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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어코스티: 미세매력주의보

뻔하디 뻔한

지금 서교 음악 시장에서 빌리어코스티는 전성기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음원 순위 1위 등 자랑하기 좋은 명패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단독 공연을 매진시켰고, 각종 페스티벌 무대에서는 섭외 대상 상위권으로 올라섰다. 2004년 ‘파란난장’이란 밴드로 ‘유재히 음악경연대회’ 금상을 차지한 뒤, 팀 활동에선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가 솔로로 전향하자마자 얻은 수확이다.

이 배경에는 토이, 김동률 등 여심을 휘어잡은 음악들의 뿌리가 존재한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대표곡 ‘그 언젠가는’을 들으며 1990년대 서정적인 가요 방식을 노련하게 소화했다는 걸 느낄 수 있으니까. 이름을 알리기에 전략적으로 훌륭한 작전이다.

그러나 이 전술에 대한 호의적 시선은 한 번만 유효하다. 똑같은 방식을 또 가져온다면 그때부턴 뮤지션의 자세를 저버린 채 인기를 지키고 싶은 탐욕으로밖에 비치질 않는다. 안타깝게도 이 걱정은 현실로 이어지는데, [소란했던 시절에](2014) 이후 일 년 만에 등장한 EP [미세매력주의보](2015)는 제목에서부터 눈치챌 수 있듯 여심 잡기에 함몰되어 있다. ‘괜찮아 아직은’부터 시작되는 기타 팝은 이미 밴드 ‘마이 앤트 메리’가 쌓아놓은 방법론에 기대어 새로움을 찾기 매우 어려운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나마 인상적인 것을 단 하나 꼽자면 ‘너로 가득한 순간’과 ‘호흡곤란’은 거칠게 달린다는 점이다. 여기서 ‘거칠다’라는 형용사의 강도가 중요한데, 팝-락을 능숙하게 소화해낸 ‘노리플라이’보다 아주 조금 더 공격적으로 들린다. 나름 락킹한 음향을 뽑은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이 곡들 역시 답습과 관습의 반복이기에 물린 감정은 쉽게 떨쳐버릴 수 없다.

빌리어코스티는 이제 겨우 한 장의 정규 앨범과 EP를 냈지만, 활동 경력이 10년도 넘은 뮤지션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앞서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나, 적어도 퇴행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는가. 향후 방향에 대한 걱정을 신인이 아닌, 중견 싱어송라이터에게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안타깝다.

(2.5 / 5)

 

About 이종민 (60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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