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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박진영식 칭찬의 본질





멋진 여성을 보았는데 엄마가 누군지 알고 싶단다.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왜 알고 싶은 거지? 혹시 화자는 박진영 본인처럼 나이가 좀 있고 그 아이를 상대하기 어려우니 그 엄마라도 유혹 하고 싶은 것일까? 그렇다면 이 곡은 간통죄 폐지를 비꼰 곡인가?

물론 그 의도를 읽기는 힘들다. 본인의 속내야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가사 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한 아이의 남다른(대개는 어른스럽다는) 행동을 보고 “가정교육이 잘 되었다”라고 말하듯이 혹시 그런 이유가 아닐까하고는 생각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대개 부모님이 누구신지 물을 때는 그러하니 말이다.

평범한 아이를 보고 그 아이의 부모님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아주 버릇이 없어서 “너는 애비 애미도 없냐”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거나 나이답지 않은 고매한 품격을 갖고 있는 아이를 제외하고는. 그렇지만 전자의 경우 그 아이의 부모님을 정말로 보고 싶은 것 보다는 “그런 행동을 하면 부모님을 욕보이는 것이니 하지 말라”는 표현을 한 것일 테고 후자의 경우가 진짜 그 아이의 부모를 알고 싶어 하는 상황이라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한 6학년 아이를 보고 그 아이의 부모님이 누구신지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또래에게서는 본 적이 없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아우라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이 참으로 훌륭하게 키우셨구나”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고 그 아이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내게 더욱 더 짙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다른 경우로는 ‘한동준의 FM 팝스’의 한 코너에서 가게에 잔돈을 바꾸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잔돈 좀 바꿔 주세요”라고 명령조로 말하는데 어떤 한 젊은이가 “잔돈을 바꾸는 게 가능할까요?”란 표현을 사용해 그 부모님이 누굴까를 생각하게 했다는 한 가게 주인의 사연이 떠오른다.

그래서 그런 생각이 든다. 이 곡은 별 생각 없이 섹시한 여자를 찬양한 것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박진영식으로 그 아이를 칭찬한 것은 아닌지, 일반사람들은 아무도 몸매 가지고 부모님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상한 생각이 드는 것은 아닌지, 그렇기 때문에 야하게 느껴지고 퇴폐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이미 댄스를 겸비한 가수로 많은 활동을 한 박진영에게 있어 어떤 특정한 몸매는 정말 중요한 칭찬거리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몸은 타고난다고도 볼 수 있지만 몸매의 경우는 후천적 노력 역시 엄청나게 필요한 것이므로. 그것은 어른스런 행동을 한 아이의 모습이 모든 어른들에게 똑같은 충격으로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한 아이의 행동을 대부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도 있지만 어떤 특정한 사안에 대해서만큼은 더 심미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그래서 논리적인 사고로 공평한 사고를 하려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사랑스러워 그 아이의 부모님을 알고 싶어 하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우처럼, 박진영은 “어렸을 때부터 눈이 좀 달라”서 “아무리 예뻐도 뒤에 살이 모자라면 눈이 안 가”고 과거 청순의 상징이었던 “긴 생머리에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이 가냘픈 여자“에게는 맘이 가지 않고 ”허리는 너무 가는데 힙이“ 큰 여자만 보면 미치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 스타일에 맞는 아이를 만나다보니 그런 스타일대로 키워주신 부모님이 궁금해진 것이다. 우리가 어떤 한 아이의 모습이나 태도, 행동 등을 보고 감탄한 나머지 그 아이의 부모님이 누굴까를 떠올리듯이 말이다. 그래서 ”널 어쩌면 좋니“는 ”널 어떻게 스타로 만들까“로 해석 되어야 한다고 본다. 화자와 대상간의 객관적인 거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화자는 그 여성과 사귀고 싶은 것이 아니라 키워주고 싶은 것이다. 별다른 특기 없이 기획사 CEO의 스타일에 맞아 발탁되는 경우와 같이 말이다. 물론 박진영은 재미없게 아이와 어른의 구도로 가는 걸 숨기기 위해, 자신의 아빠 미소를 숨기기 위해 뮤직비디오로 막대한 포장을 했다.

그러므로 사견을 강력하게 밀어붙인다면 이 곡은 그렇게 문란하지도, 퇴폐적이지도, 말초신경을 자극하지도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식의 표현은 이미 “그녀의 다리는 멋져, 다리는 멋져, 10점 만점에 10점”에서 보았던 것과 공명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여자를 꼭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여타의 구애 곡들과는 완전히 다른 얘기니 말이다. “와 정말 부모님이 잘 키우셨구나”를 직설적으로 푼 것뿐이다. 왜냐하면 남자 가수가 부른 섹시한 혹은 예쁜 여자를 표현하는 가사들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저 여자와 사귈까”를 생각하지 “부모님이 누굴까”를 떠올리지는 않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제목이 주는 불쾌한 첫인상과 달리 오히려 더 건강한 노래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에 “허리 24인치, 엉덩이 34인치”라는 가사가 여성의 모습을 획일화시키는 것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 JYP가 그렇게 획일화 지어서 오디션의 기준을 잡지도 않을뿐더러 박진영 본인이 아주 많은 요소에 의해 하나의 매력은 다른 매력들에 의해 가려진다는 걸 이미 무수히 오디션을 통해 잘 알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냥 어느 여성이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남자의 키가 컸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 맥락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냥 이상일 뿐이다. 만약 예쁜 얼굴을 비롯한 외모에서 이상을 찾는 것이 비인간적이라고 본다면 그게 왜 비인간적인지 철학적인 논의와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곡은 그저 인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 가운데 몸매라는 한 부분에 대해서만 말한 것뿐이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고 김치 볶음밥을 잘 만드는 여자”를 좋아하던 그 누군가처럼 어떤 논리적인 근거를 댄 것이 아니라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취향으로 말이다. 다시 말하면 이 곡을 듣고 마치 몸매야말로 인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지워버리는 인간의 본질이라고 떠드는 외모지상주의의 결정판으로 오독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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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 카프카, 하루키 등의 말을 섞어서 표현하자면 어떤 한 길을 미련 없이 쭉 가지 못하고 항상 뒤돌아보고 가지 않은 길을 동경하며 힘껏 앞으로 뒤도 돌아 보지 않고 달려 나가다가도 마치 새총처럼 다시 한계점을 이기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시간을 여러 번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무려 철학도이니 재밌는 걸, 행복한 걸 참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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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on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1. “허리 24에 힙이 34″인 이 단쾌한(단순명쾌한) 스타일의 댄스뮤직에, 이토록 묵직하게 뭉게고들어가는 철학의 섹시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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