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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석: 이인자의 철학

쓸쓸함, 불안함, 공명

 

계절에 어울리는 음반이다. 먼저 그런 생각이 든다. 추위가 절정에 달한 1월, 거리를 걸으며 음반을 듣는다. 차분해진다. 뭔가를 생각하게 된다. 철저하게 ‘고독’을 강조한 음악이다. 이인자의 철학. 영원한 이인자들의 사유, 혼자일 수밖에 없는 존재들의 읊조림, 언제나 땅바닥을 바라보는 자들의 심리. 작가 이호석이 노래하는 건 늘 저 누군가의 뒤를 밟을 수밖에 없는 뒤쳐진 자들의 마음이다.

그 스스로가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이인자의 철학]은 “힐링”의 성격보다 “사색”의 성격을 먼저 갖고, 필연적으로 고백의 어조를 품는다. 그 말들은 각기 푸념과 한탄, 때늦은 반성의 모습으로 구체화된다. 물론 반성이 해결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들은 실타래처럼 얽혀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모를 정도로 꼬여있다. ‘유체역학’, ‘순환고리’ 등과 같은 추상적인 단어들은, 그러한 주체의 심리를 고스란히 반영하는 것이다.

이호석은 그 뿌연 정서를 나직하고 잔잔히 어쿠스틱 반주로 실어 보낸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미묘하게 공명할 수 있는 지점이 생긴다. 몽글몽글하게 터치되는 키보드 연주는 심심하게 흘러갈 수 있었던 음반에 모종의 공간감을 부여했다. 오형석(드럼)과 이동준(베이스)의 리듬 파트는 촘촘하게 곡을 지지한다. 그 결과 [이인자의 철학]은 은근히 풍성하게 그려진 사운드를 가진 음반이 되었다. 제법 두터운 사운드가 만들어졌다. ‘야만인’, ‘잘못’은 좋은 예시이다.

1집 [남몰래 듣기] 이후, 햇수로 3년 만에 공개한 신작이다. 그때보다 보컬은 더 발전했고, 사운드는 더 단단해졌으며, 트랙의 배열에도 체계가 생겼다. 루시드폴이나 이영훈과 유사한 질감도 보이지만, 사운드의 결은 확실히 다르다. 작가의 언어가 보인다. 계절이 바뀌기 전까지 자주 꺼내 들을 것 같다.

(3.5 / 5)

 

About 이경준 (145 Articles)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기저기 불려다니며 글을 썼고, 하나둘씩 망해가는 잡지(웹진)들을 볼 때마다 역시 '이런 건 하면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또 이렇게 판을 키웠다. 왜 그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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