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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무엘(Samuel Seo): Kafka

경계의 변동, 이성의 변신, 본질의 머무름

곡명 따위는 괘념치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은 아니다. 다만 제목이 단순무결 오로지 ‘카프카’로만 새겨진 이 곡은 비록 싱글에 불과하지만 물리적인 공허함을 상쇄할 만큼의 사운드 프로덕션이 전하는 감각이 유별나다.

신스(Synth)의 몽롱한 풍성함에 도취되었을 즈음, 한 남자(아티스트 본인(서사무엘(Samuel Seo))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벌레 한 마리가 거울을 마주보고 있음에 눈이 번뜩 트인다. 그렇다. 곡의 제목과 디자인이 암시하듯 곡은 서사무엘이 영감을 받은 독일 작가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1883.7.3. ~ 1924.6.3.)의 저 유명한 역작 ‘변신’을 모티프로 두고 있다. 흔한 말로 보컬과 랩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멜로딕 랩(Melodic Rap)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서사무엘은 이러한 하위 장르의 감성적인 영역에 있어 매우 독보적인 아티스트다. 때때로 공격적인 어조로 쏘아붙이는 영어 랩(혹은 한영 혼용)에도 그는 능통하지만(대표적인 곡으로는 뉴 챔프(New Champ)의 믹스테잎 [전시의 밤]에 수록된 ‘개릴라스탕스’라는 단체곡과 더불어 영 제이(Young Jay)의 EP 앨범 [No Stress No Drama]에 수록된 ‘Triple Double‘이라는 단체곡을 들어보면 알 수 있다.) 그가 자체적인 그의 작품인 데뷔 EP [Welcome To My Zone], 정규 1집 [Frameworks]에 이르기까지의 전반적인 프로덕션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체로 호전적인 감정보다는 비교적 온화한 울림을 전하고자 하는 감성에 호소하는 랩 스타일을 고수해왔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고교 문학에서 고전에 들어있곤 하는 ‘변신 모티프’는 작중 주인공이 비현실적인 변신을 통해 극의 흐름 전환을 꾀한다고 정의내려진다. 카프카의 ‘변신’ 속 외판원 역시 꿈을 경로 삼아 벌레로 변해 있는 모습으로써 이야기가 흐르는 것이니 변신이 사건 전개의 모티프가 된 셈이다. 그러나 서사무엘은 ‘변신’이란 개념을 하나의 동기가 아닌, 인간의 내면에 깃든 일면적인 현상으로 해석하고 그 본질을 이 곡으로 표현하였다.

말랑하고 푹 눌러앉은 너른한 사운드스케이프에 자극적이지 않은 스네어 드럼이 곡을 장악하기보다는 어루만지는 듯한 감상을 자아내며, 동시에 서사무엘의 톤을 넘나드는 보컬과 랩의 허물없는 관계는 귀 기울일만한 공명감을 자아낸다. 공동 작사와 피쳐링에 참여한 ‘감성의 선두주자’ 버벌진트(Verbal Jint)의 존재감은 감성적인 곡에 걸맞게 어느 정도의 위치를 점하고 있지만, 서사무엘의 임팩트에 비해 마냥 약하기만 하다.

서사무엘은 변신의 주체인 알 수 없는 ‘그녀’를 팔색조에 빗대며 그녀의 변신 이후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그녀의 성정과 그녀를 마주하는 화자의 일관된 시선임을 유난히 강조한다. 애정이란 관념을 두고 변신이라는 행위에 일종의 거리감을 부여한 셈이다. 그럼으로써 서사무엘은 해석의 자유를 곡이 갖는 미감으로 하여금 깊숙이 끌어 안았다.

About 허희필 (6 Articles)
이명의 풋내기 필자 허희필(본명 : 허승엽)이라고 합니다. 거르지 않는 문장을 고수하는 편이나, 실은 가장 따뜻한 문장이야말로 좀 더 비판적으로 시선을 둘 수 있는 글쓰기의 방편이라고 생각됩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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