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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오늘부터 우리는

심쿵거려

제시카의 새로운 그룹 여자친구가 ‘오늘부터 우리는’을 발표하고 40여일이 지난 현재 이 글을 완성하는 이유는 단지 내가 게으르기 때문이다. 이 글의 내용도 7월과 다르지 않다. 이런 경우 보통 지나가는 것이 상례이나, 그녀들의 끈기를 본받기로 했다. 무한도전과 쇼미더머니, 빅뱅의 폭격 속에서, 씨스타와 AOA, 마마무, 소녀시대, 걸스데이, 에이핑크, 원더걸스 등이 오고가는 와중에 ‘오늘부터 우리는’은 현재도 음원차트 20위권을 지키고 있다. 솔직히 이들의 대중적 인지도가 얼마나 넓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이 노래를 계속해서 듣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그 이유를 찾을 생각은 없다. 신기하기는 하지만, 내가 이 노래에 관하여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바뀐 것은 아니니까.

이 노래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아이돌 걸 그룹 원천기술을 지닌 어느 스타트업의 역작’이다. 이미 아이돌 비평은 멤버 개개인의 매력이나 음악적 예술성이 아니라, 회사의 차원을 기반에 깔고 있다. ‘우리 오빠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로 대변되는, 결과에 대한 공과를 누구에게 돌려야 하는가라는 오랜 문제는 아이돌 음악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성과를 내면서 어느 정도 결말을 낸 셈이다. ‘회사’라는 존재는 단순히 작곡가나 프로듀서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아이돌은 이미 음악과 컨셉, 비주얼 등 모든 면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문화가 되었고, 이건 조직이 작동해야 가능한 결과다. SM이 어떤 식으로든 뭔가 말하고 싶어지는 결과를 계속 내는 것은, 그 회사가 일을 아주 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쏘스 뮤직’이라는 회사가 일은 좀 한다. 꼬아서 칭찬하자면, 이 회사 단독의 역량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오늘부터 우리는’이 소녀 그룹 데뷔작의 정석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노래가 흥미로운 것은 단지 맑고 깨끗하고 건강한 소녀의 이미지가 아니다. 그보다 앞서 가사, 비디오, 안무, 무대에 상관없이, 노래 자체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곡이 ‘다시 만난 세계’에서 ‘GEE’에 이르는 소녀시대의 현재 이미지를 지배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함축한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기본은 ‘다시 만난 세계’에 두지만, 곡의 클라이막스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소녀시대가 일종의 완성을 이루었던 ‘GEE’에서 빌어온다. 그래서 이 곡의 어딘가 어설픈 사운드는 곡의 바탕색을 골라버린 탓에 어쩔 수 없는 한계이지만, 데뷔 시기 이미지 구축을 위한 1회성 싱글로 남지는 않는다. ‘원천기술’이라는 표현은 이에 대한 상찬이다. 이 노래에는 한국 대중음악 역사상 최고의 걸그룹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필요했던 1년 이상의 시간에서 학습했던 바가 응축되어 있다. 이는 러블리즈가 시도했으나, 인피니트에서 통했던 장르적 접근이 작동하지 않은 지점이기도 하다. 안무와 비디오 등 2차적인 결과물에서 발견되는 완성도는 음원의 그것에서 받은 인상에서 연장된다. 한 마디로 ‘소시 따라하기’ 정도로 가능한 정도가 아니고, 만약 그렇다면 지금 소녀시대 같은 팀이 서너개는 더 있을 것이다.

요컨대 내가 ‘오늘부터 우리는’에서 느낀 것은 어떤 조직의 재능과 경험, 노력과 치열함의 결과다. 일은 잘하고 봐야 한다.

About 서성덕 (2 Articles)
2004년부터 종종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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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on 여자친구: 오늘부터 우리는

  1. 오늘부터 우리는 정말 좋아합니다 뮤직비디오 20번은 본 것 같네요 요상한 춤 안 추고 단정한 소녀옷입고 기타솔로와 함께 파워풀한 춤을 춰서 참 보기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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