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Articles

얼스바운드: Hangover

뚜렷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이 있다

몇 가지 점들을 정리해보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멤버들이 재즈 공부를 했다는 점, 서로 좋아하는 음악이 다르다는 점, 여기저기 활동하면서 이 멤버로는 처음 합을 맞췄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테랑의 냄새를 풍긴다는 점, 락이 기반이 되지만 소울, 재즈, 사이키델릭 등 다양한 입자들이 앨범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 이러한 것들이 [Hangover]를 역동적으로 만들어주는 요인들이다. 더구나 가장 기본적이지만 또 제대로 된 음악을 구현하기엔 어렵다는 트리오 편성. 어지간히 자신이 있다는 말일 터다. 9곡이 실렸고, 그 중 3곡은 사실상 1곡의 변주(‘서서히 끝나는 노래’)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EP의 형식에 더 가까운 이번 1집 [Hangover]를 위한 어떤 잡설이었다.

단점을 먼저 말해보자면, 우선 본인들의 플랜 혹은 바람만큼 소리가 꽉 잡힌 것 같지는 않다는 거다. 연주의 합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하고자 하는 바가 많았던 그냥 여러 가지가 ‘잘 진열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Jimi Hendrix Experience, Funkadelic, The Blackcat Bones, Sly & the Family Stone 등 사이키델릭/펑크(funk)/블루스의 거장들이 기반을 이루고, 거기에 이 음반의 미덕으로 자주 지적되는 도회적인 색채의 소울이 옆집을 지으며 외양을 형성하고 있지만, 그게 완전히 합일된 결정체를 일궈내지는 못한 것처럼 다가온다. 이것은 이들이 아직 사운드를 잡아가고 있는 밴드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과도기적 오류로 보인다. 더 치고 나갔으면 좋겠다는 순간 멈춰버리는 경우도 있고(‘Minor Club’), 말 그대로 잼(jam)에서 그쳐버린 경우(‘해몽’)도 생기지만, 그것이 본질적으로 해결 불가능한 문제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러한 까닭이다.

문제점부터 굴삭하며 들어갔지만, [Hangover]는 충분히 즐길 만한 음반이고 또 평가될 만한 점이 존재하는 음반이다. 헤비니스를 사랑하는 남성 팬에게 소구하기엔 약한 데시벨이고, 그렇다고 20~30대 여성팬의 귀를 열기에는 강성의 음악이라, 그 정체성이 애매해질 법도 하지만 노련하게 그 틈바구니를 파고드는 솜씨가 제법이다. 예컨대 ‘서서히 끝나는 노래’의 저 매끈한 그루브도 그렇고, ‘촌스런 게 먹힐 것’-본인들의 음악에 대한 은은한 과시?-이 들려주는 컨템포러리적 감수성도 그러한 것이다. ‘숙취’가 뿜어내는 저 ‘빠다필 물씬한 정서’도 과거 음악깨나 들었다는 사람이라면 놓치기 아깝고, ‘씁쓸한 여자랑’의 적나라한 가사 그리고 뒷맛 칼칼한 연주의 반전도 흥미롭다는 포인트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이 음반은 ‘준수한 음반’으로 분류해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앨범을 여러 번 들으면서 요즘 보기 드물게 오소독스한 연주로 승부를 거는 저 패기가 다음번에 무슨 일을 벌일지 꽤나 궁금해지기도 했다는 걸 밝힌다. 이제 누가 저런 거에 관심을 기울일까 싶다가도 이런 태도를 가진 뮤지션들이 적어도 지금보단 더 인정받아야지라는 생각을 더 굳히게 된다. 보도자료에서 우리 음악은 “비움과 채움의 줄다리기”라는 문구를 유심히 보았는데, 아닌 게 아니라 밴드가 지향하는 이상향이 그곳임은 명확한 듯 하다. 욕심이 과했던 부분(신인밴드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과 너무 선수티를 내려고 했던 지점들의 요철만 다듬을 수 있다면 말이다.

3 Stars (3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