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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웹진 이명 2016 올해의 음반(국내)

새해도 벌써 열흘 가까이 흘렀습니다. 이명 2016 올해의 음반 그 두 번째 파트 국내 결산입니다. 약간의 의견차가 있었지만, 필자들은 여기 이 음반들이 ‘2016년의 작품’이라는 데 견해를 모았습니다. 이번 주부터 엄청난 강추위가 몰아칠 거라고 하는데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음악 많이 들으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이 리스트도 재미있게 읽어 주시길. 저희도 새해엔 더 부지런히 듣고 쓰겠습니다.

 

조동진 [나무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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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특유의 서정적인 가사와 선율, 이를 쓸쓸히 그러나 따뜻하게 감싸는 목소리, 곳곳에서 번뜩이는 실험적인 사운드.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깊고 넓게 울린다. 전설이란 단어가 흔하게 쓰여 더 이상 전설이 전설처럼 느껴지지 않는 세상이다. 누군가는 이 앨범에도 ‘전설의 귀환’이란 수식어를 붙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특정할 수 없는 이 앨범에 담긴 음악적 스펙트럼은 그런 수식어를 붙이기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늘 후배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이 앨범의 깊고 넓은 울림은 후배 뮤지션들을 향한 준엄한 죽비소리처럼 들린다. (정진영)

 

블랙스트링 [Mask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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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비나이의 활약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 국악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에 실로 멋진 앨범이 나왔다. 국악과 양악의 절묘한 인터플레이가 빚어내는 크로스오버 음악의 이상향, 이건 국악도 재즈도 록도 아닌 그 모든 것을 포용한 훌륭한 연주 앨범이다. 독창적이고 실험적이며 무엇보다도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상상력이 놀라운 결실을 이뤄낸 작품이다. 요컨대 진정 자랑스럽게 세계시장에 소개할 수 있는 한국의 월드뮤직이다. (이태훈)

 

이민휘 [빌린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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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수록 안으로 침잠하는 기분이다. 전체 8곡은 각각의 이야기를 노래하지만 분위기는 일관되게 이어진다. 사이키델릭이나 노이즈, 포크 같은 질감에 이민휘 개인의 목소리를 녹여냈다. 창작자 자신에 대한 음악인데 듣다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게 만든다. 기괴하고 신비롭다. 여운이 길게 남는다. 과거 무키무키만만수 시절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이민휘의 다음 앨범이 언제 나올지 궁금하다. (김종규)

 

사비나 앤 드론즈 [우리의 시간은 여기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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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밴드가 되어 돌아왔건만, 공백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건 느낄 수 없다. 편하게, 물 흐르듯 흘러가는 진행은 팝이 주는 친근감을 자연스럽게 맞이한다. (이종민)

음악이 ‘힐링’이나 ‘위로’라는 뻔한 판타지를 믿지 않는다. 밑도 끝도 없는 제도권의 저 말잔치 속에서 음악은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채, 파편처럼 흩어지고 있다. 사비나 앤 드론즈의 이 음반은 억지로 위로하려고 하지 않는다. 작위적인 감동의 코드를 심어놓지도 않는다. 그저, 직관으로 느끼게 한다. 감성과 맞닿게 한다. 아무것도 위하지 않는 그곳에 음악이 머문다. (이경준)

 

강이채 [Radic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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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채언루트’로 폭넓은 사운드 스펙트럼을 들려줬음에도 부족했나 보다. 혼자가 된 그녀는 듀오 때보다 더 다채롭고, 더 화려한 소리들로 귓가를 침투한다. 감히 한계가 짐작되지 않을 정도다. (이종민)

 

전범선과 양반들 [혁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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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록’이라는 콘셉트는 이 앨범을 듣는 데 큰 영향을 끼치진 못한다. [혁명가]가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건 선명한 리프와 확실한 훅 덕분이다. 록에서 가장 강력한 이 두 무기를, 이 양반들은 모두 쥐고 있었다. (이종민)

메시지와 음이 적절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곳에서 좋은 음악은 싹튼다. [혁명가]는 그 좋은 사례이다. 클래식 록, 헤비메탈, 사이키델릭, 1970년대 그룹사운드가 스쳐 지나가고, 저 아래에서부터 조심스레 길어 올린 반란의 메시지가 냉철하게 리스너를 응시한다. 냉정하다. 허나 음반이 끝난 뒤 뭔지 모를 진한 페이소스가 긴 꼬리를 남긴다. (이경준)

 

램넌츠 오브 더 폴른 [Shadow W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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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면서도 파괴적인 연주와 그 사이 적재적소에 스며든 서정적인 멜로디. 이 모든 것들이 탄탄한 리듬 연주와 최상의 비율로 버무려져 폭발적인 결과물이 만들어냈다. 여기에 녹음 상태 또한 대형 스피커가 아닌 이어폰만으로도 흥분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깔끔하다. 대한민국 헤비니스 씬의 미래를 엿보고 싶다면 필청해야 할 음반이다. (정진영)

 

ABTB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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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출력이나 세기로 이 음반을 평가하는 건 난센스다. 1970년대 하드록에 대한 경의와 1990년대 그런지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한 이 음반은 ‘록’이라는 컨벤션이 지켜야 할 덕목과 규범을 오롯이, 묵묵하게 지키고 있다. 혹자들은 그걸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폄하하기도 하지만, 매번 새로운 것을 내야겠다며 자신을 윽박지르는 얼치기들보다 100배는 뛰어난 태도다. (이경준)

 

해오 [Act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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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을 지금까지 얘기하는 거야 본인들도 원하지 않겠지만 전작만큼이나 견고하면서도 매끄러운 일렉트로닉의 전개에서 문득 빛나는 팝 센스를 발견하게 된다. ‘Running Through the Night’의 진중한 톤에도 불구하고 앨범을 관통하는, [Structure]보다 조금은 희망찬 분위기도 좋다. (빅쟈니확)

 

이랑 [신의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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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겠다. 2016년은 안팎으로 바쁘고 힘들었다.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있고 싶었고 아무 것도 하기 싫었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음악을 멀리하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듣게 된 이랑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가 자꾸 귀에 맴돌았고, 결국 [신의 놀이] 앨범을 구했다. 그렇게 이랑의 노래를 들었고, 이랑의 글을 읽었다. 듣지 않아도 이랑의 음악을 틀었고, 읽지 않아도 이랑의 책을 옆에 두었다. 참 신기한 앨범이다. 왠지 모르지만 이랑과 친구가 된 기분이 든다. (김종규)

 

9와 숫자들 [수렴과 발산(Solitude and Solid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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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대로, 9와 숫자들은 스타일리스트다. 하지만 통상적인 스타일리스트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주변을 열심히 곁눈질하지도 않고, 뭔가 대단한 걸 보여주겠다는 욕망도 덜하다. 이번 음반은 그 결정판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러한 점에서 이들은 ‘좋은 곡을 쓴다’는 기본에 충실하다. 풀렝스 3집을 내면서, 단 한 번도 기본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건 멋진 작품이다. 이들은 가장 사밀하고, 은밀한 내러티브들을 모아 보편성을 이룰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경준)

 

잠비나이 [A Hermitage(은서隱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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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밴드들의 경우에, 관용은 장르에 대한 확신이 없음을 감추려는 도구로 작용한다. [Differance(차연)]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밴드가 기성 장르의 문법에 익숙하면서도 자신들 나름의 ‘장르’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강변하는 모습이었고, [A Hermitage]는 아마 그런 확신을 더욱 공고히 하는 앨범일 것이다. 은근히 연극적인 장면들에서는 The Ministry of Wolves 같은 프로젝트를 연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동감하는 이들은 아직 못 보긴 했지만 나로서는 엄청 좋은 이야기였다. (빅쟈니확)

 

빅베이비드라이버트리오 [bbdTR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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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어느 곳을 향해 부단히 움직인다. 블루스의 기운을 빨아들인 채, 포스트록과 노이즈록의 방법론을 영민하게 사용한다. 그렇게 음반은 Pavement나 Yo La Tengo가 아직 인기 있던 시절의 무드로 우리를 안내한다. 하지만 과거에 머물거나, 과거를 오롯이 재현하려는 무의미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 어딘지 모를 시제로 우리를 이끈다. 어떤 점에서 이것은 진취적인 음반이다. (이경준)

 

이상의날개 [의식의흐름]

20054145

시간과 공간을 청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는가? 음악을 통해 광활한 우주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는가? 그 말이 헛소리나 허세로 들린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라. 2장의 CD를 모두 듣는 동안 헛소리는 진실에 가까워질 테니 말이다. 긴 호흡을 거부하는 세상이지만, 딱 한 번만 처음부터 끝까지 귀를 기울여보라. 긴 러닝타임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갈 수 있는지 경이로운 체험을 하게 될 테니. (정진영)

 

룸306 [At Do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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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소리가 듣는 이를 위로한다. 마치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들어온 듯한 이 기분은 보이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작가의 의도가 전달된 느낌이다. (이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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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의 관리자 박이명입니다. diffsoundkorea@gmail.com

1 Comment on 음악웹진 이명 2016 올해의 음반(국내)

  1. 방백이랑 단편선과 선원들 음반이 없는 게 아쉽네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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