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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칠집싸이다

어디서 초심을 찾으란 거야

41개월
싸이가 ‘강남 스타일’로 국제 가수가 된 뒤,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그에게 가장 긴 공백 기간은 아니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은 상황을 되새겨 본다면 적지 않은 시간이다. 물론 대망의 일곱 번째 정규 앨범은 이 오랜 기다림을 응당 보상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런 음반에 3년 5개월이나 쏟은 것이 낭비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70억 인구 중 감히 몇 명만이 겪을 일을 경험한 그에겐 필요할 수밖에 없는 심리적 안정 기간도 고려해줘야 한다. 일수 대비 성과를 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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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사정(강제 국제 가수 진출)을 다 떠나서 들어도 그의 신보는 매우 실망스럽다. 일단 단박에 포착되는 건 얌전해진 가사다. 싸이가 언제부터 이렇게 곱상한 사람이 됐나. ‘애 아빠라서 그렇다’라는 얘기는 하지 말자. 지구촌을 들썩거리게 한 [싸이6甲 Part 1](2012)도 결혼하고 애 키울 때 나온 앨범이다. 지금까지 그의 디스코그래피에서 비속어 사용은 아주 당연한 카드 중 하나였다. 반드시 자극적인 노랫말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가 그만큼 직설적이고 화통한 화법으로 대중의 간지러운 귀를 긁어냈기 때문이다. 국제 가수가 되면 ‘19세 미만 청취 불가’ 자세도 바꿔야 한단 말인가. 앨범 준비하면서 주변을 얼마나 신경 썼는지 확인하는 대목이다.

637번지
19금 말고도 신보에서 들어야 할 이야기는 많다. 가령 건물주가 되더니 소송으로 기삿거리에 등장하는 그의 심정도 그렇고, 빌보드에 올라 겪은 고충과 그간의 압박 등. 대한민국의 그 어떤 래퍼들 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보따리가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싸이는 ‘좋은 날이 올거야’을 통해서만 은은하게 토해낸다. 만약 이 얘기들이 모두 개인사라 굳이 꺼낼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PSYFIVE](2010) 의 첫 트랙 ‘싸군’을 떠올려보자. 솔직했던 그가 얼마나 많이 감춰졌는지 바로 비교할 수 있다.

9개의 트랙
변하지 않은 건 언타이틀 유건형과 계속 작업했다는 것이다. 신보가 뻔하디뻔한 주류 댄스 음악을 들고 나왔지만, 그래도 빌보드 싱글 2위 가수됐다며 어설픈 도전을 한 것보다는 어울리는 결정이다. 이 상황에서 ‘진보’된 음악을 들고 나온다면 대중은 또 다른 시선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나. 평소 그는 철저히 쿨의 이재훈이 가진 음악 철학을 존중하는 사람이다. (대중이 좋아하는 걸 해야 한다.) 오히려 뻔해도 1980년대가 떠올려지는 ‘댄스쟈키’, 1990년대의 가요 분위기가 물씬 나는 ‘I Remeber You (feat. Zion.T)’, DJ.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밝힌 ‘나팔바지’로 이어지는 초반 3연타는 노는 것에선 안성맞춤이다. 언제부턴가 싸이는 늘 이런 부분만을 부여잡고 있기에, 딱히 이상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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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답답하다. 국제 가수가 돼서 기대한, 약간의 전진된 음향 같은 것도 없고, 그나마 신나는 사운드에 귓가를 후려쳤던 시원한 가사는 실종돼버렸다. 이끄는 위치가 됐다면 조금은 내놔야 할 텐데, [칠집싸이다]는 탄산 다 빠진 청량음료를 마시는 느낌이다. 초심을 되찾으려 노력했다고 하지만, 이 앨범은 그냥 초심도 아니고, 국제 가수도 아닌, 어중이떠중이가 돼버렸다고 할까. 도대체 어느 시점의 초심을 찾았다는 건가. [싸이6甲 Part 1]에서? [PSYFIVE]에서? [싸2](2002) 이후로 싸이의 초심은 이미 찾기 어려워졌다.

2.5 Stars (2.5 / 5)

 

About 이종민 (55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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