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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트: Ordinary

당신이 기억하는 비스트의 대표곡은 무엇인가

이번에도 음원 순위와 방송에서 1위는 차지했다. 비록 2주 연속을 거머쥐진 못했지만, 아이돌 그룹이 쏟아진 시기에 얻은 성적치고는 나쁘지 않다. 이름값은 해냈다고 할까.

그러나 이게 다다. [Ordinary]는 2009년부터 활동한 6인조 남성 그룹 비스트의 무려 여덟 번째 미니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대중에게 어떤 인상으로 남았다고 기록하기엔 매우 쑥스럽다. 그 정도로 팀은 짧게 스쳐 지나갔으니까.

‘Bad Girl’이란 신선한 데뷔곡으로 나타난 뒤, ‘Fiction’에서 나름 우뚝 선 팀은 이후 잠시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쳇바퀴 돌 듯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중음악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10~20대들에게 비스트는 유명한 팀이 됐지만, 딱히 유명한 곡은 없다. 거친 표현을 빌리자면, 2011년 KBS [가요대축제]에서 ‘올해의 노래상’을 탄 ‘Fiction’ 조차 대중들이 자주 듣고 싶어 하는 리퀘스트 송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 비스트의 대표곡은 무엇일까.

수많은 트로피를 얻어 낸 노래들이 형편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엄밀히 따져 보이 그룹에는 과분할 만큼, 이들과 함께 고생한 프로듀서 신사동 호랭이의 곡들은 주옥같았다. 문제는 신사동 호랭이가 가진 일렉트로닉 DNA는 비스트보다 포미닛에게 더 어울렸다는 점이다. 결국, 비스트의 음악 정체성을 완전히 정립하지 못한 채, 그 역할을 멤버 용준형이 가져가면서부터 상황은 정체됐다.

[Ordinary]의 수록곡을 면밀히 따져보자. 일렉트로닉 댄스 팝을 지향하는 팀 음악은 매 미니 앨범에서 그렇듯, 이번에도 착실하다. ‘예이(Yey)’의 흥겨움은 물론이고, 선공개하여 반응을 끌어낸 ‘일하러 가야 돼’가 임무를 완수했다. 그 외에 후렴이 도드라진 ‘그곳에서’ 등 전체적으로 대중음악을 또렷이 지향하는 팀과 소속사의 목적이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하지만 이 곡들이 남성 댄스 그룹으로서의 무게감을 살리거나, 음악적으로 기발할 만큼 참신했는지를 따진다면 이번에도 의문이다. 상황을 바꿔보자. 다른 그룹도 탐낼 만큼 ‘예이(Yey)’가 매력적인 타이틀 넘버일까.

용준형은 남성 아이돌 중 몇 안 되는 역량을 갖춘 작곡가임이 틀림없고, 김태주와 꾸려낸 작곡팀 ‘Good Life’의 활동도 부정적으로 보이진 않으나, 비스트라는 규모 있는 그룹에서 매번 전곡을 작곡하고 타이틀곡까지 내세울 만큼 실력을 갖췄는지는 의심스럽다. 지금껏 괜찮은 작곡가임은 증명했으나, 난국을 맞이할 시점에서 문제를 해결할 스페셜리스트도 아닌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간다면 현상 유지는 몇 번 더 가능하겠지만, 국외와는 다르게 국내에서 비스트의 파이가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놓치면 안 된다. 이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은 분명 앨범 참여 스텝을 다채롭게 참여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Good Life’와 누군가와의 컬래버레이션도 좋고, 아예 외부 작곡가와의 경쟁을 시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빅뱅의 지드래곤이 늘 혼자 다 해내는 것은 아니지 않나. 좋은 곡이 나오는 순간 이들은 진짜 정점을 찍을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비스트에겐 방송 1위 보다 팀을 상징하는 대표곡의 등장이 급선무다.

2.5 Stars (2.5 / 5)

 

About 이종민 (57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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