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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로맨스: 우리만의 캐릭터로, 우리만의 서정으로 승부한다

‘이명’은 잘 알려지고 유명한 팀들도 상대하지만, 장래가 보이는 팀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그들에게 부족한 건 다만 ‘인지도’일 것이다. 여기 소개하는 팀 배드로맨스는 모던락/멜로딕락을 하는 밴드로 당신이 클럽을 자주 돌아다녔다면 어디선가 한 번은 마주쳤을 그럴 팀이다. 포부가 당찬 이들을 상수역 근처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다. 사진은 전혜진 포토그래퍼의 작품이다. 흔쾌히 재능기부를 약속한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다. 앞으로도 종종 여건이 허락하는대로, 그녀의 사진을 인터뷰와 함께 올릴 계획이다. 인터뷰엔 박민성(보컬), 김덕호(기타), 임다훈(드럼)이 참여했다.

각자의 이력에 대해 말해 달라.
박: 내 첫 밴드다. 실용음악과에서 보컬을 전공했는데, 보컬만 하는 것보다는 ‘곡을 쓰고, 그것을 앨범으로 만들고, 공연을 하면 좋겠다’ 싶어서 배드로맨스라는 팀을 결성하게 되었다. 그런 뜻을 품고 있던 찰나 만난 친구가 여기 드럼 치는 다훈이다.

임: 중3때부터 드럼을 쳐 왔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지인을 통해서 신나는 장르의 음악을 하는 팀에 드러머로 가입하며 본격적으로 밴드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민성이 형을 만났고, 배드로맨스의 멤버가 되었다. 전문적인 느낌이 나는 팀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스쿨 밴드를 하기도 했고, 밴드를 결성해 본 적도 있는데 나 역시 본격적으로 하는 건 처음이다. 밴드는 지인 소개로 소개받게 되었고, 오디션을 거쳐 들어왔다.

그렇다면 그간 멤버 교체는 없었는지?
박: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 기타나 베이스는 도와주던 친구가 있었다. 둘 다 학교 친구들이었는데, 기타 치던 친구는 세션 쪽을 하고 싶어해서 빠졌고, 베이스 치던 친구는 군대를 갔다. 그 전에는 베이시트가 몇 명 거쳐갔는데, 모던락을 좋아하는 친구가 아니라서 잘 맞지 않았다. 모던락 베이스는 근음 정도만 치는 게 아니라 빈 공간을 살릴 줄 알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장르를 많이 듣거나 연구를 해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우리가 원하는 라인을 뽑아내지 못할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는데, 합을 맞춰 보면 자기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서 적응이 힘들었다. 현재 공연할 때는 세션을 쓴다.

그러면 조만간 정규 베이시스트를 구할 생각인지.
박: 고민중이다. 군대 2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어서 그 문제에 대해선 멤버들과 계속 상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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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 정도 되었으니 본인들의 군대 문제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을 텐데, 향후 활동에 대해 걱정이 클 것 같다. 그 전까지 계획하는 바 있다면?
박: 현재까지 싱글 2장에, 미니 음반 1장을 냈다. 이 페이스는 결코 늦은 게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 군대 가기 전에는 속도를 내서 음반작업에 더 중심을 두려고 한다. 싱글은 앞으로 3곡이 예정되어 있다. 7월말, 10월에 하나씩 나올 것이고, 그 전에 옴니버스 음반을 통해 공개될 곡이 있다. EP는 내년 초를 겨냥하고 있다. 만약 반응이 좋으면 다 같이 합의해 군대를 늦게 갈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일단 군대를 가고 훗날을 기약해야겠지.

모던락 밴드답게 멜로디 메이킹이 제 1의 관심사임을 알 수 있다. 작업은 보통 어떤 형태로 이뤄지는가?
박: 작업이 빠르게 된 곡들이 지금 음반으로 접할 수 있는 곡들이다. 내 경험에 의거한 곡들이 많은데 당시의 감정이나 느낌을 떠올리면서 가사를 먼저 쓴다. 거기에 자연스러운 멜로디를 얹는데, 지금까지는 구상했던 것만큼 술술 나왔던 것 같다. 딱히 어떻게 써야지라는 강박은 없고, 그냥 가사 보고 코드 연주하다 보면 평소 흥얼거리던 멜로디가 그 위에 잘 묻어 나온다.

멜로디에 포커스를 두는 밴드들의 가장 큰 고충은 곡이 비슷비슷하게 들리는 것에 대한 염려일 것이다. 그걸 극복하려면 차별화되는 멜로디를 주조해내야 할 텐데 그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박: 뭘 해도 “곡들이 비슷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음악이 모던락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떻게든 우리만의 개성을 나타내려고 애쓰고 있긴 하다. 밴드의 곡을 쓰고 노래를 하는 입장에서, ‘이렇게 곡을 쓰고 이런 음색을 내면 남들과 다른 음악을 할 수 있겠다’는 걸 매번 상기한다. 예컨대, 노래를 할 때 너무 높게 혹은 너무 낮게 가지 않은 영역에서 나만의 보이스를 찾는 것이지.

임: 전에 하던 팀은 배드로맨스와는 극점에 놓인 음악을 하는 밴드였다. 그런 음악을 하다 보니까 지금 모던락 드럼을 친다는 게 어색하긴 하다. 드럼이라는 악기도 어떻게 보면 아이디어 싸움이지 않나. 이 곡을 어떻게 표현할건지, 어떤 리듬으로 이끌어 갈 건지 등등. 그런 게 핵심일 텐데, 민성 형이 말한 것처럼 계속 답을 찾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이 배드로맨스의 음악을 듣고 다 고만고만하다고 느낀다면, 나쁘게 말하면 우리의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일 거다. 그런 점들을 항상 머릿속에 두고 더 발전하려고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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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EP [Leave a Trace]를 릴리즈했다. ‘흔적을 남겨라라는 말이 살짝 맘 한 구석을 찌른다.
박: 작업할 때는 그 제목이 아니었고, ‘누군가 등장하다’ 그런 식의 타이틀을 붙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곡들이 우울하다 보니 그렇게 하면 대중성이 떨어지는 것 같았고, 그래서 중간에 ‘내가 너를 어떻게 잊어’라는 싱글을 곡 제목 그대로 발표한 적이 있다. 그게 분기점이었다. 아무래도 첫 EP이다 보니 상의를 많이 했는데, 타이틀곡 ‘I Try’를 그대로 명패로 걸기엔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다 불쑥 다훈이가 이 제목을 말했는데 아, 이거보다 더 나은 게 없는 것 같았다. ‘큰 흔적은 아니지만 싱글 2장과 EP 하나를 남긴 밴드가 여기 있다’라는 의미도 있고.

임: 말 그대로 “우리의 흔적을 남기자”는 뉘앙스를 주려고 했다. 약간 1차원적인 제목이지만 그게 오히려 진실성을 담보해 줄 것만 같았다.

레코딩 과정 그리고 트랙 셀렉션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박: ‘내가 너를 어떻게 잊어’를 매만지면서, 여기저기 녹음실을 거쳤는데 그 동선이 좋지 못했다. 에너지가 분산되는 느낌이었지. 그래서 이번 EP 음반은 좀 더 투자를 해서 스튜디오 하나를 고정해 두고 그곳에서 작업을 했다. 그렇게 하니 확실히 편해지더라. 즐기면서, 편하게, 놀면서 작업했다. 기사님에게 이것저것 물어 보기도 하고, 곡의 분위기가 따뜻하니까 음반의 무드도 따스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하고. 곡 선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보통 음반이라고 하면 타이틀곡 외에는 묻히는 경향이 있는데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냈던 싱글과 곡을 더해서 EP를 낸 거다. 나름 머리를 쓴 거지. 당초 6곡으로 내놓으려고 했는데, 1곡은 가을에 수확하려고 아껴 두었다.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곡들이라고 하지 않았나. 그 배경에 대해 말해줄 수 있을까?
박: 타이틀 ‘I Try’는 작년 8월에 냈던 ‘모든 게 끝난 그 후’라는 싱글과 같은 시기에 쓴 곡인데, 2년 사귀었던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모티프로 삼았다. 그 때 쌓아두었던 감정들을 밴드를 하면서 주르륵 끄집어 낸 거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이 돌아온다는 꿈을 꾼 적이 있는데, 그건 말 그대로 꿈이고 현실에서는 절대 오지 않는다. ‘꿈-현실’의 대비를 준 거지. 코러스 부분은 그녀를 부르는 부분, 버스(verse) 부분은 말하는 부분, 브리지는 둘은 종합해 지금 어떤 상태에 놓여 있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 잘 분석해 보면 그렇게 짜여 있을 것이다. 2번 트랙 ‘싫증’은 첫 싱글 2곡을 낸 후 썼다. 이렇다 할 진전은 없고 뭔가 천천히 올라가는 것 같긴 한데, 그게 너무 지겹고 권태로운 거다. 그러다 보니 삶에 대해 회의도 생겼고, 어떻게 하면 우리 음악이 더 알려질까 고뇌가 몰려올 때였다. 그런 감정을 앉은 자리에서 바로 털어놓았다. 이어지는 3번 트랙 ‘모든 게 끝난 그 후’는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난 직후를 떠올리면서 가사를 적었다.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어색한 침묵만 흐르고”라는 첫 구절부터 절절하지 않나. 그렇게 시동을 건 노래는 헤어진 후의 공백에 대한 두려움으로 확장된다. “네가 없을 하루에/난 두려워 모든 게/널 그렇게 보냈던/난 어디에 있나”라는 지점이 그에 대응된다. 그 다음 곡이 대망의 ‘내가 너를 어떻게 잊어’인데…

임: 왜 팀명이 배드로맨스인지 알 것 같지 않나?(웃음)

박: 어떤 팀 노래 중 동일한 제목의 곡이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와 일치하는 이름을 달고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차이가 있고, 결도 다르다. 우리의 곡은 항상 같이 있던 사람이 없어졌을 때 당사자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다룬다. ‘불빛’은 조금 다른 경운데,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의 정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용음악과 입시를 준비는 과정에서 여자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불빛은 깜깜한 곳에서 보았을 때는 정말 환하다. 거대한 역경과 마주했을 때 그 사람이 내게 그런 존재가 되었다는 걸 불빛에 비유한 거다.

언급했다시피 주로 이별이야기를 쓴다. 그런데 그 경험이 무한할 순 없는 거 아닌가? 사람인 이상 말이지.
박: 그렇다. 그래서 별개의 루트를 개발하고 있는데 다음 음반의 경우 영화나 책, 혹은 지인들의 연애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들로부터 힌트를 얻은 곡들이 실릴 예정이다. 내 사랑타령만 늘어놓고 있으니 다채로운 맛도 떨어지는 것 같아서, 이제부터는 다른 사람들의 연애에도 관심을 기울이려고. 주변에서 최대한 여러 소스를 구하려고 노력중이다.

넬과 비교하는 글을 봤는데, 사실 넬 생각은 많이 안나고 멜로딕락 밴드나 모던락 밴드들이 떠올랐다. 따라했다는 게 아니라, 유사한 아티스트 말이다. 이를테면 The Fray.
김: 잘 봤다. 개인적으로 The Fray는 애착이 가는 밴드다.

박: “저 팀은 누구누구를 따라했네”라는 지적을 받기 싫어서, 곡을 만들 때 음을 가능한 한 풍성하게 집어넣으려고 한다. 이 곡은 이런 색채로, 저 곡은 저런 색깔로… 공연을 하다 보면, 핫한 외국 밴드의 장점만을 따오려고 애쓰는 밴드들을 목격한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개중엔 가사만 한글이고 멜로디랑 곡 구성은 완전 외국 유명 밴드와 판박이인 케이스도 있더라. 그런 장면을 목도하다 보니 그런 식으로 밴드를 굴리기는 싫더라고. 우리의 해법은 편곡과 송메이킹 과정에서 많이 싸우고 대화하는 거다. 가령, “나는 이런 아이디어가 좋아”하면, “나는 이런 생각이 참신해”라고 되받고 그로부터 대안을 모색하는 식이다. 각자 좋아하는 밴드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레퍼런스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그게 우리 밴드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그만큼 빡센 자기검증이나 내부검열을 거친다는 말로 해석해도 될까?
박: 그런 것도 있고, 우리 곡 안에서 겹치는 것도 신경을 쓴다.

이번 EP를 만들면서는 얼마나 싸웠나?
임: 종종 그랬지. “이 곡은 ~~의 곡과 닮은꼴” 이라고 문제제기를 하고 그에 대해 논쟁하고 그랬지. 그렇지만 작곡가의 견해를 또 완전 무시하고 싸우고 그러지는 않았다. 나는 예의 바르게 설득을 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것 같으니 저런 식으로 전환하는 게 어떨까”라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보는 거지. 밴드를 하다보면 멤버들의 의견과 생각은 다를 수 있다. 다만 다투고 난 후 대처가 중요한데, 아직까지 그만둔다는 사람이 없었던 걸 보면 큰 싸움은 나지 않았던 모양이다. 서로 봐줄 수 있는 면들은 봐주면서 해온 거지.

김: 다훈이가 말한 것처럼 심하게 언쟁한 적은 없었다. 한 스튜디오 내에서 작업하면서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고 봐야지.

임: 그런 건 있다. 각자 책임지는 악기가 있으니, 서로 자기 파트에 대해 고집을 부릴 때가 있다. 그런데 그건 뮤지션으로서 당연한 자존심 표출이기도 하고, 너무 어조가 강하지만 않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가끔은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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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성 씨 보컬이 느낌이 있다. 유니크하다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소리로 설득할 수 있는 톤이 있다. 보컬 공부는 어떻게 했나?
박: 보컬을 전공하긴 했는데 보컬 공부는 재수를 시작하면서 거의 놓았다. 대학교에선 생각 없이 노래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들을 보면서 실용음악과 보컬에 대해 안 좋은 이미지도 생겼고.

그 생각 없이 노래한다는 건 어떤 건지 궁금하다.
박: 유명 가수의 창법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카피하는 거다. 호떡처럼 흉내만 내는 거지.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을 관찰하다 보면, 실용음악과 출신을 여럿 볼 수 있는데, 거의 다 떨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노래는 제법 하지만, 그 실력 가지고는 원래 가수보다 못 하니까 그렇게 되는 거다. 학과 내에서도, ‘앞으로 잘 될 거다. 독특하다’라는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전부 잘 안 됐다. 모든 학생들이 그렇게 하나의 기준에 맞춰 노래하고 또 그런 걸 요구하는데 기량이 늘 수가 없다. 답이 없더라. 그래서 다른 길을 걷게 된 거지. 차라리 밴드를 만들고 그 안에서 곡 쓰고 합주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 대입을 준비할 때는 나도 이런저런 가수 흉내내 보고 했는데, 그래서 입시를 실패한 것 같다. 그게 큰 교훈이 되었다.

슬로 템포의 곡이 다수다. 빠른 곡을 넣는 건 고려대상이 아닌가?
박: 요즘 공연에선 템포 100 넘어가는 곡도 종종 한다. 원래는 60~65, 빨라야 80~90 템포의 곡을 했는데 말이지. 다음 싱글에서 그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거다. 아마 더 빠르고 밝게 다가올 거다. 댄서블한 음악이 된다는 게 아니라, 미디엄 템포로 대중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이 된다는 의미지. 그렇다고 우리 아이덴티티를 버린다는 말은 아니다.

임: 신나고 흥겨운 밴드들이 넘쳐난다. 우리도 원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그렇게 방방 뛰는 연주를 더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밴드에서 연주하기도 했고. 하지만 배드로맨스는 그와는 차별화되는 매력을 안기는 팀이다. 우리 노래 가만히 듣고 있는 객석을 보면 또 다른 느낌이다. 큰 박수는 없지만 조용히 감탄하는 모습. 그걸 통해서 얻는 기쁨이 있다. 우리는 이렇게 가는 게 맞는 거지.

김: 나 또한 스쿨 밴드를 할 때는 120~140 템포로 달렸다. 그러다가 배드로맨스를 접했는데 곡을 들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이런 음악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지. 그 당시엔 그냥 새로운 걸 하나 찾은 느낌이었는데, 어느덧 밴드의 음악을 하면서 슬로 템포의 옷을 갖춘 나를 본다. 여전히 한 구석엔 빠른 템포에 대한 동경은 있지만.

임: 그래서 합주 때 둘이 빠른 거 하면서 푼다(웃음).

레이블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홍보에 있어서 오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박: 레이블이 있으면 어떤 프로모션이 가능한 건지 시스템을 잘 모른다. 괜찮은 레이블이 있다면 현재보다야 나아질 테지만 지금까지 적극적으로 우리를 어필하거나 하진 않았다. 소극적인 태도라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더 멋지게 하고 이름이 알려지면 자연스럽게 레이블도 우리의 존재를 의식할 거라 본다. 이번 EP 나오고 약간은 그렇게 된 것 같긴 한데, 기세를 몰아서 활동을 부지런히 한다면 연락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임: 현재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하는 게 전부다.

뮤직비디오를 따로 찍은 것도 아니고.
박: 하나 있긴 하다. 합주실에서 연주하는 걸 찍은 영상.

제목이 뭔가. 나중에 같이 올려보겠다.
임: ‘모든 게 끝난 그 후’다.

트렌드에 뒤진 음악을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주변을 보면서 저 친구는 잘 되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안 될까?”하면서 조급한 마음은 들지 않는지 궁금하다.
박: 왜 없겠나. 이런저런 고민이 있다. MR을 써볼까도 생각하고. 그런데 그걸 추가하더라도 그게 살짝 건드리는 수위로만 쓸 것이다. Coldplay도 그렇게 하지 않나. 음… 트렌디한 음악을 하면 금방 치고나갈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어지간히 실력이 있지 않고서는 음원에선 공연장에서 보여준 퀄리티를 뽑아낼 수 없다. 그냥 춤추고 놀기엔 적합하겠지만 말이지. 그러니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도 승산이 있는 거다. 사람들이 하루 종일 뿅뿅거리는 음악을 들을 수는 없기 때문이지. 안 좋은 일을 겪거나 슬픈 일을 당하면 잔잔하고 느린 음악에 목마르기 마련이고, 그런 경우엔 우리가 그런 팀들보다 먼저 선택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빈듯하지만 채워진 음악, 그러면서 담백한 음악. 그런 음악으로 승부를 걸겠다.

임: 배드로맨스 인터뷰니까 우리 기준으로 말해 보겠다. 주변에 트렌디한 음악하는 친구를 보면 부러울 때도 있다. 그런데 우리 시각에서 보자면 그 팀은 우리 같은 감정은 전달하지 못하는 거다. 이거 자기위안하는 걸 수도 있지만, 가끔 지인들이 밤에 “나 지금 한강 걸으며 너희 음악 듣고 있다. 정말 좋다”고 메시지를 보내 줄 때가 있다. 그런 피드백 받으면 없던 힘도 난다. 공연하면서 드럼 자리에 있으면 악기 특성상 관객의 표정이 다 보이는데, 눈 지긋이 감고 깊게 음악에 빠진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기운을 낸다.

김: 밴드 특성상 화려하게 표출되는 사운드로 소구할 수는 없다. 나도 인간이니 동료 밴드를 보면 시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우리만의 캐릭터가 명확하니, 죽 해 간다면 앞으로 팬 베이스를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임: 우리는 저 친구들과는 구분되는 세계에 있어. 그렇게 반복적으로 자기주문을 걸면서 자존감을 찾는다. 유치하다고 할 지 모르지만 그거 의외로 중요하다.

박: 나는 EDM도 즐겨 듣긴 한다. 그건 그냥 내 감상 차원이지, 우리 음악으로 따올 건 아니다. 유행을 타는 팀 한국에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정작 음악성 높다고 판단되는 팀은 극소수다. 글렌체크나 후후를 제외한다면, 신스 사운드에 보컬을 넣고, 그걸 밴드의 합으로 결합해 낼 줄 아는 밴드는 보지 못했다. 다훈이가 말했듯 우리는 우리의 세계에 있고, 타 팀들에 비해 뒤쳐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본인을 ‘뮤직 월드’로 인도한 음악 혹은 모멘트가 뭔가?
박: 아버지랑 어려서부터 전축으로 음악을 들었다. 주로 1990년대 음악들이 기억난다. 그 후 U2에 빠져 있다가, 중학교 때 인천에서 했던 YB 콘서트를 봤는데 그게 모멘트가 되었다. 그때 YB가 앵콜만 6곡 정도를 했는데, 아무도 나가는 사람이 없었다. 뭔가 계시를 받은 거였지. 너, 이거 해야 해.

임: 나는 뮤지션이 되는 데 목을 매진 않았던 것 같다. 그냥 드럼이라는 포지션이 뭔가 있어 보였기에 스틱을 잡게 된 것 뿐이다. 고등학교 때 2년 정식으로 배우고 필드로 들어왔는데, 어케어케 하다 보니 배드로맨스까지 이어진 거다. 개인적으로 세션맨이 되기는 싫었다. 아… 세션하는 분들도 빼어난 테크닉을 갖춘 분들인 걸 안다. 내 말은 그들을 비하하는 게 아니다. 내 밴드를 하고 싶었던 거지. 어쩌면 유전자 탓일 수도 있다. 아버지도 장구를 치셨고, 할아버지도 징을 치셨는데, 그 ‘타악’의 핏줄이 내게로 접속된 걸 지도.

김: 나도 특정 아티스트에 이끌려 음악을 하게 된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집안의 피가 흘러온 것 같다. 아버지도 피아노를 연주하셨고, 사촌들 중에도 음악인이 있으니까. 그런 집안 분위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여러 악기를 거쳐 갔는데, 바이올린-장구를 배우다가 가장 적성에 맞는 기타를 잡았고 현재의 내 모습이 된 거다. 아티스트들로부터 직접 영향받게 된 건 기타를 친 이후다. Jimi Hendrix, Led Zeppelin, AC/DC, Bon Jovi 등 셀 수도 없지.

많은 신인 밴드들이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채 흩어진다. 전업인 경우 더 버티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인내가 중요하고들 한다. 본인들은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그리고 있는가?
박: 사라지는 팀들 정말 끝도 없다. 싱글 하나 내놓고 해체하는 팀도 있고, 아이 하나 낳지 못한 채 분해되는 팀들도 봤다. 대개 경제적인 이유이거나 리더의 독선 때문이더라. 실제로 네 명 다 힘들면 버티기 힘들다. 그런데 그 중 누군가가 중심을 잡아준다면 해산할 이유는 없다. 우리 팀은 각자 담당하는 영역이 있다. 내가 다 하다가, 멤버들에게 하나씩 둘씩 나눠준 거다. 책임을 가져야 의욕도 생긴다. 금전적인 문제도 이 시점까지 정확하게 정리해왔기에 내분이 생기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할 거고. 그 책임과 의욕을 바탕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는 거지.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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