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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면: 힙합 통해 ‘멋있다’는 말 듣게 돼 기쁘다

래퍼 못지않은 랩을 선보이는 셀럽들의 반전 매력으로 화제를 모은 JTBC 예능 프로그램 ‘힙합의 민족2’. 무대 위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50명의 셀럽들 중에서 우승의 영광을 안은 이는 배우 박준면이었다.

지난 23년 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 뮤지컬을 오가는 감초 배우로 이름을 알린 박준면은 ‘힙합의 민족 2’에서 폭발적인 무대를 선보이며 방송 내내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프로듀서로 참여한 래퍼들은 “물건이 나왔다”, “잭팟이 나온 것 같다”, “자기 옷을 스스로 만들어 입었다”, “독보적이었다” 등의 찬사로 그녀의 무대를 호평했다. 그녀가 방송을 통해 얻은 다소 과격한 별명인 ‘괴물’은 그녀의 무대를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한 단어였다. 일찌감치 우승 후보로 꼽혔던 그녀는 결국 후보 딱지를 떼어내며 ‘괴물’이란 별명의 가치를 성공적으로 증명했다. ‘힙합의 민족 2’ 마지막 방송일이었던 17일 오후, 박준면을 서울 후암동의 자택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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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소감을 듣고 싶다.

기쁘면서도 얼떨떨하다. 배우로 오랫동안 활동해왔지만, 경연 프로그램 출연은 데뷔 후 처음이었다. 힙합은 ‘힙합의 민족 2’ 출연 전까지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음악 장르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힙합을 경험하며 재미를 느끼게 됐고, 재미는 나를 우승으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방송 내내 우승 후보로 꼽혔다. 실제로 자신이 우승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나?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마지막 우승 발표 순간까지 결과가 믿기지 않았다. 이는 겸손의 표현이 아니다. 매 경연마다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는 출연자들이 많아 좌절감도 많이 느꼈고 긴장도 많이 했다. 다만 나는 단 한 무대라도 구린 무대를 선보이고 싶지 않았다. 구린 무대를 보여주지 않으려면 지독하게 노력할 수밖에 없다. 정말 많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어떻게 ‘힙합의 민족 2’에 참여하게 됐나?

‘힙합의 민족 2’를 기획한 송광종 PD는 나와 JTBC 예능 프로그램 ‘엄마가 보고 있다’로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여름에 송 PD가 내게 프로그램 출연 섭외를 했는데, 마침 나도 당시에 스케줄이 뜬 상황이었다. 힙합은 내게 낯선 음악이었지만, 당시에는 출연 프로그램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웃음).

당신은 지난 2014년에 첫 앨범 ‘아무도 없는 방’을 발표하며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뮤지션이기도 하다. 그래도 낯선 장르의 음악에 도전하는 일은 뮤지션으로서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어떻게 힙합에 접근했는가?

사실 나는 록, 블루스, 재즈를 좋아한다. 방송 출연 이전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일만으로도 시간이 벅차 힙합을 들을 생각조차 못했다. 잘 모르는 장르인 만큼, 나는 드라마에 힙합을 하는 역할로 캐스팅됐다는 생각으로 프로그램에 접근했다. 우선 ‘쇼미더머니’, ‘언프리티랩스타’ 등 지금까지 방송된 모든 힙합 관련 예능 프로그램들을 찾아서 시청했다. 낯선 장르의 음악을 다루는 예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재미있었다. 그와 더불어 국내 힙합과 해외 힙합의 주요 앨범들을 몰아서 집중해 듣기 시작했다. 힙합이 이렇게 매력적인 음악이란 사실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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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이 다른 장르에 비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욕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웃음). 다른 장르에 비해 굉장히 직설적으로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다. 정제되지 않은 화끈함과 자유로움이 정말 매력적이다. 리듬 속에서 그런 느낌을 받을 때 정말 짜릿하다.

‘힙합의 민족 2’ 방송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당신이 이센스의 ‘삐끗’을 선곡해 무대에 선보였을 때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그 선택이 ‘신의 한수’가 됐지만, 독보적인 래퍼로 꼽히는 이센스의 곡으로 경연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 아니었나?

프로그램 섭외를 받은 뒤 다양한 힙합 앨범을 찾아서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센스의 앨범 [The Anecdote]를 접하게 됐다. 이 앨범은 지난해에 열린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한 앨범 아닌가. 처음 이 앨범을 들었을 때 정말 놀라웠다. 랩이 이렇게 강렬한 감동을 선사할 줄은 몰랐다. 날것의 이야기를 이렇게 멋지고 아름답게 표현하다니. 이 앨범은 내 눈물을 많이 뺐다. 이센스가 랩으로 표현한 자신의 삶에 많이 공감했다. 이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를 꼭 무대에서 선보이고 싶었다. 그중에서 ‘삐끗’은 내가 걸어온 삶과 비슷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곡이었다.

하지만 프로듀서와 스태프들 모두가 내 선곡을 만류했다. 이센스가 아니면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운 곡이고, 잘하려고 노력해도 티도 안 나는 곡이란 게 이유였다. 하지만 나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나는 래퍼가 아니지 않나? 경연에서 탈락하더라도 내가 진심으로 들려주고 싶은 곡을 제대로 들려주고 싶었다. 그 무대를 통해 이센스를 재조명할 수 있어 기뻤다. 내 고집을 받아들여준 프로듀서와 스태프들에게 정말 감사한다.

‘힙합의 민족 2’ 출연 후 일상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는가?

내 이미지는 만년 감초 조연이다. 길거리에서 아줌마들이 편하게 말을 걸고 등을 치며 아는 척 할 수 있는 그런 배우 말이다. 그런데 ‘힙합의 민족 2’ 출연 이후 젊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멋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됐다는 게 기쁘다. ‘힙합의 민족 2’ 출연은 나에 대한 세간의 선입견을 깰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무대 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인가?

나는 단 한 번도 내 자신에게 만족스러운 무대를 만들지 못했다. 내가 해왔던 일이 아니기 때문에 매 경연마다 너무 떨렸고 긴장도 많이 했다. 매 순간 긴장을 이겨내면서 무대를 끌어가야 했는데, 만족스럽게 잘했다고 느낀 순간은 없었다. 처음에 선보였던 이센스의 ‘삐끗’ 무대 때문에 ‘괴물’이란 별명을 얻었는데, 그 이미지가 끝까지 운 좋게 이어져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를 굳이 꼽자면 역시 결승일 것이다. 프로듀서 마이노스와 오로지 랩으로만 승부하는 무대를 꾸며보자는 생각으로 결승에 나섰다. 준비 과정은 상당히 힘들었다. 무려 일곱 차례나 비트를 갈아엎었을 정도이니까. 마이노스가 내색을 하진 않았지만 나를 많이 욕했을 것이다(웃음). 하지만 재미있었다. 이전 무대는 프로듀서와 스태프들의 입장을 많이 배려했다. 하지만 마지막 무대는 내가 만족할 무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마지막 무대가 가장 힙합스럽게 만들어진 무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결과도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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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참여했던 브랜뉴 가문의 프로듀서들에 대한 단평을 듣고 싶다.

피타입은 가사를 쓰는 센스가 대단한 프로듀서이다. 또한 외모와는 달리 귀여운 면이 많고 섬세하다. 우리끼린 그를 ‘피요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이노스는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실력파로 유명하지 않나. 결승 무대를 준비하면서 그에게 많이 의지했다. 래핑 실력은 내가 그동안 접한 힙합 프로듀서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한해는 매우 훌륭한 프로듀싱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대해 부각이 덜 돼 아쉽다. 또한 그는 랩 말고도 노래도 잘한다. 미래에 반드시 주목해야 할 래퍼이다.

브랜뉴 가문으로 함께 했던 멤버들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다.

강승연은 랩을 야무지게 한다. 부끄러워하면서도 무대에만 오르면 정말 멋있게 변신한다. 성격도 화끈하다. 목소리의 톤이 낮은데 그게 무대에서 멋지게 빛을 발했다. 김기리는 랩을 진짜 잘 하는데, 본업이 개그맨이다보니 재미있게 무대를 만들려는 부분이 있어서 실력이 가려진 부분이 없지 않다. 박광선은 그야말로 프로여서, 프로듀서들이 손을 거의 보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당장 래퍼로 데뷔해도 손색이 없다. 오히려 박광선은 너무 잘해서 주목을 못 받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양미라는 가장 개성을 발휘했던 캐릭터였다. 양미라는 묘한 발음이 매력적인데, 그 발음이 좋은 프로듀싱을 만나 독특한 매력으로 승화됐다. ‘힙합의 민족 2’를 통해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앞으로 힙합으로 싱글이나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 있는가?

아직 그런 계획은 없다. 내가 래퍼가 되려고 ‘힙합의 민족 2’에 출연한 것은 아니지 않나. 지난 몇 달 동안 신나게 랩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이제는 내 본업인 배우의 자리로 돌아가 최선을 다할 때이다. 하지만 삶이 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 흘러가다보면 언젠가 좋은 기회를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때에는 그 기회를 마다하진 않을 생각이다.

함께 해보고 싶은 래퍼가 있는가?

기회가 된다면 이센스를 꼭 한 번 만나 봤으면 좋겠다. 같이 무대에 서거나 랩을 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커피라도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그리고 나는 늘 이센스를 먼발치에서 응원하고 있다. 그가 가까운 미래에 좋은 음악으로 돌아오기만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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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가장 아끼는 힙합 음반을 한 장만 꼽자면?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의 [Ready to Die]. 심장을 치는 듯한 묵직한 베이스 비트와 세련된 톤.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을 표현하는 래퍼이다. 내가 힙합을 한다면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음악이 담긴 멋진 앨범이다.

오는 26일에 첫 방송되는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에 출연하지 않나? 다른 작품이나 활동 계획에 대해 듣고 싶다.

오는 2월 말에 방송되는 고소영 주연 드라마 ‘완벽한 아내’에 ‘양봉순’ 역으로 출연한다. 지금 목표는 배우라는 내 본래 자리에 잘 돌아가는 것이다. 드라마에 많이 출연하고 돈을 벌어야 2집도 낼 수 있다(웃음). 나 연기 잘한다. 엔지도 잘 내지 않고 생각보다 비싸지도 않다. 가성비가 매우 좋은 배우다. 앞으로 많이 찾아달라.

최근 남편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장편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몇 년 전 나름 큰 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이긴 하지만, 지금 세상에 소설을 쓴다고 잘 팔린다거나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남편이 다시 음악기자로 활동했으면 좋겠다. 그 전에는 내가 더 열심히 일해야 먹고 살 수 있다. 정말 남편이 꼴 보기 싫어 죽겠다. 웃지마! 지금 나를 인터뷰하고 있는 바로 당신 얘기잖아! 확!

About 정진영 (19 Articles)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소설가.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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