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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옹: 말을 해줘(7E77 ME B43Y)

좋아하는 것 말고, 잘하는 걸 택해야 하는데...

소속사를 바꾼 아이돌 그룹의 일원은 늘 비슷한 모양새로 데뷔하게 된다. 그간 묶여있던 창작의 갈증을 풀기라도 하듯 작사, 작곡에 본인의 이름을 올리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첫걸음을 떼려 하고, 그룹에서 했던 음악과는 거리가 먼, 본인이 하고 싶었던 장르로 대중에게 나선다. 시작부터 결과까지 회사에서 억압됐던 음악 욕심을 마음껏 펼쳐내는 것이다.

JYP를 떠나 싸이더스HQ로 새 둥지를 튼 2AM의 임슬옹도 마찬가지다. 작사는 물론이고, 작곡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달라진 환경에서 택한 첫 장르는 R&B. 그간 아이유의 ‘잔소리’(팝), 클래지의 ‘우린 변한거잖아’(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노래에서 피처링 했기에 흑인음악을 선택한 것은 조금 의외이기도 하다.

일단 변화를 선택한 이 도전에서 ‘음색’은 합격점이다. 고음까지는 아니지만, 목소리는 가녀린 흑인 음색과 비교했을 때 이질적이지 않다. 또한, 곡을 주도한 ‘Ryan IM’ 편곡도 사랑하는 여자를 바라보는, 한 남자의 끈적한 분위기를 끌어내는데 충분하다.

아쉬운 건 가창력이다. 발라드 그룹 2AM의 보컬 슬옹에게 가창력을 운운하게 된 상황 자체가 매우 당황스럽지만, 평소 그가 쓰는 톤이 아닌, 다른 음역의 소리를 내기 시작하니 듣는 내내 불안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더욱이 질러줘야 할 대목에서 올라가다 마는 지점은 과욕으로 전달된다. 결국,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건 누군가의 도움 없이 홀로 프로듀싱에 나선 가수들의 흔한 실수 중 하나이지만, 새 소속사에서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한 안쓰러움에 별로 바라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기도 하다.

About 이종민 (55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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