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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사춘기: RED PLANET

데뷔작의 좋은 예

[슈퍼스타K6]에서 탈락했을 때, 볼빨간사춘기가 이렇게 멋진 음악으로 데뷔할 것이라 예상한 이가 몇이나 있을까.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조차도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이제 막 스무 살의 문을 열고 꿈을 활짝 펼치기 시작한 두 소녀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으며 ‘핫’해져 버렸다.

엄밀히 말해 없던 캐릭터는 아니다. 경쾌한 록 사운드와 어쿠스틱 기타의 발랄한 움직임, 거기에 더해진 여성 보컬의 목소리는 서교 음악에서는 종종, 메이저 씬에서는 가끔 만났던 모습이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시기가 중요하다. 안소영의 여리면서도 허스키한 목소리를 중심으로 밝고 신나게 풀어내는 듀오의 음악은 지금 시점에선 자주 들을 수 없는 음악이다. 대부분이 전자 음악과의 결합이나, 복고 탐구에 대해 논하는 사이, 이들은 그리 멀리 떠나지 않은 장르를 다시 붙잡으며 틈새를 파고든다.

이러한 발판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건 작곡과 편곡의 만남이다. 듣기 쉬운 멜로디를 써 내려 간 두 소녀의 역량은 물론이고, 여기에 소속사 선배인 바닐라맨이 조율한 편곡의 조화는 탁월하다. 총명한 아이디어를 대중음악이란 포맷에 살뜰히 맞췄다고 할까. ‘싸운날’의 힘, ‘초콜릿’의 달콤함, ‘You(=I)’의 부드러움 등,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지 않음에도 그 안에서 섬세하게 조절된 템포의 높낮이와 명료한 선율이 인상적이다.

성공적인 데뷔작이다. 회사마다 신인 콘셉트를 어떻게 잡나 골머리를 하는 사이, 김사랑, 바닐라 어쿠스틱, 김지수 등을 보유한 쇼콜라 뮤직은 그들이 가장 잘하는 방법을 택하며 그 고민을 털어냈고, 듀오의 역량을 초반부터 확실히 끌어올리며 증명해냈으니까. 소속사와 소속 뮤지션의 궁합이 잘 맞아떨어진 앨범의 표본이다.

3.5 Stars (3.5 / 5)

 

About 이종민 (55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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