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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즈 인 더 키친: 구질구질한 일상의 솔직함을 가감 없이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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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 인터뷰를 해야 하나 망설였다. 인터뷰의 핵심은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EP도 작년에 나왔고, ‘한대음’ 떡밥도 슬슬 쉬고 있었기에 간을 보고 있었는데, 마침 ‘헬로루키’로 뽑히지 않았는가. 이때다! 인터뷰는 그렇게 주선되었고, 늦은 저녁 연남동의 한 카페에서 1시간 남짓 떠들어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정리한 게 아래 길게 쓰인 글이다. 요즘 핫한 밴드, 보이즈 인 더 키친과의 인터뷰다. 전현근(보컬과 기타), 강성민(기타와 코러스), 남나리(베이스와 코러스), 김정훈(드럼)이 참여했다.

나이를 물어보자. 다들 20대로 사료되지만.
전: 내가 26, 베이스와 드럼이 27, 현근 형이 34다.

성민 씨가 유독 나이가 튀네. 어떻게 같이 학교를 다닐 수 있었나.
강: 내가 학교를 늦게 들어갔다. 그래서 멤버들과 동기다. 이 멤버들과는 2009년경 알게 되었다.

얼스바운드와 함께 ‘헬로루키’가 되었다. 축하한다. 호명되는 순간 어땠나?
전: 진짜로 심장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정말 되고 싶었거든. 그래서 나는 제발, 제발, 제발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나리 누나는 끝나고 곧바로 집에 갈 거라고, 어차피 안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러더라. 그래서 “혹시 모르니 좀 있으라고” 그랬지. 그런데 거짓말처럼 우리가 되었다. 아, 두 번 다시 이런 건 하기 싫다. 너무 부담이 크다.

강: 실수를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런데 그날 나는 그럭저럭 했고, 현근이가 평소보다 긴장했는지 흥도 안 나고 맥아리가 없더라. 얘가 이렇지 않은데. 게다가 이 친구들은 리허설도 못해서, 친구 하나가 와서 사운드를 다 잡아주고 그랬다. 그러니 자기 톤이 아니라 또 고생들 했지. 그래서 별 희망을 갖지 않았다.

그래도 뽑히지 않았나.
강: 놀랐다.

남: 잘해서 된 게 아니다. “열심히 해봐라. 어디까지 가나 보게” 난 그렇게 받아들였다.

김: 바짝 얼어서 첫 곡 들어갈 때 남들은 모르는 미스를 연발했고, 떨어지면 이건 내 탓일 것 같았다. 발표 기다리는데, 현근이는 자꾸 우리 말고 “저 팀하고 저 팀이 될 것 같아” 이런 소리나 하고 앉았고(웃음). 좌절 모드였고, 그저 마이크에서 ‘초성 ㅂ’이 나오길 바라고 있었다.

이건 늦긴 했지만 축하할 일이니 뒷북이라도 쳐 보자. 작년 ‘한국대중음악상’에 노미네이트되었고, 떨어졌다. 결과에 대해 실망하고 그러진 않았는지.
전: 노미네이트된 것만 해도 영광이었다. 그런데 시상식에 가니까 왜 사람 마음이 욕심이 나더라. 그런데 심지어 첫 순서가 ‘모던락 노래’ 부문인게 아닌가. 그리고 탈락. 문열고 들어가자마자 끝나버린 느낌? 내년에는 더 출중한 곡 써서 상 받아야지.

강: 얼떨떨했다. 연락 받았을 때도 당황했고, 시상식장 가서도 멍하게 앉아 있었다. 그냥 그 자리 오는 유수한 팀들 구경이나 해야지 그런 심정으로 갔다.

팀 이름의 기원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주방 속 소년들’의 탄생비화는 무엇이며, 현 멤버들이 규합되게 된 계기는 뭔가.
강: 멤버들이 다 같은 학교 실용음악과를 다녔다. 시작할 당시 보컬은 현근이가 아니었다. 현근이는 1학년 마치고 군대를 갔고, 우리는 그대로 죽 다녀 졸업을 한 상태였다. 이렇게 셋, 그리고 내가 과거에 팀을 같이 했던 형이랑 총 네 사람이 연주하고 있었다. 그 형이 나보다 여섯 살 위였는데, 결혼문제 때문에 탈퇴를 했고 때마침 현근이가 제대를 해서 팀에 들어오게 된 거다. 서로 친하게 지내던 사이여서 별 압박이 없었다. 보이즈 인 더 키친은 영화 ‘리미트리스’에 나오는 팀의 이름이다. 정훈이가 형, 한번 보라며 추천해준 영화다. 그 영화의 줄거리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뇌의 30퍼센트 밖에 사용을 못하는데, 신약을 먹으면 뇌를 100퍼센트 가동할 수 있게 된다는 거다. 그런데 영화에 나오는 약은 효과도 있지만, 마약과도 흡사해 악용될 수 있기도 하다. 그 약을 만드는 조직이 ‘보이즈 인 더 키친’이다. ‘소년들이 주방에 있다’는 이미지도 마음에 들었고, ‘마약 비슷한 걸 제조하는 집단’이라는 상징성도 몽환적이고 어울릴 것 같아서 그걸 따오게 되었다.

준비한 질문은 아니지만, 실용음악과 출신이라고 하니 급 궁금증이 생겼다. 사람들, 특히 평론가들은 ‘실용음악과 출신이 만드는 음악’에 대해 대체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아마, ‘정형화되고 도식화된 뭔가를 하는 친구들’이라는 편견이 있나보다. 나 역시 100% 그로부터 자유롭다고는 못하겠고. 그런데 보이즈 인 더 키친의 곡에선 그런 걸 느끼지 못했다. 어떤가?
강: 우린 다 학과에서 내놓은 아이들이었다.

남: 난 아냐, 난 빼줘.

강: 너는 재즈도 좋아하고 그랬으니까.

남: 밴드가 이렇게 엮인 최초의 연결고리는 ‘영국음악’에 대한 공통분모다. 어느 날 밖에서 기타를 치면서 Radiohead의 ‘Creep’을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성민 오빠가 “너 이런 음악 듣냐? 몰랐다. 나도 그런 음악의 팬이다”라고 하면서 이야기를 했고, 공감대가 형성됐다. 의외였긴 했는데, 그런 의외성 때문에 만났기 때문에 더 예측할 수 없는 음악이 나올 수 있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전: 학교 수업이 체질상 도저히 맞질 않았다. 선호하지도 않는 재즈 시키고 말이지. 학교 수업 농땡이 안 피우고 들었다면 이 멤버들과 친해지지도 못했을 거다. 자유롭지 못한 걸 참질 못해서. 아마 그것 때문일 것이다. 난 취향도 멤버들과 달랐다. 영국 음악 논할 때 난 LA메탈, 펑크 이렇게 빡센 거 듣고 그랬거든. 그런데 군대를 가면서 관심사가 넓어지게 되었고, 영국 음악도 즐겨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 이 형과 멤버들이 밴드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 아, 나도 같이 하고 싶다고 졸랐는데, 포지션이 다 차서 남는 게 없으니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웃음). 그러다가 자리가 비었고, 내가 보컬을 맡게 되었다.

2014년 EP를 말해 볼까? [Boys in the Kitchen]은 개러지락/얼터너티브락/브릿팝 등 다양한 소스를 품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본인들의 레퍼런스는 뭔가?

강: 뻔하긴 해도 Arctic Monkeys, The Kooks, The Strokes 같은 댄스가 강한 락이다.

팬들도 Arctic Monkeys나 검정치마 등의 밴드를 거론하는 것 같다. 비교하는 말 들으면 기분이 혹 상하거나 그러진 않나?
전: 전혀. 나는 당연하다고 본다. 그 음악 듣고 밴드 하고 싶어진 게 맞으니까.

강: 예전에 밴드 같이 했던 친구가 녹음을 도와줬는데 그 친구가 “이게 잘 되면 좋은데, 안 되면 너희는 그냥 아류로 굳어지는 거라고. Arctic Monkeys 터진 지가 몇 년이 지났는데, 그걸 지금에야 한국에 가져와서 하는 게 웃기다. 정 하겠다면 사람들 들었을 때 내가 그런 필 최대한 안 나게 힘써 보겠다”고 했다. 여하튼 어렵사리 나오긴 했는데, 당초 걱정했던 것보단 카피캣으로 남진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현근 씨 발음은 일부러 흘리는 건가? 한국어도 영어처럼 들린다.
전: 영국 락 밴드들을 흉내 내는 창법이긴 하다. 부산 사람이라 사투리도 가미되어 있을 것이고. 원래는 그렇게 부르지 않았는데, 밴드 들어오면서 바꿨다. 그러니까 그 창법은 의도된 거다. 그런데 그런 창법을 쓰니까 이제는 노래방을 가서 가요를 불러도 이렇게 부르지 않으면 노래가 안 된다(웃음). 이적 노래를 불러도 담백하게 안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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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싹하면서 귀여운 앙증맞은 앨범재킷은 누구 발상인가?
김: 누나가 갤러리에서 일을 하는데, 거기서 그림을 전시하던 어떤 작가 분이 우리 공연을 보고 페북을 찾아왔고, 그걸 계기로 연이 닿았다.

남: 그 분이 굉장히 나이가 어렸다. 이 재킷을 그릴 때 20살인가, 그쯤이었으니까. 아무튼 징그러우면서 귀엽게 해달라고 했다. Bombay Bicycle Club의 싱글 ‘Shuffle’ 재킷 보면 다리가 잘려서 혈관이 다 보이는데 귀여운 매력이 있다. 그런 걸 염두에 둔 거다. 예상보다 더 부드럽게 뽑히긴 했는데, 그냥 그대로 가자 그래서 확정하게 된 거다.

[Boys in the Kitchen]은 5곡이 담긴 EP다. 춤추기 좋고 놀기 좋은 곡은 정작 따로 있는데 스포트라이트는 ‘Bivo’가 독점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 그 곡은 정말 후딱 만들어낸 싱글이다. 한 코드에 단어가 쉴 틈 없이 쏟아지는 곡을 쓰고 싶었다. 그런 걸 떠올리고 있던 중 사건이 터진 거지. 그날 여자친구랑 크게 싸웠다. 그 가사에 나오는 내용 전부가 다 그날 벌어졌던 일이다. 멘붕된 채로 새벽 6시에 택시 타고 남양주로 가고 있었는데. 그때가 대선 시즌이라 거리엔 “누구를 뽑아주세요~~”, 이런 멘트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었다. 아, 그 상황 자체가 다 짜증났다. 그러다 갑자기 봇물이 터지듯 가사가 술술 나왔다. 그걸 멤버들에게 들려주니 “OK”해서 완성된 곡이 ‘Bivo’다. 평단과 팬들이 그 진정성을 알아준 게 아닐까? 보컬 녹음도 한 번에 훅 갔고, 숨 헐떡이는 것까지 다 들어 있다.

‘슬픈 소식’ 할 때의 비보(悲報)인 거네?
전: 맞다. 그리고 Bivo는 그때 내가 술 마시고 있던 맥주집이기도 하다. 제목을 뭘로 넣을까 하다가 장소도 그렇고, 중의적인 뉘앙스를 풍겨보고 싶어서 ‘Bivo’로 하게 되었다. 있어 보기기도 하고(웃음).

20대 연애의 구질구질함을 다룬 곡이 대다수다. ‘플라스틱컵’도 그렇고. 아예 그쪽으로 특화시키기로 한 건가?
전: 그건 아니고 쓰다 보니까 그런 형태로 된다. 난 노랫말 쓰는 게 힘들다. 사랑이 아닌 주제를 하고 싶어도 결국 사랑밖에 뇌리에 남는 게 없더라고. 그러다 보니 연애에 대한 곡이 주를 이루게 된 거다.

예쁘고 아름다운 일화도 있을 텐데 굳이 어두운 쪽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있다면?

전: 그 어두움이 개러지락과 어울리지 않나. 내가 지질해서 그런가. 그런 쪽 가사가 더 즉각적으로 떠오른다.

나리 씨가 작사한 2곡 ‘Dream#1’과 ‘The Dancer’는 영어다. 영어가사가 더 잘 붙기 때문인가?
남: 그렇다. 우리가 한국에 있지만 한국음악을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하는 장르의 가사엔 영어의 질감이 어울린다고 본다. 가사를 한국말로 쓰다보면 너무 서정적으로 나가고 우리 음악하고는 맞지 않더라고. 그렇다고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한다는 건 아니다.

연애 말고 아이디어는 어떤 경로로 얻나?
전: 음악이다. 예컨대 컴필레이션 음반에 들어갔던 ‘Television Now’는 아이돌 가수의 곡을 듣다가 얼개가 그려진 곡이다. 수월하게 곡을 뽑아내는 편이었는데, 요즘엔 곡이 통 안 나온다. 팀원들한테 농담으로 ‘내가 홍대 박진영’이라고 하고 다녔는데, ‘한대음’ 후보도 되었고 ‘헬로루키’도 되었다. 중압감이 안 생길 수가 없다.

EP에 실린 5곡은 그간 밴드의 일대기를 정리하는 의미라고도 한다. 곡을 한참 작업해 두고 그 중에서 추린 건가? 아니면 나온 분량이 그만큼이라 일단 그만큼이라도 모아둔 건가?
강: EP를 제작할 때 딱 6곡이 있었다. 그중 5곡을 넣어봤는데, 덜 익은 트랙을 수록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하나를 과감하게 빼버렸다. 장고파들이라 곡을 빨리 갈무리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통 1곡 나올 때까지 얼마나 걸리나?
강: 레이블 들어오고 나서는 빨라졌는데, 그래도 대략 3~4개월에 1곡이 나온다.

남: 하나 만들 때 한 300가지 시도를 해본다. 그걸 갈아엎고, 엎고, 엎고… 그러다가 최종판이 나오게 되는 거니까 지체될 수밖에 없다.

전: 저번 주에 합주했을 때는 괜찮았던 곡인데 이번 주에 해보면 별로인 곡도 있다. 그런 건 돌아보지 않고 묻어버린다.

트리퍼 사운드 막내가 되었다. 레이블 식구가 된 게 언제인가?
강: 가계약 기간까지 친다면 1월말.

전: 김은석 대표님이 페이스북 페이지로 연락하셔서 만나 뵙고, 들어오게 되었다.

본인들의 어떤 점에 꽂힌 걸까.
전: 우리도 의아해하고 있다(웃음). 이 레이블이 도대체 왜?

그럼 소속 밴드들하고 친하고 그러지는 않겠군.
전: 그렇다. 막 살갑게 인사하는 수준? 얼마 전 레이블 콘서트를 했는데 제8극장 형들 빼고 24아워즈, 폰부스 다 그날 처음 뵈었다. 레이블 들어가면 다 친하게 지낼 줄 알았는데(웃음).

20대 중, 후반인 멤버들이 주축이다. 동 나이대 팀 중에는 작정하고 국내 시장은 버리고 해외를 타게팅하는 밴드들도 여럿 있다. 애초에 그런 건 계획해두지 않았나?
전: 타 밴드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그런 거 고려조차 해보지 않았다. 홍대에서도 1등 밴드가 아닌데 언감생심. 발붙이고 있는 데에서 대세가 되어야지.

강: 보인키는 스타트라인에 선 팀이다. 공연을 잘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할 일이다.

홍대랑 뭔가 다를 것 같다. 경험해 본 바, 어떤 차이가 있나?
강: 홍대에서 공연을 하면, 관객들은 공연 그 자체에 집중한다.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태원 펍에서 연주해 보면, 그 친구들은 맥주 마시다가 곡이 좋으면 나와서 몇 곡 듣고 또 뒤로 사라진다. 자기가 듣고 싶을 때 듣는 그런 문화라고 해야 하나? 그게 더 솔직해 보이더라. 편안하고. 공연 보러 왔다고 해서 부동자세로 각 잡고 보는 건 우리가 봐도 그렇다.

남: 난 공연장엔 의자를 놓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이태원은 클럽에 놀러 와서 편하게 보고 노는 분위기다. 올 스탠딩이고. 공연은 즐기는 거 아닌가? 아까 멤버들이 ‘헬로루키’때 무지 긴장했다고 하는데, 난 그게 이해가 안 간다. 왜 바짝 굳어서 하는지 말이야.

성민 씨 외 멤버들은 다 보이즈 인 더 키친이 첫 밴드인가?
멤버들: 그렇다.

성민 씨가 했던 음악은 어떤 거였나?
강: 보인키가 하고 있는 음악과는 괴리가 있다. 첫 밴드는 이한철 풍의 발랄한 음악을 했고, 그 다음에 들어간 팀은 마일드한 음악을 표방하는 밴드였다. 우울한 음악을 좋아했는데, 막상 연주했던 음악은 그런 게 아니었다.

그러면 신곡은 몇 곡이나 장전된 상태인지?
남: 2곡을 쓰고 있다.

전: 그런데 그 중 한 곡은 그나마 내가 가사를 못 쓰고 있다. 멜로디는 80~90% 되었는데, 노랫말이 툭 튀어나오질 않아서 정체되고 있다. 보러 와 주시는 분들껜 매일 비슷한 셋리스트를 들려드리는 것 같아 죄송하다. 어서 신곡을 완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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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풀렝스는 도박이라고들 한다. 길면 다 듣지도 않을뿐더러, 앨범 발매가 더 늦춰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의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될 것 같은가. 10곡 이상 담긴 풀렝스에 대한 로망이 있을 법도 한데.
강: 싱글로 하나씩 튀어나오는 게 현실적일 것 같다.

남: 나는 그런 로망이 완전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 팬들이 지갑 열어서 앨범 사는 건데, 12~13곡 꾹꾹 눌러 담는 게 맞는 거다. [Boys in the Kitchen]도 아쉬움이 남는 게, 우리가 천성이 게으르다. 그래서 지하에서 3년 연습하는 동안 녹음 하나 해놓은 게 없었다. 그때 현근이가 멤버들을 독려하고, 급하게 주물러서 내놓은 게 그 음반이다. 많이들 들어 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그 점은 미안하다. Michael Jackson이 “곡수 채우려고 대충 앨범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제대로 된 풀렝스를 가지고 그 미안함을 풀고 싶다.

김: 나도 풀렝스를 갖고는 싶다. CD 사러 갈 때도 트랙 수가 많으면, 괜히 기분 좋아져서 구입하고 그랬으니까. 근데 풀렝스를 내려면 계약연장부터 어떻게(웃음). 뭐, EP가 우선적으로 나올 것 같고, 그 다음에 곡 나오는 속도를 봐서 판단해야겠지.

곡 작업하는 중에는 안 싸우나? 요새 인터뷰 할 때마다 묻는 거다.
전: 작업할 때는 안 싸운다. 어이없이 카톡 이런 거 하다가 싸운다. 왜 안 나오냐, 왜 늦냐, 동영상 띄웠는데 왜 안 보냐 등등. 그때부터 내가 나간다, 네가 나가라, 난 그만둔다, 심한 소리 나오고. 그게 한 5초는 진심이었다고 봐야지(웃음).

커리어는 빈약하지만, 골수 팬들이 있다. 떼창도 나오고 말이지. 그런 거 앞에서 보고 있으면 괜시리 흐뭇할 것 같기도 하다.
전: 속이 다 시원해진다. 내가 멤버들을 3년 동안 코러스 하라고 갈궈도 ‘Television Now’ 같은 곡에서 모기 목소리만한 톤으로 겨우겨우 하고 있다. 그걸 듣고 있으면 아주 복장이 터진다. 빵빵 터져야 하는 곡인데 말이야. 그런데 팬들이 먼저 해주더라. 멤버들도 못하는 걸. 이 맛에 밴드 하는구나. 그런 느낌.

타 장르에 발을 들이고 싶다거나, 긴 곡을 써보고 싶다거나, 형식적으로 뭔가 실험을 하고픈 욕망이 있나?
남: 개인적으로 블루스를 좋아해서 그거랑 이걸 어찌 결합하면 멋질 것 같기도 한데…

강: ‘Television Now’는 나름대로 서프락을 해 본 거였는데. 들으시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 하고픈 거라면 현 컨벤션을 무너뜨리긴 어렵겠지만, 살짝살짝 다른 장르에서 가져오고 싶은 것들은 있다. 이를테면 약간 센티멘탈한 거라던가.

나리 씨가 블루스 팬이라는 말 들으니 호기심이 급발진한다. 상투적이지만 물어보고 끝내자. 멤버마다 각자 영향 받은 음악을 말해 달라.
전: 일본 밴드 Thee Michelle Gun Elephant. 20살 때 거의 미쳐서 1년 내내 그 음악만 들었다. 가사도 모조리 읽어보고, 동영상이란 동영상은 다 찾아보고 그랬으니까. 내게 가장 큰 충격을 준 팀이라 할 수 있다. 군대에 있을 때는 John Mayer를 팠다. 군대 가기 전에도 블루스를 좋아하긴 했는데, John이 하는 건 ‘사파’라고 생각했었다. 그랬는데 입대하는 날 훈련소를 가는데 John Mayer의 ‘Bold as Love’가 왜 이렇게 꽂히는 건가. 4월이었고 벚꽃이 떨어지는 날이었다. 그걸 들으니 “아 이 기막힌 음악을 하필 입대할 때 들을까” 싶더라. 나중에 짬이 찼을 때 라이브 음반 [Where the Light Is]를 구입했는데, 와, 잠이 안 올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기타면 기타, 노래면 노래, 송라이팅이면 송라이팅, 그가 하는 모든 것에 끌렸다. 아, 영국의 펑크 밴드 The Jam도 적어 달라.

강: 나는 Radiohead와 Travis.

남: 학교 때 친구가 멤피스 음악을 권해줬고 그걸 듣고 그쪽에 빠졌다. 언급했다시피 난 블루스. 언젠간 그쪽 음악을 꼭 해보고 싶다. Girls나 Magic Kids 같은 밴드의 음악들도.

김: 중학교 때 Matchbox Twenty를 듣고 “이게 락이지”라고 느꼈다. Counting Crows, Goo Goo Dolls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고등학교 때 누가 The Libertines를 들려줬는데, “아, 이게 락이다”(웃음). 가끔 미국 락음악 들으면 설레긴 하는데, 하고 싶은 건 The Libertines나 Dirty Pretty Things 같은 영국 락음악이다.

굵직한 모멘트들이 있었다. 멀리 볼 것 없이 단기적으로 제일 하고 싶은 건?
전: 락페를 나가고 싶다. 그 중에서도 ‘부산국제락페스티벌’. 고향이니까. 친구들 불러 놓고 “나 이만큼 컸다”는 걸 보여주고픈 마음도 있고.

김: ‘헬로루키’ 경연 덕에 V홀에 서볼 수 있었다. 그런데 아직 정식으로 연주해보지는 못했다. 올해는 상상마당 같은 큰 홀에서 사람 꽉꽉 채워서 해보면 좋겠다.

남: 나는 큰 공연장 싫다. 이태원 펍 같은 조그만 공연장에서 사람들과 호흡하면서 놀고 싶다.

강: 난 공연장 사이즈보다 우리 자체가 심리적으로 안정되길 바란다. 경연은 아무래도 ‘보여주기’다. 그보다는 공연 부지런히 해서 자연스럽게 우리의 음악이 관객들에게 보이도록 하고 싶다. 사실 이 말은 나를 겨냥한 거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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