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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걸: Closer

랩이 깨 버린 동화적 분위기

크게 성공하기 어려운 스타일의 노래다. 후렴 멜로디가 차분하게 뇌리에 박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리 대중적이지 않다. 여성스러움을 어필하긴 하나 오묘함이 진하다. 밝음, 사랑스러움, 섹시함으로 한정되는 걸 그룹 인기 코드에 부합하지 않으니 큰 사랑을 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차별화 전략이 많이 앞서 나갔다.

그래도 덕분에 더 눈길이 가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아양 떨고 점찍어 둔 남자를 어떻게든 꾀겠다는 식의 뻔한 내용을 벗어나 10대의 풋풋한 연정을 표출하고 있어 새롭게 느껴진다. 달 밝은 밤 사춘기 소녀가 써 내려가는 판타지 일기를 보는 듯하다.

반주와 편곡은 노래의 정서를 한층 아름답게 꾸며 준다. 빠르지 않은 템포는 가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며 분산되는 듯한 느낌을 내는 신시사이저 루프는 야릇한 분위기를 고조한다. 보컬에 전체적으로 가한 에코, 저 멀리 뒤에서 외치는 것 같은 여린 코러스도 환상적인 그림을 완성하는 데 한몫한다.

문제는 랩이다. 여느 걸 그룹들과 다른 독특한 낭만을 표하다가 후반부의 래핑이 기껏 쌓은 특성을 무너뜨린다. 수많은 걸 그룹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스타일인 데다가 앞서 나타내 온 대기와도 맞지 않는다. 소녀티를 이어 오다가 어중간한 여전사로 변하는 느낌. 곡에 악센트를 찍는 역할은 어느 정도 했을지 몰라도 이로 인해 통일감이 단숨에 깨진다. 걸 그룹도 랩 파트를 꼭 넣어야 한다는 요즘 아이돌 패턴의 강박이 단점을 만들고 말았다.

About 한동윤 (27 Articles)
음악 듣고 글 쓰는 게 고역이라고 툴툴거리지만 하루 대부분을 음악을 듣거나 글을 쓰는 데 보낸다. 로또를 사지 않으면서 로또에 당첨되고 싶다는 원대한 꿈을 꾼다. 라면을 먹을 때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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