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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의 4년

김예림의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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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차 걸그룹들의 멤버 탈퇴와 해체가 연달아 일어나며 상대적으로 가려진 소식 중 하나는 김예림의 전속 계약 종료다. [슈퍼스타k3](2011)에서 듀오 ‘투개월’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그녀는 비록 우승을 차지하진 못했으나, 방송 종료 후 ‘미스틱89’와 계약을 해내며 가수의 꿈을 펼치게 됐다. 단순하게 본다면 오디션을 통해 이름을 알린 여가수가 괜찮은 소속사에 들어가 활동했고, 계약을 종료하며 서로 갈 길을 가게 된, 음악판의 보편적인 모습으로 비친다.

그러나 이 소식이 포털 뉴스 창에서 하루 만에 사라지는 걸 미스틱89만 아쉬워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어쩌면,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좋은 음악을 들려줄 통로가 하나 사라진 일이기 때문이다.

브라운관을 넘어 인터넷까지, 매체와 담쌓고 살지 않은 사람이라면 김예림을 한 번쯤 접했을 것이다. 그녀는 데뷔와 동시에 타이틀곡이 통신사 광고노래로 쓰였고, 당시 예능 MC로써 상한가를 쳤던 윤종신의 후광과 함께 공중파와 주요 케이블 채널에서 얼굴을 알릴 수 있었다. 더불어 드라마 조연까지 진출했으니, [프로듀서101]에 목숨 거는 연습생들이 보기엔 로또 맞은, 꽃길부터 걸은 경우다.

하지만 여기서 김예림이 핫하게 된, 홍보에 기름을 부을 수 있던 핵심을 꼽자면 음악이 먼저 나와야 한다. 중독성 높은 후렴으로 귀를 이끈 ‘All Right’부터 시작하여 ‘Rain’, ‘Voice (feat. Swings)’, ‘Urban Green’, ‘Goodbye 20’, ‘널 어쩌면 좋을까’ 등 차트는 물론이고 평단의 긍정적 반응을 일으킨 노래가 적지 않다. 자고로 가수는 노래가 좋아야 화제와 함께 지속성이 보장되기 마련인데, 이 기본 바탕을 따지자면 김예림은 지난 몇 년간 등장한 신인들 사이에서 가장 강력했고, 우수했다.

부유한 환경이 구축될 수 있던 건 소속사 수장인 윤종신의 공이 크다. 검정치마, 이규호, 정준일, 정석원, 고찬용, 김광진,이상순 등 김예림 음악을 위해 동반된 작곡가는 그야말로 올스타니까. 한자리에 모이기도 어려운 이 초호화 군단은 오로지 ‘윤종신의 인맥’으로만 해결 가능한 라인업이다.

덕분에 ‘미스틱89’가 추구하고자 한 음악 방향은 더 잘 읽힌 것도 사실이다. 돈벌이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면 일찌감치 아이돌 그룹 하나쯤은 내놨을 테지만, 이들은 상품보다 음악에 집중하고자 했고,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예림이 있었다. 그냥 노래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색다른 목소리를 가진 가수니까. 이미 노래 잘 만드는 친구들은 충분하니, 새로운 스타가 필요했던 윤종신에게 김예림은 마지막 퍼즐이나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음악 잘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김예림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 이들은 여전히 가치를 인정받는 뮤지션들이지만, 브라운관에선 거리가 있는 탓에 지금 10~20대들에게는 어필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좋은 음악을 만들어도 널리 알리지 못하는 상황. 이런 분위기에서 김예림은 싱어송라이터들의 전달자로서도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노래 잘하는 루키들 사이에서 그 가치가 더 남달랐던 부분이다.

물론 가수만의 음악보다는, 작곡가들의 성향이 너무 짙게 나왔다는 비판도 존재했다. 지금까지의 결과물 중 김예림에게 최적화된 음악으로 채워진 앨범은 없었으니까.

이처럼 명암이 점차 드러나는 상황에서, 김예림과 윤종신은 작별했다. 심지어 계약 기간 5년을 채운 것이 아닌, 4년이 지난 시점에서 마무리 지었다. 작별한 사유에 대해서는 누가 뭐라 할 수 없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간의 섭섭함을 헤아릴 순 없으니까. 그러나 정말 아쉬운 건, 겨우 [Simple Mind](2015)에서 결별했다는 점이다.

짧아도 너무 짧다. 가수에게는 이제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도전해볼만 시기고, 소속사 입장에서는 좀 더 풀어줘야 할 상황이니까. 장단점이 생겼다면, 충분히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순간이다. 더욱이 그간의 디스코그래피는 미니 앨범 3장과 정규 앨범 1장뿐이니 그 수도 너무 적다. 속도를 내야 하는 시점에서 이 남다른 프로젝트는 종료 지점을 밟고 만 것이다.

그러니 이제 이런 가수가 등장할 기회는 더욱더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손익을 떠나 마치 진행되다 말아버린 듯한 모양새는 소속사와 가수의 도전의식을 더 휘발시켰고, 타인이 보기에도 함부로 덤빌 수 없는 벽이 쳐졌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음악을 듣고자 했던 대중에게도 손해다. 음악을 찾고자 음원 사이트와 음반 가게를 방문하는 이들의 수는 턱없이 줄었고, 아이돌과 힙합에 심취한 10대들에게 앞서 언급한 작곡가들은 후순위로 등록됐으니까. 전속 계약 해지는 지금까지 김예림이란 이름으로 갖췄던 음악 작업 방식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메인스트림에서 작가의 음악을 들을 수 있던 줄기 중 하나가 사라지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세월이 지나 대체자는 늘 등장하는데, 4년밖에 활동 안 한 가수에게 너무 많은 의미 부여 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확실한 건, 이 정도 인적 네트워크와 다채로운 홍보 방식이 무장된 신인의 등장 확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김예림이 윤종신을 떠나서, 윤종신이 김예림을 포기해서 그런 게 아니다. 프로젝트가 갖는 의미가 달라서다. 그래서 이 창구의 영업 종료는 더없이 아쉬운 소식으로 다가온다.

About 이종민 (55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2 Comments on 윤종신의 4년

  1. 그러게요 너무 아쉽네요 ㅜㅜㅜㅜ

  2. 박지윤도 그렇고 뭔가 독특한 목소리를 탐내는 분위기였지만, 결국 그들이 원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바탕은 못 된 것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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