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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순간

다들 그렇듯이 영원을 믿었고, 전부였고, 간절했고.

개인적으로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는 이예린이었다. 해당 대회의 우승자는 ‘장희원’과 ‘윤덕호’였지만, 유재하가 가진 감성 중 하나를 분명하게 전달한 건 이예린이 쓴 ‘그대의 우주’였으니까. 그래서 ‘입상’이란 결과와 상관없이, 그녀는 절로 기대할 수밖에 없는 유망주였다.

어떠한 성과 또는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꽤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순간]은 경연 대회 이후 처음 내놓는 EP고, 다섯 곡으로 꾸려진 이 미니 앨범이 등장하기까지는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EP는 이예린이란 첫인상의 장점을 좀 더 분명하게 들려준다. 차분한 건반, 서정적인 가사, 얌전하게 내뱉은 목소리의 조화는 그녀만이 가진 확실한 색깔이다. 공간이 많음에도 긴장감을 전달하고, 짝사랑과 외사랑이 겹쳐지듯 상대방에 대한 그리움과 바람이 수채화처럼 표현된 노랫말은 집중력을 높인다. 거기에 추가된, 목소리를 살짝 울리게 한 녹음 효과는 이 분위기를 배로 이끌어주는 장치. 3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이란 숫자가 조금 올라가도 그녀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긴 텀을 두고 등장했지만, 그 텀이 무색해질 만큼 그녀는 2014년과 2017년을 이어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타협해야 했음에도 하지 못한 건 욕심이다. ‘그대의 우주’를 통해 선율이 조금만 더 선명했으면, 전개에서 조금만 더 폭발했으면 하는 바람은 개량되지 않았다. 그녀는 계속 슴슴할 만큼의 음표만을 동원하고, 단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을 것처럼 후반을 보낸다.

이토록 얌전하다 보니 자극만이 살길처럼 여겨지는 현시대에서 [순간]이 표류하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늘 마음 약한 이만 손해’ 본다고, 착하고 정직하게 만들었을 뿐인데 주변과 비교했을 땐 너무 솔직하게 등장한 처지가 됐으니까. 이럴 때일수록 우린 이런 앨범에 더 귀 기울 필요가 있다.

3.5 Stars (3.5 / 5)

 

About 이종민 (55 Articles)
음악 글쓰는 건 평생 한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배우며 쓰고 있다. 50년 배우면 50년 써먹을 수 있으니까. 내가 한 말이 아니라 강레오 쉐프가 한 말 인용했다.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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