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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토끼: ‘나는 한국 사람이다’ 라는 감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몇 가지가 의외였다. 전자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고, 조예가 깊을 것만 같았던 그녀는 전자음악이 꼭 도전해서 나온 결과는 아니라고 했다. 늘 그리움의 정서가 묻어난 가사에선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한다. 프로듀서 진용도 마찬가지다. 꼭 누구를 쓰기 위함이 없다. 이 말을 다 조합해보면, 앨범은 어떠한 콘셉트와 방향, 산술적인 계산을 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인터뷰 그대로 ‘자연스럽게’ 진행하다 보니 나오게 됐다. 그런데도 이렇게 뚜렷한 앨범이 나왔다.

방향을 잡았다고 말한 건 ‘한국적’인 음악이다. 맞다. 이 앨범을 들으면서 한국이 떠올리지 않으면 섭섭하다. 그만큼 그녀의 노랫말과 음악에는 한국을 스케치하고자 했던 마음이 온전히 담겨있다. 

야광토끼인터뷰1

5년 만에 나온 정규 앨범이다.
싱글도 내고, 해외 투어도 다니고, 활동을 안 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요즘 같은 세상에서 정규 앨범을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또, 중간에 지원 사업 신청하는 일도 있었어요. 결과적으론 잘 안 됐지만요. 혼자 하다 보니 어렵더라고요. 그래도 그 계기로 풀 렝스 앨범 작업을 더 하게 된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전자 음악이다. 이 장르를 시도한 계기가 있었나.
딱히 ‘이런 장르를 도전하겠다’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1집 때도 내고 보니까 신스팝으로 불려서 ‘신스팝이구나’ 했고, 이번에도 세계적인 추세가 EDM 이어서, 심지어 미국 친구들이 밴드 음악 하다가도 그만두고 프로듀서로 전향하고, 그런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저도 자연스럽게 그런 방향으로 하다 보니까 나온 거지, 꼭 그런 쪽으로 가겠다고 한 건 아닌 것 같아요.

프로듀서는 어떻게 꾸려졌는가.
이번에는 저 나름의 도전이었는데요. 앨범의 전체 프로듀서는 혼자서 했고요, 3곡에 대해 곡별로 프로듀서 세 분이 도움을 주셨어요. 저 혼자 프로듀싱한 곡도 3곡 있고요. ‘Room 306’ Mark Redito가, ‘서울하늘’은 데미캣이 참여했고요. 나머지 곡들은 오랫동안 같이 일했고, 든든하기도 한 클리프가 도와줬어요. 믹싱과 마스터링도요. 프로듀싱 면에서 같이 일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 프로듀싱 하는 것에 좀 더 재미를 느꼈달까?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더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생각에요. 좀 무서웠던 것 같기도 해요. 아예 ‘전체를 혼자 프로듀싱 하는 것은 괜찮은 건가?’ 하는. 아마도 다음부터는 저의 프로듀싱 비중을 더 높이는 쪽으로 생각 중이에요.

‘서울하늘’의 가야금 등장이 특이하다.
세계 시장으로 봤을 때 점점 오리지널리티가 중요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음악에서 ‘나는 한국 사람이다’라는, 그런 오리엔탈적인 감성을 보여주고 싶고, 한국인으로서의 뿌리 같은 것을 생각해보고, 그리고 EDM 신에서 오리엔탈이 유행이기도 하고요. 한국 사람으로서 세계에 이 앨범을 내놨을 때, 다른 점이 뭐가 있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니까 자연적으로 가야금을 넣게 됐는데, 코드워크 적인 부분에서는 되게 째지 하게 나왔어요.

‘Room314’의 의미가 궁금하다.
미국에서 살았던 방 번호에요. 그때의 감성을 생각하며 쓴 곡이에요.

Mark Redito가 ‘Room314’의 변주를 재밌게 작업했다.
그에게 전적으로 맡겼어요. 곡의 결과는 만족해요. 재밌었고요. 본받을 점도 많은 뮤지션이에요.

어떤 부분에서?
트위터에서 만났어요. 그가 먼저 피처링 해달라고 해서 지금까지 온 인연인데, 굉장히 친절하고 착해요.(웃음) 저는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있으면 좋아하고 말지, 같이 작업하거나 멘션한 적이 없었는데, Mark와 작업한 이후로는 좋아하는 뮤지션에게 먼저 연락하게 됐어요. 그런 부분에서 되게 소극적이었는데, Mark랑 일을 하면서 ‘요즘 세상에선 이게 되는구나’, ‘트위터를 이렇게 활용할 수 있구나’ 등을 느끼고 배우게 됐어요. 오픈 마인드가 된 거죠.

staygold

1집부터 지금까지, 야광토끼의 음악엔 멜로디가 잘 들린다. 본인만의 노하우나 작업 방식이 있는가.
다작해야 한다고 봐요. 처음 송라이팅을 시작한 20대 초반 때는 곡 이름을 날짜로 적을 정도로 썼어요. 책도 많이 읽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좀 게으른 게 함정이죠.(웃음)

‘All I Want Is You’를 타이틀로 낙점했다.
주변 친구들이 듣고 제일 대중적이라고 말해서 고르게 됐어요.

가사를 보면 항상 서울이 있다. 1집 당시 인터뷰들을 읽으면 서울을 별로 안 좋아하는 의사를 비췄는데, 지금은 어떤가.
이제는 서울이 되게 좋은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서울 하늘이라고 썼지만, 어느 하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어릴 적에는 외국에서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가족들도 있고, 예전이랑은 서울이 너무 다른 것 같아요. 외국 가서 공연하고 가장 놀란 게, 외국인들이 ‘다음 달에 서울 간다’라고 말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많은 분이, 우리가 어릴 적에 동경해서 뉴욕을 가고 런던을 가듯이 외국의 많은 친구가 서울을 동경해서 오고요. 충분히 재밌는 요소가 많아진 것 같아요. 뭔가 핫한 나라? 제가 어릴 적에는 무조건 외국 애들이 동양하면 도쿄 가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서울에서 살아보고 싶다고 얘기를 하는 게 너무 신기하기도 싶고. 클럽도 재밌다고 하고. 심지어 일본 친구들도 한국 클럽 투어를 다닌대요. 그래서 ‘아 정말 옛날의 한국이 아니구나’ 하는 게 저 자신이 봐도 신기해요.

서울 말고도 가사에서 도시의 모습을 많이 담는다.
아직 도시를 좋아해요. 도시에서 계속 자랐으니까요. 서울은 너무 번잡하지만, 그래도 대도시를 좋아해요.

가사엔 늘 그리움의 정서가 묻어 있다.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가사를 쓰면서 그런 방향에 대해 고민한 적도 없고요. 자연스럽게 나오게 됐어요.

앨범 작업 중간에 [마이 시크릿 호텔] O.S.T가 나왔다
그 시기에 드라마 O.S.T 작업 의뢰가 들어왔어요. 혼자 하기는 좀 벅차더라고요. 그래서 평소 친분이 있던 데미캣과 함께 하게 됐어요. 작업 비율은 5:5 정도였고요. 드라마 신에 맞춰서 하는 작업은 처음이라, 그런 부분에선 재밌었던 것 같아요.

신보에서 친한 뮤지션의 도움은 받았는가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 피아노를 연주한 줄리박이란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저보다 한 살 어리지만 가장 친한 친구이고, 저의 감성을 제일 이해해주는 것 같아요. 피아니스트를 선정하는데 굉장히 힘들었거든요. 저보다 더 잘 치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요.(웃음) 은근히 이곡이 속을 많이 썩였는데, 그 친구와 같이 해서 정말 고맙고 재밌었어요. 다음에도 꼭 같이 곡 작업하고 싶어요.

조용한 음악을 잘 쓴다. 그런데도 조용한 곡은 ‘나를 잊지 말아요’ 한 곡밖에 수록되지 않았다.
솔직히 이런 곡이 많아요. 내놓지만 않았을 뿐. 아직 라이브 레코딩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거 같아요. 이곡을 내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앨범 전체에서 생뚱맞은 느낌이 있어서요. 제 앨범 타이틀이 [Stay Gold]인데, 장르적으로 묶기보다는, 마음으로 묶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이런 주제에 어울린다고 해서 넣게 됐어요.

야광토끼인터뷰2

이번 앨범은 아홉 곡으로 추렸다.
작업하다 힘에 부쳐서 아홉 곡으로 추린 게 있어요. (웃음) 그리고 빨리 다시 EP를 내고 싶어서 약간 아낀 것도 있고요. 너무 급하게 하면 안 좋은 것도 있으니까요

다음 앨범은 얼마나 더 부지런해질 수 있나
이제는 조금 연륜이 생긴 것 같아요. 작업 방식 등 조금 더 규칙적으로 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스스로 쉬는 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About 이종민 (55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1 Comment on 야광토끼: ‘나는 한국 사람이다’ 라는 감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1. 결국 다작이 중요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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