집을 낼 때보단 더 온화하게 된 건가?

좀 더 인간답게 된 거다(웃음). 그 전에는 음악을 한답시고 10년 넘게 뭔가 했지만 아무런 작품 활동이 없었다. [습관의 발견]도 내가 음악적 내공이 뛰어나서 낼 수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런 소재를 오랫동안 굴리고 고민하고 하다 보니 그나마 그런 작품도 나올 수 있었던 거다. 일단 그 작품을 공개하고 나니까 자괴감도 약간 사라졌고, 늘 일정한 패턴에 끌려 다닌다는 강박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만족하진 않지만, 그때와는 차이가 있다.

 

1집과는 라인업이 바뀌었다. 연주자들은 어떻게 초빙하게 된 건가?

연주자들을 섭외할 때 우선 그분의 연주를 보고 “아, 이분은 내 음반과 맞겠구나” 싶은 분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드린다. 피아니스트 배장은씨는 남의 음반에 전곡 녹음하고 하는 게 실은 어려운 분이다. 심지어 녹음 시기에는 둘째 출산 때라, 몸도 굉장히 안 좋은 상태였다. 그런데 다행히도 음악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정말 퉁퉁 부은 몸으로 오시더라. 너무 감사했다.

라인업이 바뀐 건, 1집과는 맥락이 좀 바뀐 게 있어서 그걸 제대로 잘 표현해내기 위해서 그렇게 한 거다. 배장은 씨의 피아노는 예쁜 소리를 낸다. 에너지 위주의 연주가 아니라 밝은 연주라고 할 수 있다. 보컬 준리씨는 본인이 메인에 설 때는 굉장히 아방가르드한 색채의 음악을 하는 분이다. 거의 프리 재즈에 가깝다. 그런데 우연히 클럽에서 그분이 부르는 발라드 곡을 들었는데 따뜻하고 그 질감이 좋았다. 빛과 소금 같은 좋은 가요 들을 때 느끼는 감성.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다음에 음반 할 때 같이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는데, 언젠가 내 작업실에 준리씨가 방문하게 된 일이 있었다. 그때 “이곡 좀 불러봐 주면 안 되겠냐?”고 부탁을 드린 거다. 흔쾌히 수락하셨는데, 그 목소리가 내가 하고 싶은 것에 딱 맞더라.

 

트리오 편성에 게스트 뮤지션을 초빙하는 포맷을 가지고 있다. 재즈 밴드에 있어 트리오의 매력은 뭔가?

연주활동은 왕성하지 않지만, 앞으로 연주 위주의 팀을 할 계획이 있다. 그때 꼭 해보고 싶은 게 트리오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 편성이다. 대화를 하거나 술을 마실 때도 그렇다. 3명까지는 알차게 교류가 되는데, 4명부터는 1명이 광팔아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웃음). 인간이 가장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3명이기 때문이다. 오르간 트리오가 좋다. 베이스 없이 기타-드럼-오르간만으로 된 트리오말이다. 좋아하는 재즈 밴드도 다 트리오다. 중간에 혼 이런 악기가 끼면 색깔이 확 변한다.

듀오는 또 다르다. 둘이서 하게 되면 셋이서 할 때보다 생성되는 게 적다. 한명이 더 끼어야 제3의 바이브(vibe)가 생겨나게 된다.

 

1집 때 유러피언 재즈를 감각적이고 도회적으로 표현했다는 찬사를 얻어냈다. 이번 음반 역시 서정적이긴 마찬가지지만, 뭔가 더 목가적이고 전원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55안동방면’, ‘집으로’, ‘, 같은 트랙들이 특히 그러하다.

작곡할 때 음반 콘셉트를 미리 생각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당시 내 상태가 반영이 된 결과일 거다. 예전에는 앉아서 치밀하게 구상하고 곡 쓰고 그러기도 했는데, 나온 게 영 신통치 않더라. ‘생각’이 들어가게 되면, 곡에 대한 애정도 떨어지고 퀄리티도 떨어진다. 만약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그 곡을 쓸 때 내 상태가 전과는 달랐던 거다. 그때보다 소란스러운 곳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마인드로 말이다.

하지만 그런 곡이 나온 걸 거꾸로 생각하면 내가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강가에 가서 위안을 받는 건, 내가 도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지 강가에 집이 있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테니까.

 

1집보다 훨씬 편안해졌다고 느꼈다.

그렇다. 더 밝아지고, 편해진 게 있다.

 

파퓰러한 감성에 일가견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박근쌀롱이 재즈 마니아가 아닌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동력이 아닐까?

나 역시 그렇게 본다. 화성학 강의도 하고 공부도 하고 그랬지만, 그게 작곡할 때 끼어들거나 하진 않는다. 철저하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멜로디만 사용한다. 그 이유로 그런 감성이 더 강하게 올 수 있다. 내가 이성적인 즐거움을 주고 싶은 프레이즈를 원했다면 화성이 주를 이루는 곡을 쓸 것 같다. 몇 곡 그런 곡을 연주해보기도 했는데, 이 프로젝트와는 어울리지가 않더라. 이 팀으로 표현하고 싶은 건 폴리코드를 입힌 4분의 11박 이런 게 아니다. 재즈의 색채를 빌린 편안한 음악을 만드는 거다. 재즈를 오래 공부하면 대개 어려운 걸 쓰고 싶기 마련인데, 나는 음악을 들을 때도 그렇고 심플한 게 좋다. 노트가 많은 곡은 선호하지 않는다. 올드팝 이런 게 더 좋고, 대가들의 곡들 중에서도 가장 단순한 곡들에 먼저 손이 간다.

 

이번엔 우리말 가사를 사용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만 같다.

1집 때 2곡의 보컬곡이 있었는데,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입혔다. 처음엔 그것도 한글가사로 했는데, 도저히 쓰고 싶은 걸 한글로 담을 수가 없겠더라. 포기하고 영어로 썼다. 영어의 짧은 단어로 전달하는 게 함축적이더라. 이번 음반에 실린 곡들은 영어로 먼저 썼다. ‘이별’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어인 일인지 이번엔 그게 더 힘들더라. ‘집으로’도 그렇고 희한하게 한글 가사가 더 잘 붙더라. 내 음악과 한글은 안 맞는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그저 곡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다.

‘집으로’는 연습실에서 연주하다가 집으로 갈 때의 심경을 그린 곡이다. 연습실 문을 나서면 만감이 교차한다. 하루 이틀이 아니고 몇 년 동안 그런 생활을 하다보면 스스로에 대해서든 주변에 대해서든 드는 애틋한 마음이 있다. 누구 하나 잘못하는 사람은 없지만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주는 불안함이 있는 거다. 나 자신에게도 그렇고. 그 짠함에 한글을 덧씌우니까 그 감정이 더 잘 전달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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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과 연결되는 곡들이 재미있다. ‘비틀괄라, ‘She Rain(비 내린다)’‘She River’(강 흐른다)’로 접속을 이룬다. 이런 발상은 어떻게 했나?

‘비틀’에 이은 ‘괄라’는 이미 준비되었던 곡이다. ‘비 내린다’에서 ‘강 흐른다’ 역시 쉽게 연상할 수 있는 전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금방 나오더라. 비가 내려서 강으로 흘러 ‘순환’한다는 내용이다. 특별히 멋진 아이디어나 그런 게 아니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연계고, 소재다. 그 외에 ‘마음여행’도 연작이다. 영어제목이 ‘Static Travel’인데, 사람이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이 꽉 차면 정말 가야 하지 않나. 그게 ‘d.travel 55’로 표출된 거다. 욕구를 못 참고 떠나게 되는 거지.

 

그럼 다음 작품 역시 그런 식으로 갈 확률이 높겠군?

아마 그럴 것 같다. 1집에 ‘Inner Calm’이란 곡이 있었고, 2집의 마지막엔 ‘Inner Peace’란 곡이 실렸다. 다음에는 ‘Inner Power’라는 곡이 나올 거다. 다 좋아하는 단어들이다. 고요함(calm)에서 평화로움(peace)을 느끼고 그 평화로움 가운데, 강압적인 게 아닌 편안한 힘(power)을 얻는다는 구조다. 정말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늘 사회에 불만만 많고 부적응자다(웃음). 곡의 윤곽은 다 잡혀 있는 상태고, 편곡도 어느 정도 되어 있다. ‘발견’이라는 단어를 또 사용할 진 모르겠지만 1집을 만들 때, 3집까지는 이어지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게 언제까지 연속될지는 알 수 없으나, 중단되더라도 3장까지는 그렇게 할 것이다.

 

방콕으로 시작된 이 음반은 여행’(‘d.travel 55’)을 하기도 했다가, 다시 보금자리(‘집으로’)로 들어오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했다가 술 취하기도 했다가(‘괄라’) ‘이별하기도 했다가 집착하기도 했다가 한다. 한 음반을 이루는 감정이 사뭇 모순적이고 이율배반적이다. 마치 우리의 하루를 적나라하게 펼쳐낸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사는 게 나다. 말이 프리랜서지만 결심만 하면 1주일 내내 방에 박혀 있을 수도 있고, 더 이상 그러지 않았으면 했을 때도 뒹굴게 되고. 후회하기도 하고. 그 모습 자체가 나인거다. 그것 때문에 괴로워서 여행도 가고. 그렇게 체험한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 사람에 따라 그런 체험은 다 다르겠지만 이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직관느낌의 인도를 충실히 따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그게 나에게 더 맞다. 계획을 짜고 그대로 충실하게 살려고도 해봤는데, 그건 더 좋지 않더라. 물론 ‘밴드’이다보니 플랜을 짜고 그대로 죽 끌고 나가는 ‘이성’적인 측면도 필요하다. 하지만 음악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렇게 하는 방식이 맞다. 지금은 레이블에서 이런저런 걸 다 도와주고 있는데, 잘 만난 것 같다. 1집 때 2집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는데, 그땐 그걸 다 버렸다. 마음에 안 드는 상태에서 어느 순간 그걸 들을 수가 없게 되고 발표하기가 낯이 뜨겁더라. 그래서 폐기했다. 1년 뒤에 또 녹음을 했는데, 그게 또 시원찮았다. 그게 이번 음반이다. 주변에서는 좋다고, 그냥 내라고 했는데 나는 아니었거든. 어쨌든 그게 이번 작품 [현재의 발견]이다.

겸손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해서 부정적인 편이다. 1집 때는 그게 더 심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진 거다. 나는 자신이 만든 음악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추천해주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은데, 태생적으로 잘 안 된다. 이번 음반도 팬들의 후원이 없었다면 빛을 보기 힘들었을 거다.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나는 음반에 실린 한두 곡 빼고는 잘 듣지 못하고 있다.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러면 너무 늦어질 것 같더라. 믿고 기다려준 분들에게 그건 큰 실례일 것 같았다.

 

에스프레소맨은 음반에 실린 곡 중 가장 유머러스하다. ‘케냐의 연장선상으로 보이는데, 커피 마니아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커피를 좋아한다. 하루에 1리터 이상 마신다(웃음). 내겐 중요한 존재고, 이게 없으면 엔진이 돌아가질 않는다. 에스프레소 커피라는 게 압착해서 진하게 나오는 거 아닌가. 그걸 마시면 느낌이 천천히 오는 게 아니라, 한방에 팍 온다. 외국 사람들은 아침 굶고 이거 원샷하고 출근하고 하는데, 그게 그 순간의 충격으로 하루를 버티려고 그러는 거다. 하루를 살려면 강해져야 한다. 지금은 몸이 회복할 시간이 없는 시대다. 그런 느낌으로 멘트를 넣어 봤다. “강하냐?”. “더블(double) 시켜라”. 별거 아닌데, 그런 약간의 제스처를 좋아하는 분들이 있더라.

 

일상의 단편을 정말 베어낸 것 같은음반 아트워크도 인상적이다.

그렇게 잘 봐 주시지만 실은 사연이 있다. 1집 음반을 듣고 어떤 작가분이 신보 재킷을 그려 주시겠다고 해서 1~2달 작업을 해서 그림을 주셨다. 그런데 좀 음악과 안 맞는 것 같더라. 또 사진작가 분이 선물한 게 있었는데, 그것도 썩 어울리는 것 같진 않았다. 그렇게 계속 정체되어 있다가, 막판에 몰려서 이제는 정해야 될 때가 왔다. 그때 ‘퍼블릭 도메인’으로 누구나 쓸 수 있게 해놓은 사진들 중 10분 만에 급하게 골라서 정했다. 지금 보이는 저 이미지다. 누구나 돈 안 내고 쓸 수 있는 이미지. 6개월 고민했던 걸 찰나의 인터넷 서핑으로 해결해 버린 거다.

 

음악에 대해 견해가 엇갈린다. 유러피언 재즈라는 사람도 있고, 팝 재즈라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그냥 이라는 사람도 있다. 근혁씨가 볼 땐 이 음악이 어떻게 불리면 좋겠나?

잘 모르겠다. 장르구분상 그런 호칭이 필요한 것 같긴 한데, 마땅한 말이 없다. 내 음악이 재즈인 것 같지는 않다. 또 팝이라고 하기엔 어색하다. 내가 재즈를 공부하긴 했지만 박근쌀롱 음악이 재즈의 본질을 굴삭하는 음악은 아니다. 내가 재즈를 전문적으로 하는 연주자라면 이 밴드에 들어와서 드럼을 치고 싶지는 않다(웃음). 즉흥 연주의 에너지를 가지고 연주를 하는 팀이 아니라, 작곡할 때 즉흥이 들어가는 팀이기 때문이다. 살짝 재즈의 요소를 차용하긴 하지만, 내 음악은 미국 팝보다 ‘재즈 화성’이 적은 음악이다. 그런 점에서는 팝으로 봐도 무관한 내용물이다. 음반 2장 중 ‘스윙’이 들어간 곡이 한 곡에 불과하니까. 애매하다. 지금 콘텍스트가 나쁘지는 않은데, 더 재즈에서 벗어난다고 하면 아예 장르를 바꾸어야 할 것 같긴 하다. 1집은 좀 재즈 같긴 했지만, 이번 음반에서 ‘Time’이나 ‘괄라’를 제외한다면 재즈가 없다. 앞으로 보컬 곡이 더 늘어난다거나, 내가 에너지가 더 생겨서 락적인 필로 가고 싶다면 접수를 다른 곳에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디가서 접수를 해야겠는데 창구가 마땅하지 않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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