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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감독 옴브레 “음악 향한 열정 되새긴 것은 무대의 치열함이었다”

“연극판을 돌아다니다보면 옴브레라는 이름이 너무 많이 보여서 제가 낄 자리가 없더라고요. 하하하~”

최근 들어 공연 음악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한 뮤지션이 필자와 술 한 잔을 나누다가 이렇게 웃음을 섞으며 푸념했다. 공연 음악 감독은 밴드 고래야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옴브레의 또 다른 명함이다. 연희단 거리패의 ‘오레스테스’, 극단 여행자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김종석 연출의 ‘코카서스의 백묵원’ 등 연극판에서 화제를 모았던 많은 작품들의 음악이 옴브레의 손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음악 팬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필자는 지난 23일 서울 광화문의 술집에서 옴브레와 만났다. 술 몇 잔을 입안에 털어 넣은 그는 “이젠 연극인 소리를 듣는 게 익숙하다”며 웃어보였다.

옴브레


공연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언제부터인가?

요즘에는 밴드 고래야의 리더로 잘 알려져 있지만, 나는 고래야로 활동하기 훨씬 전부터 연극 음악 감독을 맡아왔다. 내 커리어에 있어서 오히려 고래야보다 더 먼저 언급해야 하는 부분이 공연 음악이다. 내가 공연 음악을 시작한 때는 지난 2006년이다. 당시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작품 ‘바보각시’에 연주와 작곡으로 참여했는데, 그 현장감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이후 나는 본격적으로 공연 음악에 빠져들었고 지금까지 왔다.

밴드 활동과 비교해 공연 음악은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는가?

연극인들이 공연을 통해 세상과 맞서는 태도는 치열했다. 그 치열함이 내가 음악을 하는 태도에도 많은 영향을 줬다. 사실 음악 자체만으로는 현실적인 한계를 느낀다. 과거에는 음악을 듣는 일이 꽤 어려운 작업 아니었나? 원하는 앨범을 구해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듣고, 라디오에서 원하는 음악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공테이프에 녹음을 하고. 그런데 이젠 너무나도 쉽게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어쩌면 내가 공연 음악에 더 빠져든 이유는 이 같은 현실에 대한 갈증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왜 공연 음악 관련 일을 잡시 접고 고래야로 활동하게 됐나?

잘 알다시피 음악 한 가지만으로 먹고 살기엔 어려운 세상이다. 공연 음악을 많이 한다고 해서 수입이 특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매년 국악창작곡 경연대회 ‘21세기 한국음악 프로젝트’가 열리는데 대상 상금이 무려 2000만원이었다. 이걸 노렸다(웃음). 예선 때부터 다들 놀라며 대상감이라고 추켜세웠는데, 본선에서 실수를 해서 장려상에 그쳤다. 그게 약이 됐다. 멤버들 모두 다음에는 제대로 해보겠다고 이를 갈았으니 말이다. 고래야를 열심히 해서 음악만 해서 돈을 벌겠다는 꿈을 이루려 했는데 쉽지 않았다(웃음). 다시 공연 음악계로 복귀해 참여한 작품이 ‘아버지를 찾아서’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였는데 호평을 받았다. 지금은 고래야와 공연 음악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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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참여한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은 무엇인가?

극단 여행자의 이대웅이 연출한 ‘정글북’이다. 공연을 만들기 전, 겨울이었는데 배우들과 연출이 다 같이 산속에서 합숙을 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 에서 배우들이 작품에 대해 해석을 해서 각자의 콘셉트로 짧은 공연으로 만들기도 하고, 함께 책을 읽고 술도 마시며 연습이라기보다는 놀이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그 중에서 두 번째 날이 인상 깊게 남아 있다. 모두들 함께 술을 마시던 중 기타를 잡고 즉흥 잼을 벌였는데 각자 즉흥으로 노래를 부르고 즉석에서 합창을 만들기도 하며 울고 웃었다. 지금까지 뮤지션들과는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에너지의 잼이 한 시간가량 이어졌고, 그중 한곡은 연극의 마지막 곡으로 쓰였다. 인간과 늑대의 중간에서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주인공 ‘모글리’가 괴로워하다가 결국 인간의 세상으로 떠날 때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노래를 부르다가 정글의 형제들과 작별을 하는 장면에서 8분가량 이 곡이 이어진다. 멜로디나 박자를 정하지 않고 감정의 흐름만 잡아놓은 뒤 매 공연 즉흥으로 이 곡이 불려진다.

당시 공연 종료 후 커튼콜 곡으로는 ‘정글북’의 저자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만약에(If)’라는 시를 그대로 노래로 만들었는데, 언젠가 내 개인 앨범에도 이 곡을 싣고 싶다.

지금까지 공연을 하며 인상 깊었던 연출과 배우는 누가 있는가?

많은 작품을 했고 훌륭한 작품을 많이 거쳤지만 극단 여행자의 이대웅 연출이 가장 특별하다. 지난 2014년 산울림소극장에서 초연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작품을 통해 그와 처음 만났다. 창작에 있어서 서로 호흡이 굉장히 잘 맞아 이후 파트너로 계속 함께 작업해오고 있다. 나는 작품 연출에 개입하고 이대웅 연출은 음악에 개입하는 이상한 방식으로 상호 존중하는 관계다.

그리고 노래를 못하는 모든 배우들이 인상 깊다. 배우의 사명은 무대에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몰두하는 것이다. 실수를 해도 시간을 다시 되돌려 “죄송합니다. 이 부분을 다시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노래를 못하는 배우가 노래를 불러야 하는 것은 굉장한 자기 최면이나 암시가 필요할 것 같다. 박자가 틀리거나 음정이 불안해도 자신이 맡은 배역의 표정을 유지해야하는 슬픈 숙명을 보고 있자면 경외감마저 들기도 하다. 노래를 못하는 배우가 열정을 다해 내 노래를 부를 때 더 감동을 받는다. 박자는 안 맞지만 발성이 굉장히 좋은 윤정섭 배우(연희단 거리패), 내가 공연만 보러가면 긴장해서 가사를 틀렸던 한인수 배우(극단 여행자)가 기억에 남는다.

공연 음악을 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모든 예술가가 그렇겠지만 칭찬을 받았을 때가 아닐까? 그 중에서도 연출에게 인정을 받을 때 기분이 정말 좋다. 2015년 여름에 김종석 연출 ‘코카서스의 백묵원’이란 작품을 했는데, 밴드 아시안체어샷의 기타리스트 손희남과 싱어송라이터 박소유가 참여했다. 둘 덕분에 음악에 엄청난 날개를 달았다. 마지막 공연이 끝난 뒤 김종석 연출이 “만약에 브레히트(‘코카서스의 백묵원’ 작가)가 살아서 네가 만든 음악을 들었어도 만족했을 것”이라고 내게 말했는데, 그 얘기만한 격한 칭찬은 없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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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연극이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바보각시’에 참여했을 때 본 연극인들의 열정은 내 삶을 반성하게 만들었다. 예술가라는 가면 뒤에 숨어서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연습하고 습관처럼 공연을 하며 또 세상에 대한 불만만 많았던 내 일상이 부끄러웠다. 하나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밤샘 연습을 해가며 매일매일 작은 공간에서 온 몸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고 소리 지르고 눈물 흘리는 그들을 보며 내가 스스로 예술가라고 말 할 수 있을정도로는 떳떳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때는 연극 연출가가 되고 싶어서 학교를 준비한 적도 있었지만 고래야 일정이 많아져 아쉽게 포기했다. 언젠가 작은 무대에서 내가 만든 연극을 올리고 싶다. 또 기회가 된다면 상업 뮤지컬 음악을 맡아보고 싶다.

앞으로 예정된 작품들은 무엇이 있는가?

‘보물섬(이대웅 연출)’이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또 ‘정글북(이대웅 연출)’이 10월 1일부터 2일까지 일본 돗토리 시민회관, 10월 7일부터 10월 8일까지 일본 니가타현 공연센터 류토피아 무대에 오른다. 이밖에도 공연일자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원이엄마(양정웅 연출)’도 예정돼 있다.

About 정진영 (19 Articles)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소설가.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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