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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카니발 : “이제 겨우 활동 10년…아직 30년 남았다”

이촌향도(離村向都)는 일자리를 찾는 지방 청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향에서 실력을 키워 인지도를 얻은 지역 밴드들이 거점을 서울로 옮기거나, 공연을 위해 홍대 앞으로 모여드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많은 지역 밴드들이 화려한 성공을 꿈꾸며 서울행 편도 티켓을 끊을 때, 저 멀리 남쪽 바다 건너 섬에서 고향을 기반으로 미래를 도모하던 밴드가 있었다. 지난 2008년 제주도에서 결성된 사우스카니발은 제주도 로컬 신을 대표하는 밴드이자 대한민국 로컬 신의 가능성을 보여준 밴드이기도 하다.

사우스카니발은 스카에 록, 포크, 레게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적 요소를 버무린 음악에 제주도 방언을 더한 독특한 색깔의 음악으로 주목을 받았다. 올해로 결성 10년째를 맞은 사우스카니발은 최근 정규 2집 [동네심방]을 발표하며 경력에 다시 한 번 의미 있는 한 줄을 보탰다. 무대에서 선보일 수 있는 곡도 더욱 다양해졌다. 리더 강경환(보컬·트럼펫)으로부터 새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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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밴드 결성 10주년을 맞았다. 간단한 소감을 듣고 싶다.

밴드의 활동 목표를 40년으로 정했기 때문에 무언가를 이뤘다기보다는 “앞으로 4분의 3이나 남았구나”란 생각이 먼저 든다. 무엇보다 끝까지 믿고 함께 해주는 멤버들과 묵묵히 우리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감사하다.

[동네심방]이란 앨범 타이틀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제주어 속담 중에 “동네심방 안 알아준다”란 속담이 있다. ‘심방’이란 ‘무당’을 뜻하는 제주어다. 이 속담은 마을 대소사에 동네 무당 용한 줄 모르고 다른 동네 무당 데려와 굿판을 펼치고는 뒤늦게 “우리 동네 무당이 용하구나”라고 후회하면서도, 금세 잊어버리고 다음 굿이 열릴 때도 다른 동네 무당을 데려온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제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로컬 뮤지션이 처한 상황과 더 나아가 국내 굴지 페스티벌을 보며 “해외 아티스트와 국내 아티스트 간의 실력 차이가 과연 저 정도 페이 차이가 날 만큼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 의문이 앨범 타이틀을 [동네심방]이라고 지은 이유다.

southcarnival2_0620수익을 기대하며 앨범을 만들기가 정말 힘든 세상이다. 이 앨범은 단행본처럼 ‘출간’됐다. 음악 외적으로 사진 자료와 인터뷰 등 내용도 정말 충실하다. 이렇게 앨범을 꾸민 의도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어차피 잘 팔리지 않을 앨범이니 소장용으로 잘 만들어 우리가 소장하자”는 의도로 앨범을 책으로 만들었다.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메이저 가수들의 앨범과 비교해도 손으로 꼽힐 정도로 완성도 높은 책”이란 칭찬을 듣고, 허세를 좀 부리고 싶었다(웃음).

사운드가 지난 1집보다 조금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이번 앨범을 제작하며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

이번 앨범의 핵심 포인트는 ‘다양성’이다. 스카 밴드는 스카만 하고, 록밴드는 록만 하고, 힙합 뮤지션은 힙합만 하는 모습이 개인적으로 지루했다. 사우스카니발의 다양한 음악적 모습을 리스너들에게 들려주고 싶었고, 적어도 이 앨범을 들을 땐 단 한 곡도 지루하게 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린 시절 어린이날에 아버지가 사주셨던 ‘종합 과자 선물세트’ 같은 느낌으로 앨범을 제작했다.

지겨운 질문일 테지만 묻겠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 역시 ‘제주도’의 정취가 가득하다. 제주도는 밴드에게 어떤 음악적 영감을 주는가?

제주도는 섬 특유의 여유로운 정서와 바쁜 도시의 정서가 공존하는 공간이어서 다양한 영감을 준다. 우린 사실적인 제주도의 모습을 부정하지 않고 모든 영감을 수용하려 한다. 사람들이 제주도에 관한 환상을 갖고 있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이면도 보여주고 싶다.

전작과 비교해 다른 멤버들의 작사·작곡 참여가 많아졌다. 앨범 전반부에 다른 멤버들의 곡이 배치된 것도 눈에 띈다. 어떤 변화인가?

꽤 오래전부터 멤버들에게 작사·작곡 참여를 독려해왔다. 10인조 밴드에서 한 명만 곡을 쓰는 건 대단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곡을 쓰면 천재가 아닌 이상 전 곡이 모두 좋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독려해도 움직이지 않던 멤버들에게 저작권료 내역을 자랑했더니 한두 명씩 조용히 곡을 써오기 시작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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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곡 ‘Paradise’는 어떤 곡인가?

1960년대 루츠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원 테이크’ 녹음 방식을 선택했다. 올드 마이크와 장비를 구해 녹음을 진행했는데 완벽하게 루츠 사운드를 구현하진 못했지만, 기계적인 트랙 녹음보다는 스카 고유의 여유와 섬의 낭만을 담아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반응이 별로다. 아무래도 타이틀곡을 잘못 정한 것 같다.

‘아꼬와’, ‘동네심방’은 제주어 가사로 이국적인 즐거움을 주지만 꽤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어떤 배경이 담긴 곡인가?

‘아꼬와’는 ‘예쁘다’란 의미를 가진 제주어다. SNS를 보면 상대방을 잘못을 지적하고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 마녀사냥을 하면 뭔가 정의로운 일이라도 한 것처럼 느끼는 불쌍한 사람들이 있다. 상대의 약점 혹은 실수를 비난하기보다 상대의 아름다운 면과 칭찬할만한 면을 찾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꼬와’는 그런 생각에서 만든 곡이다. ‘동네심방’은 제주라는 ‘섬사운드’를 구현하고 싶었던 곡이다. 70~80년대 아프로 펑크 사운드에 섬의 토속적인 느낌을 담고 싶어 곡의 중간 기타 솔로는 제주의 노동요 ‘오돌또기’ 한 구절을 재해석해 넣었고, 드럼 또한 일부러 백 비트(Back Beat)에 악센트를 줬다. 중요한 사실은 두 곡 모두 제주어만 집어넣어 만든 제주노래란 점으로, 제주의 정서를 담으려 노력했다.

사우스카니발의 노래 중엔 전작 [좀녀이야기]를 비롯해 이번 앨범에 수록된 ‘달’ ‘해녀의 노래’ 등 해녀와 관련한 곡들이 자주 보인다. 해녀에 관심을 많이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하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해녀였다. 해녀는 유네스코에 한국의 고유 문화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도 잘 모르는 존재가. 해녀를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작업에만 몰두했지 홍보나 후세에 알리기 위한 작업은 열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해녀의 존재를 알리는 일을 넘어, 그녀들이 가족을 위해 한평생을 물속에서 목숨을 걸고 희생했던 숭고한 정신을 알리고 싶다

그밖에 다른 수록곡 중에서도 독특한 사연이나 이야기가 담긴 곡이 있는가?

10번 트랙 ‘해녀의 노래’는 실제 해녀들을 찾아 물질할 때 불렀던 노래를 불러달라고 부탁해 녹음하고, 그 녹음을 바탕으로 편곡한 곡이어서 의미가 있다. 피지컬에만 수록된 11번 트랙 ‘Surfer King’은 내가 20대 시절에 했던 하드코어 펑크 장르를 개인적인 욕심으로 멤버들에게 우겨서 앨범에 넣은 곡이다. 밴드 할로우잰의 보컬 임환택 군이 이 곡에 함께 했다. 나는 차에서 11번 트랙만 듣는다(웃음).

이번 앨범에서 가장 집중해 들어줬으면 하는 부분이나, 혹은 이 부분만큼은 놓치지 말아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가?

다양한 장르를 담은 곡으로 앨범이 구성돼 있으므로, 한 곡만 듣고 앨범 판단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무엇보다 책을 만드는데 엄청난 시간과 돈, 노력이 들어갔다. 꼭 정독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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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카니발의 활동으로 제주어에 관한 관심이 늘어난 게 느껴지는가?

제주 안에선 느껴지지만, 제주를 벗어나면 여전히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사우스카니발이 제주라는 콘텐츠로 활동하면서 다른 제주의 로컬 밴드들도 제주란 콘텐츠에 관심을 두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록스타가 아니므로 한방에 대한민국의 관심을 끌기엔 부족하다. 그렇지만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동료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피라미드처럼 점점 커져 나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역시 지겨운 질문일 테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제주도 살이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요즘엔 단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전국적으로 제주가 핫플레이스가 되면서 땅값, 집값, 물가가 전부 올랐다. 별의별 사람들에게 많이 치이다 보니 현지 제주인들도 매우 까칠해졌다. 강력범죄도 많이 늘어났고 교통체증도 심각해졌으며 오폐수 문제도 심각하다. 그렇지만 난 제주를 떠날 생각이 없다.

무엇이든 10년을 하면 그다음에는 관성이 생겨 어떻게든 굴러간다고 하더라. 지난 10년을 돌이켜보면 무엇이 가장 많이 달라졌고,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생각하는가?

대한민국엔 음반시장이 없어서 크게 기대하는 건 없다. 음악 페스티벌 역시 유명 소속사끼리 라인업을 나눠 먹고 있으며, 방송은 다양한 장르를 수용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무언가를 기대하고 음악을 한다면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밴드가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아무도 알아주거나 듣지 않더라도 그냥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지?”란 답 없는 고민을 끊임없이 하면서 20년, 30년을 갈 것 같다. 다들 그렇지 않은가?

음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

내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찾아주고 응원해주며 공연을 핑계로 전 세계를 여행 다니고 있다. 세계 곳곳에 친구들도 생기고 있고 나름 행복하다.

앞으로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다면?

전국에 있는 모든 라이브 클럽과 축제 무대에 서고 싶다. 아무래도 우리는 음원을 들려주는 일보다 라이브를 들려주는 일이 즐겁다.

사우스카니발을 접하는 모든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사우스카니발을 포함해 장르를 불문하고 전국의 모든 로컬 뮤지션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어차피 돈을 벌려고 음악을 시작하진 않았기 때문에, 돈보다는 사람들의 관심을 더 원한다. 실력이 형편없으면 따가운 비판을 해달라. 더불어 노력한 티가 나면 무한 격려도 부탁드린다.

About 정진영 (22 Articles)
소설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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