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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영: Re Birth

서인영에겐 KUSH!

“구두에 묻히는 것 같아 편견 깨고 싶었다.” MBC ‘일밤–복면가왕’에 출연하여 정체가 밝혀지자 서인영이 한 말이다. 그럴 만도 하다. ‘신상녀’란 별명으로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었지만, 그 이미지가 어떤 여가수보다도 빠르게 휘발된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인영이란 가수를 유심히 지켜봤다면 그녀가 1인 기획사를 설립한 뒤 활약한 한 2013년도를 잊을 수 없다. [Forever Young](2013)의 타이틀곡 ‘헤어지자’로 보컬리스트로서의 실력을 충분히 뽐낸 그녀는 이어서 ‘나를 사랑해줘 (feat. 개코 of 다이나믹 듀오)’를 공개하며 여전한 댄스 감각도 자랑했다. 가상 결혼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인기로 2007년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2013년이야말로 가수 서인영의 가치를 돋보인 해가 된 셈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2년 만에 나온 새 미니 앨범도 당시의 경험을 이어간다. 박자의 호흡을 가파르게 변경하는 ‘거짓말 (feat. 간토 of 트로이)’, 평소 브라운관에서 비친 기센 여자의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영화찍지마’ 등 수록된 4곡은 경쾌한 리듬으로 듣기 편한 대중음악을 제공한다.

[Forever Young] 때와의 차이라면 음반을 주도한 이가 ‘쿠시(KUSH)’에서 ‘귓방망이’로 변경됐다는 점인데, 여기서 서인영의 신보는 전작과 비교당하게 된다. 귓방망이가 프로듀서이자 작곡가로써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것이 아니다. 그가 ‘오브로스’와 공동으로 이뤄낸 ‘거짓말’과 ‘엉망이야’는 레트로 풍의 비트를 가미하여 근래 댄스곡들과는 편곡 부분에서 세심한 차별화를 이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들이 가깝게 다가오지 못하는 건, 보컬과 어울린다는 느낌을 쉽게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곡과 음색의 조합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 가수가 가진 이미지 등 모든 것이 고려되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이 지점에서 전 프로듀서 쿠시가 떠올라질 수밖에 없다. 좋은 곡을 쓴 것과 동시에, 가수가 가진 장점을 충분히 끌어냈는가가 핵심이 되는 것이다.

쿠시가 거절하여 다른 프로듀서를 선택하게 됐을 수도 있지만, 소속사마저도 홀로서기에 나선 상황에서 본인에게 잘 맞는 지휘자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서인영의 몫이다. 노래 부르는 것에 집중하고 싶은 이에게 굳이 싱어송라이팅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으나, 적어도 좋은 가수로 남고 싶다면 프로듀서를 선택하는 ‘선구안’은 필요한 법이다. 유독 여가수가 살아남기 힘든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이소라와 엄정화가 돋보이는 이유는 이러한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 지금 서인영이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할 기술이기도 하다.

(2.5 / 5)

 

About 이종민 (60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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