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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파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밴드가 되겠다

 

에이파티, 혹은 아모르파티. 이름을 들어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홍대에서 자주 공연하는 것도 아니고 지상파 무대에 서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주어진 자신의 위치에서 치열하게 공연하고, 부지런히 곡을 쓰고, 장래에 대해 고민하는 밴드다. 그리고 인터뷰해 본 결과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팀이다. 얼마 전 공개된 싱글 ‘Another Chance’는 꽤 괜찮은 곡인데, 아직 큰 반응이 없는 것 같다. 더 알려지기를 바라는 의미로 MV를 링크해둔다. 인터뷰는 대학로에 위치한 이들의 기획사에서 진행되었고 막시(기타), 지윤(보컬), 효이(베이스), 예진(드럼)이 답변해주었다.

 

팀명이 갑자기 에이파티로 바뀌었다. 전엔 아모르파티라는 이름을 쓰지 않았나.

막시: ‘아모르파티’라는 이름을 축약했다고 보면 된다. ‘A-Fati/amorfati’라고 써서 대문자 ‘A’가 작아진 소문자 느낌을 주려고 했다. ‘아모르’라는 말을 외국에서는 많이 알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그 단어에 익숙하지 않더라.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불릴 수 있을까 고민을 했고, 그 이름을 짓게 되었다.

 

공식적으론 20143월 데뷔했다. 그 전까진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막시: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부를 했고, 대학교(실용음악과)와서도 걸 밴드를 했다. 여대였으니 어쩔 수 없었다. 졸업하자마자 메탈 레이블에 들어가 걸 밴드를 하다가, 2년 만에 팀이 깨져서 ‘니아’라는 걸 밴드를 꾸렸다. 그러다가 또 팀이 해체가 돼서 ‘스마일와이’라는 팀을 하다가 또 흩어져서, 아모르파티로 다시 시작하게 된 거다.

효이: 대학교 졸업하고 힙합/락밴드 하다가 에이파티에 들어오게 되었다.

지윤: 학교를 한창 다니다가 그 도중에 밴드를 시작하게 된 케이스다. 그 전에는 따로 밴드활동 한 건 없다.

효이: 걸밴드도 했고, 기획사가 있는 아이돌 걸 밴드도 준비해 봤다. 그러다 다 포기하고 지방 내려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이번에 아모르파티로 스틱을 다시 잡게 된 거다.

 

밴드 멤버들은 어떻게 규합했나?

막시: 지인을 통해서도 구했고, ‘뮬’에도 공지를 올려서 구했다. 지금 원년 라인업와 달라진 멤버도 있는데, 주로 그 두 채널을 통해서 구인했던 것 같다.

 

멤버들 전공은 실용음악인가? 다른 전공을 했다고 생각하기엔, 연주의 합이 제법 잘 맞는 편이다.

막시: 모두 실용음악 전공이다. 드럼과 나만 같은 학교고 효이랑 지윤이는 다른 학교 실용음악과를 나왔다. 모두 각자 자기 파트를 전공했다.

 

멤버들은 어떤 음악을 좋아하며 성장했는지.

막시: 메탈 팬이었다. 특히 비주얼적으로 확 와닿는 Marilyn Manson과 Slipknot을 즐겨 들었던 것 같다.

효이: 잔잔한 음악 위주로 들었는데 주로 재즈나 펑크(funk)를 들었다. 헤비한 음악은 처음 해보는 거다.

지윤: 서태지밴드와 Radiohead, Pink Floyd. 사이키델릭한 음악을 좋아한다.

예진: 학교 다닐 때는 나도 재즈나 펑크(funk) 위주였다. 개인적으로는 이모코어를 애청한다.

 

그럼 원래부터 걸 밴드를 하고 싶었나?

막시: 늘 희소성이 있어야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고 있었다. 남녀혼성팀도 해보고 이런 팀 저런 팀 다 해봤는데, 아무래도 동성 멤버끼리 밴드를 했을 때 반응이 가장 뜨겁더라. 또 여대를 나와서 그런지 ‘여성끼리 하는 밴드’에 대해 더 매력도 느끼게 된 것도 있고 해서, 걸 밴드를 꼭 해보고 싶었다.

 

밴드 음악 침체기고, 특히 강성으로 분류되는 음악은 더 인기가 없는 상황인데 그런 위험부담 같은 건 느끼지 않았나?

막시: 오히려 반대로 내가 그 중에서 첫째가 되자고 결심했다. 지금도 ‘난 안 된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고, ‘무조건 된다’고 보고 있다. 그저 열심히 해 나갈 뿐, 위험부담 이런 건 계산해 본 적 없다.

 

옆 나라 일본만 봐도 ‘female rock/metal band’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CyntiaDestrose, Mary’s B Blood 등등. 이 밴드들과 비교해 에이파티가 지향하는 음악은 좀 더 팝락적인 스타일로 보인다(신곡은 다르지만). 애초에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구상했나?

막시: 대표님이 팝락 스타일의 곡을 하나 들려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 느낌이 좋더라. 그때부터 이런 유의 음악을 해보고 싶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 곡이 싱글 ‘Say the Word’다. 분기점이라면 분기점이 된 거다.

예진: 나도 그러하다.

지윤: 나는 그땐 팀에 없었는데(웃음). 그 곡(‘Say the Word’)을 듣고 밴드에 가입하고 싶었다. 들었을 때 굉장히 신기했다. 여성 밴드인데 이런 장르를 하는 팀을 처음 봐서 그랬을 거다.

막시: 이 노래로 오디션을 보고 지윤이를 뽑았다.

 

어떤 점을 높이 사서 지윤을 보컬리스트로 선발했나?

막시: 저 친구 목소리가 제일 찰졌고, 확 꽂히는 게 있었다(웃음). 다들 만장일치로 “저 친구다”, 했을 정도였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 것은 7월의 싱글 ‘Another Chance’ 때문이다. 이 곡은 전에 발표한 곡과는 다르게 헤비니스가 장착된 것 같다. 팀 컬러를 다채롭게 하고 싶었나?

막시: 장르는 가리지 않고 다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저런 다양한 음악 중 우리랑 맞고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찾고 있었다. 헤비뮤직도 그 일환이라고 보면 된다.

예진: 팝락도 장르가 넓지 않나. 그 범주 안에서 허용되는 모든 음악을 해보고 싶다. 센 음악도 그렇고 더 말랑한 음악도 그렇고.

 

‘Another Chance’ 뮤직비디오 잘 봤다. 공장 혹은 창고 같은데. 어디서 촬영했나?

예진: 경기도 화성의 폐공장이다. 영화 납치 씬이나 조폭 결투 씬에 많이 이용되는 곳이라 한다(웃음).

 

촬영하면서 고충은 없었나?

막시: 새벽부터 메이크업을 하고 나가야 해서, 밤을 새다시피 했다. 멤버들끼리 모여서 비몽사몽 상태로 있는데, 우릴 내비게이션도 작동되지 않는 외딴 곳으로 데리고 가더라. 그 추운 겨울날 다 비치는 옷에 망사스타킹을 신고 천장은 뻥뻥 뚫려 있는데, 바닥에는 또 물이 고여 있었다. 추운 거야 그렇다 치는데, 뮤직비디오 보면 멤버들이 헤드뱅잉을 하는 장면이 있다. 그거 굉장히 고생하며 찍은 거다. 끝날 때쯤엔 너무 오랫동안 머리를 돌려서 목이 나갈 것 같더라. 그 장면만 12시간 넘게 촬영했다.

효이: 날씨도 그랬고, 무엇보다 몸이 아팠다(웃음).

지윤: 무지 추워서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이 멍해졌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게 가장 힘들었다.

예진: 의상과 화장 때문에 심적으로 힘들었다(웃음). 화장을 봤더니 예전 1970년대 시퍼런 섀도우를 발라 놨더라(웃음). 그나마 팀원 중 피부가 가장 하얀 편이라 그거 발라도 괜찮겠다고 해서 “알겠다”라고 했는데, 그때 렌즈를 끼고 있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나 굉장히 예쁜 줄 알고 있었는데…

 

A-FATI3

곡은 주로 작곡가에게 받는 것 같은데, 자작곡은 몇 곡 있나?

막시: 순수 자작곡은 2곡이 있는데, 나머지 곡들도 드럼 솔로/기타 솔로/보컬 멜로디를 멤버들이 다 만들었다. 이름은 그렇게 나와 있더라도 거의 다 우리 손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크레딧을 읽어보니 ‘Requiem’에만 밴드 멤버 이름이 나와 있어서 이 곡만 자작곡인 줄 알았다.

막시: 그거 말고 자작곡 하나가 더 있다. 멤버 끼리 둘둘 갈려서 곡을 써 봤는데, 드럼/베이스 조와 보컬/기타 조로 나뉘어서 따로 작업해 본 거다. 어떤 느낌이 나올지 궁금했다. ‘May-15’가 효이와 예진의 작품이고, ‘Requiem’이 나와 지윤의 곡이다. ‘May-15’는 한국어 가사라서 ‘Summer Breeze’라는 싱글과 엮였고, 우리 작품은 영어 가사라 영어 음반 [Another Chance]에 같이 실리게 된 거다.

 

기둥은 그럼 작곡가들에게 많이 받는 편인데, 곡 설계 비중을 높여볼 계획은 있나?

막시: 당연히 있다. 그런데 아직 멤버들이 모인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미숙한 지점이 있고, 조금 시간이 필요하다.

 

‘Requiem’은 의외로 어쿠스틱 스타일의 곡이다. 이런 스타일의 곡도 잘 소화하는 것 같다.

막시: 딱히 어딘가에 갇히고 싶지는 않다. 어쿠스틱이든 일렉이든 다 해볼 것이다. 어떤 행사가 잡힐지 모르고, 사람들이 어떤 분위기를 좋아할지 모르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곡은 다 해보려 한다.

 

주로 어느 쪽에서 공연을 많이 하는가?

막시: 미군 부대 있는 쪽에서 많이 한다. 주로 동두천 미군 페스티벌을 자주 간다.

 

기분이 내키면 악기 들고 동네 마실 나가듯 회사 앞(혜화)으로 공연 나가는 것 같다. 사람들의 반응은 괜찮은가?

예진: 한달에 4~5번, 마로니에 공원으로 훅 나가서 민폐 아닌 민폐를 끼치고 있다. 그래도 행인분들이 지나가다 서서 봐 주시고 박수도 쳐 주시고 그런다.

 

약간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다. 메이저 밴드라고 할 수는 없고, 인디 밴드라고 보기에도 포지션이 애매하다.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영역을 확보해 나갈 생각인지.

막시: 우리가 어중간하다는 건 아직 뜨지 못했다는 거다. 노래가 더 알려지고 더 많이 들을 수 있게 된다면 답이 나올 거라고 본다. 메이저든 인디든 그렇게 정체성이 애매하다는 건 아직 우리가 더 음악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고, 열심히 음악하다 보면 뭐든 솔루션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예진: 둘 다 잡기 위해 이름도 두 개로 활동하고 있다(웃음).

 

지금까지 풀린 음원은 모두 디지털뿐인가? 피지컬 CD를 파는 곳을 찾지 못했다.

막시: 이번에 풀린 건 디지털 음원이다. 그러니 CD는 없다. [Another Chance]는 다시 작업해 음반으로 낼 예정이다. 헌데 음반이 나오더라도 홍보할 수 있는 만큼만 찍지 않을까 싶다.

 

음반은 어떤 형태로 나오게 되나?

막시: 지금까지 낸 싱글 중 좋았던 곡 위주로 모아서 낼 것이다. 1곡을 더 추가할 예정이라 이 곡이 마무리된 후 나오게 될 것이다. 7곡 남짓 되지 않을까 한다.

 

해외 쪽에서는 입질이 있나?

막시: 그게 애매한 게 올 듯 말 듯 한다(웃음). 그래도 많이들 좋아해 주신다. 특히 미얀마나 말레이시아, 필리핀 쪽에서 반응이 좋다. 어떤 외국인 분이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눌러주면, 그 관련된 분이나 친구 분들이 함께 눌러주면서 입소문이 좀 퍼지고 있는 것 같다. 외국 루트는 대표님을 믿고 있는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 한다.

 

어느 팬 분은 일본 밴드랑 비교 영상도 올리고 그러더라. 굉장히 고퀄리티던데.

막시: 맞다. 일본 팬인데 평소에 우리 밴드를 아껴주시는 분이고, 그 영상도 잘 봤다.

 

플레이어로서 자신의 강점은 뭔가?

막시: 실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무대 경험은 그래도 좀 있는 편이라 단련된 게 있어서 그런지 스테이지 액션은 괜찮은 것 같다. 또 어떻게 하면 더 잘 놀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는 것도 장점이다. 완벽한 건 아니지만 웬만큼은 하고 있지 않을까. 훗날에는 코드 하나를 쳐도 내 느낌을 외부의 사람들이 봐도 어느 정도 교감할 수 있게 연주해보고 싶다.

지윤: 뭐든 습득이 빨라서 잘 배우는 게 장점이다.

예진: 파워있게 연주한다.

 

앞으로 어떤 뮤지션으로 남고 싶나?

막시: “음악을 해서 잘 되는 밴드는 데뷔 1~2년에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적어도 4~5년은 해야 싹이 보인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우리는 이제 1~2년밖에 되지 않았고 잠재력이 있기에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걸 밴드. 뭐, 적당히 하다 시집이나 가겠지”,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

예진: 지금은 남들이 듣기 좋은 음악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 음악을 하는데, 나중에는 내가 하고 싶은 연주를 해도 사람들이 좋아해주는 음악을 해보고 싶다.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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