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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비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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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언제나 언론에서 다루기 좋은, 재밌는 회사다. 이번에도 애플 뮤직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앞으로 어떨 것이다.’ ‘어떨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등의 전문가 의견들이 빗물 쏟아지듯 등장하며 뉴스의 한 공간을 채웠다. 더욱이 미국보다 2달러나 저렴한 7.99 달러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니, 적어도 ‘한국은 호구’란 고정관념을 벗어나며 출발 모양새가 좋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정작 이 서비스가 한국에서 ‘계속 쓸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럴 만도 한 이유로는 역시 ‘시범 서비스’라는 방패가 한몫 거두고 있겠지만, 그래도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 시작한 애플 뮤직 서비스가 3개월의 무료 기간을 거쳐 ‘정식’ 단계에 올랐을 때, 계속 쓸만한 서비스가 맞을까?

다시 되짚어보자. 애플은 지금 7.99 달러의 가격을 공식 결정했다. 이 부분에 함정은 존재한다. 현존하는 그 어떤 음원 서비스 중, 가격이 저렴해서 좋은 서비스는 없다. 즉, 싼 게 비지떡이란 소리다. 7.99 달러에 대한 해석을 다시 해보자면, 딱 그만큼의 음원을 준비해주겠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와 같은 서비스는 제공하기 어렵다.

이 부분의 대표적 예는 스포티파이(Spotify)다. 스포티파이는 이미 나라마다 결제 금액이 다르다. 저렴한 홍콩과 비싼 영국을 비교해본다면 금세 답은 나온다. 당신이 요즘 국제적으로 인기 있는 노래를 하나 듣고 싶다고 한다면, 유럽 계정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한국에서 애플 뮤직이 서비스되길 바랐던 대부분 사용자가 원했던 건 무엇일까. 별거 없다. 미국과 같은 서비스를 한국에서, 한국 계정으로 이용하길 바랐을 것이다. 빌보드 차트 노래를 합법적으로 편하게 듣고 싶을 뿐이고, 요즘 세계적으로 핫하다는 노래도 버튼 몇 번에 만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이 미국의 이용료인 9.99 달러와 같더라도 말이다.

7.99 달러를 결제하고 9.99 달러만큼의 음원을 제공할 가능성은 아주 많이 희박하다. 이렇게 된다면 역으로 해외 유저가 꼼수를 부려 한국 계정을 만들 수 있고, 나라별로 평등하지 못한 정책도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범 서비스’라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미 이 부분에 대한 답은 나와 있다. 애플이 가격을 올리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애플 뮤직은 반쪽 서비스나 마찬가지다.

이 예견된 불행은 벌써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제공한 Frank Ocean의 신보를 국내에선 몇 트랙 잘린 채 들을 수 있다. 이것뿐인가. 현재 빌보드 차트에서 순위권에 들어온 신보 중 단 몇 개만 검색하더라도, 국내 서비스에선 찾아볼 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실만으로도 이미 서비스 사용에 대한 의문은 늘어나기 시작한다.

물론 애플 뮤직이 가진 큐레이팅 서비스나 Beats1 라디오의 힘을 제시할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어떤, 얼마나 강력한 서비스가 존재하든, 음원 사이트에서 음원이 많은 것보다 강력한 것은 없다.

더불어 멜론, 벅스 등이 제공하는 플레이 리스트와 콘텐츠 역시 약하지 않다. 지난 몇 년간 쌓인 국내 업체들의 플레이 리스트를 지켜봤다면, 굳이 다른 서비스를 갈구할 이유는 찾아보기 어렵다.

애플 뮤직의 한국 등장은, 현재로서는 기존 땅따먹기 구역 안에서 새로운 선 하나가 추가됐을 뿐이다. 지구촌의 트렌드를 한국 계정으로 편리하게 받아보고 싶었던 이들에게는 좌절을, 애플 뮤직을 통해 음원 시장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 이들에게는 희망의 불씨를 줄여줬다. 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적어도 이 서비스가 차별화가 되려면 가격에서 포기해야 할 부분은 포기해야 한다. 통신사를 껴서 무료로 버티는 이용자의 지분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차별화’를 둘 수 있는 방법은 몇 개 없으니까. 대부분의 언론은 ‘7.99 달러’에 긍정적인 제목을 달고 있지만, 적어도 실 사용자들에게 ‘7.99 달러’는 의미 부여가 어려운 숫자다.

 

About 이종민 (55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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