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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수미: 작은 소리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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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을 듣고 공연을 접할 때마다 늘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세이수미는 낙천적인 장르를 바탕으로 종종 탁한 소리를 낸다. 일례로 ‘One Week’ 같은 노랠 들어보면 멜로디는 참 예쁜데 연주에는 힘과 울림이 살아 있다. 전반적으로 그들은 탁 트인 해변가와 꽉 막힌 지하 작업실을 왔다갔다 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런 매력적인 노래를 마친 뒤에는 고소한 부산말로 밴드를 소개하고 노래에 깃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밴드에겐 자연스러운 일일 테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선 그게 매번 재미있고 신비롭게 느껴졌다. 그간 몇 시간 버스를 타고 올라와 치른 공연의 내용이고, 그런 공연을 마친 뒤 그들은 장비를 짊어지고 다시 버스를 탔다. 지난 2년간 늘 그래왔다고 한다.

 

12월 초 짧게 부산에 들를 일이 생겼다. 마침 세이수미의 서울 단독공연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라 인터뷰할 명분을 얻었다고 생각해 만남을 청했다. 광안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일단 공연 준비가 잘 되어가는지를 물었더니 농담이 돌아왔다. “(게스트로) 코가손을 준비했어요.”

 

어쨌든 부산에서 만나 지난 여름 발표한 EP와 2014년의 데뷔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고, 부산의 음악을 물었다. 그들은 서프 너머의 이야기를 들려줬고, ‘HQ’라는 클럽에서 오늘 쓰리볼트가 공연한다는 정보를 줬다. “창문을 열고 공연하는 클럽인데요, 사실 클럽이라기보다는 그냥 술집에 더 가까워요. 공연 가능한 최소한의 장비만 있는 곳이지만 분위기는 좋아요. 아랫집 뒷집이 노래방이고 술집이라 시끄러워도 상관없어요.”

 

보도자료에 따르면 갈팡하던 1집과 달리 EP는 방향이 명쾌하게 정해진 뒤에 실행한 작업이라 했다. 어떤 면에서 1집이 갈팡질팡이라 생각했나. 그리고 EP는 전작과 비교해 어떤 부분이 확실해졌나.

김병규 그런 얘길 했었나? 기억이 잘 안 난다. 듣고 보니 아 우리가 그때 그랬구나, 처음 앨범의 실물을 본 날부터 그런 생각을 했구나 싶다. 사실 늘 이런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 그러다보니 그때 생각이랑 지금 생각이랑 다를 때도 있고 기억이 안 날 때도 많은데 아마도 이런 맥락이었을 것 같다. 어느 밴드든 첫 앨범엔 색을 잡아가면서 만든 시행착오 같은 노래가 많이 실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걸 한 번 경험한 뒤에 진행한 EP는 하나의 주제를 좀 더 부각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2014년 10월 1집 발매 이후 이루어진 제비다방 공연을 유튜브로 다시 봤다. 그때 이미 앨범에 못 넣은 곡이자 내년 여름을 강타할 EP에 수록할 곡이라는 설명과 함께 ‘Summer Night’를 소개했다. 이미 그 시점부터 EP에 대한 계획이 확고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병규 1집을 여름에 내고 싶었는데 준비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10월까지 갔다. ‘Summer Night’는 녹음을 다 마친 다음에 만든 노래라 앨범에 못 실렸고 그래서 다음번에 넣자 했다. 이런 노래를 활용해서 애초부터 원하던 여름 앨범을 내보자 했는데 정규를 내기엔 시간이 좀 빠듯했고, 1집이랑 성향이 비슷한 앨범이 또 정규로 나오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싶어 가볍게 EP로 가자는 생각을 했다. 한참 시간이 흘러 누군가 물으면 내가 또 이런 말 했나 싶을 것 같다.

최수미 앨범과 EP를 발표한 지난 2년간 하나도 쉬지 못했다. 휴식이 필요하다고 모두 동의하지만 그러면서도 앨범 계속 내야지, 앨범싸개 되어야지 한다.

 

부산에 거점을 두고 있는 입장에서 2년 간 안 쉬었다는 것은 엄청 지치는 일정이었을 것 같다.

김병규 거의 2년 간 매주 거의 안 쉬고 공연했고, 한 달에 한 번 꼴로 서울을 드나들었다. 앨범 발매 당시 토요일 공연 두 번, 일요일 한 번 하고 그런 식으로 무리해서 스케줄을 짰다.

최수미 처음엔 레이블 측에 하루에 두 개씩 잡아달라 했으나 이제는 그런 말이 쏙 들어갔다. 사실 횟수가 문제는 아니었다. 후딱 내려서 급하게 공연하고 급하게 술먹고 돌아오는 일의 연속이라 그게 좀 지쳤다. 서울에서 하루 자고 내려와도 힘들었고 안 자고 오면 몸이 축났다.

김병규 서울까지 올라가는 건 괜찮은데 지친 몸을 이끌고 내려오는 게 힘들다. 그나마 찾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토요일 막차를 타고 내려와 일요일에 집에서 각자 쉬는 것이었으나 심야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아침인데 막상 집에 도착해서는 아침이니까 자야 하나 말아야 하나 했다.

하재영 그러다 열한 시에 잠들면 하루 다 가뿔고, 하여간 그랬다.

 

그래도 즐거웠으니까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김병규 힘들다 힘들다 해도 하고 싶으니까 한다. 네 명 가운데 누구라도 하고 싶다 하면 네 명이 다 같이 간다. 반대로 한 명이 하기 싫다 하면 다 안 하고, 토다는 것도 별로 없고, 그래 해보자 하는 것도 별로 없고, 그냥 불러주면 다 간다. 하지만 제약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일요일 오후 세 시 공연 제안이 들어오면 집에 오기가 힘드니까 못 가고, 금요일 저녁이면 다들 각자의 직장생활이 있으니 못 간다. 어떻게든 할 수야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공연이 너무 정신 없어진다.

 

일전에 어느 공연을 마치고 공연장 입구에서 노래하는 수미 씨가 드러머 세민 씨에게 하소연하는 걸 들었다. 드럼이 너무 빨라 가사를 먹었다고 했다. 다른 멤버들도 느끼는 고충인가.

하재영 팔이 너무 아프다.

김병규 대부분의 곡을 만들 때 나 스스로 여기서 조금만 더 빨라지면 내가 팔이 아프겠구나 수준으로 템포를 맞춘다. 막상 공연이 시작되면 더 빨라져서 경련이 온다.

최수미 잘 하는 것 없으면서 오빠야들한테 음악적으로 뭔가 이야기를 한다는 상황 자체가 불편하다. 게다가 정신없이 공연을 치르는 날이 많아 뭘 말하려 하다가도 까먹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열 번 공연하면 한 번쯤 말이 필요한 상황이 온다. 하지만 신나서 템포가 빨라진다는 걸 안다. 정신차리면 재미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재영 세민형이 가끔 조절하기는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속도만 줄이면 되는데 힘아리도 준다. 뭐라 말해도 상처 안 받는 것 같다. 그냥 바보처럼 웃고만 있다.

 

반대로 드럼이 최소화된 노래가 생각난다. ‘광안리의 밤’이다. 뮤직 비디오를 본 다음에야 리듬이 없다시피한 노래라는 걸 알게 됐다.

김병규 곡마다 의도한 분위기가 있는데, ‘광안리의 밤’은 조용한 연주곡을 전제하고 작업했기 때문에 일단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악기를 다 걷어냈다. 그러다 그냥 셰이커를 한 번 넣어봤더니 그 정도의 리듬이면 괜찮겠다 싶어서 그렇게 간소하게 간 것이다. 보통 작업을 휴대폰으로 한다. 개러지밴드라는 어플리케이션을 주로 쓰고 이어폰에 딸린 마이크로 녹음한다. 나중에 합주하면서 실제 연주가 이루어지고 수미가 가사를 얹으면 처음에 생각했던 방향과 달라지곤 하지만, 어쨌든 초기에 혼자 폰으로 만들면 리듬 파트를 생생하게 못 살린다. 그래서 전반적으로 세이수미의 음악은 리듬이 간소한 편이다. 나도 그렇고 다행히도 재영이나 세민이 형이나 베이스와 드럼이 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 세이수미의 공연을 보면 드럼이나 베이스는 잘 전달되는 것 같다. 오히려 수미 씨의 기타가 잘 안 들린다.

최수미 (잠깐 생각하다가) 그런데 굳이 세컨드 기타가 튈 필요가 있나? 말 그대로 깔아주는 역할인데. 그런데 듣고보니 리허설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전준비가 치밀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서 공연을 많이 하고 있다.

김병규 반대로 작게 들린다는 것이 핵심일 수도 있다. 우리가 표방하는 것은 서프뮤직이고, 리버브가 과하게 깔리면 흐릿하게 들린다. 그런 효과를 극대화하는 곡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긴 한데, 어쨌든 리버브를 살려 공연하고 있으니 전반적으로 환경에 따라, 그리고 세팅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 예상했던 것보다 울림 효과가 클 수도 있고 안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공연장에 따라 우리가 생각했던 소리가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공연장을 꼽자면.

최수미 EBS ‘공감’ 공연이 생각난다. 공연 앞두고 합주를 너무 안 해서 레이블 합주실에서 해봤는데 거기가 가장 좋았다. 그런데 정작 공연이 시작되니 리허설을 꼼꼼하게 해서 너무…

하재영 재미없었다고?

최수미 내 기타가,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노,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까지 잘 들릴 정도로 살려서 조금 놀랐던 것 같다. 애초에 공연 세트를 다 보내달라 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시스템을 갖추고 한 곡 한 곡 꼼꼼하게 점검했다. 노래마다 처음 시작하는 악기가 무엇인지도 다 물어봤다.

김병규 아까 말한 것처럼 리버브는 공간의 생김새에 따라 변수가 많아진다. 제약도 많다. 공연장이 너무 길쭉해서 우리가 원하는 소리가 안 나왔다. 좋은 공연장이라는 건 아무래도 상대적인 개념인 것 같다.

하재영 밴드마다 느끼는 것이 다르니 어느 공연장이 소리가 좋다 단정하긴 어려울 것 같다. 일례로 사운드에 대한 만족감은 덜했지만 스페이스 루프탑에서 한 공연이 마음에 든다. 야외 공연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는 않은데, 장비나 음향 같은 부분보다 분위기가 좋았다. 가을이라 바람도 살랑살랑 불었다.

김병규 공연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프로다. 다만 공연 만족도를 결정하는 것은 엔지니어의 경험 이전에 해당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다. 예를 들면 부산에는 메탈 위주의 클럽이 많다. 그런 데 가면 답이 없다. 딱 그 사람들만의 리그다. 소리 잡는 사람들만의 공고한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성향이 다른 밴드를 만나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이 따라와야 하는데, 음악 하는 사람들 특유의 고집이 있어서 소통이 잘 안 된다. 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공간마다 그리고 사람마다 고유의 성향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내는 소리는 레이블 대표가 가장 잘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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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음악으로 돌아가보자. 세이수미 음악의 주요 키워드는 서프다. 밴드가 한 마디 단어로 명확한 색깔을 갖는 건 분명 강점이지만 그런데 정작 앨범을 열어보면 노이즈 지글지글 끓는 매력적인 노래도 많다.

최수미 서울에는 나름의 인디신이 형성되어 있지만 부산은 그런 게 없다. 그리고 부산과 서울은 거리가 좀 있으니까 다들 바다로 시작하는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김병규 1990년대 미국 인디 음악을 좋아했고 그 안에 서프가 섞여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서프만 부각된 것 같다. 특정 장르만 파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그냥 그 시대의 포괄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에 중심에 두고자 했는데 서프로 시작해 부산, 바다 같은 개념이 자연스럽게 연결된 것 같다.

 

그런 이미지 형성에는 밴드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보도자료도 몫을 한 것 같다. 광안리, 바다, 맥주, 여름, 밤 같은 개념을 잘 살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스토리텔링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밴드를 시작한 느낌이다. 게다가 글도 잘 쓴다. 누구의 작품인가.

김병규 보도자료나 서면 인터뷰를 할 때 질문별로 멤버들이 나눠서 답을 쓴다. 작업에 대한 이야기는 주로 내가 썼고 쓸데없는 농담은 세민형이 쓴 것 같다. 그런데 몇 번 하다보니까 재영이가 늘 가장 잘 쓰길래 대답하기 어렵거나 길어질 것 같은 내용은 재영이한테 맡기게 됐다. 여담으로 광안리를 걷다 보면 에르난데스라는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세이수미를 만날 수 있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 개가 재영이다.

하재영 한두 개 길게 썼더니 내보고 다 쓰라 해서 많이 썼다. 고교 시절 작가를 잠깐 꿈꿨는데 작가 대부분이 좋은 대학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나는 성적이 안 돼서 접었다. 그냥 중2병이었다.

 

About 이민희 (6 Articles)
음악을 들을 땐 언제나 고민이 없다. 음악을 쓸 땐 언제나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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