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Articles

비단: 가락지의 꿈

노래도, 태도도 곱다.

노래의 자태는 단아하면서도 인상적이다. 멜로디는 차분하게 흐르는 편이지만 뚜렷한 고저를 나타내 몰입감을 높인다. 보컬은 발라드의 표현법을 간직하다가 후반부 민요풍의 창법으로 변모해 또 한 번 주의를 끈다. 가야금, 해금 등의 국악기와 피아노, 윈드차임 같은 서양악기의 온화한 어울림도 곡의 맵시를 증대한다. 퓨전 국악 밴드 비단의 ‘가락지의 꿈’은 곱고도 나름대로 강렬하다.

노래가 갖는 미덕은 외형에 그치지 않는다. ‘가락지의 꿈’은 임진왜란 때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한 논개의 이야기를 바탕에 두고 만들어졌다. 그룹 이름과 함께 “한국의 보물을 노래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비단은 이순신 장군(‘성웅의 아침’), 훈민정음(‘출사표’) 등을 다룬 2014년의 데뷔 EP와 조선백자(‘만월의 기적’), 심청전(‘달’) 등을 소재로 한 2015년 두 번째 EP에 이어 이번에도 다름없이 우리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선전하는 데 힘쓴다. 국악 퓨전 작품이 서구의 문법에 쏠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 것을 알리려는 노력은 무척 값지다. 비단과 그룹의 노래가 지닌 태도와 정성은 그야말로 곱다.

About 한동윤 (27 Articles)
음악 듣고 글 쓰는 게 고역이라고 툴툴거리지만 하루 대부분을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는 데 보낸다. 로또를 사지 않으면서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꾼다. 라면을 먹을 때 무척 행복하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