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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스티드 쟈니스: 락 스타는 멋있어야 한다. 우리가 그렇게 될 것이다

정규작이 나오기 전부터 달아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웨이스티드 쟈니스의 공연을 몇 번 보면서 이 기이한 트리오가 주조해내는 음악에 사로잡혔는데, 주변의 사람들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1집 [Cross Road]이 발표되자마자 연락을 취했고, 밴드와 인터뷰를 했다. 장소는 상수역 인근의 밴드 연습실이었고 인터뷰에는 안지(보컬과 기타), Nils Germain(베이스), 김영진(드럼)이 참여했다.

열정적인 프런트우먼, 프랑스인 베이시스트, 베일에 싸인 남성 드러머. 흔한 조합은 아니다. 어떻게 팀을 꾸리게 되었는지 말해주겠나?
안: 20살, 그러니까 2005년에 홍대로 올라왔다. 이런저런 팀들을 하다가 나만의 밴드를 꾸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는데, 베이시스트를 구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뮬’을 비롯한 사이트를 뒤져봐도 구인이 마땅하지 않더라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A4용지에 “베이시스트 구함”이라고 적어서 홍대에 벽보를 붙이고 다녔다. 마침 Nils와 그의 한국인 친구가 그 벽보를 봤고(아, Nils는 한국말을 전혀 못했다), 그 친구가 Nils에게 “이 팀 베이시스트가 필요한데, 블루스와 락큰롤을 좋아한다”고 설명해줬다 한다. 그게 Nils가 내게 문자를 보내게 된 계기다. “나 19살인데, 오디션 보고 싶어요”(웃음). 그렇게 만나서 오디션을 봤지. 어? 눈에 차더라고. 아주 만족한 다음, 같이 술을 마시고는 자연스럽게 식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영진 오빠 같은 경우는 기존에 알고 있었는데, 드럼 자리가 공석이 되었을 때 내가 먼저 제안을 했다. 아니 꼬드겼다.

개러지/펑크/블루스라는 독특한 음악을 한다. 그 바닥의 원류인 The Sensational Alex Harvey Band를 모티프로 삼았을 법한데, 혹시 레퍼런스로 점찍었던 팀이 있는지?
김: 초창기엔 ZZ Top이었다.

안: 그렇다. 음악도 끝장나고(특히 ‘La Grange’가 실린 [Tres Hombres]), 그 외모도 장관이지 않나. 퍼포먼스도 죽이고. 그런데 하다 보니 바뀌어서 The Black Keys라든가, Jack White, The Jim Jones Revue 같은 밴드도 레퍼런스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따라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긴 작정하고 그렇게 해도 따라할 수도 없지만(웃음). 옛 블루스맨들의 음악도 참고서가 되었고.

한국 블루스 명인들의 음악은 좋아했는지? 이를테면 고(故) 채수영 선생님이나.
안: 그분은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 음악은 기본적으로 블루스에서 온 것이고, 그 안엔 반드시 한국 블루스의 색채도 있을 것이라 판단한다.

EP와 라이브의 입소문만으로도 회자되기 시작했다. ‘네이버 온스테이지’도 찍었고. 정규 음반 1장도 없는 밴드에겐 이례적인 일 같은데, 그 이유가 뭘까?
김: 대단한 라이브? 안지의 거침없는 친화성?(웃음)

안: 그보단 음악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드문 외국인 멤버가 있기도 하고, 프런트가 여성이다 보니 주목받은 것도 있을 것이고. 그에 더해 우리의 끓어오르는 혈기도 좋게 봐 주지 않으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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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디 레이블 ‘발전소’의 일원이 되었다. 어떤 모멘트가 있었나?
안: 회사에 막 들어갔을 때는, 대표님이 누군지도 몰랐다. 미팅하고 계약서 쓰는 과정에서 사장님을 만나게 되었고, 여차저차 진행되다가 소속이 된 그 다음 해에 레이블 출정식 비슷한 것을 했다. 그 행사를 하면서 여기저기 “SM 인디 레이블 발전소 설립”이라는 기사가 떴고, 우리도 그걸 보고 우리 레이블이 뭔지 알게 된 거다. 여쭤보니 그냥 협력업체라고 하시던데, 우리도 디테일한건 모른다. 하하하, 그런데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소녀시대의 ㅇㅇㅇ를 만날 수 있냐?”고 물어보긴 하더라(웃음).

실리지 않은 노래들이 더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여기 있는 13곡을 추려 음반을 내는 것도 일이었을 거다.
안: 있었다. 쌓아두었던 곡들 중에서 정규 1집에 꼭 들어갔으면 하는 노래들을 멤버끼리 모여 필터링했고, 음반의 흐름을 보면서 트랙의 순서는 듣기에 최적화된 꼴로 배열하려고 했다.

마스터링에 신경을 무지 쓴 티가 난다. 소리가 명징하게 더구나 균질하게 들린다.
김: 마스터링은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했다. 통상적으로 마스터링은 뮤지션이 일을 맡기면 그쪽에서 작업을 하고 보내주면 뮤지션이 다시 수정을 하는 식으로 되는데, 이번에는 우리가 직접 가서 일이 끝날 때까지 같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흡족할 만하게 나오기도 했다.

안: 엔지니어 분이 철저하게 잘해 주셨다.

김: 차라리 우리는 그만 끝내고 싶을 만큼 만져 주셨다(웃음).

안: 중간에 영진 오빠랑 커피 사러 가면서 기사님이 섬세하게 봐 주신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그분에게 주문했던 사항이 있나?
안: 회사 믹싱 담당자 분이 자료를 그쪽에 보내 드렸는데, 마스터링 엔지니어 분이 1곡 당 2~3가지 버전으로 마스터링을 해 놓으셨더라. 그걸 가지고 스튜디오에서 또다시 6시간 동안 다시 마스터링을 했다.

묵직한 블루스락 트랙 ‘Get Wasted’가 오프닝이다. 밴드의 이름과 절묘하게 대응하기도 하는데, 본인들도 의도적으로 첫 트랙으로 배치한 건가?
김: EP 나왔을 때 ‘wasted’를 강조하고 싶었는데, 당시 우리가 자주 쓰던 말이기도 해서 그렇게 한 것 같다.

안: ‘wasted’란 말이 ‘꽐라된, 술 취한’이지 않나. 그런데 ‘Get Wasted’하면, 더 취기를 드러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인트로로 적합할 것처럼 보였다.

‘Crossroad Meet the Devil’은 그 제목부터 블루스의 파이오니어 Robert Johnson이 아닐 수 없다. 블루스락 밴드라면 그를 안 좋아할 수 없었겠지?
안: Robert Johnson이라면 블루스맨의 대부 아닌가. 역사적으로 수없이 많은 블루스맨이 있었고, 지금도 있지만, 그들 전부 Robert Johnson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 본다. 그분에게서 직접 영향 받은 팀들도 있었고, 그 팀들로부터 영향 받은 팀이 있었고, 또 그 팀에게서 세례를 받은 팀도 있었을 것이고. 그 계보를 추적해 가다 보면 우리도 어딘가에는 위치해 있을 것이다. 끄트머리긴 해도 그 계보에 우리 팀도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그런 취지로 넣게 된 곡이다.

수록곡 중 ‘Witch’만 특이하게 한국어/영어 2곡을 실었다. 그렇게 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안: 영어로 가사를 썼던 곡이다. 공연 때도 많이 했던 곡이기도 하고. 그런데 주변에서 “퀄리티 높은 곡인데, 한국어로도 부르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해서 한국어 곡을 구상하게 되었다. 원래 느낌이 살아나지 않을까봐 걱정도 했는데, 몇 시간 끄적거리다 보니 또 괜찮다 싶어졌다. 멤버들에게 가사를 보여줬고, 둘다 나쁘지 않다고 하지 뭔가. 다행이었다. “아~ 그래?”(웃음). 그렇게 정규작에 넣을 곡을 한글로 가려고 했는데, 그러다 보니 오리지널을 버리기가 아깝더라고. 그래서 두 곡 다 레코딩하게 됐다.

Nils의 베이스가 두드러지는 곡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탄탄하게 지지해주던 그가 불현듯 이 곡에선 팍 치고나가는 것 같은데.
Nils: 베이스라인부터 다져진 곡이라 그럴 것이다.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헤비한 블루스를 추구하는 팀인데, 이 곡은 다르게 가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리프를 이것저것 뚝딱거려 보다, 얼개를 짜게 된 노래다.

안: Nils가 아이디어를 들고 왔는데, 들어보니 재기발랄하고 재미있더라. 곡으로 가져올 수 있겠다 싶었고, 합주하면서 살을 붙여서 완결에 이르게 된 곡이다.

좋아하는 베이시스트가 있나?
Nils: Motörhead의 Lemmy Kilmister. 기타 사운드처럼 들리게 베이스 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Beat’는 일부러 미니멀하게 편곡한 곡 같다. 무엇을 염두에 두었나.

안: 예리하군(웃음). 정확히 봤고, 락킹하게 가고 싶었다. 프로듀서 분과 공동으로 편곡한 게 2곡인데, 그 중 한 곡이기도 하다. 이곳저곳 손을 보면서 현재처럼 정제된 모습으로 갈무리되었다.

나머지 하나는 뭔가?
안: ‘뜨거운 것이 좋아’다.

단연코 대표곡은 ‘뜨거운 것이 좋아’다. 이 곡은 댄서블하다면 댄서블한 노래다.
안: 리듬감 때문일 것이다. ‘Sign’과 이 곡이 가장 신나는 곡일 텐데, ‘Sign’은 셔플의 2·4 리듬을 가져왔고, ‘뜨거운 것이 좋아’는 스윙에 가까운 노래다.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갔겠지만, 딱히 하나로 규정해 말하는 것은 힘들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풀어서 정의해야 한다면 ‘스윙감이 넘치는 곡’이라고 적으면 맞을 것이다.

뮤직비디오에선 수줍게 연기를 한다. 연기가 어색하지 않았나?
안: 맞다(웃음). 처음에는 디렉션 주시는 대로 가서 나름 재미있었다. 그런데 가면서 지쳤지. 세상에 15시간을 찍었으니. 아침 8시부터 촬영을 스타트해 다음 날 11시에 집에 들어갔다.

어떤 밴드는 한국어 가사에 락큰롤 사운드를 붙이면 그 맛이 살지 않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본인들은 그런 견해를 어떻게 보나?
안: 락음악이 영미에서 왔으니, 영어가 맞는 것은 당연할 터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에서 음악을 하고 있고, 내가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잘 하는 것은 아니니 이런 형태로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간혹 한국어로 적어 내려가다가 음과 아예 붙질 않아서 이걸 어떻게 하나 싶은 경우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 한국어 가사가 음악과 잘 흡착되는 팀들이 있지 않나.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등. 그 팀의 말도 일리는 있다고 보지만 그게 정답인 것 같지는 않다.

‘Hey, My Youth Bye’의 인트로와 리프를 들어보니 분명 헤비한 음악도 즐겼으리라 추측된다.
Nils: 좋아하긴 하는데, 이건 Stevie Ray Vaughan의 플레이를 그리며 연주한 곡이다.

안: 나는 완전 좋아한다. 1990년대 초반, 미국에 Cry of Love란 팀이 있었는데, 그 팀의 팬이다. 아, 당신도 좋아하는군(웃음). 그 밴드의 기타리스트 Audley Freed가 Stevie를 동경하지 않았을까 한다. 그걸 레퍼런스로 한 건 아니지만 살짝 그 필이 있긴 할 것이다.

그 밴드들 말고 다른 헤비니스 밴드는?
Nils: 12살 때부터 Rammstein을 듣고 팬이 되었다. 고등학교 때는 메탈과 하드코어를 엄청 들었고.

김: 요즘엔 잘 안 듣긴 하지만 가끔 공연 때 메이트로 묶인 메탈 팀이 있으면 옛 생각이 난다.

안: Rammstein이 진리지. 늘 마음속의 0순위 밴드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웨이스티드 쟈니스로서는 그런 음악을 만들지 못하겠지만, 나중에 카피 밴드라도 해보고 싶다(웃음). 그런데 그 보컬을 어떻게 구하지?

안지 씨 보컬은 지를 때는 지르지만 또 나긋나긋한 곡도 소화한다. 호흡이 전혀 다른 곡들인데도 말이다. ‘Run Away’나 ‘We Are More Than Just Lovers’ 같은 곡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리고 ‘냄새’에서는 발음을 흘리는 보컬도 잘 한다. 따로 보컬 교육을 받았나?
안: 그런 적은 없다. 중학교 때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노래하며 연습했고, 본격적으로 노래를 하게 된 건 고등학교 밴드부에 들어가서였다. 그 밴드부를 하면서 보컬의 기본기를 어느 수위로는 닦은 것 같다. 선생님 없이 나 혼자 익힌 거다.

‘Come to My Room’은 더 이질적인 어쿠스틱 송이다. 이 계열도 즐겨 듣는가?
안: 재즈 하는 분들이 들으면 나를 어떻게 볼지 모르겠지만, 재즈에 근접한 노래를 쓰고 싶었다. 집 청소할 때 스윙을 틀어두는데, 리얼북 펼치면 나오는 스탠더드 넘버들 같은 노래 말이다. 그런 무드 좋아한다. 그 향취를 이 곡을 통해 살려보고자 했는데 어떤가.

종종 이런 스타일의 곡을 목격할 수 있을지.
안: 그런 곡들도 가끔 쓰긴 하는데, 앞으로라. 그날그날의 감정곡선에 따라 다르겠지. 앞으로 거지같은 일만 생긴다면 욕이 왕창 들어갈 것이고. 이런 곡이 하고 싶게 되면, 또 넣을 수도 있고.

‘Dirty Woman’에선 솔로가 폭발한다. 다음 음반엔 솔로를 살린 곡 비중을 늘려도 좋지 않을까? 이번엔 참은 것 같아서.
안: 플레이를 잘하는 기타리스트는 널렸다. 그런데 나는 스스로가 플레이를 잘하거나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다. 단지 내가 쓴 곡을 표현할 때 크게 모자라지는 않는 정도라고 본다. 더 트레이닝을 해서 스킬이 나아진다면 이런 솔로잉도 확대될 수 있겠지. 그건 평행선 같은 거다. 그 말은 기타를 조금 못 치거나 노래가 약간 부족하다고 해서 양질의 곡을 내놓을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 반대의 케이스도 비일비재하니까. 그런데 어떤 면에서 둘은 동반상승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 기타 연주가 늘면 그만큼 쿨한 곡이 탄생할 수도 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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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된 바대로, [Crossroad]는 모던한 사운드를 깔고 있지만, 과거의 유산들을 ‘리스펙’하는 음반이다. 본인들에게 ‘과거’라는 시제는 어떻게 다가오는가?
김: 나는 웨이스티드 쟈니스처럼 락킹한 밴드를 한 적은 없고, 블루스나 재즈를 했다. 뭐 드럼이야 어느 장르를 연주하든 “이 사람이 뭘 했다”는 식으로 표가 확 나는 파트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 커리어가 내게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다.

안: 오빠는 우리 멤버 중 가장 ‘완성형’의 플레이를 보여주는 사람이다. 아무래도 레벨이 높은 연주를 하고, 편곡할 때도 더 나은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 준다. 아, 내 얘길 할 차례군. 우리 음반을 오랫동안 기다려주었던 친구가 있다. 나와는 고등학교 동창이고, 현재는 외국에 산다. 카톡이며 메시지로 “그 음반, 도대체 언제 내냐”고 독촉하던 친군데, 드디어 나온 음반을 듣더니 “이거 그냥 네 인생 지난 10년 결산이네”라고 말해주더라(웃음). 가사가 다 자전적인 이야기라. 친구에 따르면 이 음반엔 “내 과거가 집적”되어 들어 있는 셈이지.

Nils: 하드코어 팀을 하다가 이제 생소한 장르의 팀을 하고 있는데, 그 외피야 다르지만 에너지를 쏟는다는 점에서는 과거의 활동이 현재까지 꼬리를 늘어뜨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웨이스티드 쟈니스 초기는 블루스락을 연주하는 팀이 아니라 블루스를 하는 팀이었기에,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블루스야 좋아했지만 한 번도 연주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말이지.

안: 그게 그럴 만도 했던 게, 내가 오디션 때 커버해 오라고 했던 게 Freddie King이었거든.

오디션에 Freddie King? 허얼. 충격적이다. 헐이다.
안: 그 베이스라인은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었다. 그렇지만 Nils가 해보지 않은 장르를 하게 되다 보니, 그에 따른 고충이 있었으리라 본다.

안지 씨가 가사를 담당하니, 개인적인 10년이 퇴적된 가사 중에서도 유/독 더 읽혀졌으면 하는 노랫말이 있다면 몇 개 소개 부탁한다.
안: 다 내 새끼 같은 곡이긴 한데, 일단 ‘Run Away’부터. 이건 유일하게 내 경험을 다루지 않은 노래다. 탈북자들을 위한 인권단체 PSCORE와 뉴욕에 가게 되었는데, 그분들이 북한인권/평화에 대한 주제를 적어달라고 내게 요청을 했다. 순간 꽃제비 혹은 탈북자 엄마를 둔 아이의 심정이 스치고 지나갔고, 그들의 입장을 상상해 곡으로 썼다. 그리고… ‘We Are More Than Just Lovers’는 거지같은 연애가 끝난 후 쓴 곡이다. “아 XX, 거지같아!!!”라고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직구로 던지고 싶지는 않았고 시처럼 보이게끔 썼다. 마땅히 단어도 그에 따라 선택된 것이다.

오디션 프로에 출연하는 걸 꺼리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
안: 그러하다. 전혀 꺼리지 않고 아주 구리지 않다면 우리는 밴드가 그렇게라도 노출되는 데 동의한다. 채널 중 하나인 셈이지. 상금을 받는다면 기쁘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널리 알려지고 노래가 들려지는 게 더 흐뭇하다.

그런 걸 소모적이라고 보는 뮤지션들도 상당하지 않나.
안: 충분히 소모적일 수 있다. 오디션엔 심사위원이 존재하고 우리는 찰나적인 연주만으로 그들로부터 평가를 받아야 한다. ‘헬로루키’ 때도 비슷한 인터뷰를 했는데, 연주가 끝난 바로 그 시점에서 평가를 듣는다는 게 마음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해석하자면, 오늘 이 인터뷰도 평론가 분이 우리를 평가하는 자리다. 밴드에게 놓인 모든 게 그렇지 않을까? 그냥 크게 마음먹고 “까짓것 해보지 뭐”, 심플하게 넘기기로 했다.

락스타가 꿈이라고 알고 있다. 그렇게 되려면 패션이나 스테이지 액션 역시 핵심적 요소로 작용할 텐데, 공연 때 봐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맞나?
안: 밴드 단체 카톡방에 “패션코드: 블랙”, 이런 식으로 지령 날리고 그랬다. 그렇게 다 맞춰 입고 그랬는데, 작년 모 공연에서는 미리 이야기를 하지 않고 각자 자기 식대로 입고 왔다. 그런데 다들 진을 입고 온 게 아닌가. 오, 밴드라고 통하는 건가(웃음)? 그랬던 적이 있다. 그런 게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액션은 리듬이나 곡에 맞게끔 하는 것이고. 만일 우리의 기분이 다운되거나 상승하면 액션 또한 그에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 뭐, 다 필요 없이 락스타는 멋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내가 존경했던 락스타들은 다 멋있었다. 패션이든 광기든 정열이든 음악이든.

김: 그런 건 있다. 잘하는 팀을 보면 비주얼이 범상하진 않다. 인기도 그에 맞춰서 비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안: 화려하진 않을지언정 ‘빅 네임’들을 보면 그들만의 아우라가 있다. Jimi Hendrix나 Janis Joplin처럼 보고만 있어도 압도되는 캐릭터들도 있고, Nirvana 같은 캐릭터도 있고. 모두들 그 자체로 ‘멋짐’이 있으니, 우리도 그걸 가지고 싶다. 그리고 그렇게 보이고 싶다.

8할 이상을 라이브가 키운 밴드다. 공연은 본인들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해주는가?
김: 공연을 계속함으로써 감을 유지하는 건 중요하다. 공연을 놓으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 이 셋이 상황이나 조건이 다른 스테이지에서 함께 연주한다는 게 신나기도 하거니와, 객석의 열기를 느낄 때 연주를 하면서도 “아, 이건 절대 끊을 수 없다”고 되새기게 되는 면이 있다. 공연이란 그런 거다.

Nils: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장소가 공연장이다. 그곳에서 그들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게 행복하다.

안: 사람이 많고 적음에 따라 호응도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그 어느 경우에도 난 ‘아이컨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내 감정이 비록 그에게 다르게 읽힐지라도 그걸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그러면 그로부터 뭔가 전달되는 게 있고, 공연이 없는 날 그걸 떠올리면 기운이 난다. 2~3명 놓고 공연할 때도 있지만 그런 날은 또 그렇게 재미가 있다.

본인들이 보기에 ”저 친구 음악, 참 좋네” 싶은 팀 추천해 달라.
안: 너무 많다(웃음). 데드 버튼즈, 빌리 카터, 스트릿건즈, 다이얼라잇 다 아낀다. 그리고 형님/오빠 팀 중에선 쿠바, 로다운 30, 해리빅버튼 등등. 그래도 최근 가장 끝내주는 팀이자 Nils도 엄지를 치켜세우는 팀이 호랑이아들들. 이렇게 말하면 꼰대처럼 비칠까봐 그들에게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싶지도 않다. 우리가 스타가 되는 게 1번이고, 그렇게 될 거지만(웃음)… 그 팀, 시간이 지나면 굉장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생의 음반 몇 장씩만 꼽고 인터뷰를 정리하자.
김: 굳이 따지자면 Zac Brown Band의 2008년작 [The Foundation]. 컨트리 음악을 제일 좋아하는데, 그런 취향을 형성하게 해준 음반이기도 해서 꼽는다.

안: Rammstein의 1집 [Herzeleid]과 3집 [Mutter]. 곡은 1집의 ‘Asche zu Asche’이 1위고, 음반은 3집이 베스트다. 그리고 국내 음반은 언체인드의 EP [Push Me]. 20대 초반, 괴로웠던 시절을 함께 지낸 음반이다. 고등학교 때 부산에서 밴드의 라이브를 본 적 있는데 그때도 그랬지만, 얼마 전 다시 본 라이브에서도 최고였다.

Nils: Linkin Park의 [Hybrid Theory]를 뽑겠다. 내 어린 시절의 음반인데, 얼마 전에 다시 들었을 때도 추억이 방울방울.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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