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Articles

음악웹진 이명 2015 올해의 음반(국내)

한두 번 해보는 것도 아닌데 매해 이맘때가 되면 고민이 된다. 한해 좋았던 음반을 추리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법 머리가 아팠다. 하지만 해야 할 건 해야 하는 법. 필자들과 함께 논의를 했고, 그 결과 아주 편협하고 자의적이며 주관에 찌든 리스트를 뽑을 수 있었다. 몇 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었으나, 우리는 이 음반들이 음악웹진 ‘이명’의 색깔을 잘 드러내는 리스트라는 데 동의했다. 그래서 썼다. 국내편 짧은 리뷰는 정진영, 큐, 이종민, 빅쟈니확, 이경준, 이대희, 이태훈, 현지운, 한동윤, 서성덕이 작성했고, 객원필자로 정원석이 함께 했다. 우리의 리스트는 총 25장이고 순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김사월 [수잔]

김사월-수잔

빅쟈니확: 김사월 x 김해원의 [비밀]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은근한 퇴폐를 살짝 걷어내고 좀 더 단정하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덕분에 마냥 예쁘기만 한 포크는 아니다. ‘weird folk’의 단초를 찾아볼 수 있고, 은근히 괴팍하지만 착한 이야기가 공감을 요구한다. 그에 공감할 수 있다면 더욱 만족할 수 있겠다. 물론 그건 개인의 몫이다.

이경준: 포크라는 방법론이 더 이상 신기하거나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 때, 우리는 아티스트의 어떤 특별함에 기댈 수밖에 없다. 2014년작 [비밀]을 통해 우리는 김사월이 그런 종류의 특별함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익히 알고야 말았다. 음반에 귀를 기울일 때, ‘수잔’은 어느덧 ‘보편적인 이름’이 되고, ‘너와 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런 기이한 복수성, 그런 괴이한 체험.

이대희: 바로 곁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다가오는 김사월의 목소리는 김사월 x 김해원에서 보여준 태도와 다르지 않다. 여기에 약간 더 다채로운 색깔로 솔로 음반의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언제 어디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더라도 청자의 환경을 달라지게 할 만한 기묘함과 익숙함이 공존한다.

 

라이프 앤 타임 [Land]

라이프앤타임-land

이종민: ‘톤’에 집중했다는 홍보 문구처럼, 톤이 살아 있다. 멤버 수가 적은 상태에서 악기에 집중하면 보통 음악에 공간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Land]는 신기할 만큼 소리도 꽉 채워졌다. 작년의 중고 신인이 ‘루디스텔로’라면, 올해의 중고 신인은 ‘라이프 앤 타임’이다.

이태훈: 로로스와 칵스, 재즈 드러머의 만남이 무언가 특별한 음악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펑크(funk)와 사이키델릭, 블루스와 재즈, 개러지와 얼터너티브락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들을 하나의 결과물로 엮어내는 놀라운 솜씨에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듣게 될 것이다.

 

공중도덕 [공중도덕]

국내01

큐: 전자 음악가 휴(HYOO)의 다른 이름인 공중도덕의 셀프 타이틀 앨범. 과거 전자양의 모습이 보이는데 왜 하필 이 시기인가 싶어 의미심장하다. 깔끔하고 정돈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비추.

 

크림빌라 [In the Village]

크림빌라-inthevillage

한동윤: 앨범을 플레이하면 1990년대 초중반 미국 동부 힙합의 순간순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래퍼, 비트메이커, 디제이, 디자이너 등 여덟 명의 대식구로 구성된 크림 빌라의 [In the Village]는 그 시절, 그 음악을 좋아했던 힙합 애호가들의 취향을 저격한다. 앨범의 수록곡들은 묵직한 드럼 루프를 기반으로 재즈, 소울, 힙합 음원을 엮은 둔탁하면서도 아늑한 반주를 앞세워 흡인력을 낸다. 여기에 턴테이블 스크래칭 연주가 간헐적으로 들어가 거친 질감을 보강하며 속도감을 더한다. 앨범 덕분에 과거의 추억이 오롯이 재현된다.

 

칵스 [The New Normal]

칵스-thenewnormal

정진영: 변화무쌍한 가운데에서도 정교하게 합이 들어맞고, 역동성이 넘치지만 완급조절을 잃지 않는다. ‘새로운 기준’이란 자신만만한 앨범 타이틀을 납득하는데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다.

현지운: 그렇다. 모든 이들이 말하듯 정교하고 과감하다. 정교하면 용감하기 쉽지 않고 용감하면 정교하기 쉽지 않은데 촘촘히 직조하듯 만들었으면서도 참 대담하다. 그렇게 이 앨범은 시대정신을 표출하고 있다. 어떤 상황은 영어로 말해야 안전한 그 느낌까지.

 

이채언루트 [Madeline]

국내02

큐: 앞으로 주목할만한 행보가 예상되는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싱어송라이터인 강이채의 등장만으로  인상적인 음반이다. 정규작을 기다리게 만드는 EP로서의 임무에 충실한 음반.

현지운: 끌림은 새로움을 수반한다. 하지만 그 새로움은 안에 익숙함을 안고 있다. 그래야 우리는 경험을 토대로 그 새로움을 수용할 수 있다. 조금 더 나가서 이 앨범에는 두 양상이 교차해 만들어 내는 낯섦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음반은 새롭다.

 

혁오 [22]

혁오-22

정원석: 찰랑거리는 기타 커팅, 펑키(funky)한 그루브를 타고 청춘의 불안함을 읊조리는 이들의 노래는 21세기 대한민국 젊은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송가(anthem)가 됐다. 초기부터 이들을 응원했던 힙스터 팬들에게 공중파 예능프로에서 연예인들과 노는 오혁의 모습은 낯설고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스타가 됐다고, 일찍 홍대를 벗어났다고 혁오를 비난하기에는 그들이 선사한 기쁨과 위로가 너무 짙게 남아있다

정진영: 특정 장르로 정의를 내리는 게 불가능한 음악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정말 세련미 넘치는 음악이 아닌가. 전작의 다소 거칠었던 질감까지 극복하고 잘 빠진 사운드를 담아낸 수작.

 

메써드 [Abstract]

메써드-abstract

빅쟈니확: [Survival ov the Fittest]를 가장 좋게 들었던 입장에서도 확연해진 보컬 멜로디는 분명 인상적이다. 더 이상 스래쉬 얘기를 하기는 좀 애매하겠다 싶다가도 ‘Violence Death Game’을 들으면 그것도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렇게 여러 스타일들을 오가지만 이제 전부 다 일정 수준을 넘어섰지 싶다.

이경준: 장르라는 컨벤션 안에서, 그 장르가 담아낼 수 있는 극한의 매력을 선사한다. 날 세워진 리프는 과거 스래쉬 밴드의 도돌이표에 머물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치밀해진 악곡은 “이 팀을 과연 국내 필드에 머물게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 정도로 단단하다. 메써드를 아껴온 그 모두가 지적했듯, 프로듀서 안흥찬의 가세는 음악의 퀄리티를 최소한 한 단계 이상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 올해 최고의 음반 중 하나다.

 

이스턴사이드킥 [굴절률]

이사킥-굴절률

이태훈: 혜성같이 등장한 블랙 메디신과 명불허전의 존재감을 입증한 메써드, 놀랄만한 업그레이드를 달성한 이스턴 사이드킥까지. 올해 한국 락의 빛나는 성취는 대략 이 세 팀의 앨범으로 요약된다. 한국 대중음악상에 헤비니스 분과를 신설하게 만든 이들 중 누가 첫 수상의 영광을 차지하게 될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현지운: [굴절률]과의 만남은 서쪽만을 바라보며 해바라기하던 순간 달을 뚫을 기세로 동쪽에 날아오는 발차기에 나가 떨어진 순간이었다. 바람은 조금씩 느려지고 그렇게 오래도록 멍하니 혼자 앉아 있었다.

 

Various Artists [3 Little Wacks]

VA-3littlewacks

이종민: 굳이 한 레이블의 편집 음반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열 명의 뮤지션이 결집한 이 앨범은 차분히 내려앉은 분위기 통일하면서도 아름답게 활용하니까. 대한민국 일렉트로닉 시장에서 이런 스타일의 컴필레이션 앨범은 없었지만, ‘최초’라는 딱지를 떼어놓아도 일품이다.

이경준: 무모하거나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나 영기획은 수많은 비관적인 전망을 뚫고 2015년 6월 18일 3주년을 맞았다. 제목에 잘 드러나 있다시피 이것은 그 작은 기념물이자 중간 결산이고, 현 한국 전자음악 생태보고서의 성격을 갖기도 한다. 커널스트립, 사람12사람, 룸306, 플래시 플러드 달링스, 로보토미 등 명단을 보라. 이제 한국 전자음악 씬의 신뢰의 브랜드가 된 이름들이다. 이들의 작품을 지지하며, 앞으로 더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기를 소박하게 응원해본다.

 

진킴 [The Jazz Unit]

진킴-thejazzunit

정원석: 연성화된 재즈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준 통쾌한 음반. 하드밥(Hard Bop)은 전설의 흑인 뮤지션들이 연주하는 박제화된 녹음으로나 접했지, 21세기에 한국 사람이 자작곡 음반을 발표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스윙감, 블루지함 등 새삼 오리지널 재즈의 본질을 맛볼 수 있었다. 박력!

이경준: 진중하면서도 섬세한 하드밥 사운드를 펼쳐 보인다. 진킴의 트럼펫은 자유롭게 활보하고, 리듬섹션은 그의 연주를 튼튼하게 뒷받친다. 이른바 조화와 분할, 균형이 잘 이뤄진 재즈 퀸텟의 음반이다.

 

바이바이배드맨 [Authentic]

bbb-authentic

이경준: 이것은 어떤 전환이다. 매드체스터에 경도되었던 청년들이, 산뜻한 신스팝으로 의복을 갈아입었다. 그들 자신의 말처럼, 이것은 “좋은 음악을 설득력있게 들려주는 BBB만의 방식”이다. 알 수 없는 공간감이 저 아래로부터 부풀어오른다. 글렌체크의 기지 베이스먼트 레지스탕스와 함게, 밴드는 1980년대 뉴웨이브의 방법론을 2010년대의 화법으로 가볍게 터치한다. 결과물은 놀랄 만큼 말끔하고 세련되었다. “사운드의 변화가 아닌, 접근의 변화”다.

 

캐스커 [The Ground Part One]

캐스커-groundpt1

정진영: 전작보다 더욱 강조된 전자음으로 일궈낸 순도 높은 일렉트로니카.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듯한 온도를 잃지 않는 사운드. ‘심장을 가진 전자음악’이란 별명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역작.

 

f(x) [4 Walls]

국내04

이대희: Grimes를 더 다듬고, 여기에 한국 아이돌 팝의 클리셰와 (지금은 더 기묘하게 다가올 법한) 1990년대 댄스 팝의 전형을 얹은 것 같은 결과물. 기업화된 한국의 아이돌 팝 시스템이 얼마나 정교하게 움직이는지 새삼 확인 가능하다.

이태훈: “앓던 이” 하나를 뺀 후련함이 응집력 높은 결과물로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이 앨범의 유일한 불만은 첫 싱글이 제일 별로였다고 느낀 것이다. 이 말을 ‘4 Walls’가 후지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겠지.

큐: 4명이 되었지만 콘셉트는 더 확실해졌다.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에 최적화된 완성형 아이돌이랄까. Pet Shop Boys와 멋진 콜라보만 보여줬어도 최고였을텐데.

서성덕: 지난 2년 정도의 시간에 걸쳐 f(x)와 샤이니는 일종의 거울 같은 관계가 되었다. 이것을 f(x)가 고유의 독특함을 잃어버리고 장르화되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좀 더 널리는 주류 팝 음악의 정점을 이루는 포트폴리오나 다름 없다. SM으로 대표되지만, 그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시스템의 결과물.

 

블랙 메디신 [Irreversible]

블랙메디신-블랙메디신

이대희: Black Sabbath를 직접적으로 연상케 하는 색채는 비단 블랙 메디신 뿐만 아니라 세계적 헤비메탈의 강한 조류다. 블랙 메디신은 확고한 신념으로 시간의 흐름에 꺾이지 않을 정통성을 본작에서 획득했다.

정원석: 21세기 대한민국에 살아있는 Black Sabbath의 망령. 결성된 지 10년이 넘은 밴드의 푹 고아 삶은 진국 같은 곡과 사운드. 오랜 경력의 고참 뮤지션들이지만 결코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고집과 태도. 이런 요소들이 어우러진 블랙 메디신의 데뷔 앨범은 전 세계 어디든 당당하게 내놓아도 좋을, 올 한해 우리 음악계가 거둔 가장 찬란한 음악적 성과다.

정진영: 느리지만 격정적이고, 음울하지만 아름답다. 이같은 모순이 한데 어우러져 그야말로 압도적인 풍경을 펼쳐낸다. 어둠이 과연 축복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이 어둠만큼은 한국 음악계의 축복이다.

 

포니 [I Don’t Want to Open the Window to the Outside World]

포니-2집

이경준: 더 이상 폭주기관차는 없다. BBB의 변화 이상으로 포니는 변했다. 연주는 마치 Arab Strap이나 Mercury Rev를 듣는 듯하고, 보컬은 저 뒤로 죽 빠져 그 존재를 찾기 어렵다. 연주 테크닉보다는 철저하게 녹음 당일의 무드를 따라간 음반이다. 심지어 녹음 하는 그날 그 자리에서 다시 뜯어 고쳐 실린 곡도 있다. 자연스럽게 리스너는 몰입할 특정 지점을 찾지 못한다. 어떤 ‘방어벽’이나 ‘거리’가 생기고, 그 점에서 아주 사밀한 음반이다. 허나 그 덕택에 앨범은 관성에 찌든 다른 음반들과는 차별화되는 포인트를 남긴다.

이대희: 포스트펑크와 언더그라운드 팝 지향 사운드로 과감한 변신은 치열한 경쟁의 장에서 밴드를 단연 돋보이게 했다. 멜랑콜리함과 낯선 우울함이 기묘한 조화를 이뤘다. 창조적 발전의 좋은 사례.

 

이센스 [The Anecdote]

이센스-theanecdote

이대희: 어설픈 미사여구 없이도,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라임감 없이도 랩은 생동하고, 거침없이 전진한다. 단언컨대 올해 한국 대중음악이 낳은 최고의 결과물 중 하나다.

정원석: 파란만장, 우여곡절이라는 수식어가 과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29세 청년 강민호. 그가 가짜(fake)랩퍼들의 허세쩌는 스웩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진짜 라이프스토리를 들려준 명반. 비트가 어떻고 플로우가 어떻고 라임을 분석하고, 이런 행위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가슴으로 듣는 힙합.

이종민: 돈 자랑과 허세가 가득했던 2015년 힙합계에서 단연 독보적이다. 온전히 본인에게만 집중한 이센스는 ‘스시’ 같이 정돈된 사운드 위에서 단단한 일기장을 써냈다. 감옥에만 없었어도 더 난리 났을 텐데. 대마초는 그를 쓸데없이 겸손하게 만들었다.

현지운: 그 어떤 음악적 기교도 솔직함과 진실 앞에선 무릎을 꿇는다.

 

신설희 [After Image]

신설희-afterimage

정진영: 차분한 어조로 그려내는 촉촉한 서정. Norah Jones의 목소리로 Damien Rice의 곡을 부르는 듯하다고 표현하면 과한가? 신설희는 2013년 첫 앨범을 냈을 때 주목을 받아야 했다. 오히려 늦었다.

이경준: 격한 감정의 요동 없이도,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를 할 줄 안다. 재능이다. ‘원(Circle)’만 들어봐도 알 수 있다. 그녀가 주목하는 건 아주 사소한 것이다. 노래는 무심코 스쳐 지나갔을 일상의 단편과 그 잔상을 다룬다. 강렬하진 않지만 깊숙하게 스민다.

 

더 베거스 [Jazz Master]

더베거스-jazzmaster

이경준: 전곡 원테이크. 28곡. 펑크 음반에 ‘재즈 마스터’라고 여보란듯 써놓은 똘끼. 환각상태에서 쓴 게 아닐까 의심스러운 가사 수위. 존재 그 자체로 하드코어 펑크 밴드다. 사운드적으로는 The Exploited, The Cramps, Minor Threat, The Replacements 등등이 떠오른다. 모두 한국에선 듣보 그 자체인 위대한 펑크 밴드들이다. 만약 열거해 놓은 밴드에 관심이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이 음반을 집어라. 모르지만 호기심이 생긴다면, 적어도 들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저 거북하고 꺼려진다면, 이 밴드를 곁에 두지 마라. 영원히.

 

이승열 [SYX]

이승열-syx

이태훈: 이승열의 음악은 항상 우리의 예상과 기대를 앞서간다. 드라마틱한 탈장르의 미학을 선보이는 오프닝 트랙 ‘Asunder’를 위시해, 시종일관 청자를 압도하는 앨범은 그가 한국 대중음악의 둘도 없는 존재이자 뛰어난 개척자라는 사실을 유감없이 입증한다.

이경준: 본격적인 홈 프로젝트(원맨밴드 레코딩)의 서막을 알린 작품이다. 왜 5집에 ‘Six’라는 음가를 붙였는지는 묻지 말자. 이것은 음원이 들어있던 어느 폴더의 이름이었다. 그에 의하면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뭔 소리냐 싶겠지만, 삶의 선택 중 상당수는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 심지어는 이런 예술조차도. 그 작품들 중 일부는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걸작’의 칭호를 받기도 한다. 이 음반이 그런 음반이라고 단정하진 않겠다. 다만 [SYX]는 여전히 노래의 힘을 신뢰하고 믿는 한 뮤지션의 손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란 점을 기억하자. 그 힘은 세상을 바꿀 수 없어 미약하지만, 쉽게 무시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것이다.

 

더 모노톤즈 [Into the Night]

더모노톤즈-더모노톤즈

정진영: 복고적이지만 세련됐고, 뜨겁게 질주하지만 여유롭다. 더 모노톤즈는 이 뻔하면서도 빈약한 표현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단단한 음악을 들려준다. 그것도 아주 멋지게.

이경준:  뜨거운 혈류가 되어 흐른다. 락의 통사를 부지런히 누비고 다닌다. 개인기보단 팀워크 잘 맞추는 보컬리스트를 영입했다. 격렬하지만 한편으론 조밀하고 세심한 연주를 들려준다. 결과는? 팬들의 기다림에 충분히 답례하는 음반의 탄생이다.

 

앵클어택 [The Silent Syllable]

앵클어택-thesilentsyllable

이경준: 앵클어택의 음악은 단선적으로 진행하지 않는다. 낙차 큰 폭포처럼 내리 꽂기도 하고, 예측 못한 슬라이더로 휘어 들어오기도 하며, 아주 우연히 발생한 파동처럼 퍼져가기도 한다. 국지성 호우를 만났을 때처럼 당황스럽다. 그 발원지는 필경 포스트락과 하드코어, 노이즈락일텐데 그 레퍼런스를 찾아내려는 시도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길 뿐이다. 깊고 광활하다. 이 검은색 멜랑콜리아의 바다는.

 

하비누아주 [청춘]

하비누아주-청춘

이종민: 2015년에 메이저, 마이너 다 합쳐서 이만한 웰메이드 팝 음반을 찾을 수 있을까. 보컬 뽐므의 매혹적인 목소리와 별빛처럼 빛이 난 밴드의 편곡은 힘든 청춘들엔 위로를, 지나간 청춘엔 과거를 떠올리게 해줬다.

이태훈: 뭔가 폼나게 있어보이지 않는 음악은 환영받지 못하는 시대다. 그런걸 “힙”하다고 표현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고 이 앨범이 올해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훌륭한 팝 레코드라는 것만은 분명하게 안다고 말할 수 있다. 부디 작년 이정아의 [Undertow]처럼 무관심 속에 외면당하지 않기를.

 

빌리카터 [빌리카터]

빌리카터-빌리카터

이경준: 꿈도 희망도 사라진 2015년 한국에서 “블루스와 펑크, 개러지를 혼합한다”는 말은 어리석게 들린다. 그것은 마치 “밴드의 유일한 팬은 우리 자신이다”라는 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기 빌리카터가 그럴 것인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스테이지에 드러눕는 저 괴랄한 퍼포먼스나, 유별난 코스튬 플레이만으로는 이들의 정체성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그건 이들의 전부가 아니다. 저 강렬하고 로맨틱한 음악이 있다면 말이다. ‘침묵’을 듣고 느꼈고, ‘You Go Home’을 듣곤 확신이 들었다.

 

트램폴린 [Marginal]

trampauline-marginalalbum-cd

이대희: 밴드 체제를 갖춤으로써 드디어 밴드와 팬이 모두 바라던 완성형에 가까워진 느낌. 그루비함과 최면적 입체감이 조화를 이뤘고, 강한 자의식은 청자를 몰입의 경지로 몰아붙이기 충분하다. 어디에서도 빈틈이 보이지 않는 작품.

서성덕: 등장과 동시에 폭발한 것이 아니라 발전과 진화를 거쳐 일종의 완성에 이르는 ‘팀’은 쾌감을 준다. 창작자와 연주자, 프로듀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자신이 무엇이 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실제로 그것을 해낸 충실함은 시간이 흐르거나 반복하여 듣는다고 무뎌지는 것이 아니다.

 

About 이명 박 (104 Articles)
이명의 관리자 박이명입니다. diffsoundkorea@gmail.com

1 Trackbacks & Pingbacks

  1. Best of 2015: Aggregate Edition | Indieful ROK 2.0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